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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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 창조’ 9월 오프라인 수업 후기
2014.09.23
10기 찰나 연구원
7월 다리를 다친 이후 일상에서 많은 변화가 왔다. 움직임의 제약이 생기면서 생각이 조금씩 깊어졌다. 깁스를 하고 있을 때가 가장 깊은 생각을 하고, 깁스를 풀고 목발에 의지해서 살아가다가 목발마저 놓아버리니 다시 생각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람의 몸은 신기하게도 하나의 감각이 마비가 생기면 다른 감각이 더 살아난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이래서 헬렌 켈러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면서도 “난 너무나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는 사람도 생기는 것 같다.
깁스를 하니 나의 하루는 너무 쉽게 재창조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잡은 약속은 어쩔 수 없이 사정을 얘기하며 취소하고, 만나자는 약속도 다음을 기약했다. 집에서도 내가 가족들을 돌보던 시간에서 돌봄을 받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이동의 제약은 생겼지만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들은 더 많이 생겼다. 몸은 불편해서 누웠다 앉았다 하면서 책을 보거나 책을 쓰거나 빈둥빈둥하거나 하는 것이 다였다. 창문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걸어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 가기로 했던 자전거여행 휴가 계획도, 연구원 하계연수인 스페인 여행도 다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게 되어서 속상하기만 했다.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남자들만의 부자여행을 며칠간 갔다 오고, 나만 집에 있으면서 나와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책 읽는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나의 하루가 더 의미 있어 졌다. 밖으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일상의 단조로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때만큼 나의 하루 창조를 하기에 좋은 날들이 없었던 것 같다. 예전부터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는데 남편과 아이가 여행을 떠난 2~3일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되었다. 하루 종일 책보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그때 조금 알게 되었다.
스페인 하계 연수기간동안은 여행을 못가는 애타는 마음으로 그동안 보고 싶었으나 연구원 북 리뷰를 하느냐 시간이 없어서 볼 수 없었던 책들과 내가 쓰고자 하는 관련 책들을 읽었다. 책속에 빠져 사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다리의 깁스를 풀고, 목발에서 의존하던 것에서 걸어 다니기 시작하고, 아이들도 개학을 하게 되면서 다시 일상은 예전처럼 흩어지기 시작하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9월의 오프 수업 과제가 ‘나의 하루 창조’였다.
- 하루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 만나는 사람? 일어난 사건? 그 사건에 대한 나의 의식? .....
- 이 하루를 특별히 모험의 날로 선택한 까닭은 무엇인가?
- 이 하루는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 이 하루는 터닝 포인트일 수 있을까?
- 끝으로 자신이 덧붙이고 싶은 말?
다시 일상에서 바빠진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동안 흩어진 일상을 다시 한 번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았다. 과연 어떤 날을 나의 하루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심하게 되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중의 한 구절처럼
‘길은 없다. 이것이 길이다. 하루가 길이다. 하루가 늘 새로운 여정이다. 오늘 새롭게 주어진 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세상이 되지 못한다면 어디에 행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나의 하루를 잘 보내면 내일도 잘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하루의 여정이 인생의 여정을 풍요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리를 다쳐 다리 때문에 고생을 하다 무릎을 펼 수 있게 된 어느 날.
땅에 두 발을 붙일 수 있고 다시 제대로 걸을 수 있는 기쁨으로 시작된 하루를 나의 하루로 잡아서 다시 하루를 창조해보았다. 이렇게 창조된 하루들이 모인다면 원하는 날들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의 빛을 보았다.
수업이 있던 지난 토요일.
2달만에 만난 데카상스 멤버들이 너무 반가웠다. 스페인 여행이후 삶에 대한 즐거움과 동기들애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져서 좋았다. 함께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제일 컸지만 대리만족으로 함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선물해 준 빛나는 볼펜처럼, 내 꿈도 빛이 나도록 노력을 해봐야겠다.
자신의 하루 창조를 제일 마지막에 읽었던 구달님의 해고통지에 대한 얘기는 갑자기 분위기를 180도 바꾸게 만들었다. 언제가는 떠나 야 할 곳인지를 알면서도, 그날이 온다는 것을 알면 좋아해야 하는데도 왜 두려워지는지 모르겠다.
연구원 수업 처음시작부터 자신과의 결별을 하기 위해 장례식을 치루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관련된 책을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떠날 좋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맞닥뜨리는 현실 앞에서는 막막하기만 하다.
구본형 선생님의 ‘40대는 가장 정력적인 나이에 버려지는 나이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뒷방노인이 된 마흔이여’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우린 얼마나 책을 피상적으로 읽고, 관념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노력하지 않은 하루를 너무 쉽게 보내고 있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해야 한다고 알면서도 하지 못하고, 노력하지 않는 나 자신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
갑자기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마치 인간은 원래 죽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을때의 당혹스러움 같은 것들이다. 언제까지 시간이 나에게 주어져있는지도 모른채 마냥 보내던 시간들을 이제는 좀 더 구체적인 시간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구달님의 새로운 항해가 시작되었다. 자전거를 탄 영웅으로서 거듭나시길 응원합니다.
영웅으로서의 본격적인 항해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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