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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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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3일 00시 04분 등록

9월 오프수업 후기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겨우 열흘 동안의 여행이었을 뿐인데, 잠잘 때 몇 시간을 제외하곤 항상 같이 했던 동기들이 엄청나게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눈만 뜨면 아침 식사를 같이 해야 할 것 같은데, 눈 앞에 선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사람들간의 정이 참 무섭구나! 싶었다. 스페인이 나에게 어떤 추억보다도 사람을 남겼구나! 그런 사람들과 오늘 드디어 오프 수업을 하니 이 얼마나 기쁜 하루인가.

일상으로 돌아와서 나는 많이 헤매었다. 여러 가지들이 일상과 합류하지 못하면서 어떤 여행 보다도 심한 후유증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평소에 없던 어머님과 아들과의 마찰이 있었고, 그 사이에서 중재를 하느라 신경을 썼더니 회복되는 속도가 더딜 수 밖에. 그래서 이번 오프수업 준비는 묻어가기버전으로 선택했다. 일일이 찾고 탐색하는 과정이 힘에 부칠 것 같아, 아는 언니한테 물어보았더니 합정동의 인문학 까페를 소개해 주었다. 주인장은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전화통화만으로 금액의 1/4을 깎아 주었다. 구선생님의 책을 많이 읽어본 독자라고 하였고, 이런 소모임을 지향하는 철학을 갖고 계신 분이라 모든 것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결정하기까지 며칠을 망설이는 것도 기다려 주셨으며, 우리 때문에 까페의 오픈시간을 1시간이나 앞당겨 주셨으니, 구선생님의 은혜가 크다.

나의 하루 창조라는 주제는 평범한 글자의 조합이지만 대단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 왜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 그 하루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등의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과제가 만만치 않다. 과제처럼 나도 익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팀 또한 하계연수 후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잡고, 새로운 날을 창조해 보라는 의미에서 이런 과제를 준비했으리라. 역시 고수 중의 고수들의 집합이다.

이번 수업은 다른 오프수업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마치 사랑방 분위기를 자아냈다. 예전보다 웃음이 많아졌고, 웃음코드도 달라졌다. 누군가가 한 마디만 던지면 사춘기를 지나는 소년.소녀들처럼 까르르 웃어댔다. 웃음이 많아지니 수업은 다소 소란스러웠다. 서로를 많이 알고 있는 익숙함 때문이었을 테지만, 그 동안의 그리움을 웃음으로 표현하는 듯 했다. 언제 봐도 반가운 사람들, 시간의 강을 같이 건너는 사람들. 알듯 모를 듯, 먼 듯 가까운 듯 곁에 있으면서 갈수록 찐해 지는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데카상스.

찰나-스페인에 동참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을 황후 다이어트와 글발로 빛을 보여준 언니. 난 그녀의 의지와 넉넉함에 시간이 갈수록 감동하게 된다. 역시 큰형님이다. 같이 하지 못한 스페인에서도 한 턱 쐈다. 술 맛은 잘 모르지만, 그때 같이 한 사람들이 아껴가며 마셨던 소주는 너무 달콤해 보여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피울-피울님을 생각하면 누구는 보이차를 떠올리겠지만 나는 사진이 먼저다. 이제는 그의 카메라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아직 어색한 부분이 남아있긴 하지만. 위압금을 물면서 밤을 지샜는데, 같이 동참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고 아쉬웠다. 어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다는 것이 이렇게 미안한 일인지 몰랐다. 이럴 때는 가장 난감하다. 욕심많 그 이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을 좋아하는 모습은 나랑 닮았다. 맘에 든다. 그리고 그때 먹어본 막창이 자꾸만 땡긴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다시 그 막창 맛을 보고 싶다. 더불어 키울도 볼겸. 키울과 나는 하루 종일 수다를 떨어도 괜찮을 것 같다.

희동-오프 수업 때마다 한 아름 안고 온다. 이번 수업에 마신 술은 완전히 웨버표다. 그리움만큼 많이도 안고 왔다. 마치 산타크로스 처럼. 항상 많은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누구보다도 기다렸을 시간인데 말이다. 스페인 이후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져 좋다.

종종-수업 때 들었던 큰 아들과의 포항 나들이가 글로 올라왔다. 멋지고 트인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무엇이든 주어지면 잘 빚어내는 글재주가 감탄스럽다. 많은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올해 들어 최고의 미소를 보여주어 즐거웠다. 마르셀은 복 받았다.

에움-그녀의 글은 잿빛을 띠고 있을 때가 많지만, 우리와 함께 있으면 누구보다도 환해지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수업 내내 밝은 달이 떠 있었다. 아마 곧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가끔은 더 많이 보여 주었으면 할 때도 있지만, 지금도 좋다. 에움이 그녀의 닉인 것 처럼 말이다.

앨리스-앨리스를 한 번 만나러 가고 싶다. 그녀의 일상이 주는 감동이 있다. 그녀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더 가까이서 보고 듣고 싶은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다. 곧 파주로 쳐들어 갈 테다. 이번 과제에서도 그녀의 활약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마치 슈퍼우먼 같다.

녕이-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위해 뛰어가는 그녀의 숨가쁨이 가끔은 안스럽다. 그런데 그 모습은 내가 갖고 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번 수업을 하면서 했다. 종류는 다르지만 나도 목마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녕이를 보면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의 힘은 USB가 아닐까?

어니언-천둥벌거숭이 같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 재미가 있다. 이번에도 늦게 일어나 세수도 못하고오면서 간식을 한아름 챙겨왔다. 정말 어니언 답다. 지난 오프수업부터 먹게 되는 어니언표 간식은 항상 기대가 된다. 그녀만큼 다채롭고 신선하고 화사하다.

구달-언제부턴가 마지막은 구달님이 장식해야 제 맛이 난다. 스페인에서도 마지막에 강펀치를 한대 날리시더니 이번에도 엄청난 것으로 장식하셨다. 그러면서도 밤새 동기들의 과제를 읽고 코멘트를 착실하게 준비하신 그의 마음이 감동이다. 호랑이와 같이 산 20년 내공의 힘이 묻어나는 순간이다. 구달님의 마지막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많이 남는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 이후 구달님이 부르던 노래가 한동안 맴돌더니, 이번 수업도 마찬가지다. 역시 마성의 사나이다.

코멘트를 아끼시지 않는 교육팀과 항상 참석해 주시는 선배님 두 분이 늘 고맙다. 때로는 우리 수업이 정말 재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 때가 있지만, 그분들의 경청하시는 모습은 가히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그리고 이번 오프수업의 과제 나의 하루 창조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수업 후에 다시 숙제를 하는 기분이랄까? 이번 주제가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운 얼굴들을 보고 오니 몸이 가벼워졌다. 징징거린 것이 민망할 정도로. 다음 번엔 나도 꽃을 피워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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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3 18:26:21 *.62.203.90

다음에는 더 맛있는걸로 대령합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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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08:17:36 *.255.24.171

언제든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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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3 23:06:53 *.124.78.132

언제나 부러운 점이 많은 참치언니! 스페인 휴유증이 이제 점점 옅어지는 것 같아 다행이예요 ^^ 건강이 최고오~!!

늘 멋진 장소 알아봐주심에 감사합니다. 서울 10대 분식집의 만두들과 송편과 약밥도 너무 맛있었어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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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08:18:46 *.255.24.171

다행이군. 역시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한것 같아.

담번엔 더 철저한 조사로 맛있는 거 대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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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04:31:09 *.113.77.122

건강 많이 걱정했는데 그래도 얼굴 표정 보니 괜찮은것 같아서 다행이야.

이제 건강을 챙길 나이이니 잘 챙기길 ~~ 이제 2층의 본인의 방도 생겼으니 참치의 환한 웃음이 다시 살아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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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08:19:41 *.255.24.171

맞아 언니. 2층으로 내려온 뒤로 어머님과 훨씬 많이 웃고 편해요.

내 마음도 훨씬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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