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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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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일 10시 30분 등록

8 15일 마드리드 + 똘레도 + 마드리드 시내 야간투어


하계연수 8일차. 어제 저녁 마드리드에 도착하여 한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데다 어제 날짜로 수업도 다 끝났고 더군다나 오늘 아침엔 이때까지와는 달리 캐리어를 싸서 나와야 하는 부담감도 없는 탓에 한결 홀가분한 기분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진하게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과 내일 밖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매 시간을 즐겨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들었다.

휴일인 덕분에 차도 하나도 안 막히고 금새 버스가 처음 도착한 곳은 알무데나 대성당과 마드리드 궁전. 대성당과 궁전 사이의 넓다란 광장에는 우리 말고는 사람들이 몇 안 되었다. 이때까지 쭉 훑어온 지중해 연안의 도시나 남부의 도시들과는 달리 마드리드의 아침공기는 상쾌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했다. 왠지 한국에 돌아가면 이제 가을이 오겠구나 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화창한 하늘로 눈을 돌렸다. 지인 중 몇 명은 스페인 여행에서 비를 만났다고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운이 좋게도 여행 내내 맑고 푸르른 하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하늘은 지금도 생생하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구름 한 점 없던 푸르름은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도 예쁜 사진을 만들어 주곤 했었다

< 마드리드 궁전 >

짧은 시간 동안 사진 몇 컷 찍으며 몸풀기를 한 뒤에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우리가 향한 곳은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 미술관 앞에는 고야의 동상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드디어 벨라스께스의시녀들과 고야의마하를 보는 것인가 하는 설레임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가이드님의 안내로 주요 작품들을 먼저 감상하기로 했다. 이미 프라도 미술관에는 세계 각국의 많은 여행 팀들이 도착해있었다. 마드리드 시내처럼 조금 한가로운 분위기를 예상하며 하염없이 그림들을 바라보고 싶었던 나는, 모든 관광객들이 다 여기로 왔나 싶은 혼잡스러움에 이미 지친 마음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시녀들옷을 벗고 또 입은 마하그림을 보자 그 신비스러움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클림트가 감상 후에이 세상 진정한 화가는 그와 나라고 했다던, 피카소가 감명을 받아 하루종일 자리를 떠나지못했다던 벨라스께스의시녀들은 등장 인물들이 모두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 또한 어린 날의 피카소가 된 기분으로 이 곳 저 곳 자리를 옮겨가며 그림을 감상하였다. 왠지 오묘했고 쉽게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 시녀들 >                                < 옷을 입은 마하 >

프라도에는 실제로 엘 그레코, 라파엘로, 보티첼리 등 많은 거장의 작품들이 모여있다. 주어진 감상 시간에 한계가 있고 또`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해 지쳐버린 터라 나는 이외의 그림들은 슥슥 지나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우리 일행과의 수다가 너무 재미있어 그 수많은 그림들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질 않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고야의사투르누스’, 제롬 보쉬의열락의 정원등 눈에 익은 그림들도 몇 개 발견하면서 반가운 마음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다음 기회에 또 다시 오리라. 하는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참고로 매주 일요일 5시 이후는 공짜`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 점심은 그 동안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따빠스를 먹는다고 해서 너무나 설레였다. 점심을 먹기 전, 솔 광장을 거쳐 마드리드 시내를 잠시 구경할 시간이 주어졌다. ‘Zara’, ‘El corte Ingles’등 매장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쇼핑을 즐길 마음의 여유는 없었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시내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골목의 천장을 바라보면 천들을 연결해놓아서 그 것이 또한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 마드리드 시내 사진 : 왕참치 >

이 날 일행 중 몇 명은 프라도 미술관 대신 레알 마드리드 구장을 방문하기로 했고 평소 운동 경기 관람을 좋아하는 남편도 거기에 동참하기로 했었다. 돌아온 남편의 표정은 뛸 듯이 신나는 표정 그 자체였다. 자 그럼 여기서 남편의 마드리드 구장 관람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내게 스페인 여행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했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그렇게 스페인은 내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가지 아쉬운 것을 꼽으라면, 여행 일주일이 지나는 지금까지 축구장을 못 가본 것이었다. 바르셀로나 캄프누 구장이나 레알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은 설령 경기가 없더라도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나만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나보다. 남자들 무리에서 축구장을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왔고, 가이드님의 배려로 프라도 미술관 vs 베르나베우 구장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나의 선택은? 세계3대 미술관인 프라도 미술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정말이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레알마드리드는 올해 5월에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데다 우리가 세비야에서 묵었던 그날 저녁, 그러니까 마드리드에 오기 불과 이틀전에 유럽 슈퍼컵에서 우승을 한 팀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승전 상대는 세비야였다. ㅋㅋ)

 

레알마드리드 구장을 향하는 남자 넷 (, 재현이, 강규, 강규아버지)은 택시에서 내리기 전부터 이미 한껏 상기되어 있었고 그런 남자들에게, 표를 사기위한 30분의 기다림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기대감을 더욱 높여놓았다고할까.

 

 (이 길고 긴 줄을 기다렸다고!)

 

표를 사고 입장하는 줄을 따라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을 단숨에 뛰어오른 네 사람 앞에 펼쳐진 건 정말이지 너무 멋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 파노라마 뷰!

                             (카메라에 다 담기지도 않는다!)

 

뭐랄까. 경기가 없는데도 마치 사람들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고 하면 정신이 이상하다고 하려나? 적어도 그때 우리 네 사람 눈에는 호날두가 뛰어다니고, 사람들이 미친듯이 응원하는 장면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때부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3층 구단 박물관, 2층 각종 전시실을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뛰어다녔다. 그 중에 하나! 위에서도 말했던, 바로 이틀전 유럽 슈퍼컵 우승 트로피까지 떡 하니 전시되어 있었다! 감격, 또 감격!

 

레알마드리드 구장이, 경기가 없어도 돈을 긁어모을 수 밖에 없는게, 투어 프로그램을 너무 잘 만들어놔서 4층부터 1층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기대가 높아지고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1층에 있는 선수들 실제 락커룸과 샤워실, 그리고…. 필드와 감독/선수 의자!! 다 직접 앉아볼 수 있다! 이렇게!

(이러니 반하나 안 반하나!)

 

1층에서 보는 구장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하는 장소에도 가서 단상위에 한번씩 앉아보고, “이겼을 때, 졌을 때로 컨셉 잡아서 재밌게 사진도 한장씩 찍어보고, 또 출구에 있는 기념품샵에서 이것저것 선물도 사고 정말 이곳은 축구에 관심있는 남성들에게는 스페인 여행 화룡점정 그 이상의 의미이다.

 

도무지 떼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아쉽게 택시에 오른 다음엔, 나도 모르게 운전사아저씨에게 이렇게 말을 걸고 있었다.

“Santiago Bernabeu Stadium is really good. It’s fantastic! Fantastic!”

 


마드리드는 맛의 고장인 것인지, 어제의 한식에 이어 점심 또한 너무나 맛있었다. 특히 소꼬리찜은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절로 돌 정도다. 피자와 빠에야로 이미 배를 가득 채운 탓에 더 많은 소꼬리 찜을 먹지 못한 것은 아직도 한스러울 지경이다. 여행 전 급하게 구매한 여행 책자를 들여다보니 우리가 방문한 식당이 인기 식당 리스트에 버젓이 올라있다. 왠지 모를 뿌듯함도 함께 느껴졌다. 

이후 이동한 스페인 광장. 돈끼호떼와 산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시절 스페인어 교과서 표지가 바로 스페인 광장 사진이었다. IMF 여파로 스페인으로의 수학여행이 좌절되었고 너무나 낙심했던 나는 그 사진을 보며 언젠가 꼭 스페인 광장에 가고 말리라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모습이 기억나면서 지금 내가 이 자리에 드디어 서 있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바로 이 곳에 오고 싶다는 꿈을 15여년 만에 이룬 것이다.

그 와중에 집시들은 설문조사를 빙자해 우리 일행들에게 접근했다. 소매치기를 빙자한 설문조사라는 것을 일전에 들은 적이 있기에 나는 애써 그들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플라멩코가 떠오르면서 아마 더 애잔한 마음이 들었나보다.

드디어 똘레도로 향하는 길, 많은 이들로부터 똘레도를 꼭 가보라는 추천의 말을 들었기에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여러 도시를 모두 섭렵하고 싶었기에 유난히 이동이 많았던 이번 여행은 때로는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것이 힘겹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버스를 타서 쉴 수 있는 휴식 시간이 있어 더욱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땀도 식히고 또 때로는 노래도 함께하고 때로는 달콤한 낮잠을 즐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바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니 막상 버스 안에서의 진정한 시에스따가 그리워 진다.

드디어 똘레도 도착! 똘레도를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전망대에 먼저 들렀다. 역시나 가이드님이 기대 이상일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만큼이나 대단한 절경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똘레도 시가지가 모두 보이는 광경, 그 풍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고색 찬연하다 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굽이진 강을 끼고 안 쪽으로 형성된 똘레도 시가지는 특유의 황토빛(?)으로 아름답게 빛나 보였다. 왜 천혜의 요새인지, 옛 사람들이 이곳으로 도읍을 정했을 지가 상상이 갔다.

                              < 똘레도 전경 >

이어 유명한 대작인 엘 그레꼬의오르가스 백작의 죽음이 있는 산또 또메 성당과 똘레도 대성당을 방문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씩씩한 젊은 일행 들은 계단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이미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렇게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준 사람에게 감사했다. 똘레도는 골목이 아름다운 도시였다. 우리는 굽이굽이진 골목길을 따라가며 아름다운 집들을 만났고 카메라 셔터 누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층층이 쌓아 올린 돌 벽에 잠시 기대어 억겁의 시간을 느껴보기도 했다. 시간만 있다면 골목 골목을 다 돌아다니면서 더욱더 스페인을 진하게 느껴보고 싶었다.

산또 또메 성당 안, ‘오르가스 백작의 죽음을 드디어 만난 우리는 그레꼬 특유의 세밀함과 강하게 대비되는 색감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압도 당하는 느낌에 왜 많은 이들이 오직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이 곳에 방문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리고 이어진 똘레도 대성당. 그 크기에 놀라고 제단의 화려한 장식물들에 연이어 감탄사를 쏟아낼 수 밖에 없었다. 예수를 안고 한껏 웃고 있는 성모님은 아직도 그 얼굴이 생생하다. 유럽 여행은 성당 갈 일이 많아서 나중에는 아무리 유명한 성당에 가더라도 감흥이 없어지기 마련인데, 스페인에서는 매번 모든 성당에서 우와 여기는 또 이런 멋이 있구나! 라는 감동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똘레도 대성당도 마찬가지였다. 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환상적이라고 말했는지 알겠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특히 자연광을 들어오도록 만들었다는 천장의 조각 부분이 인상 깊었다.


                 < 똘레도 대성당 >

갑작스레 안경이 부러져 여행 마지막 3일 내내 늘 썬글라스로 안경을 대신해야 했던 남편은 그 빛을 보고 왠지 심봉사처럼 눈을 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도 했다. 역시 가우디가 구현했던 것처럼 자연을 닮은 모습이 가장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성모님이 발현하셨을 때 전해 내려오는 돌에 손을 대고 간절히 기도를 올린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욕심일 지도 모르지만 그 기도를 부디 이루어주시길 바래본다. 역시 이 곳에서도 미사가 집전되고 있었다. 설교를 얼핏 들으니 우리 나라를 이야기하는 것도 같았다. 교황이 우리 나라에 가 계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보기도 했다. 매번 성당에 갈 때 마다 미사 시간과 겹치는 일이 많았던 것 또한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더욱 축복받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8 15일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였기에 더욱 뜻깊었다.

가이드님의 말대로 상상한 것 이상의 감동을 주었던 똘레도를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마드리드로 향했다. 석식을 마치고 여행 막바지이니만큼 이 밤의 끝을 붙잡고 싶은 마음과 마드리드 야경을 즐기고픈 마음에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마드리드 시내에 남았다. 가족들에게 줄 기념품을 좀 구입해볼까 하는 마음에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했지만 이미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쉬운대로 늦게까지 문을 연 기념품점, 스페인의 다이소 같아 보이는 생활용품 상점 등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스페인은 물가가 우리나라와 비슷하여 더욱 재미났던 것 같다. 스카프 하나를 5유로에 득템하고 함박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일행들은 지인들의 선물을 사기에 바빴지만 나는 왠지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앞으로 백수 신세를 걱정한 탓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돌아와서는 추억할 수 있는 기념품이 적음에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주변인들에게 나누어 줄 것도 많이 없어 내가 쓰려던 것도 전해줄 정도로 쩔쩔매고 말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일상을 잊었어야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왠지 일상의 무게를 떨쳐버리기가 어려웠다. 아마 새로운 시작이 주는 긴장감 탓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짧은 쇼핑 시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츄로스를 먹으러 향했다. 스페인에 와서 먹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하몬, 따빠스, 빠에야, 그리고 바로 츄로스이다. 에버랜드에 가면 늘 츄로스를 사먹는 나이기에 본토 츄로스는 어떤 맛일지 사뭇 궁금했다. 마침 여행 안내 책자에서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츄로스 집이 마드리드에 위치하는 것을 알게된 우리는 그 곳이 24시간 운영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찾아 나섰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또한 가게 내에는 유명인의 사진과 사인도 가득 박혀 있었다. ‘제대로 왔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한결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노천에 자리하고 진한 초콜릿에 츄로스를 찍어 입에 콱 베어 물고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은은한 조명이 주는 설레임과,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수다를 떠는 생동감 있는 분위기, 알싸하고 시원한 공기가 살랑살랑 코끝을 스치는 그 순간, 나는 아! 이것이 여행의 참 맛이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1894년에 문을 연 츄로스 가게, San Gines >

정말이지 이 밤이 가는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던 우리는 조금 더 이 여운을 즐기기 위해 자리를 옮겨 상그리아와 모히또를 즐기기로 했다. 웃음이 절로 나오고 행복함이 물씬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잘생긴 외모에 친절함까지 겸비한 서버 청년을 만날 수 있어 더 흐뭇하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어 함께 해준 일행들과, 흔쾌히 아름다운 밤을 선물해주신 보나 언니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 모히또를 마시며.. 알고보니 여행 만족도 평가 사이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맛집 >

사실 나는 마드리드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스페인 광장 정도만 보고 싶었을 뿐, 그저 서울과 같은 평범한 대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드리드에는 볼 것이 없다던 많은 이들의 경험담을 익히 들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느낀 마드리드는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가 닿는 그 느낌처럼더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였다. 밤 늦게까지 솔 광장에 모여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청춘의 역동감을 느끼는가 하면, 세련된 큰 도로 길을 벗어나 접어든 작은 골목 길 Bar와 노천 카페들에서는 사람들의 여유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한 없이 도시 스럽고 구멍 하나 없이 매끄러워 보이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그 속에 숨겨진 정겨움과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진작에 마드리드 대학교에 유학 갈 것을...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곱씹을 정도로 나는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나의 마음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언젠가 다시 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마드리드 시내를 한 없이 걸어다니며, 많은 관광객 무리에 섞여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남모르게 길거리에서 마음껏 춤사위를 펼칠 지도 모를 일이다.

 



IP *.124.78.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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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6 15:31:45 *.175.14.49

축구장에 간  남편님의  감탄이 웃음짓게  해요.

스페인어  교과서 표지에  기어코  가신  것도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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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0 15:59:43 *.47.109.140

감사합니다 선배님 ^^* 저희 글 꼼꼼히 읽어주시고 하나하나 정성스레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감동했어요!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고 계시겠죠? 곧 있을 오프수업 때 또 뵙기를 고대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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