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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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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3일 00시 43분 등록
가을 햇살이 눈부시다. 나는 합정동으로 데카상스 소풍을 가는 중이다. 지난 주 첫 학기 기말고사를 치르며 몇 시간 못 잤던 터라 몸이 천근만근 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발걸음은 한결 가볍고 신이 났다. 그간 오프 수업을 가는 길은 늘 시험결과를 받으러 가는 것처럼 떨리고 긴장되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나의 마음은 더욱 편안해지고 있다. 그리운 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라는 느낌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를 깨우고 또 생각하게 한다. 또한 무조건적인 포용과 지지, 진심 어린 충고가 나는 감사하다.

 

멋진 카페의 정원에 들어서자 마자 데카상스 식구들이 격한 포옹으로 반겨준다. 그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다. 마치 스페인에서 엊그제 봤던 것과 같은 모습이다. 두 달 만에 보는 콩두 선배님과 미스터리 선배님도 너무나 반

갑다. 가정 집을 개조한 카페라서 느낌이 더욱 따뜻했다.

 

우리들은 모두 각자의 특별한 하루를 발표했다. 나는 내가 현재에 온전히 집중해서 살기로 했던 날의 하루를 묘사했다.

사실상 내가 계획한 것처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끊임 없이 주변을 살피는 나를 그저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었다. 후회 없이 지금에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내가 지금 이순간

, 그것이 비록 불편한 순간이더라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제를 통해 나는 매일

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동안 벼락치기 인생을 살아오면서 한계를 많이 느꼈기에, 이제는 매일의 성실한 하루하

루를 살아내는 내가 되고 싶다.


글을 읽어 나가며, 크게 떨리지 않았지만 왠지 목이 메였다. 나는 특히 남편의 이야기를 하며 울컥한다. 남편을 떠올리면

무언가 항상 짠함이 있다. 그리고 나는 갈수록 어려움을 느낀다. 너무도 비슷한 점이 많았던 우리가 이제는 다른 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고, 그래서 당황스럽다. 더욱더 자유스럽고 나의 욕망대로 나의 감각에 충실한 삶을 살고자 하는 내가

다른 사람의 시선과 규범을 중시하는 선비 같은 남편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아마 조만간 나는 그와 더욱더 심도

있게 우리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과제를 발견하기도 했다. 나의 글은 내가 의미한 것과 다르게 읽혀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독

자들을 너무 배려하지 않고 나의 흥에 취해 글을 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두의 이야기 속에 공감할 거리가 있었다. 아마 갈수록 공감 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것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나는 칼럼보다도, 오프 수업의 과제 속에서 더욱 서로를 가까이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렇게 솔

직하게 나를 까발리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는 것 자체도 신기하다. 친한 친구들에게조차 보여주기 어려운 나의 치부,

나의 어리석은 생각들, 등을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줄줄 써내려 가고 있다.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라는

고민도 전혀 없이 말이다.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생판 모르는 남이었던 우리가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은 마법같으면서도 또 감사한 일이다.

 

오프 수업을 마치며 몇 년 후, 또 다시 우리가 모여 각자의 하루를 그려보면 재미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리는 그때쯤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각자가 바라는 대로 춤추듯이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벌써부터 그 이야

기들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어떤 책을 쓰게 될 지도 궁금하다. 우선 가장 근거리의 미래 풍광이 될 종종 언

의 출간 파티를 상상해본다. 왠지 감각적이고 톡톡튀는 축제가 연상되면서도, 따뜻한 국수로 모두가 힐링 받는 자리

될 것도 같다.

 

이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현역 연구원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스쳤다. 이제서야 조금 적응하기 시작

했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니 아쉽기만 하다. 각 지역별 별미를 먹으러 가보지도, 아직 우리 데카상스들의 집을

문해본 적도 없고 같이 밤새 수다한 적도 없는데 시간만 속절없이 갔다. 앞으로의 시간들을 꼭 붙잡고 함께 즐기고 싶

다. 더 많이 같이 웃고 또 신나게 소리 지르고 싶다. 그럴려면 매일매일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해놔야 할텐데... 갑자기 자

신이 없어지지만, 그래도 노력 하련다.


이미 책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분들도 더 없이 부러웠다. 마음만 먹으면 금새 책이 뚝딱 만들어져 나올 것만 같

동기님들도 부럽다. 다들 멋지고 대단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먼 것을 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조금 더 나와 깊이 직면해야 할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여전히 나

는 연구원 시작 전과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고 계속해서 방황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원 생활은 알게 모르게 나를 변

화 시키고 있고, 나는 결국엔 꿈과 닮아 있을 것임을 믿는다.

 

벌써 이렇게? 라는 소리가 절로 날 만큼 쏜살같이 시간이 지나갔다. 오늘 만은 데카상스와 함께 밤을 하얗게 지새고 싶었지만, 집에 와 계시는 부모님과, 부모님 응대에 힘겨워 할 남편을 떠올리며 맛있는 어탕국수만 먹고 자리를 일어나야 했다. 아쉽지만 다음번엔 조르바의 춤을 함께 출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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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3 16:13:47 *.70.58.64

맞아 녕이의 변화가 눈에 보여 좋아. 그러고보니 연구원중 젤 얘기를 못해본 사람일세 ㅋㅋㅋ 담 모임때는좀 더 농도 있는 토크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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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3 22:59:17 *.124.78.132

그르게 말이예요 ^^ 학교 다니면 목요회동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늘 목요일 오전에 수업이 있더라는 ㅠㅠ

농도 깊은 토크 기대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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