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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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전화
이진명
전화가 왔으면
전화가 왔으면
전화가 왔으면
명절인데 엄마는 전화도 못 하나
거긴 전화도 없나
전화선 안 깔린 데가 요새 어디 있다고
무선전화 세상 된 지가 벌써 언젠데
유선이든 무선이든 전화 하나 성사 못 시키는
느려터진 보름달
둥글너부데데한 지지리 바보
얼굴 피부 하나만 허여멀건 반질해 가지고
지 굴러가는 데 알기나 알까
잠실운동장의 몇백만 배 될 그런 운동장 암만 굴러도
아직 모르냐, 너, 거기 죽은 세상이란 걸
여기도 죽은 세상
거기도 죽은 세상
똑같이 죽은 세상
죽은 세상끼리 왜 통하지 않느냐
엄마는 그깟 전화 한번을 어떤 세월에 쓰려고 아끼나
할머니도 마찬가지
죽어 새 눈 떴는데
아직도 눈 어두워 숫자 버튼 하나 제대로 못 누르나
여기도 죽은 세상
거기도 죽은 세상
군번 없고 고유번호 없고
전화기 돌릴 손모가지가 없어
전화 못 하긴 나도 마찬가지
오, 그렇지만 나는
빈다
빈다
빈다
아무 잘못 없는
바보 보름달에게 말도 안 되는 시비하며
죽어도 마음은 있어서 빈다
전화를
전화를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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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지 않은 달에게 벌써부터 빌고 빌었었다.
선녀되신 우리 엄마 한 번 내려오시라고.
전화 한번 하시라고.
늘 누르던 6번 꾹 누르면 내 목소리 들린다고.
선녀되신 우리 엄마, 선녀 같은 시어머니 만나게 해주셨다.
가정을 이루면 엄마가 두 분이 된다는 것은 축복!
차 오르고 있는 달에게 빌고 또 빌었다.
천사되신 우리스승님 한번 다녀가시라고.
소심하게 보낸 문자 한번
확인하시라고.
제주도 푸른 밤,
바다에 비친 꽉 찬 보름달에 시비 걸고 시비걸었다.
아름다운 금빛가루 거두지 않으면 그 빛 따라 들어가겠다고
파도소리 그치지 않으면 그 소리 찾아 뛰어들겠다고.
말도 안 되는 시비에 달님은 알려주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은 늘 곁에 있는 것이며
마음으로 보고 있노라고.
아름다운 그 순간, 떠올릴 사람이 있다는 것도 축복!
명절이라 개통된 전화기 너머 달빛 타고 날아온
‘조만간 보자’를 나는 ‘보고 싶다’로 읽는다.
꿈에서든 생시든 ‘보고 싶다’보다 가슴 설레는 말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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