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에달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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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오프수업_구달칼럼#22
북카페 같은 분위기에 잔디밭 정원도 있는 합정동의 HUG에서 데카상스와 교육팀은 진한 포옹HUG으로 재회의 기쁨을 나누며 모였다. 팡팡튀는 아이디어와 마당발 정보력을 바탕으로 이런 소담한 곳을 수업장소로 고른 왕참치의 탁월한 능력이 돋보인다. 여행에 동참하지 못한 찰나는 몰라보게 날씬하고 이뻐졌다. 미스터리도 또 다른 날씬이로 나타났다. 그간 좀 아팠다고 했지만 글쓰기 못지않게 다이어트를 독하게 한 모양이다.
스페인 여행 이후 데카상스의 오프수업은 이전보다 훨씬 활기차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열흘 간의 여행이 우리를 더욱 친밀하게 엮어 주었나 보다. 우린 더욱 웃음이 많아지고 보다 수다스러워졌다. 웨버가 준비해 온 와인을 금붕어 물 마시듯 하면서 수업을 했다.
간밤에 잠이 오지 않아 데카상스가 올린 ‘나의 하루들’을 프린트하여 꼼꼼히 보고 메모한 덕에 비교적 내용이 풍부한 코멘트를 할 수 있었다. 데카상스 각자의 하루가 다양하면서도 무척 재미있었다. “나는 나의 하루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 란 주제로 쓴 데카상스의 하루들을 들여다 본다.
참치의 슬럼프는 시어머니와 온종일 한 집에서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법인데 유독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애착이 많은 참치 같은 사람은 더욱 고통스러웠을 게다. 특히 시어머니 하면 서로 아무리 좋은 사이라 해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나도 내 집 방 3칸짜리를 남 주고 4칸짜리 집을 전세 내어 옮긴 이유도 순전히 나의 서재를 갖고 싶은 열망에서였다. “나의 공간”의 부재로부터 오는 두통과 열정 저하 등의 기 현상이 2층으로 2층으로 이사하여 자기 방이 생기면서 씻은 듯 사라진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참치가 행한 최고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이후 참치의 변화가 기대된다. 그녀가 글도 쓰고, 낮잠도 자고, 꿈도 꾸는 그녀의 방 이름을 “글꿈방”이라 지어준다. 그렇게 썩 땡기는 이름은 아니지만 공모 중이니 더 좋은 이름이 나올 수도 있다. 선택은 그녀의 몫이다. 우리가 여행을 갈구하는 것도 공간의 변화를 즐기는 것인데 집에 늘 머물러 사는 사람으로서, 특히 주부의 방은 삶을 변혁시킬 창조적인 공간으로 필수라 할 만큼 중요하다. 참치의 권투를 빈다.
에움은 영웅이다. 단군의 후예 3단계까지 마친 새벽기상의 달인이다. 그런데 그녀가 스페인 여행 이후에는 정오에 눈을 떤단다. 나는 이 대목에서 위안을 받았다. 동지를 만난 느낌이다. 스페인 후 나만 헤매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생각을 멈추기 위해 애를 써보나 절대로 생각이 멈추어 지지가 않는다는 에움, 이런 자동생각기계라면 작가로서는 안성맞춤 아닌가? 누구는 생각이 없어서 탈인데. “나의 하루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매일이 다른 하루가 될 것이다. 내가 하루라고 생각하면 그냥 하루다.” 참으로 에움 다운 결말이다. 그녀의 글은 누구도 흉내 내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튀어 마치 요술방망이 같이 독특한 결말을 도출해 내기에 어느 누구보다도 코멘트가 많았다. 나 같은 단세포에게 쏟아지는 코멘트는 10분이면 끝나는데 에움은 한 시간이 족히 넘는다. 참 연구할 가치가 많은 에움이다.
희동이는 추석에 아내와 한바탕한 하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이 이라 밝은데 나는 왜 이리 어둡단 말인가?” 아내와 전쟁을 치른 후 심경이 절절해서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왜 애초에 사단이 된 아내친구의 딸에게 용돈 준 것을 바로 말하지 않았을까? 아내와 싸인이 안 맞아 아내가 몇 번 되물을 때 사실을 바로 이야기하면 쓸데없는 오해와 분규를 면했을 텐데. 딸이 떼를 쓰면 용돈을 주던지 선물을 하면 될 것이고,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끝까지 말을 안 하니 아내가 곡해를 할만도 하지. 그는 이 일은 너무 잘 하려고 해서 생긴 사단이니 앞으로 너무 잘 하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하자고 결론을 맺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추석의 다툼이 오히려 그가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않아서 생긴 사단이지 너무 잘하려고 해서 생긴 일은 아닌 듯싶다. 그래도 어떻게든 아내와 잘 맞춰가려는 그의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종종의 하루는 한판의 전투 같다. 그녀의 국수 책도 자기 글처럼 쫄깃쫄깃 맛있을 것이다. 9.16일처럼 다행히 그 님이 오신 날은 아이들과의 전투를 치르고 뽑아낸 황금의 시간 5시간 반 동안 A4를 6장 식이나 썼다고 했다. 안 오시는 날은 꽝이라 하니 글쓰기가 만만치 않은 대목이다. 글을 정한 시간에 노동하듯이 써야 한다고 말한 사람도 많은데 종종은 그렇게는 쓸 수 없는 타입인가? 그녀가 그 님이 오든 안 오든 상관없이 계속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9월 달이 마감이라 하니 피치를 올려야겠다. 종종 파이팅!
엘리스는 하루의 매시간마다 소제목을 달아가며 마치 책 쓰듯 일상을 기록한 게 전문가답다. 그녀의 하루는 아침의식, 봉사, 동아리활동, 육아, 수업, 부부의식 등으로 참으로 다양하고 규모 있게 이루어 지고 있다. 어찌 한 사람이 이 걸 다 해내나? 그녀는 원더우먼이다. 이중 가장 부러운 건 부부의식으로 늦게 귀가한 남편과 서로 다리 주물러 주기를 한다고 하는데 나도 당장 써 먹어야겠다. 이미 이상과 일상의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 그녀가 부럽다. 영어로 밥벌이를 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작가로서의 길을 가고자 하는 엘리스, 그녀는 구조조정의 틈새에서도 열강 중인 남편 내조에도 전문가로 조화로운 가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피울은 종종, 에움, 엘리스와의 대구막창회동을 기술했다. “때가 이르자 그녀들은 총총히 밤바다와 알코올에 몸을 맡기러 떠났고 썰물처럼 밀려간 자리에 아쉬움을 온기로 남겨 놓았다” 피울표 절창이다. 피울은 이번 모임을 통하여 경상모임, 국수투어, 통술파티와 같은 후속적 비밀결사를 모의했다.(이렇게 밝혀지면 비밀결사는 아닌가?) 유독 외로움을 타면서 사람을 그리워하는 피울은 사람(특히 여자)과의 끈끈한 관계를 좋아하는데 데카상스를 통하여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 여행, 촬영이나 노숙을 통해 일탈을 즐기는 피울은 일상이 여행이 되길 갈망하는 듯하다. 일상이 여행이 되면 떠날 필요가 없게 된다. 나도 이 말에 동의 하고 일상이 여행이 되길 희구한다. 그런데 나는 왜 떠나야만 하는가? 모를 일이다.
찰나는 다리를 다쳐 스페인도 못 가고 그 무더운 여름을 깁스한 채로 서울에서 보내야 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자답지 않게 날씬해 졌으며 해맑은 얼굴이다. 그녀의 불공의 공력이 한 몫 한 모양이다. 그녀는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오전은 온전히 나를 성찰하며 글쓰기 하는 시간으로 삼고, 오후는 책과 아이들과 사람 만나는 세상과 대면하는 시간으로 분할했다. 결국 이런 좋은 생활패턴을 습관화하여 나의 하루에만 집중하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란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 특히 그녀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역할을 별 무리 없이 잘 해내고 있다. 참치와 다른 점은 모시는 분이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바뀐 차이인데 좌우튼 대단한 내공이다.
녕이의 모험 날이란 것이 늦잠 푹 자고, 나비같이 부드러운 남편 USB와 한바탕하고, 워커샵에 가서 펑펑 울고, 차 속에서 노래하고, 종종거리며 먼저 가다가 돌아가 남편 손잡고 흔들면서 걷고… 이 모든 것이 너무 녕이답다는 생각에 홀로 쿡쿡 웃었다. 결국 자기답게 사는 것이 그녀가 바라는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어니언의 하루를 보니 나와 닮은 점이 더러 있음을 보고 반가웠다. 하루에 13,000보 식이나 걸으며 이것저것 기웃거리기를 좋아한다는 것. 물질만능의 강남만 가면 위화감을 느낀다는 것. 하고싶은 일 하는 데 돈이 별로 드는 것은 아니라서 돈에 그다지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 오늘을 채운 사소한 것들의 일상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 솔직하게 살고싶다는 것. 하긴 구선생님을 흠모하여 데카상스가 되었는데 그를 쏙 뺀 따님이니 그 정도의 동질감이 있는 게 무리는 아닐테지. 그녀가 나빠질 수 있는 권리를 외치며 진정한 자기로 돌아가서 솔직하게 살고파 하는 대목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필히 자기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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