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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7일 11시 06분 등록

 

2014.09.08 이동희

 

명절 중에 추석은 마음이 넉넉해지는 날입니다. 추석은 가을이 주는 풍성함입니다. 한 해 농사의 결실로 햅쌀이 나오고 사과와 배를 비롯하여 다양한 과일들이 제대로 맛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덤으로 명절 보너스로 인심도 넉넉해지면 정말 최고입니다. 마지막으로 고향의 넉넉한 인심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며 손짓하니 절로 입이 귀에 걸리고 얼굴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래서 추석에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이야기하나 봅니다.

 

한해의 2/3를 보낸 시점에서 올해를 돌이켜 보면 예년과 다른 점은 변화경영연구소 10기 연구원이 된 점입니다. 오랜 시간 눈팅만 하다가 막상 연구원이 되어 활동해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의 어려움들이 매일 발생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고 짬짬이 나는 시간을 연구원 활동에 쏟아 붓다 보니 아내는 아내대로 불만이 쌓였었습니다. 가족, 직장, 연구원 삼위일체는커녕 하나도 제대로 할 힘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을 한 이후 시간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바뀌지 않은 일상에 큼지막한 새로운 것을 자리하게 하고 보니 이것 저것 비좁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하나 하나 할 때마다 마음이 부대끼고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부대낌이 힘들어서 가족들의 이해만을 바래기도 하였으나 결국 이해라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참 많은 이해와 배려 속에 살아왔다는 것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8월 변경연 하계연수를 스페인으로 다녀온 후에는 마음이 참 편해졌습니다. 같이 연구원 과정에 참여한 동기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들도 저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주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한 개인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서로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고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묻어 두었던 시시콜콜한 개인사들을 들추어 내어 햇볕에 빨래를 말리듯 동기들 앞에 보이기도 하고 그들의 민낯을 들여다 보며 같이 슬퍼하고 기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제가 수다스럽다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지만 마음 열고 이야기 하면 이것도 재미라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즐거움이었습니다.

 

연구원 활동의 결과인지 2014년 추석은 예년과 다르게 느껴집니다. 모든 풍성함을 담을 그릇이 없던 저에게 조그마한 그릇이 생겼나 봅니다. 그릇이 작으니 담을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제 조금은 넉넉히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생겨나게 된 것은 아마도 힘들었지만 그간 변경연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된 많은 것들과 그 과정에서 매일 부딪히며 느꼈던 일상의 소중함을 담을 제 마음이 넉넉해지고 있나 봅니다. 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추석 전날 고향 어머니 댁에 와있습니다. 하루를 자고 나니 잠자리는 불편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예전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편안합니다. 이제 차례 음식 준비하느라 어머니와 아내, 제수가 같이 모여 웃음 꽃이 핍니다. 남자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서먹한데 여자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더 신나나 봅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그간 못 나눈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합니다. 오랜만에 어머니 댁이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애들도 이제 커서 가만히 자기들끼리 놉니다. 차례 준비가 끝나는 저녁에는 모두 같이 나가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추석 전날 집안 사람 모두 모여서 영화를 보곤 하는데 같은 영화를 모두 같이 보는 경험을 나누는 것도 참 좋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약간 급해졌습니다. 그 동안 못 본 가족들을 만나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다니는 저는 하나 더 챙겨야 합니다. 연휴가 있기 때문에 그간의 시간 공백을 매워 놓아야 합니다. 요즘 해외 사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가끔 어려운 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외국 고객들은 저희 명절을 고려해주는 곳도 있지만 그쪽 일정에 맞춰서 일을 하다 보면 저희 명절은 고려할 틈이 없기도 합니다. 특히, 계약을 앞두고 있는 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연휴에 출근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추석이라고 모든 분들이 추석의 넉넉함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모든 분들을 위해 열심히 제자리를 지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요즘은 대체휴일이라고 해서 연휴가 공휴일과 겹치면 평일 하루를 더 쉬게 하는데 이번 연휴가 그렇습니다. 연휴가 길어지다 보니 여름 휴가를 제대로 못 보낸 사람은 연휴가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연휴 초 거의 100만 명이 인천 국제 공항을 이용하였다고 하는데 많은 분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갔나 봅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그렇게라도 휴식을 취하고 충전을 해서 돌아와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무엇이 문제이겠습니다. 잘 쉬고 좋은 경험하고 즐거운 얼굴로 무사히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면 중추절을 맞아 힘든 전쟁 중이었지만 병사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며 위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명절이라는 것은 그 민족의 뿌리에 자리 잡고 있는 그 무엇인가 봅니다. 어려운 시간이지만 같이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고 같이 그 시간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명절이 주는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께 행복하고 건강한 한가위 되시길 한가위 보름달을 보는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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