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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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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3일 14시 0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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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맥주가 술이 아니래,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는군.......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문은 사실이었다. 오전 11시, 변방의 작은 마을  레스토랑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안주 개념이 없는듯 식사에 곁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맥주잔만 앞에 놓고 있다.  하도 재미있어서 세어보니, 하나둘 천천히 모여든 할아버지 그룹이 6명, 중년여성 2명, 제각기 따로 앉은 남녀 3명이 단 한 명도 빼지 않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나도 픽 웃으며 맥주를 주문했다. 우리에겐 낮술이 불량기의 단서로 여겨지지만 여기서는 당연한 일!  어떤 마트에서 맥주 한 병 사려고 둘러보니 맥주가 없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저 쪽으로 가라고 한다. 건너편에 맥주매장이 따로 있는데  규모가  원래의 마트 크기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몇 가지 종류의 맥주만 진열해 놓고 대부분 박스채로 놓고 팔고 있어  무얼 고를까 망설이는데 어떤 부부가  맥주를 세 박스나 사 가지고  간다.


 

맥주 종류는 너무 많고, 맥주 값은 너무 쌌다. 국내에서 익숙한 유명브랜드도 1유로 안팎이니 횡재한 기분이다. 게다가 물에는 석회성분이 많아, 커피포트 밑에 허옇게 남은 것을 보면 정나미가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맥주 마시는 빈도가 늘어나며 로컬맥주 맛을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겠구나 싶던 차에 뒤셀도르프에서   정점을 찍었다. 뒤셀도르프!  이동을 위해 들른 곳이라 별다른 검색도 기대도 없었는데..... 아침 7시에 기차역에 떨어져 구시가지에 있는 숙소를 찾아 가는데 여기저기  술꾼들이 눈에 띈다. 길바닥에는 깨진 술병이 뒹굴고, 노숙자도 심심치않게 있고, 아직도 여흥이 도도한 취객은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는 내 카메라를 향해 환호한다. 이런 풍경이  독일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 어리둥절한데, 오래된 술집들의 관록이 예사롭지 않아 눈이 휘둥그레진다.   알고보니 이 곳이 꽤 알려진 곳이란다.


 

1킬로미터쯤 되려나  곧게 뻗은 볼크스거리(BolkerStraBe)는 "유럽에서 가장 긴 카운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선술집과 바가 집결된 곳이다. 일요일저녁 술집과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가 볼 만했다. 비교적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곳이든 시끄러운 클럽뮤직이 쿵쾅대는 곳이든 빈 자리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찬 가운데 저마다 갈색 맥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뒤셀도르프의 유명한 맥주 알트비어(AltBier)다. 짙은색의 보리순으로 만든다든가 진한 색깔의 알트비어는 구수하니 내 입맛에도 맞았다. 타운이 들썩거릴 정도로 먹고 마시며 떠드는 사람들을 보니,  뮌헨의 옥토버페스트가 어떨지 안 봐도 상상이 간다. 나도 갈색맥주를 한 잔 청해 놓으니 좋다.   분위기로 마시고, 눈으로 마신다. 일요일 저녁의 해방구에 편입한 기분이다. 내친 김에 맥주병을 들고 슬슬 걸어본다. 볼크스거리를 지나 강가로 간다. 라인강변의 벤치나 계단에 앉은 사람들도 어김없이 맥주판이다. 맥주 한 병씩 손에 들고 나란히 걸어가는 남녀의 뒷모습이 왜 그리 편안해 보이던지!


 

서구에서 유명한 생햄, 스페인에서는 하몽이라고 하고, 이태리에서는 프로슈토라고 하는 생햄을 멜론에 싸 먹으면 정말 맛이 좋다. 쫄깃하고 짭조롬한 하몽과 시원하고 심심한 멜론이 어우려져, 두 가지를 따로 먹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맛이 상승한다. 도대체 이렇게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을 맨 처음 생각해낸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할 정도로 참신하고 이국적인 맛에 반해서  맥주에 곁들여 먹다 보니, 맥주 하면 하몽멜론이 생각난다. 천하에 부러울 것 하나 없을 정도로,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주던 한 잔의 맥주와  하몽멜론, 누가 여행이 왜 그렇게 좋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새로운 체험이 우리의 감각을 확장시켜주어 기억하고 즐길 것이 점점 늘어 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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