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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9일 23시 58분 등록


,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마종기

 

오랫동안 별을 싫어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인지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의 바깥에서,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안쓰러움이 싫었다. 외로워 보이는 게 싫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북부 산맥의 높은 한밤에 만난 별들은 밝고 크고 수려했다. 손이 담길 것같이 가까운 은하수 속에서 편안히 누워 잠자고 있는 맑은 별들의 숨소리가 정다웠다.

 

사람만이 얼굴을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아무데서나 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더 이상 별을 믿지 않고 희망에서도 등을 돌리고 산다. 그 여름 얼마 동안 밤새껏, 착하고 신기한 별밭을 보다가 나는 문득 돌아가신 내 아버지와 작은 동생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

오랜만에 별을 보았다. 오랜만에 시야의 끝에서 끝까지 펼쳐진 밤하늘을 보았다. 별은커녕 하늘도 보기 힘들 서울 하늘아래서 그 밤은 행운이었다.

내 어린 시절 여름 밤은 마당에서 별을 보다 잠들곤 했다. 한 켠에 말린 쑥을 태워 모기를 쫓고 멍석 위에 누워 옥수수를 먹으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밤이지만 하늘은 바다처럼 푸르고 밝았다. 간혹 흰구름도 천천히 지나기도 했고 별은 빈틈없이 총총총 박혀 있었다. 가장 크게 반짝이는 별을 내 별로 정하고 싶었으나 서열상 한번도 가질 수는 없었다. 은하수가 길게 드리워진 하늘을 바라보다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새벽녘 비밀스럽게 내린 서리의 서늘함을 느끼곤 방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 넘쳐나던 은하수 이젠 볼 수 없는 겐가?.지상의 불빛이 별인 척 하여 삐친 겐가?

어둠 속에서 만난 별님은 문득 먼 곳을 응시하는 나에게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오른 길로 간다면 아주 좋은 길동무을 얻게 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러나 항상 오른 길로 간다는 것은 쉽진 않을 일이니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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