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정야
  • 조회 수 250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8월 30일 17시 17분 등록


스미다

 

김병률


 

새벽이 되어 지도를 들추다가

울진이라는 지명에 울컥하여 차를 몬다

울진에 도착하니 밥냄새와 나란히 해가 뜨고

나무가 울창하여 울진이 됐다는 어부의 말에

참 이름도 잘 지었구나 싶어 또 울컥

해변 식당에서 아침밥을 시켜 먹으며

찌개냄비에서 생선뼈를 건져내다 또다시

왈칵 눈물이 치솟는 것은 무슨 설움 때문일까

탕이 매워서 그래요? 식당 주인이 묻지만

눈가에 휴지를 대고 후룩후룩 국물을 떠먹다

대답 대신 소주 한 병을 시킨 건 다 설움이 매워서다

바닷가 여관에서 몇 시간을 자고

얼굴에 내려앉은 붉은 기운에 창을 여니

해 지는 여관 뒤편 누군가 끌어다놓은 배 위에 올라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한 사내

해바라기 숲을 등지고 서럽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한 사내

내 설움은 저만도 못해서

내 눈알은 저만한 솜씨도 못 되어서 늘 찔끔하고 마는데

그가 올라앉은 뱃전을 적시던 물기가

내가 올라와 있는 이층 방까지 스며들고 있다

한 몇 달쯤 흠뻑 앉아 있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돌아가는 사내의 집채만한 그림자가

찬물처럼 내 가슴에 스미고 있다

 

 


------

영양만점여인과 통화를 하다 울컥했다

그게말야...성소라고 여겼던 나만의 비밀장소가 없어져서 슬...

배에 힘을 주고 숨을 참았다.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버팀목이 없어진다는 것은 재앙이다

영양만점여인의 미소 띤, 의연한 목소리에 또 울컥

마무리 잘하고 통화를 끝냈지만

아침에 만난 집채만한 사내의 눈물이

나에게까지 스며들어와 사무실 근처를 돌았다.

바람 잘 드는 곳에 서서 태양을 향해 얼굴을 들어올렸다.





IP *.110.68.199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69 [버스안 시 한편] 희망은 한 마리 새 정야 2014.09.20 2460
3868 [버스안 시 한편]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정야 2014.09.19 3802
3867 [버스안 시 한편] 문득 [1] 정야 2014.09.18 3068
3866 [버스안 시 한편] 살다가 보면 정야 2014.09.18 3483
3865 이풍진세상에서 이수 2014.09.17 2156
3864 [버스안 시 한편] 늙어 가는 아내에게 [1] 정야 2014.09.16 3156
3863 [버스안 시 한편] 한마음 정야 2014.09.15 2471
3862 [버스안 시 한편]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정야 2014.09.13 4923
3861 [버스안 시 한편]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정야 2014.09.13 4092
3860 [버스안 시 한편] 보름달 정야 2014.09.11 2465
3859 [버스안 시 한편] 아버지의 그늘 [2] 정야 2014.09.03 2545
3858 [버스안 시 한편] 치자꽃 설화 정야 2014.09.02 2394
3857 [버스안 시 한편] 우화의 강1 정야 2014.09.01 2460
» [버스안 시 한편] 스미다 정야 2014.08.30 2507
3855 [버스안 시 한편] 상처가 나를 가둔다 정야 2014.08.29 2315
3854 [버스안 시 한편] 버팀목에 대하여 정야 2014.08.28 3968
3853 [버스안 시 한편] 흰 바람벽이 있어 정야 2014.08.27 2491
3852 [버스안 시 한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정야 2014.08.26 2554
3851 기계를 좋아해~ file 타오 한정화 2014.08.26 2360
3850 [버스안 시 한편] 바람의 말 정야 2014.08.25 2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