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정야
  • 조회 수 233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8월 29일 23시 37분 등록


상처가 나를 가둔다

 

박남준

 

 

다시 나는 잊혀졌다

 

꽃이 피고 그 꽃이 진 자리

적막만이 목을 빼고 곁에 눕는다

지나온 숲과 그늘은 흉가처럼 무성하고

이제 나의 창은 밤보다 깊다

여기까지 와서야 비로소 땅을 친다

발 밑이 무너지고 나서야 허공중을 깨닫는다

이명이었나 내 귓가에 누가 들어와 살고 있는지

벌써 오랜 일이다 귀를 잘라버린다면

아니 그것 이미 고흐의 옛날로 끝난 일이지

추억에 잠긴다

어쩌자고 지난 일은 낙인처럼 견고한 것이냐

그때마다 일그러진 몸이 수몰 지구로 잠겨간다

어디까지 밀려갈 것인가 두 발이 위태롭다

두 귀가 다 멀 때까지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상처가 나를 가두었다

 


 

-----

아침에 세수할 때 언뜻 챙피했던 일이 지나가더니

하루 종일 그런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환호 지르며 좋아한 일은 잘 잊혀지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던 일은 왜 이리도 따라다니는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마음을 들킨 경우다.

아는 척, 아닌 척, 위하는 척, 괜찮은 척하다 아님을 들킨 일.

그러고 보면 가장 나에게 상처를 내는 것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남이 잘못한 것은 잊혀지지만

내가 잘못한 것은 낙인처럼 남아 오늘처럼 나를 휘감는다

이런 날은 정말 사라지고 싶다.

 

지난 일은 어찌할 수 없더라도 앞으로는 만들지 말자.

이런 쪽 팔림!



 

IP *.232.42.10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09 [영원의 시 한편] 히말라야의 독수리들 [1] 정야 2014.11.15 2763
3908 [영원의 시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을 만나라 정야 2014.11.13 2531
3907 [영원의 시 한편] 꽃씨 정야 2014.11.12 2865
3906 [영원의 시 한편] 그리움의 시 정야 2014.11.11 2964
3905 [영원의 시 한편]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정야 2014.11.10 2815
3904 [영원의 시 한편]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정야 2014.11.08 2567
3903 [영원의 시 한편] 시간 정야 2014.11.07 2316
3902 [영원의 시 한편] 보이지 않는 파동 정야 2014.11.06 2440
3901 [영원의 시 한편] 환영사 정야 2014.11.05 2350
3900 [영원의 시 한편] 추모집에 제題 함 정야 2014.11.04 2311
3899 [영원의 시 한편]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정야 2014.11.03 3055
3898 [영원의 시 한편] 충만한 힘 정야 2014.11.02 2143
3897 [영원의 시 한편] 한 여자 한 남자 정야 2014.11.01 2458
3896 [영원의 시 한편] 날아라 병아리 정야 2014.10.31 2158
3895 [영원의 시 한편] 추일서정 秋日抒情 정야 2014.10.30 2445
3894 [영원의 시 한편] 행복 정야 2014.10.28 2523
3893 [영원의 시 한편] 새를 살려야 해 정야 2014.10.27 2355
3892 [영원의 시 한편] 가을에게 정야 2014.10.25 2235
3891 [영원의 시 한편] 어느 대나무의 고백 정야 2014.10.24 3426
3890 [영원의 시 한편] 가을 정야 2014.10.23 2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