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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풍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글쓰기를 하려는 사람이 꽤 많아졌습니다. 글쓰기를 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인문학 공부의 한 방편으로, 치유의 목적으로, 또는 글을 쓴다는 것을 내보이려는 욕심도 있겠지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멋진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고요. 아니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옛날부터 글을 잘 쓴 명문장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글로 세상을 호령한 사람들도 있었지요. 세상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만한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글재주를 타고난 사람도 힘겨운 연마를 거쳐야 합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단련의 과정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 바람을 어렵지 않게 느끼는 만큼이나 역설적인 풍경을 만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미친 듯 들여다봅니다. 이런 풍경이 일상인 사회에서 글쓰기 열풍이 분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1년 평균 독서량은 1권이 채 안된다고 합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절대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연결고리가 도저히 만들어지지 않는 두 모습입니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왕도가 없다고 합니다. 다독(많이 읽고) 다작(많이 쓰고) 다상량(많이 생각하는)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혹시나 책읽기는 싫지만, 글쓰기 연습을 하는 건 귀찮지만, 많은 생각을 하는 건 더 싫지만, 글은 잘 쓰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요. 전혀 불가능한 것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요. 쓴 약은 제쳐놓고 막대사탕만 빨면서 병이 낫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런지요.
한권으로 읽는 세계사, 하룻밤에 끝내는 국사 같은 책을 한번쯤은 손에 잡았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몇 천 년의 역사를 한 권으로 쉽게 공부할 수 있다는 얄팍한 기대가 있어서였지요. 그 한 권으로 얼마나 많은 점수를 얻었을까요. 비싼 돈을 받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항상 고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쉽게 간단하게 살을 뺄 수 있다는 말에 혹하기 때문이지요. 다이어트 방법은 덜 먹고 운동하고 땀을 흘리는 게 최고라는 걸 누구나 압니다. 그러나 더 쉽게 더 편하게 목적을 이루고 싶어 합니다. 그 결과가 만족스러울 리 없습니다. 하나를 투자해 열을 얻는 방법은 없습니다. 세상을 어느 정도 겪어보면 한 권으로 세계사를 세세히 알 수 없다는 것쯤은 알게 됩니다. 땀을 흘리지 않고 개미허리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편하고 쉽고 간단히 많은 것을 얻으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합니다.
얻고자 하는 게 있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때로는 불편함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힘든 게 싫다면 무언가를 얻는 것도 포기해야 합니다. 편하게 많은 것을 얻는 방법은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을 이런 말로 마무리 했습니다. “배고픔과 함께, 미련함과 함께.”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 사이에서 사람들은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겠다고 합니다. 그건 고급스러운 궤변일 뿐입니다. 결국 배고픈 돼지가 되고 말겠지요. 조금은 고단해야 합니다. 조금은 미련해야 합니다. 그 길을 지나야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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