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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1일 23시 16분 등록

Book Review: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1.     저자 만나기 

박찬일. 서울 태생, 딸 셋에 외아들로 귀하게 자란. 중대 문창과에서 소설을 전공한 그는 잡지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요리에 매혹돼 이탈리아에서 요리공부를 하고 돌아와 한국 토속의 식재료를 살린 이태리 요리로 이름을 알렸단다. 지금은 셰프이자 강사이자 저술가로서 활약 중. <와인스캔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보통날의 파스타>, <어쨌든, 이태리>를 썼다고. 소설가이길 희망했던 기자 출신의 작가이기에, 헐렁한 듯 꽉 찬 느낌이 매력적인 글 솜씨를 지녔다. 별다른 내용이 있진 않지만,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재주. , 부럽다.

2.     내 마음에 들어온 글

그러므로 맛은 문명과 동일어이기도 하다. 맛으로 인간은 인간다워졌다. (p6)

맛은 짠맛, 단맛, 쓴맛, 신맛을 말한다. 감칠맛(우마미)을 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매운 맛은 왜 빼느냐는 항의도 있다. 그런데 이 4미가 각각 균형 있게 맛을 구성하는 건 아니다모든 맛은 결국 짠 맛으로 수렴한다. 단맛, 쓴맛, 신맛이 없다고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지는 않는다. 오직 짠맛만이 음식의 맛을 결정적으로 지배한다…. 분자요리의 대가 페란 아드리아라는 요리사가 있다…. 그가 한 말은 소금의 존재를 분명히 부각시킨다.

요리의 맛을 바꾸는 유일한 재료는 분자요리가 아니라 소금이다.” (p7)   

소설가 한창훈의 병어이야기는 가슴을 치는 맛이 있다. 그는 병어야말로맨 처음으로 돌아오는 맛이라고 말한다.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한 분은 그의 수필집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읽어보면 된다. 한번 잡으면 단숨에 독파해버리게 되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p20)

건강한 육체노동자들의 왕성한 식사 현장을 훔쳐보는 것이다. 대개 그들은 곱빼기를 시킨다. 속으로 조용히 읽어보시라. 곱빼기, 이 말에 복 있으라. 짜장면을 양껏 젓가락으로 말아 올려, 입가에 소스를 묻히며 후루룩 소리도 요란하게 한 다발의 짜장면을 넘기는 장면나는 거기서 생명의 힘을 느낀다. 우리가 뭘 먹는다는 행위는 진정 숭고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 (p29)

국수는 어느 작가가혁명가의 음식이라고 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들이 한 그릇 바쁘게 뚝딱 해치우는 음식이라는 뜻일 테다. 나는 그런 국수에게우물가의 음식이라고 한 줄 더한다. 펌프든 우물이든, 그 습하고 더운 여름날의 오후, 국수 한 그릇을 마당에서 말아 먹을 수 있는 우리는 행복했다. (p41)

누이들이 양을 걱정하지 않고 맘껏 먹을 수 있는 건 국물뿐이었다. 입천장이 벗겨지도록 뜨거운, 누런 닭기름이 둥둥 뜬 비릿한 그 국물을 마셨다. 들이켰다. 백숙은 젠장, 서러운 음식이었다. (p57)

자기 학대의 미학을 보여준 걸출한 모더니스트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쓰가루>는 최근에 읽고 한동안 그 자욱한 여운에 몸서리쳤던 소설이다. 이미 수차례의 자살 시도로 심신이 망가진 다자이가, 밥을 벌러 한 잡지사의 원고 총탁을 받아 고향 쓰가루 지방을 기행하는 형식의 줄거리다. (p74-75)

Y의 서울살이는 곤란했으며, 배가 고팠다. 그는 술이 취하면 청어를 찾았다. 겨울 바닷가에서 아버지랑 구워 먹던 청어를 그리워했다. 아니면 한겨울 맛있는 김치를 찾았다. Y가 김치 얘기를 꺼내면, 아무도 김치를 젓가락에 대지 않았다. 그런 건 김치가 아니었으니까.(p108)

청어가 살을 다 내어주고 가지런한 등뼈와 가시를 예쁘게 드러냈다. 술은 이미 얼큰했다. 선주후면이라고, 술을 마셨으면 국수를 먹는 게 순서였다. 국수는 중앙동이야. 그건 Y 아버지의 루트였을 것이다. (p109)

파도는 병신, 너는 병신, 하며

대포항 방파제를 돌아서 나가고 있다.

어차피 내 청춘의 실패는 이십세기와 같이 가 버렸다.

-      대포항 방파제, 함성호 (p110)

눈을 감으니, 막 떠놓은 멸치 필레가 혀 안에서 미끈거리면서 요동을 친다, 살아 있는 것 같다. 아작, 깨무니 까칠한 작은 가시가 무너지며 쫀득한 살이 자근자근 씹힌다. 아아, 봄맛이 절정이구나.(p122)

행패라고 해봐야 물총처럼 체액을 사람한테 냅다 쏘는 거였다. 멍게가 손이 있나 발이 있나, 하다못해 콱 물 수 있는 이빨이 있나. 물총이라도 쏘는 것은 장렬한 반항이었다. 친구인 해삼은 아무 반항도 못 하고 그냥 토막이 나는 데 비하면, 결기 있는 건 멍게인 셈이다. (p126)

멍게 꼭지 좀 씹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게 씹어도 씹어도 멍겟살 한 점 제대로 넘어오는 게 없다. 살로는 부족한 안주발을 아무 건더기 없는 꼭지로 메워보겠다는 눈물겨운 생각에 간택된 부위일 뿐 아니던가. (p126)

통영 앞의 어느 바다는 그렇게 멍게로 바닷속을 새빨갛게 채우고 있다가 늦봄에 맛이 들기 시작했다.(p127)

마당 밖에 개들이 가득 몰려와 있었다/ 삶은 호박잎에 고등어 조림을 싸먹다가 / 무심코 생선살을 한 점 떼어 환한 마당에 던졌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마당에 / 고등어가 재빨리 지느러미를 달고 / 허공을 거술러 헤엄쳐 뒤란으로 사라졌다. (후략)

-      함성호, <고등어>에서 (p142)

너의 그 푸르른 힘을 빌어 간신히 그 시절을 지나왔다.” 윤대녕은 수필집 <어머니이 수저> 에서 고등어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p143)

훈제한 고등어 한 마리를 턱 올려놓은 우동에 기겁했던 교토 어느 골목의 우동집을 기억한다. 아직은 매서운 바람, 3월의 벚꽃은 아직 드물었던 그 여행.  인연 먼 직장 동료들과의 출장일지 여행일지 모를 3 4일은 고등어 올린 우동만큼이나 요상한 경험이었다.

그의 초콜릿소스는 뭔가 마성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좋았다. 디저트가 아니라 요리에 쓰는 초콜릿이므로 설탕은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은 다크 초콜릿이다. 맛이 쓰지만, 입안에 넣으면 오래지 안아 깊고 그윽한 카카오의 향이 가득 퍼진다. 쌉쌀한 맛은 입맛을 돋우고 토끼 고기 특유의 비릿한 맛을 중화시켜준다. 질 좋은 카카오는 그 열매가 자란 고장의 토양과 기후를 그대로 닮는다고 주세페는 말한다.(p194)

초콜릿 소스의 토끼 고기 같은 건 이제 먹지 않을 줄 알았어. 이탈리아에 맥도널드가 들어오고 나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지.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그걸 만들고,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낙관하는 거야. 희망이 없으면 삶이 무슨 소용이지?”(p195)

말을 다시 글로 옮길 때, 뱉은 자의 어투 그대로 창작의 여지 없이 옮긴 인용문은 종종 글의 흐름을 깬다. 그래도 그것은 주인이 있는 말이어서 필자의 손길이 닿는 것 또한 죄의식 섞인 부자연스러움을 낳는다. 그러나 외국인 친구의 말이라면, 나의 손길이 닿아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 품은 글에 동화되며 훨씬 매끄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모든 요리는 테루아의 산물이다. 남북의 기후와 토양, 사람의 성정에 따라 김치 하나조차 다른 맛을 보이는 게 테루아다. (p218)

여행하는 어디선가 그 동네의 볶음밥이 있으면, 나는 시키고 본다. 그리고 L형과 어린 누이의 정을 생각한다. 그리고 잠시 눈앞에 흐려져서 볶음밥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외면하고 되는 것이다.(p219)

아서라, 여러분들이 대구포인 줄 알고 계시는 대부분의 안주는 대구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정체불명의 포일 뿐이다. 진짜 대구포는 가스불에 굽는 냄새만으로 사람을 매혹시킨다. 명태포도 아니고, 대구포를 가짜로 낸다는 건 이미 냄새에서 두어 자락 접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미각의 저 깊은 바닥을 깨우는 냄새 말이다. , 대구포는 가볍게 찢어진다. 그걸 입에 넣으면 마치 펌프의 마중물처럼 마구 생맥주를 끌어당긴다. (p222)  

맞다. 대구포는 종이장처럼 가볍게 찢어진다. 그것은 정체도 모를 잡어들을 마구 짖이겨 만든 생선포의 둔중한 찢김과는 완전히 다른 질감이다. 그 향은 또 어떤가. 조미료에 뒤섞인 싸구려 생선포의 달고 역한 비릿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신선한 바닷바람 같은 향, 그 사이 살짝 느껴지는 싱싱한 대구의 결코 역하지 않은 비릿함이 입맛을 돋운다. , 진짜 대구포를 아빠가 정말 좋아해서, 어린 시절 떨어지지 않게 엄마가 준비해놓으시면 나는 눈치를 보며 얼마나 줄기차게 꺼내 먹었는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도 대구포를 구하지 못하셨다. 대구포 외에 다른 생선포는 오징어를 비롯해 싸구려 취급하며 드시지 않던 아버지였는데, 시장에 대구포가 자취를 감춰서 나도 안타깝게 대구포를 잊어야 했다. 출장 뒤 휴가를 붙여 다녀온 노르웨이 여행길에서, 대구포를 30여년만에 만났을 때, 나는 실망했다. 일단 그 비싼 가격에. 그리고 촉촉한 물기가 얼핏 느껴지는 살결은 커녕, 먼지가 나도록되게말린 나머지 죽죽 찢어지는 대구포의 가벼운 질감과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없었기에. 건어물 상점에 가면 주인 노릇을 하던 그 많던 토종 대구포는 대체, 어디로 죄다 사라졌단 말인가.

대구는 마치, 한국인의 간고등처럼 염장의 미각을 완성하는 절대 가치다. 소금에 절이면 전혀 다른 맛이 난다는 건, 대구를 먹어봐야 그 뜻을 알게 된다.(p222)

서울은 모든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나는 선배를 따라 참새 머리를 씹었다. 너무 타서 쓴 맛이 났지만, 씹으니 고소한무엇이 혀에 닿았다. 그것은 생명의 원형질 같은 거였다. 단순히 단백질과 지방과 수분의 조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내가 씹은 그것이 참새가 아니라 메추리 새끼였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작고 따뜻한 몸 위에 붙어있던 공깃돌만 한 머리가 파삭, 어금니에 부서졌다. (p254)

L은 냉면의 종류에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회냉면에 칡냉면, 야콘냉면이 있고 응용으로 섞기미냉면이나 물비빔냉면이 있다는 등의 대도시 거주 냉면광들의 신경질적인 이론을 전혀 용납하지 않는다. 그는 냉면 전문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냉면은 평양식 물냉면, 그 하나 뿐이라고 단언한다.  성석제, <소풍> (p304)

기차는 덜커덩거리면서 멈춰 섰다. 이탈리아 남부의 항구도시에서 시칠리아행 기차는 프랑크 소시지처럼 배에 실렸다. 어둡고 습한, 거대한 고래 뱃속 같은 배는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칠리아로 넘어가는 화물을 가득 싣고 있었다. (p325)

어려서부터 메밀을 좋아했다. 특히 남대문의 허름한 냉면집 부원면옥, 그 식당의 주방 창으로만 40년 째 보고 있는 비닐 앞치마, 그걸 입은 어느 늙은 주방장의 노고. 왼팔이 더 두꺼워서 눈물겨운 중국요리의 오장 검투사 이연복형, 그가 손수 만드는 군만두, 그 만두의 즙, 다음날 아침에도 입안에 향이 남는 2만원 짜리 옌타이 고량주, 사진 속 아버지가 드시는 노란색 딱지의 두꺼비 소주. 다 먹고 놔두면 허옇게 굳은 기름이 보이는 짜장면, 콜레스테롤 따위는 걱정하지 않았던 시절. 세 장에 천원 짜리 마포 껍데기를 연탄불에 굽다가 중독되어 픽픽 쓰러지던 시절.(p334)

 

3.     저자의 입장에서 다시

서문 .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맛의 강물을 건너는 당신에게

1

맨 처음으로 돌아오는 맛, 병어

솜사탕 같은 구름 한 점 떴다

생명의 힘, 짜장면

먹는 일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짬뽕의 불맛

짬뽕은 국물이다

우물가 음식, 국수

여름 음식의 서정

수박과 화채

얼음 배달하던 소년

아버지의 닭백숙

닭 한 마리의 충직한 투신

돈가스의 추억

모든 기름진 것의 으뜸

만두의 육즙

나도 만두당이 있으면 가입하련다

도시락 찬합

운동회와 어머니의 찬합 쌓기

배추전

전은 지구전(持久戰)이다

마늘의 힘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적 향신료

감칠맛의 황제, 서산 게국지

제철 게살에 간장의 조합

남도 한정식

소리 없는 자부심이 복작이는 새벽 해장국집

속초의 청어

바다는 그대로인데, 청어도 돌아왔는데

산낙지의 인생

하와이 사람들이 낙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

술을 부르는 안주, 멸치

아작, 깨무니 까칠한 가시가 무너진다

봄을 알리는 멍게향

멍게 꼭지 좀 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꼬막

아릿한 맛 뒤에 천천히 개펄의 뒷맛이 퍼진다

수수한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과 탁한 국수 국물의 절대적 상승작용

바다의 보리, 고등어

그 오랜 명망 잃지 마시라

부산의 맛

조르지 않는 애인이나 묵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2

<대부>의 카놀리, 토마토소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기게

소 내장 요리

세상의 모든 괴식

달걀

뉴칼레도니아에서 맛본 예술

치즈

무심한 우유의 완벽한 변신

랍스터

살에 기억된 세월의 맛

햄버거

입이 미어터지게 만드는 쥬이시한 매력

토끼 고기와 초콜릿

초콜릿 소스에는 마성이 깃들어 있다

캐비아의 전설

귀품의 반열에 올라선 맛 중의 맛

쌀국수

호로록, 국수를 예쁘게 빨아들이는 법

홍콩 딤섬

참을 수 없는 냄새의 입자

볶음밥의 순수, 나시고랭

L형의 팔뚝이 민속박물관에 가야 할 이유

바칼라

꾸득꾸득, 절임의 미학

할랄푸드

지상에서 가장 경건한 식사법

라멘

쓸쓸한 샐러리맨의 어깨

두부의 단순미

하루키가 말하는 두부를 맛있게 먹는 법 세가지

 

3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참새머리의 맛

김훈, <남한산성>

식으면 굳어요, 쭉 내세요

박완서, <그 남자네 집>

진짜 민어를 보긴 보았소?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법>

연어와 함께 여행하는 법

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달큰한 토마토향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지중해식 문어 삶기

성석제, <소풍>

어느 냉면 애호가의 역사

백영옥, <스타일>

고기 권하는 사회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황새치를 가르는 장인의 솜씨

 

감사의 말 . 내가 먹고 내가 되었다

 

이번 책은 특히, 서문과 감사의 말로 끝나기까지 목차의 소제목들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이런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소위 에세이 류를 읽으면서 느껴지는 헐거움, 여유 같은 감정이 왠지 쓸모 없는 글이라는 느낌을 줘서 불편하기도 하고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그래, 든다…. 정말 어마어마한 글쟁이들, 이를테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창작백과에서 보여주는 정도의 천재적인 입담이 아니면 시간 아깝다. 그런데 비교적 이 책은 기쁘게 읽었다. 물론 끝에 가서는 또 좀 지겨웠지만.

 

여하간 첫 책 쓰기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 에세이 류가 될 듯 하므로, 나는 이 책을 찬찬히 분석해볼 이유가 있다. 자료가 될만한, 인용문이 될만한 것들은 많이 찾지 못했다. 정보나 지식의 습득은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니까. 생생한 표현력이 이 책에서 내가 배울 점이다. 소설가 지망생답게 글이 간결하고 꽉 차 있다. 그리고 소제목의 나열에서 느끼는 리듬감, 적절한 어휘, 키워드의 조합이 벤치마킹할 점이다.         

 

아버지의 닭백숙 - 닭 한 마리의 충직한 투신이라니. 백숙을 충직한 투신이라 표현한 것. 완전 공감. ‘바다는 그대로인데, 청어도 돌아왔는데이것도 좋다. 술을 부르는 안주, 멸치 – ‘아작, 깨무니 까칠한 가시가 무너진다보이고 감촉하는 제목, 역시. 봄을 알리는 멍게향 – ‘멍게 꼭지 좀 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냉면에 간장 좀 쳐본 본 사람은 알겠지만, 뭐 이런 제목으로 가봐도 되려나? 냉면이 미식의 입문이 되는 경우가 많은 지, 여기서도 그 이야기가 나온다. 성석제의 소설에도 등장한다니. 함 살펴봐야 하려나. <소풍>이라고 했나. 모든 냉면애호가는 평양냉면을 먹기 전과 그 후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구분한다는 거지. 그것은 여섯살 배기 내 아이의 솔직단순한 냉면갈급증을 총해서도 확인한 바, 순메밀의 하얀 면발만이 진정한 냉면이라는 듯, 시도 때도 없이 하얀 국수를 먹으러 가자는 녀석이다

 

추억과 음식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에 셰프로서의 경험과 지식이 아주 약간, 적당히 감칠맛만 날 정도로 가미된 적절한 구성의 에세이. 일단 글맛이 있어서 읽을 만 하고, 본인이 요리 전문가이므로 또 독자로서는 손이 갈만한 책인 듯. 셰프도 아니고, 문필가도 아닌 내가 음식을 소재로 책을 쓸 때, 소소한 지식의 전달을 함께 해줘야 책의 존재 이유가 좀 더 묵직해지려나? , 모르겠다. 국수의 역사에 대해 좋은 책은 이미 많은데, 이걸 어떻게 짬뽕할까. 누들로드, 누들, 식객 등에서 이미 한번 섭렵했건만. 이걸 어찌 엮어볼까. 일단 추억에 기반한 글을 몇 개 써보았으므로, 역사를 엮는 꼭지글에 함 도전해야봐야하겠다. 요네하라 마리의 글을 먼저 리뷰하면서 감 잡아봐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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