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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3일 01시 26분 등록

작가관의 정립?!

10기 김정은

 

 

길 잃은 이들의 비긴어게인

 

나는 길 잃은 먼지, 우주 속의 작은 먼지일 뿐인 나는 길을 잃었다. 내가 별이 되려고 한다면 그건 그저 하룻밤 꿈일 뿐일까. 내가 어둠을 밝히려 한다면 그건 그저 눈 뜨면 사라지는 망상일 뿐일까.

 

2014 9 16

 

2012 7월에 시작한 파업은 구조조정으로 마무리되었다. 회사를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과 동료들을 잃은 슬픔은 이제 어제의 일이 되었다. 그는 살아남아 그의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물론 시한부인생이다. 남편의 얘기다. 2011년 질병으로 인해 퇴사한 후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삶을 살았던 그녀는 다시 현실에 발을 들이기로 했다. 내 얘기다.

 

배고픈 철학자가 되고 싶었던 남편은 직장에서 철학을 얹은 강의를 하기로 했고, 목마른 작가가 되고 싶었던 아내는 강의를 하며 틈틈이 글을 쓰기로 했다. 노쇠한 부모님과 어린 아이들을 둔 우리가 현실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일 것이다. 영화 비긴어게인의 ost, Lost Stars가 귓가에 맴돈다.

 

우리는 어둠을 밝히려 노력하는 길 잃은 별들인가요?

우리는 누구죠? 우주 속의 작은 먼지일 뿐인가요?

현실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나 일거예요.

신이시여, 이유를 말해 주세요. 청춘들은 왜 청춘을 버려야만 하는지......

 

먼저 작가관부터 정립하세요

 

뒷풀이 자리에서 교장선생님의 아는 동생이 동참했다. 이 사람, 왠지 낯이 익다. 그가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는 순간! 맞다, 이 사람,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 사진빨 정말 안 좋으시더라고요.

! 초면에 실례다. 사람들은 내가 눈썰미가 좋단다. 그럴 수 밖에. 일단 내 가시거리에 들어오게 된 것들은 무엇이든 놓치지 않고 카메라 플래시를 마구마구 눌러 댄다. 그러곤 머리 속 앨범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눈으로 사진 찍기는 내가 내 생명줄을 늘리기 위해 개발한 후천적인 생존 기술이다. 반대로, 생각하기도 전에 튀어나오는 이놈의 입 방정은 또 얼마나 내 생명줄을 잘라 먹었던가.

 

이 사람, 작가다. 자기계발서의 허와 실을 낱낱이 파헤친 책을 쓴 사람. 언젠가 오마이뉴스에서 그의 기사[1]를 본 적이 있다. 그가 비판한 책들 중에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도 있어서 더 기억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을 뒤집는 글에 끌리는 나는 언젠가 그의 책도 한번 사 보리라 했었다.

 

- 왜 스스로 무덤을 파시나요?

그는 자신이 전업작가라 했고 2주 뒤에 결혼한다고 했다. 난 순간 결혼에, 출산에, 육아에, 글까지 쓰고 있는 동기들의 안쓰러운 모습이 훅 떠올라 축하드립니다라는 말 대신 튀어나온 말이 그러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결혼을 앞둔 남자에게 그 질문은 아마도 왜 사랑하는 여인을 무덤으로 데려가시나요?’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무례한 질문인가. 작가님은 자신이 얼마나 그녀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또 앞으로 얼마나 책을 열심히 쓸 것인지 구구절절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 어떤 책을 쓰고 싶으세요?

이번엔 그가 물었다. 나도 모르게 장애라고 대답했더니, 소재가 참 좋단다. 향후 5년 내에 책이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고도 했었나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난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5? 그렇게 빨리? 난 그렇게 빨리 그 책을 쓸 자신이 없다. 쓴다 해도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내 아이들이 다 성장한 후에 책으로 내고 싶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눈물을 닦던 엄마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작가는 어떤 것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 자신이 쓴 글을 가족에게 보여줬다고요? 그건 말이 안됩니다. 다시는 가족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지 마십시오. 가족이 남편이고 남편이 동지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혈연으로 엮어 나를 객관적으로 봐 줄 수 없는 사람들에겐 절대 그 글을 보여주지 마십시오. 그러면 절대 책 못 씁니다. 혹시, 작가가 되는 것 말고 다른 직업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그 직업을 선택하세요. 어떤 직업이라도 작가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그래도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내가 세상에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내가 왜 그 말을 해야 하는지 작가관부터 제대로 정립하세요.

 

작가님은 우리의 대화를 그렇게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작가관의 정립?! 난 강펀치를 맞았다!

 

행동은 생각보다 강하다

 

강편치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 못 차리는 인간에겐 강펀치가 약이다. 너는 도대체 왜 글이 쓰고 싶냐? 자신에게 물었다. 시시해지더라도 솔직해지자. 그렇다. 지금껏 나에게 글은 배설 작용의 결과물이었다. 내 짧은 가시거리에 도달한 영상들 중에 도저히 소화가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내려가지 않고 내 속을 박박 긁으며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이 자작시가 되거나 아니면 한 문장의 글이 되고 난 후에나 내 속은 어느 정도 편안해졌었다내가 쓴 글은 내가 싼 똥이나 다를 바 없었다. 여태껏 난 똥을 어떻게 잘 쌀 것인가, 팍팍 쌀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똥 잘 나오는 데 좋다는 약을 구하고는 좋아했더랬다. 내가 쓴 글이 내가 싼 똥이 되지 않으려면, 내 똥이, 똥이 아닌 글이 되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등장!

 

한참을 고민했나 보다. 한 가지 생각을 여러 시간에 걸쳐 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2차에서 했던 생각을 3, 4차에서도 계속하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춤을 추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바로 그거야 할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 말고 모든 이들이 다 춤을 추고 있다. 이젠 앉아 있는 것이 민망하다. 춤 추자, 춤을 추자!

 

언제적 춤이었을까? 숭그리당당 숭당당, 룰라의 엉덩이 춤,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또 온 몸을 더듬는 그 춤은 언젠가 남미 친구들이 추던 춤이다. 나에겐 결코 강림하지 않을 것 같았던 조르바가 나에게 강림했다. 조르바가 강림해서 춤을 춘 것이 아니라 춤을 추다 보니 조르바가 강림했다.

 

그 분이 올 때까지 기다려왔더랬다. 나에겐 자주 오지도 않는 그 분을 하염없이 목 놓아 기다리곤 했다. 사람들은 그 분께서 오시면 글이 줄줄줄 써 진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 분을 그렇게 기다렸다. 글 쓰자, 글을 쓰자! 그 분이 와서 글이 쓰게 된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새 그 분께서 와 계시더라고 해 보자.

 

작가관의 정립, 그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해 보자. 행동은 생각보다 강하다.

 

 



[1] "통장 4, 비싼 장지갑... 다 썩은 동아줄이다" 이원석 <거대한 사기극>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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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3 16:07:33 *.70.58.64

작가관은 나에게도 강펀치....이 분과 그런 말들을 주고 받았군. 좋았겠다. 나도 담에 기회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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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09:36:32 *.65.152.212

그죠.... 말슴 참 잘 하시더라구요....

그 책을 사람들이 읽겠냐? 그 책이 팔리겠냐? 출판사사람들 싫어한다....여태껏 그런 얘길 많이 들었던 거 같은데 

참 신선하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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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3 22:52:00 *.124.78.132

오오 저도 그 이야기 들었으면 엄청 충격 받았을 것 같아요. 저는 뭐 쓸지 조차 이야기도 못하고 말문이 막혔을 듯...

행동주의자인 앨리스언니는 잘 할 것 같아요 ^^* 무한 믿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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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09:37:47 *.65.152.212

녕이가 날 믿고 있는 거 느껴져~~^^ 고마워 ^^

나도 녕이를 믿어!! 우리 잘 해 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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