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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0일 13시 36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 안 빽빽한 몸 사이로 팔 하나를 가까스로 올린다. 5인치의 작은 화면으로 세상이 펼쳐진다.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들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 아침은 손바닥만한 화면에서 시작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독서율 최하위’. 이 불명예 딱지는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한민국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지만, 이 때문에 우리는 독서의 ‘즐거움’을 잊었다. 독서는 지식과 정보를 주는 한편, 꽁꽁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다. 우리는 책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깊이 품을 수 있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을 보라. 토론이라기보다는 싸움판에 가깝다. 상대 주장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없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마음뿐이다.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이 왜 이런 걸까?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지식과 정보만 취사선택했기 때문이다.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필요한 자료만 찾아낸다. 반대되는 생각은 사장시키고 스스로 뿌듯해한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좋은 책을 깊이 읽은 사람은 그럴 리 없다. 상대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감할 부분은 공감한 다음 자신의 의견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책 속에서 자신의 무수한 편견을 만나 깨져 봤기 때문이다. 책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자기 안의 편협함을 발견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존 사고방식을 강화하는 책은 좋은 책이라 보기 어렵다. 기존 사고를 깨뜨려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게 하는 책이 좋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는 카프카의 말로 시작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한 바탕 ‘깨지기’ 위해 읽는다. 깨짐으로써 다른 생각을 품기 위해 읽는다. 이것이 책을 대하는 좋은 자세다. 그러려면 ‘다독(多讀)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고, 지식과 정보만 자랑하는 책 읽기가 된다는 것이다. 일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에 줄 친 부분이 몇 쪽이냐가 중요하다. 내 가슴을 무찔러 들어와 ‘큰 울림’을 준 책이 있느냐가 중요하지 책장에 몇 권의 책이 꽂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는 얕은 독서에서 깊은 독서로 통하는 벽을 깨부수는 도끼다. 그는 한 문장 한 문장 꾹꾹 눌러 읽는 책 읽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보여준다. 꾹꾹 눌러 읽어야 깊어지고, 깊어질수록 삶은 재미있는 법이다.

 

박승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Directan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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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94일자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540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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