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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일 11시 58분 등록

무의식과 달콤한 대화

 

2014.08.31

10기 찰나 연구원

 

 

   엄마, 아빠를 통해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캄캄한 어둠속의 엄마의 뱃속에 10개월간 있다가 이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힘찬 울음과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밝아진 세상에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이내 엄마의 포근한 품속에서 평온함을 느낀다. 10개월 동안 보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 익숙해진 엄마 냄새와 목소리는 세상 밖과 안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게 해준다. 이내 엄마의 뱃속 바깥세상도 무서운 곳만은 아니고 살만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뱃속에서 자주 들었던 남자의 목소리는 아빠였고, 재잘대던 어린 아이의 목소리는 5, 3살 위인 나의 언니들이었고, 내가 태어나고 1년 후에 나와는 다른 남자 동생이 태어났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곳은 세계에서 후진국중의 하나이면서 자원이라고는 인적자원이 전부이고 최고인 대한민국이고, 태어난 시기는 60년대의 보릿고개를 지난 1970년대 이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경제 부흥을 위해 새마을 운동이 한참 붐을 이루고, 새마을 운동의 3대 정신인 근면, 자조, 협동이 사회적으로 중시되던 분위기였다. 부모님들은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나를 키웠고 이것이 나의 선택과는 전혀 무관하게 펼쳐진 인생 무대출발점이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었기에 학교를 가야 했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통해서 사회라는 곳을 접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8살이 되면 학교를 가기에 가야 되는 곳으로 생각을 했다. 그 당시 학교에서는 국민교육 헌장을 외우도록 했고, 한둘씩 서서 시켜서 외우지 못하면 혼나고 다시 외워 와야 했다. 그 전문 중 일부를 다시 살펴보면,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국민 교육 헌장에는 이미 우리가 태어난 역사적 사명과 저마다의 소질의 개발해야 되는 필요성, 그것을 발판으로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르는 것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헌장에는 있지만 실제 교실에서는 그런 것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부는 왜 잘해야 되는지 필요성을 얘기해주기보다는 하나의 낱개 지식을 전달하기에 바빴고, 부모님은 공부 잘해야 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 머릿속에는 공부는 잘해야 되고 열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에게 칭찬과 상을 주니 그것이 부러웠고 좋아보였던 것 같다.


   저마다의 소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야 했지만 중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여자 중학교였기에 한 반에 여자만 있고, 선생님이 과목별로 나누어진 것이다. 저마다의 소질은 가르치는 선생님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어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총각선생님의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고 그것이 나의 소질인지 알고 열심히 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갈 때는 한 번의 선택을 해야 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상업계 고등학교, 공업계 고등학교 등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적성보다는 공부를 잘하는지 여부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그 당시 대학을 가려면 인문계 학교를 가야 했고, 공부를 잘하지만 집안이 어려운 경우 일부만 상업계나 공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했지만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의 선택은 대부분 상업계나 공업계 고등학교였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이과와 문과 중에서 수학과 과학 쪽에 관심이 있어서 이과를 선택했다. 수학을 좋아하게 된 것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때 수학으로 처음 상을 받았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과학도 사회나 국어선생님들보다는 더 잘 가르쳐주셨는데, 물리만큼은 할아버지 선생님이어서 좋아했던 과목의 흥미를 뚝뚝 떨어뜨려서 나중에 결국 화학과 생물을 선택하게 되었다. 수학과 과학이 매력적인 것은 모호하지 않고 논리적이거나 명료함이 좋았다. 군더더기 없이 계산 되어 딱 떨어지는 것을 보면 내가 뭔가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마징가 Z, 로봇 태권 V, 아톰등의 만화를 좋아해서 인지 몰라도 나는 과학의 힘을 믿었고, 과학기술이 펼칠 미래 세계에 대한 상상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해서 10년 후에는 만화속의 세계가 펼쳐질 것 같았다. 나중에 의사들은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자동차 정비공처럼 인간의 내장들을 부품처럼 넣고 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당시에 앞으로 컴퓨터는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하고 대학교를 다니고, 대학원을 가고 회사로 취업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개발하는 것보다는 관리 포인트가 많아 지다보니 일에 치이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게 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심적으로 부딪치는 일들이 생겨나면서 뭔가 이것은 아닌데하는 생각은 들지만 해결책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기에 내 나름대로 생각하고 해결해왔지만 사회 무대에서는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만의 개인적인 삶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수세기에 걸쳐 집단정신의 고도로 수준 높은 대변자요 희생물이요 후원자인 셈이다. 우리는 평생 동안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세계라고 하는 극장 무대에서 주로 대사 없는 단역배우 역할만을 해왔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들이 있다. 그것이 무의식적인 것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더 크다.

밖으로 나가지 말라. 진리는 내적 인간에 깃들어 있다!”

 

-카를 구스타프 융의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아볼 수 있는 유물론적인 관점에서만 사람과 사물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무엇으로도 평가될 수 없고, 개인마다 다르고, 공동의 집단 무의식 체계를 공유하고 있는 무의식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생각과 마음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심적으로 계속 부딪치는 것이었다. 눈은 언제나 밖을 향해서 남을 봐야 했고, 남과 나를 비교해야만 했다.


   내 안의 나를 돌아다보면서 어렸을 적 나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무의식과 만나게 되었다. 무의식은 내 존재 이전부터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무의식을 만나는 여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들이 내면의 나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더 시간이 지나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운 좋게도 더 일찍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에게 말을 해봐야 소리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무의식과의 대화는 즐겁다. 내가 갖고 있던 답답함이 조금씩 풀리고 나를 이해해주고 안아주는 것 같아 다시 엄마의 품속에 안기는 기분이다. 엄마의 품속에 폭 안겨서 맘껏 재롱을 피우고, 사랑받으며 자랐듯이 앞으로 나의 무의식을 꼬옥 안아주고 사랑해주며 키워나가야 겠다



IP *.113.7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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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6 11:17:37 *.134.163.208

마징가, 태권v,  아톰을 좋아해 이과를 전공하고,  과학자가 된 이들이 많다더군요.

전 닐스의 모험, 프란더스의 개를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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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4 17:44:18 *.113.77.122

맞아요 . 제가 낚인거죠 ^^ 

저도 프란더스의 개도 무지 좋아했어요. 보면서 울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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