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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1일 23시 58분 등록


보름달

-전화

 

이진명

 

전화가 왔으면

전화가 왔으면

전화가 왔으면

 

명절인데 엄마는 전화도 못 하나

거긴 전화도 없나

전화선 안 깔린 데가 요새 어디 있다고

무선전화 세상 된 지가 벌써 언젠데

 

유선이든 무선이든 전화 하나 성사 못 시키는

느려터진 보름달

둥글너부데데한 지지리 바보

얼굴 피부 하나만 허여멀건 반질해 가지고

지 굴러가는 데 알기나 알까

잠실운동장의 몇백만 배 될 그런 운동장 암만 굴러도

아직 모르냐, , 거기 죽은 세상이란 걸

 

여기도 죽은 세상

거기도 죽은 세상

똑같이 죽은 세상

죽은 세상끼리 왜 통하지 않느냐

 

엄마는 그깟 전화 한번을 어떤 세월에 쓰려고 아끼나

할머니도 마찬가지

죽어 새 눈 떴는데

아직도 눈 어두워 숫자 버튼 하나 제대로 못 누르나

 

여기도 죽은 세상

거기도 죽은 세상

군번 없고 고유번호 없고

전화기 돌릴 손모가지가 없어

전화 못 하긴 나도 마찬가지

 

, 그렇지만 나는

빈다

빈다

빈다

아무 잘못 없는

바보 보름달에게 말도 안 되는 시비하며

죽어도 마음은 있어서 빈다

 

전화를

전화를

전화를

 



--------

차오르지 않은 달에게 벌써부터 빌고 빌었었다.

선녀되신 우리 엄마 한 번 내려오시라고.

전화 한번 하시라고.

늘 누르던 6번 꾹 누르면 내 목소리 들린다고.

선녀되신 우리 엄마, 선녀 같은 시어머니 만나게 해주셨다.

가정을 이루면 엄마가 두 분이 된다는 것은 축복!


차 오르고 있는 달에게 빌고 또 빌었다.

천사되신 우리스승님 한번 다녀가시라고.

소심하게 보낸 문자 한번

확인하시라고.


제주도 푸른 밤,

바다에 비친 꽉 찬 보름달에 시비 걸고 시비걸었다.

아름다운 금빛가루 거두지 않으면 그 빛 따라 들어가겠다고

파도소리 그치지 않으면 그 소리 찾아 뛰어들겠다고.

말도 안 되는 시비에 달님은 알려주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은 늘 곁에 있는 것이며

마음으로 보고 있노라고.

아름다운 그 순간, 떠올릴 사람이 있다는 것도 축복!


명절이라 개통된 전화기 너머 달빛 타고 날아온

조만간 보자를 나는 보고 싶다로 읽는다.

꿈에서든 생시든 보고 싶다보다 가슴 설레는 말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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