
- 정야
- 조회 수 436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버팀목에 대하여
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 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 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 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
누군가가 단식하고 있는 문재인님께 복효근 시인의 시집을 선물했다고 하기에 어디선가 본듯하여 뒤지니 이 시가 나오네. 지금의 상황에 매우 적합한 내용이다 여겨진다. 그 시집에도 용기에 용기 더하는 내용 가득하리라.
이른 봄, 한 뼘 됨직한 토마토, 고추 모종은 거세지 않은 비바람에도 잘 쓰러진다. 농부는 버팀목을 세워 고정시킨다. 버팀목에 비해어린 모종은 너무나 가냘퍼 안쓰러워 보일 정도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잠시, 얼마 후면 모종은 허리 깨까지 무성하게 자라 그렇게 커 보이고 든든하던 버팀목은 작은 나무꼬챙이가 되어 있다. 꼬마농부는 초록가지 사이로 꼬챙이가 된 버팀목을 발견하고 놀란 목소리로 변한 모양을 생중계 한다. 물론 버팀목의 고마움을 찬양하기보다 잘 자란 모종을 기특해한다. 스스로 자란 듯 보이지만 한때 곁을 지켜 준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다.
나는 언제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나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봐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 내 초라한 삶이여!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4109 | 얻는것과 잃어가는 것. | 빈잔 | 2024.11.09 | 1583 |
| 4108 | 늙음은 처음 경험하는거다. | 빈잔 | 2024.11.18 | 1658 |
| 4107 | 노력하는 자체가 성공이다 | 빈잔 | 2024.11.14 | 1726 |
| 4106 | 인생을 조각하다. | 빈잔 | 2024.10.26 | 1812 |
| 4105 |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병가지고 오래 사는것. 외롭게 오래 사는 것. | 빈잔 | 2024.10.22 | 1828 |
| 4104 | 눈을 감으면 편하다. [1] | 빈잔 | 2024.10.21 | 1849 |
| 4103 | 상선벌악(賞善罰惡) | 빈잔 | 2024.10.21 | 1993 |
| 4102 | 선배 노인. (선배 시민) | 빈잔 | 2024.07.17 | 2002 |
| 4101 | 길어진 우리의 삶. | 빈잔 | 2024.08.13 | 2089 |
| 4100 | 문화생활의 기본. [1] | 빈잔 | 2024.06.14 | 2091 |
| 4099 | 나이는 잘못이 없다. | 빈잔 | 2023.01.08 | 2193 |
| 4098 | 책 한권 고르는 것의 어려움 [5] | 김도윤 | 2007.04.22 | 2205 |
| 4097 | [7] 내가 쓰고 싶은 첫 번째 책 [4] | 조윤택 | 2006.04.24 | 2207 |
| 4096 | -->[re]그대, 홍승완 | 자로사랑 | 2006.02.25 | 2208 |
| 4095 | 홈페이지 링크 [1] | 舒贇 | 2007.04.02 | 2208 |
| 4094 | 나의 연구원 일년 [4] | 이미경 | 2006.04.10 | 2210 |
| 4093 | 도봉산에서의 깨달음 [1] | 꿈꾸는 간디(오성민) | 2006.03.29 | 2211 |
| 4092 | 새벽 6시에 [3] | 김종원 | 2006.09.23 | 2211 |
| 4091 | 혼자놀기 2 - 걷기 [3] | 한명석 | 2006.09.25 | 2211 |
| 4090 | 연구원, 앞으로 일년 [9] | 정경빈 | 2006.04.11 | 22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