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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3일 10시 10분 등록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1 저자에 대하여

 표현의 다이달로스

구본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변화경영사상가’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표현의 다이달로스라고 부르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구선생님의 책을 보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지금도 역시 고전 중인 것은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글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표현이 마술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릎을 한 두 번 친 것이 아니다. 성실과 고뇌의 바다를 건넌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구본형 그는 말 그대로 변화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일상에 녹여내는 사상가로 진화하고자 한 것이다. 그 뒤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는 ‘변화경영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다. 시는 젊음의 반짝임과 도약이 필요한 것이므로 아마도 그 빛나는 활공과 창조성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처럼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살 수는 있지 않겠는가. 자연과 더 많이 어울리고, 젊은이들과 더 많이 웃고 떠들고, 소유하되 집착이 없는 자유로운 행보가 가능할 것이다.

*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분야의 개척자이다.

*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IBM에 입사해 1980~2000년까지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다.

* 1998년도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출간하고, 2000년 책처럼 결별을 선언하고

  1인 기업가의 길로 나섰다.

* 2005년부터 연구원프로젝트와 꿈벗프로젝트를 직접 계획하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일’을 실천했다

* 칼럼리스트-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다수의 신문에 칼럼을 실었다.

* 강사-KBS, MBC, SBS, EBS,

   삼성, LG, 현대, SK등 많은 기업체,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많은 대학에서 강의를 한바 있다.

* 저서-<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사자같이 젊은 놈들>, <일상의 황홀>,

  <코리아니티 경영>, <사람에게서 구하라>, <세월이 젊음에게>,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깊은 인생>, <신화 읽는 시간>, <그리스인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2 내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개정판 서문

005 변화경영 전문가로서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끊임없이 나를 혁신시키는 일이다. 내 속에서 쉴 새 없이 새로운 나를 발견해내는 일은 아주 훌륭한 모험이다.

006 미래는 지금 서 있는 이 자리를 딛고 이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충분히 썩어 비옥해진 과거가 미래의 수확량을 결정한다는 것은 농사를 한 번이라도 지어본 사람은 금방 알 수 있다. 과거를 충분히 썩혀 소화해내지 못하면 과거가 살아서 미래를 지배하게 된다. 즉 과거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관성, 과거의 습관, 과거의 자취와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의 온갖 흔적, 그 영욕을 묻어 깊이 썩혀두면 우리는 지혜를 얻게 된다. 그것이 앞길을 밝히는 불빛이 된다.

>나의 거름은 풍성한데, 정말 그것을 좋은 거름으로 훌륭한 걸음으로 쓰느냐는 나한테 달려 있으리라.

006 시간적 도치가 주는 장점은 계획을 이미 발생한 실천 결과로 치환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007 ‘타도, 구본형!’ 이것이 이 책 속에 숨어 잇는 정신이다. 나는 나의 문화사, 이 개인의 실록을 통해 내가 넘어서고 극복해야 할 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는 나의 비전은 먼저 이렇게 나에게 적용되었다. 내가 내 직업의 첫 번째 고객인 것이다.

>타도, 이은심! 나도 과거의 나를, 게으른 나를, 자기 합리화를 잘하는 나를, 끈기가 부족한 나를 벗어버리고 싶다.

책을 펴내며

009 ‘자서전이란 다른 사람에 대한 진실을 말하기에 더 없이 좋은 수단임을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내가 살았던 삶이며 동시에 내 속에 있는 그들의 삶이었다. 나는 이러한 깨달음이 바로 인간에 대한 성찰의 확대라고 믿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밑으로부터의 이야기’, 이것이 위대한 인물과 힘있는 자들의 역사와 함께 또 다른 역사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 역사의 가장자리에 존재했던 무수히 작고 개별적인 인간들이 증발해서 사라져버린 역사학, ‘인간이 없는 인간에 대한 기술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009 역사는 기록된다. 기록되지 않으면 잊혀진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나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평범한 개인에게 있어 개인사의 편찬은 본인의 과제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내 인생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동반자가 되어 줄 수는 있어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어쩌면 인생은 이렇게 꿈만 꾸다가, 해야지 해야지 미루다가 끝나는 인생인지도 몰라. 그나마 꿈이 있으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겠지만, 그 꿈을 위해 실천하지 않고 최선이라는 노력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몽상에 불과한 거야. 그저 한낱 허풍쟁이의 몽상. 꿈을 꾸는 사람과 몽상가. 나는 설사 그것이 별이라 할지라도 꿈을 꾸며 살래.

010 ‘나에 대한 이야기(me-story)’는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한 기록이다. 즉 내 인생의 다음 장면을 그려보기 위한 시도이다.

>미스토리를 작성해보지 않으면 나의 지나온 나날들을 잘 보지 못할 테니까, 그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앞날에 대한 그림도 상상화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010 그러나 나는 지금부터 10년에 한 권씩 나의 이야기를 편찬하려 한다. 조금 일찍 깨달았다면 더 빨리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중략) 만일 20대나 30대부터 기록할 수 있었다면 훨씬 젊은 시절에 나의 세계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스승님의 두 번째, 50대의 자서전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50, 60, 70대의 등대가 되어 주셨다면 좋았을 것을.

011 평범한 개인의 미시사는 본인이 남기지 않으면 유실된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고 자신의 세계도 없다. 기록의 형태는 일기여도 좋고, 메모여도 좋고. 홈페이지여도 좋고, 사진첩이어도 좋고, 이 책 같은 자서전이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개인의 역사는 스스로에 의해 편찬되어야 한다. 이것이 군중 속에서, 군중으로, 흔적 없이 매몰되는 자신을 잊지 않는 길이다.

사라진 문명이 되지 않는 것, 나아가 남은 시간을 찬란한 문명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 프로젝트(Me story Project)가 절실한 이유이다.

>사라진 문명, 사라진 이름….서글프다.

일러두기

014 문화는 처음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014 나는 서로를 밧줄처럼 엮어줌으로써 굴비처럼 꿰어놓는 질서정연한 상징성을 싫어한다. 규칙이 생기면 즐거움은 줄어든다. (중략) 나는 새처럼 가볍게 변덕을 부리며 쓰는 것 자체를 즐겼다. (중략) ‘규칙과 표준이 창의성과 예술성을 말살한다. 어떤 일이든 그것을 이끄는 정신적 물결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잃으면 배를 띄울 수도, 춤을 출 수도 없다.

>’규칙과 표준이 창의성과 예술성을 말살한다에 공감한다. 나만의 공간과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시어머니라는 관습으로 똘똘 뭉친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당위성으로 사시는 분과 항상 같이 있다 보니 나의 테두리도 어머님의 울타리와 닮아가서 답답했다. 나는 넓어지려고 하나, 자꾸만 집안의 모든 것들로 나를 얽매는 언행들이 몹시도 불편했다. 그전보다 행복해졌지만 자유롭지 못하고, 가끔 우울이 찾아오는 이유를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자꾸만 내가 없어져야 하는 환경에서 있으려니 마치 코를 막고 있는 것처럼 힘들었다. 나의 공간이 생긴지 이틀째….정말 살 것 같다.

프롤로그

015 모든 좋은 것들은 웃는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그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걷는 것을 보라. 자신의 목표에 다가서는 자는 춤을 춘다.

015 시간이 다 되어 그 많던 모래알들이 다 떨어지고 마지막 촛농이 숨을 다할 때….이때 인생을 돌아본들 무엇을 어찌하겠는가! 후회 속에서 긴 한숨을 지어본들 길을 재촉받을 뿐이다.

016 나는 모든 것을 털어내되 그 이야기에 책임지지 않는 방법, 즉 화자와 이야기를 분리함으로써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의 도움을 받았다. 그것이 소설이다. 소설은 거짓과 농담을 가장한 진실과 진담임을 알게 되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고, 실제와 가상이 어울리며, 미래와 과거가 전도되고, 욕망과 성취가 혼동되는, 그래서 더욱 나다운 그림을 그려보려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실되지 않으면 전달되는 힘이 약하기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홀딱 벗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작업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을 올바로 해석하고 볼줄아는 사람이 건강한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017 과거는 늘 엄격하고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적 감옥이기도 했다. 과거가 날 만들었으니, 과거를 버리고 벗어나는 것이 또한 내 미래의 과제다.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였다. 살면서 나는 여러 번 죽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다시 태어나야 한다.

>나도 혁명전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의 역사를 쓰고 싶다.

1장 지난 10

020 , 사람이 이렇게 속절없이 죽는구나.

>이런 느낌을 난 언제쯤 갖게 될까? 여자의 평균수명으로 본다면 40년 후가 되겠지만, 사실은 한달 후가 될 수도 있고 3년 후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한다. 이렇게 매일 결심을 제대로 실천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어쩌면 그렇게 모든 희망이 이루어질것처럼 말하지만, 결국은 허망하게 그냥 시간 속에 묻혀 버릴 수도 있음을 알았다. 내가 실천하지 않는 한, 내가 노력하지 않는 한. 시간은 내편이 되지 않을 것이고 속절없이 무정하게 내 곁을 스쳐지나갈 수 있는 존재임을 알았다.

021 불행한 시기에 철학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철학은 오히려 행복할 때, 용감하고 성공적인 장년기의 열렬한 명랑함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왜 그럴까?

021~022 마흔 살은 오래 끓어 걸쭉해지기 시작한 매운탕이다. 바야흐로 인생의 뼛속 진국이 우러나오는 시기다. 마지막 젊음이 펄펄 끓어오르고, 온갖 양념과 채소들의 진수가 고기 맛에 배고 어울리는 먹기 딱 좋은 시절이다.

022 육체는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명은 힘줄처럼 질기다. 그러나 육체 역시 다른 것들 과 마찬가지로 안으로부터 비대해지고 느슨해진다. 모든 것의 궤멸은 늘 내부로부터 온다.

>육체는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 진정 아닐까? 그것 또한 한 순간의 꽃잎처럼 피고 지는 것이고, 방심하는 순간 아차! 가슴 치는 아픔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024 마흔은 가끔 불면증과의 동행과 동침을 의미했다.

>아직은 잘 자는 편이다. 스페인서 돌아와 시차 때문에 고생할 때를 빼고는 아직까지는 잠이 안와 뒤척이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것까지 나이를 먹다니….정말 시간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인가 보다.

025 고독은 비 같은 것이다. 식물을 밤 사이에 자라게 하는 그런 것이다.

025 때로는 바다 속으로 깊게 가라앉고 때로는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보는 것 모두 나쁠 게 없다.

>나도 서서히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문제는 이런 감정에 내가 휘둘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 분이 오셨구나!하고 맞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 감정에 나의 말과 행동이 개입이 되는 순간 꼭 문제가 생긴다. 이제는 편안하게 맞이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027 40대가 천천히 지나가면 청춘도 지나간다. 서서히 육체의 쇠락이 팽팽한 낚싯줄처럼 감지되고, 은은한 불안이 검은 동굴처럼 다가오면, 여자와 불처럼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중략) 아직 젊음이 늦여름처럼 무더운 이 40대에 마지막 폭염 같은 사랑으로 성년의 절정을 매듭짓고 싶어한다.

>나와 남편은 이런 면에서 다행이다. 40대에 만났으니 이런 사랑에 대한 미련은 없지 않은가!

029~030 그녀와 함께 떠나자, 그녀와 함께 도망치자. 다시는 유럽으로 돌아오지 말고 그녀와 소박하게 살자. 태양이 있는 곳, 과일이 익는 곳에서 그녀의 육체와 더불어 살자. 다른 어는 것과도 연관을 맺지 말고 지나간 날의 모든 것으로부터 동떨어진 채,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 입 속에, 그녀의 젖가슴에 묻혀 살자.

>처음 이 책을 읽으며 이 구절을 발견했을 때, 선생님의 솔직함에 사실은 놀랐다. 후에 나에게 만약 이런 욕망이 찾아 들었을 때, 나는 이리 표현할 수 있을까? 글은 글쓰는 사람이 발가벗어야 하는 숙명이 있는데, 이 숙명을 나는 과연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벌써 고민되는 부분이다.

030 남자는 여자가 길들인 마지막 가축이다. 그러나 반밖에 길들여지지 않아 늘 울타리 밖으로 튀어나가고 싶어한다. 자유는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확실한 것, 굳건히 서 있는 것들의 질서 안에서 자유는 끝나고 만다. 절실하게 바라지만 자유가 주어지면 우리는 자유를 두려워한다.

>맞는 말이다. 가정이 생기길 간절히 원했고 원하던 것이 이루어졌지만, 나의 자유본능은 자꾸만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가끔은 그러지 못해 우울함이 찾아온다. 이런 모든 양면의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나의 모습인 것을 어찌하랴. 절실하게 바라지만 그 안에 갇히는 것은 싫어하는 것 같다.

031 현실만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때려주고 싶다. 그들이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 역시 한 때의 꿈보다 더 영속적이지 못하다. 인생은 결국 짧은 꿈이었다는 것을 모든 죽어가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현실은 늘 죽음 앞에서 무력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오직 삶만이 현실의 위력에 눌려 죽어지낸다.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은 현실적으로밖에 살지 못했던 그 초라한 현실을 후회한다.

>그래서 현실에서 이상을 보고 있는데, 현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임을 시간이 갈수록 느낀다. 큰 욕심이 없다고 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욕심쟁이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034 무엇보다 가장 마흔다운 것은 건망증이다. 40대의 10년을 사는 동안 나도 건망증과 동행을 시작했다.

>나의 건망증은 가끔 두려움을 불러온다. 이거 치매 초기증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남몰래 엄습을 할 때면 주변의 비슷한 또래에게 물어본다. 그러면서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한다.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나는 나이 먹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가는 세월은 아쉬워해도 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는 시간에 대한 방향과 태도를 걱정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75세이신 어머님은 나보다 기억력이 좋으실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예전 같지 않으신 당신의 기억력 때문에 전전긍긍하신다. 하나라도 기억이 나지 않으면 그 기억의 끝을 찾아 숨바꼭질 하는 것을 찾아 내시려 안간힘을 쓰신다.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할 경우는 기진맥진 하신다. 나는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중에 하나인 흰머리는 틈날 때마다 뽑아내는 편이지만,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인정한다. 그냥 모든 증상들을 세월의 탓으로 보내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어머님처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나는 못마땅하다. 그런데 이 또한 어쩌면 나이 먹는 티를 내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참 나이가 무엇이길래. 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에 지난 날들에 미련을 두지는 않으련다. 밝아오는 햇볕을 맞으러 가야겠다.

035 과거와의 연결, 심지어 미래와의 연결도 가끔 끊어버리고, 이 돌연한 시간적 격리를 휴가로 즐길 수 없다면 바보이다. 나와 나의 불일치, 시간적 흐름에 대한 일탈과 소거는 아주 유쾌한 지구 탈출 같은 것이다.

036 나는 비관적인 상황 속에서 곧잘 낙관적인 정신적 전환에 성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 이것이 나의 강점 가운데 하나일지 모른다.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문제에 끌려 다니는 것을 더욱 싫어한다.

>나와 꼭 닮은 점을 찾으니 기분이 좋다.

038 배반 같기도 하고, 비애 같기도 하며, 무력감 같기도 하고 허무 같기도 한 통증으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뒷방 노인이 된 마흔이여.

2장 마흔 살

044~045 일밖에 없는 일꾼은 성공한 실패자가 되고, 부유한 노예가 되고, 가족에게 미안한 가장이 되고, 늘 바쁜 아비가 되어 무자비한 사다리의 꼭대기를 향해 질주한다. 어플루엔자라는 부자병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정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공허한 인생을 위로받기 위해 지나치게 돈에 집착한다. 누군가의 칭찬에 연연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무엇인가 정말 괜찮은 것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후회할 날이 있으리라. 그러나 때가 되면 그때 후회하면 되지. 언젠가 그때 말이야. 제냐 양복을 입고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서 비단길을 달려가다 어느 날 인생을 깨달은 사람처럼,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며 작은 자선을 베풀면서 살 수도 있을 테지.

046 굽이굽이 흘러온 길도 어느 한 굽이에서 끝난다. 폭포, 여기까지 흘러온 것들이 그 질긴 숨의 끈을 한꺼번에 탁 놓아버린다. 다시 네게 묻는다. 너도 이렇게 수직의 정신으로 내리 꽂힐 수 있느냐.

047 직업을 통해 이루어야 할 내면적 발전이 없다는 것은 고통이었다. (중략) 인생 깊숙이 자리 잡은 피로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남들은 배부른 투정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 해야만 하는 것처럼 힘든 것이 없다. 때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눈속임을 쳐야 할 때도 있었다. 내 선택이 아닌 회사의 방침에 따라…..그것은 비극이다. 돈만 받으면 되지….정말 어려울 때도 돈만을 위한 선택이 힘들었다.

050 마흔 살은 당나귀의 삶이다. 젊은이들의 자유를 포기한 채 두 어깨에 가득 짐을 지고 홀로 사는 짐승이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이행을 거부한다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을 자초하는 것이기도 하다.

051 어쨌든 젊은이들이 어느 날 나이를 먹어 성인이 되면서 자신의 가슴속에 있던 신적인 위대성의 흔적을 지우고 당나귀가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 어쩌면 나한테도 이런 흔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말이다.

054 마흔이 넘으면 불운과 실수에 대하여 스스로를 용서하게 된다. 실패와 무능력과 비겁함은 비난받아야 할 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 한계와 비극의 문제로 전환된다. 사회에 대한 분노와 강한 자에 대한 비난은 탄식과 슬픔이 된다. 겸손과 동정과 베풂은 이런 비극적 통찰에서 나온 변환이다. 이러한 자기수용은 자아통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054~055 젊은이들의 창조성은 발작적인 불꽃같다. 그들의 창조성의 99퍼센트는 영감에 의한 것이다. 모차르트의 창조성과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자유롭고 미친 듯하여 순수하고 유치하고 경박한 뜨거운 창조성이다. 그러나 마흔이 넘어 나타나는 차조성은 발작적 불꽃이 진화하고 성숙하여 하나의 습관과 태도로 변한 일종의 믿음직한 기술로 바뀌게 된다. (중략) 마흔 살 너머의 창조는 학습과 훈련과 가벼운 정신적 태도의 산물이다.

>정말 위안이 되는 말이군!

055 마흔의 나이에는 철학조차 실용적인 것이 된다. 이때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삶의 지혜다. 지혜란 숭고하고 철학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삶을 위해 필요한 실제적인 통찰력을 의미한다.

058 마흔 살이 되면 한계에 대한 자각이 젊은 시절의 끝없는 희망을 대신한다. 운명이 희망과 기대를 가리게 한다. 쉽게 절망하고 냉소적이 되기도 한다. 젊었을 때 사람들이 너무 희망적이었다면, 마흔 살이 되어서는 모든 믿음을 쉽게 버리는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저 두 개의 시선, 자신을 바깥에서 보는 시선과 안에서 보는 시선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059 똑 같은 실력을 가지고 후반전을 뛰어본들 또 한 번의 고배와 비웃음을 자초할 뿐이다.

060 우리는 극장 밖으로 나와야 한다. 삶을 연극에 비유하는 것을 미워하는 이유는 삶을 극장 안으로 몰아넣고 짜여진 연극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진짜를 원한다.

061 전환과 변곡, 이 두 단어야말로 40대를 묘사하는 가장 적합한 언어이다.

062 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듯 살아가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푼돈을 들여 복권을 사면서 허망한 기대 속에서, 실제로는 복원의 당첨금보다 더 많은 돈을 쪼개며 평생을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위험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잃어도 좋은 푼돈만 투자했다. 위대한 하루가 없이는 위대는 인생도 없건만 하루하루는 잃어도 아까울 것 없는 푼돈처럼 낭비되었다.

마흔 살은 가진 것을 다 걸어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이것이 내 지론이다. 다만 내가 거는 것은 돈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나 자신을 건다.

063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바로 이 자리가 내가 죽어야 하는 자리라는 점이었다. 한 세상이 어둠에 싸이게 될 때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은 어둠 속에서 새로운 빛으로 빛난다.

3장 직장생활

072 ‘결핍이 꽃을 아름다운 꿈 안을 몰아넣어 준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077 그들은 부가가치가 낮은 지금의 일을 싫어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싫은 일조차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지금의 하기 싫은 일을 버리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 일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 직장 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어도 80퍼센트는 되어 보였다.

080 애정 없이는 자신을 불태울 수가 없다. 어떤 분야든 자신을 불사르지 않고서는 핵심에 다가갈 수 없다.

085 유혹은 설득 이전에 이미 설득당하도록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 설득할 수 있다. 이것이 설득의 제1 법칙이다. 설득은 늘 미리 이루어진다. 미리 이루어진 설득, 무너진 자기방어를 유혹이라고 부른다.

086 매력은 가장 자기다운 것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이다.

>그래서 자기 색깔을 찾아야 하는 것 같다. 자기 다울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나므로, 가장 편안해 보이므로. 그것이 상대에게 전이될 때 매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088~089 전문가는 학위와 자격증에 의해 증명되지 않는다. 전문가는 과거에 의해 전문성을 인정 받는 것이 아니며, 오직 끊임없는 자기 학습에 의해 날마다 새로워 질 뿐이다. 나는 나의 방식으로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089 끝없이 학습하는 사람은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계속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들처럼 달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중략) 배움을 멈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학위와 자격증은 과거의 영광의 흔적일 뿐이다. (중략) 과거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그물로 된 항아리 속에 물을 담으려는 발상이다. 반대로 미래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바닷물 속에서 식수를 찾는 것과 같다. (중략) 무엇을 하든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사람들만이 전문가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전문가일까? 비전문가일까? 때로 과거는 나에게 헛된 희망을 안겨줄 때가 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때로는 우울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활동을 안하는 것이 마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힘들 때가 있다. 연구원만 아니었으면 참지 못하고 뛰쳐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한때 잘나가던 시절에 초점을 맞추면 낙관성과 함께 간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때로는 위험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현실….현실 속에서의 전문가멋지다.

090~091 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바칠 만한 것을 찾고 싶었다. 관성에 따라 굴러가는 하루 말고, 전혀 새로운 뜨거운 하루를 가지고 싶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능력의 50~60%만을 쓴다는 것이었다. 나를 다 던지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일에 잠수하고 싶었다.

091 죽지 않고 새로워 지는 것은 없다. 죽지 않으려하기 때문에 새로워질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죽여야 하는 것은 오늘 하루가 아닐까? 오늘 하루를 제대로 죽여야 내일 또 제대로 깨어날 수 있으리라.

4장 얼굴 페르소나

099 화장품 가운데 으뜸은 역시 세월이다.

>언제부턴가 멋진 노인네를 볼 때마다 부러움의 시선을 던지게 된다.  주름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인상과 내면을 가꾸고 싶다. 온화한 미소와 융통이 있으면서 모든 것을 안을 수 있는 모습으로 나이를 먹고 싶다.

112 내 얼굴은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의 한계 속에 머물면서 겨우 몇 가지의 모습을 고착되어 있있다. 고착의 패악은 정신을 경직시킨다는 점이다. 거울 앞에서 얼굴을 마음대로 변형시켜본다는 것은 내게도 익숙지 않은 일처럼 보여다. 나도 날 무서워했고, 밀실에서도 내 의식은 갇혀 있었다. 사회적 기준은 나의 몸을 짜부라뜨린 후 침투했고, 나에게 허용된 개인적 밀실은 끊임없이 감시받고 있었다. 나는 내 속에서조차 옷을 벗고 편하게 쉬기 어려웠다.

>이것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잘 웃는 다는 것이 마치 표정이 다양할것이라는 착각을 갖게 하지만, 나도 몇 가지 표정 이외에는 갖지 못하고 있다. 거울 앞에서도 자유스럽지 못하다. 일그러지고 웃긴 나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들을 만난 후 아들의 표정이 자유로워 지면서 나도 좀 더 엽기적인 표정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15 산다는 것은 자신을 재료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115 ‘오동은 천 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116 사회적 기대가 존재하는 곳에는 늘 인형을 움직이는 끈으로 가득하다. ‘어떤 행위가 칭찬받게 될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그 무엇이라도 성취해낼 수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착하다는 이야기의 노예가 되었었다. 지금은 이 말이 싫다. 마치 맹숭맹숭하고 아무 맛도, 멋도 없는 그런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그 말을 위해 나의 생각과 표정과 모든 것들을 포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으나, 그나마 나의 안위를 먼저 선택하는 경우가 있어 좋다. 나는 재미있으면서 괜찮은 친구라는 소릴 듣고 싶다.

117 ‘오늘의 나어제의 나와 달라야 한다. 자기경영의 근간이 되는 것을 실천의 철학이다. 바로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17 나는 인형에서 자유인이 되었다. 그리고 자유인이 가지는 자유와 책임 모두를 가지게 되었다. 책임이 더 이상 구속이 되지 않도록, 일이 더 이상 밥벌이가 되지 않도록, 자유가 더 이상 방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다시 인형으로 돌아가서 수없이 많은 끈으로 조정될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니 예전의 인형의 삶을 잊은 듯 하다. 그곳에서 부르는 손짓이 가끔은 유혹의 향기를 풍길 때가 있다. 만약 돌아간다면 첫날부터 다시 후회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잠깐 내가 취할 수 있는 이익에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나보다.

118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은 오랜 세월과 수많은 공간을 지나야 한다. 나는 이런 사람도 되고 저런 사람도 될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는 바로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여기에 왔다.

5장 가족

123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정 하나를 만드는 것, 이것이 몇 년 전부터 내 삶의 의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하나가 되었다.

> 10대부터 이 꿈을 꾸다가 몇 년 전에야 이루었다. 가정이 주는 편안함과 위안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 전에 내가 했던 생각은 추측을 벗어나지 못했다. 직접 만지고 느껴보니 가정이 왜 편안해야 하는지를 알겠다.

124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130~131 우리는 기쁨을 위해 산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늘 섞여 있었다. 작은 수고들은 이런 기쁨을 위해 동반되는 선물의 포장지거나 아름다운 포장 끈이거나 리본 같은 것들이다.

133난 밖을 즐기며 가는 사람이며, 한 곳을 향해 앞만 보고 가는 것을 멋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밖을 쳐다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재미있어하기는 하지만, 훌륭한 관찰자는 아니다. 오히려 엉터리다. 나는 그들을 통해 나를 투영하는 종류의 사람이다. 늘 지나가는 길에 어떤 상점을 보면 저런 게 저기 있었나?’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을 보고 과거의 이미지를 연상하거나 지나간 사건들을 떠올리고 그것이 내게 무엇이었나를 물어보고 즐기는 사람이다. 나는 의미를 찾는 사람이고 나의 세계를 즐기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 조급한 세상에서 가장 먼 그림을 그려보려고 하는 자인지도 모른다. 나는 멀리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만약 멀리보는 시선이 없었다면 예전의 힘듦을 이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138 나는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 글 쓰는 일에 몰두하는데 이 시간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선택했다. 나는 시간의 불모지를 내게 불하했다. 그리고 가장 귀중한 나만의 시간대로 만들었다. 마치 모두가 버린 시간을 밭을 일궈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찾아내지 못했다면 영원히 잠 속에 묻혀버릴 뻔한 보물 같은 땅이었다. 하루 시간의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두 시간이 거의 변하지 않는 내 작업시간이다.

>나도 이 시간을 내 시간으로 확보하고 싶다. 나를 위해서. 나의 글을 위해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이 시간은 넘나들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모든 규범과 의무로 똘똘 뭉친 나를 쳐부수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6장 자연

157 이 아름다움이 보이느냐? 너의 초라함이 보이느냐? 네 마음속에서 서식하는 그 벌레의 꿈틀거림이 느껴지느냐? 어째서 그런 짓을 하였느냐? 이 어리석은 것아. 우매한 미망의 어둠에서 나와 가고 싶을 길을 가거라. 숟가락으로 먹은 모든 것을 결국 똥이 아니더냐. 마흔이 넘게 살아온 긴 세월이 참으로 잠깐이고 꿈이 아니더냐. 다행히 아직 꿈이 끝난 것은 아니니 살고 싶은 대로 살아라. 죽음이 널 데려갈 때 좋은 꿈이었다고 웃을 수 있도록 하여라.

158 살아 있다는 것은 이렇게 떠나기 전 입었던 옷을 입고 깨어나는 것이다.

160 우리가 왜 변화해야 하느냐고?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작은 세포가 아이가 되고 젊은이가 되고 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고, 그리고 죽는 것이 삶이다. 순수한 아이의 생각이 야망으로 가득한 젊은이의 생각이 되고, 이내 세상의 한계에 지쳐버린 장년이 되고, 노회한 노인이 되고, 이윽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변화 자체가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다. 생명이 주어진 순간 삶은 시작되고, 삶이 주어진 순간 죽음의 시계도 카운트되기 시작한다. 왜 살아야 하는가? 삶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왜 변화해야 하는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나의 변화는 살아있다는 근거이다. 그래서 변화를 불허하는 곳에서는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163
봄에 피어나는 꽃들은 온몸이 다 꽃이지는 못하다. 그러나 단풍은 온몸으로 불탄다. 은행도 화살나무도 벗나무도 옻나무도 다 아름다운 가을 나무들이다.

165~166 여기서 새로운 전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나는 근본적인 변화 지점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인생을 오래된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하는 것도 수없이 보아왔다.

>나도 근본적인 변화를 하기 위해서는 버릴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매번 살아온 방식이 발목을 잡지 않았던가?

169~170 나무는 또한 해마다 새로운 자신을 분만시킨다. 수없이 자신을 탄생시킨다. 사는 법은 죽는 법에 있다. 자라는 방법은 스스로를 죽이고 다시 탄생하는 과정이다. 죽지 못한다면 다시 태어남도 없다. 죽음과 삶을 반복하는 것이다. 파괴와 생성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이다. (중략) 나도 죽어야 한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죽어야 한다. 나무가 죽을 때 나도 죽어야 한다. 나에게 낙엽은 내 책이다. 꽃과 나뭇잎, 그리고 열매는 나무의 일 년의 삶이다.

173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하나의 씨앗처럼 날려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생각인지, 나의 생각들 가장한 다른 사람의 생각인지는 잘 알 수 없다. 오리진이 어디에 있든지, 분명한 진실은 나의 것이 된 생각들, 즉 이미 내게 귀화한 생각들이라는 점이다.

174 스스로 진정한 나무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그 그늘에서 그 나무를 부러워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나무의 열매를 가져다 심고 싶어할 것이다. 스스로 좋은 나무가 되는 것은 좋은 씨앗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하루를 보내도록 해야 한다.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이 쓰일 곳을 마음대로 배분하며, 그 일의 가치가 빛나는 일을 학, 스스로의 삶을 즐겨라. 삶 자체가 유혹이 되게 하라.

7장 건강

183 아리스토텔레스를 보면 제자가 스승을 어떻게 빛나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영원히 스승의 빛에 가려진 제자는 결국 스승을 욕보이게 한다. 뒷물이 앞물을 뛰어넘으려고 비로소 강물이 힘차게 흐를 수 있다. 제자가 잘나야 스승이 위대해 진다.

>이 구절을 읽었을 때, 구선생님의 진정으로 스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더 많이 배울 때인듯 하다. 더 채우고 배워야 이 경지에 갈 수 있을 것이다.

185 좋은 브레이크는 좋은 액셀러레이터만큼 중요한 것이다.

191 하루살이들에게 우리는 신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먹는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일지 모르지만, 인생 100년도 한숨과 같은 것이다.

191 죽음은 모든 생명이 시작과 더불어 반드시 치러야 할 빚이다.

200 죽음이 명함을 남겨놓고 간 다음 적절한 때,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에서, 잠을 수 있을 만한 짧은 통증 속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 것이 좋은 일이다.

>나도 이런 식으로 죽음과 만나고 싶고 가족과 이별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영정사진은 활짝 웃는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8장 길에서

207 열심히 바라면 일어진다는 성공학자들의 말을 나는 조롱한다. (중략) 더덕더덕 기운 미덕과 잠언의 누더기로 치유가 아닌 잠시의 진통 효과를 과장하는 시시한 돌팔이들의 이야기를 싫어한다. 내 말은 미래의 꿈 그 자체가 믿음을 통해 추억만큼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210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강박관념으로 다가오는 두려움이다.

210~211 추억과 꿈은 같은 것이다. 하나는 일어났다고 믿는 꿈이고, 다른 하나는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꿈이다. 하나는 이미 깨어난 꿈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꿀 꿈이다. 둘 다 지금이라는 현실을 속박한다. 또는 지금을 구원해준다. 때때로 그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215 인생은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공하고 싶었다. 내가 계획한 어딘가에 반드시 도착하고 싶었다. 도착하는 것이 곧 성공이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 도착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끝나는 여행도 위대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16 항해 자체가 인생이다. 그것이야말로 비옥한 정신적 토양이다. 사는 동안 생명을 모두 소모하므로 죽음이 찾아왔을 때 완전히 비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죽음은 나로부터 아무것도 빼앗아갈 수 없으리라.

217 나의 하루들은 책으로 표현되기도 했지만, 대개는 물처럼 흘러갔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생각하고 낭비되면서 그렇게 지나갔다. 지나간 것들 속에 내 인생이 담겨 있다. 나는 그 위대한 순간들의 주인이며, 또한 그 초라한 순간들의 책임자였다. 이것이 정말 하루하루의 진짜 인생이었다.

223 길은 없다. 이것이 길이다. 하루가 길이다. 하루가 늘 새로운 여정이다. 오늘 새롭게 주어진 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세상이 되지 못한다면 어디에 행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변화란 불행한 자의 행복 찾기 아니겠는가.

9장 집, 공간

230 궁궐의 이름은 재너두이며, 인류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조형물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246 해남 두륜산에 자생 왕벚꽃이 있어 벚나무의 자생지가 우리 나라였음을 알게 되고, 벚나무가 오래전에 일본으로 건너가 그들의 국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벚꽃을 즐기는 나는 불편한 마음의 찌꺼기를 가졌다.

10장 학습

자유는 또한 불안이고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할 일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겨주었다.

>자유에 나는 익숙하지 않다. 항상 동경해마지 않지만 막상 주어졌을 때, 두려움이 느껴진다. 이제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부터 내용의 질까지. 모든 선택과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하는 순간부터 강박이 몰려온다. 자유를 갖고 놀고 싶다.

262 시간의 낭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중략) 그러기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나는 공부하고 생각하고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창조적이어야 했고, 더 열심히 학습해야 했다. 나 이외 다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를 보호해줄 아무런 울타리도 없었다.

>절실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나를 보호해줄 울타리가 있어서 그런가, 나는 생각보다 게으르다. 시간의 효율과 밀도 면에서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런 점이 불만족스럽고 불안하다.

263 성공은 채찍이다. 쉬지 못하게 날카롭게 살을 파고들어 찢어놓는 주마가편의 바로 그 채찍이다. 채찍을 잊은 성공은 반복과 진부함 속에 퇴락하게 된다. (중략) 사라지는 것 위에 성공을 쌓아올려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나의 생각이다. 학습은 성공을 오랫동안 빛나게 해준다. 나는 학습이 의무가 되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다. 책을 읽고 쓰는 것은 작가들에게 하나의 임무다.

264 매일 썼다. 매일 쓰는 것은 다행히 아주 즐거운 놀이였다.

265 바쁘다는 것은 지우개와 같다. 모든 기억을 지우고 그리움을 지우며 의미를 지우고 생각을 지운다. 바쁘다는 것은 사람을 그저 움직이게 한다. 먹이를 나르는 개미처럼 한없이 움직이게 한다. 경제라는 본능에 따라 프로그램이 된 것처럼 낮도 밤도 없이 움직이기만 한다. 똑같이. 이 지겨운 반복적 소모를 일한다라고 부른다.

>반복적 소모, 부속품….그런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건만, 내가 주인일 수 있는 조직은 없다.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를 위해 바쁠 수 있도록.

271 경제적으로 학습은 자신을 자본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교육과 훈련, 그리고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서만 포인트가 누적되는 자본이 바로 인적 자본이다. (중략) 학습의 핵심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 답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답은 이 탐험의 끝에 나타나는 보물이다.

>멋진 구절! 문정언니한테 쏴 주어야 겠다.

273 학습은 지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획득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늘 버리고 늘 떠나는 것이기도 하다.

274 배우고 또한 익히다가 결국 자신을 그 바람 결에 실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하늘을 날 수 있다.

276 가까운 작은 산이 먼 큰 산을 가리고 있듯이 작은 지식은 늘 큰 지혜를 가리고 있다.

276 제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별빛을 보게 하는 스승만이 위대한 스승이다.

277 허물을 벗을 줄 모르는 뱀은 죽어버린다. 생각을 바꿀 수 없도록 방해하는 인간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정신들은 이미 정식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277 ‘자기처형없이는 새로운 자기가 있을 수 없다. 단순한 자기변화로부터 스스로에게 반대하고 자신의 적이 되려는 데서 그의 기쁨이 생겨났다.

281 내게 배움이란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만약 변화가 없었다면 나는 질식해서 죽었을 것이다.

283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혁명도 없다. 자신만의 하루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신의 세계를 가질 수 없다.

283 ‘새로운 장르의 일상적 삶을 창조하는 것이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실천적 개혁이고 혁명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신호를 보낼 수 있으려면, 내가 새로운 일상을 하나 만들어냈다는 사실 때문이어야 한다.

288~289 도전이란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번 다른 실패를 딛고 나일 수밖에 없는 길로 운명적으로 들어서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 도전은 실패를 이기는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실패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도전은 매일 실험을 즐기는 것이다. 이때는 이미 실패도 성공도 사라진다. 여행을 즐기는 자는 끝없는 호기심으로 새로운 세계에 탐닉한다. 그들은 춤추듯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11장 일

294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가장사는 첫 번째 소명은 나를 연구하는 것이다.

297 인생을 파괴하지 않는 직업, 삶을 빛내는 직업만이 훌륭한 직업이다.

>이런 직업을 갖고 싶다. 돈과 만족도 사이에서 늘 실갱이를 하게 되는 내가 때로는 싫다.

298 오늘을 놓치면 삶을 놓치는 것이다. 하루를 즐길 수 있으면 훌륭한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299 글쓰기는 우선 모방이다. 많은 글을 읽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이 말을 들으니 연구원 과정이 이해가 간다.

300 모방의 또 하나의 요령은 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연구이다.

300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연결해야 한다.

306 변화라는 것은 본래의 자기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본래의 자기란 무엇일까?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과 기질을 이해하고 그 강점을 계발하여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자기다움으로 돌아가는 좋은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307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는 것은 세상과의 싸움을 의미했다. 생긴 대로 사는 것은 처음에는 규제하고 강합하며 표준을 바라는 세상과의 싸움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원칙이 통용되는 자신의 세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침범하려는 일반의 세계, 군중의 세계와의 오랜 싸움을 전제로 했다. 자신의 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312 유일한 사람이 되는 길은 신의 쪽지, 자신에 대한 기록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자신만이 유일함의 원천이다. 자신을 활용하지 않고는 유일함에 도달할 수 없다.

312~313 스스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내면의 구곡양장의 길을 따라 여러 번 삼고초려의 극진함을 보여야 한다. 인물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다. 만에 하나 자기 스스로를 얻을 수 있다면천하에 자신을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다.

313 누구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인물을 얻어야 한다. 그 첫 번째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자신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살려내지 않고는 내면에 숨어 잇는 영웅을 얻을 수 없다.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는 것 이것이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이다.

319 강연은 쏟아내는 작업이다. 쏟아내는 것이 들어오는 것보다 많으면 이내 밑천이 딸리게 마련이다. 이것은 치명적 결함이다. 지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너무 바쁘면 안된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매일 똑 같은 소리로 영혼 없이 토해내는 괴로움을 겪어보았다. 너무 바빴지만, 충전할 시간도 없이. 그래서 나는 몸도 마음도 방전이 되고 말았다.

320 늘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텍스트를 창조할 수 없다면 강연자는 스스로를 교살하는 셈이다.

336 혁명은 언제나 기존의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만 가능하다.

340 정신적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늘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정신을 새롭게 닦아놓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중략) 그러므로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세 개의 에필로그

353 나는 인생을 참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자신에게 분노하며 늘 긴 여행을 선망했다. 언젠가 떠나리라. 언젠가는 말이야.

>나도 이 주문으로 나를 위로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떠났을 때 기꺼이 즐기지 못했다. 이번 스페인이 그 대교적인 예이다.

363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생활고나 가난 때문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364 돈이 면죄부 역할을 하는 것을 타락이라 부른다. 본업으로 사회를 도와야 그 일 자체로 의미와 보람이 된다. (중략) 인생은 결국 자신의 주인을 닮게 되어 있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자서전이다. 자서전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평생을 밥을 위해 자신의 세계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된 분의 이야기다. 마흔의 무거움과 희망을 인생의 한 모퉁이를 돌면 볼 수 있는 풍광처럼 잘 그려냈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지만, 그처럼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표현의 다이달로스내가 붙인 그의 별명이다. 시간이 갈수록 글을 써 볼수록 그의 능력이 신통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내면에 존재하는 사랑의 힘으로 가능했으리라. 마흔을, 그리고 인생을 방황하는 이에게 이 책은 심오한 질문과 해답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목차와 차례에 대하여>

이 책은 서문부터 은혜를 듬뿍 받는 기분이 든다. 세 번째 읽고 있지만 보이지 않던 활자가 매직아이처럼 튀어오르고 새로운 곳에 밑줄이 그어진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사골을 고는 것처럼 깊은 맛을 우려 내며 그 맛은 먹을 때마다 다른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자서전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마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자서전의 틀을 많이 벗어나고 있다. 보통은 <백범일지>처럼 출생부터 사망까지를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가치 위주로 표현해 놓았다. 일반 사람의 자서전이라는 면에서 많은 공감과 희망을 주기에 고맙다. 또한 이런 시도의 자서전은 신선하다. 위인이 아닌 사람의 자서전. 바로 옆에서 하루하루를 살아 내는 사람의 이야기. 나보다 조금 먼저 길을 걸어 가신 선배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듯 하다.

<좋았던 장과 절>              

6장 자연과 10장 학습이 가장 좋다. 모든 구절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지만 자연으로부터의 그의 성찰과 학습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부분은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으며 내 학습의 근본에는 변화에 대한 염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6장의 좋았던 절

160 우리가 왜 변화해야 하느냐고?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작은 세포가 아이가 되고 젊은이가 되고 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고, 그리고 죽는 것이 삶이다. 순수한 아이의 생각이 야망으로 가득한 젊은이의 생각이 되고, 이내 세상의 한계에 지쳐버린 장년이 되고, 노회한 노인이 되고, 이윽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변화 자체가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다. 생명이 주어진 순간 삶은 시작되고, 삶이 주어진 순간 죽음의 시계도 카운트되기 시작한다. 왜 살아야 하는가? 삶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왜 변화해야 하는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내 변화에 대한 욕망이 삶에 대한 지독한 사랑이라는 것을, 그리고 변화는 살아 있는 나의 생존조건임을 알게 되었다.

10장의 좋았던 절

271 경제적으로 학습은 자신을 자본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교육과 훈련, 그리고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서만 포인트가 누적되는 자본이 바로 인적 자본이다. (중략) 학습의 핵심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 답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답은 이 탐험의 끝에 나타나는 보물이다.

>나를 자산으로 만드는 방법에 더 박차를 가해야겠다. 구선생님도 온 몸을 바쳐 그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닌가?

<보완점>

1 세 번을 읽으면서 자서전이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그것이 좀 아쉽다. 누구나 다 아는 자서전의 틀을 벗어나긴 했지만, 부연설명이 있어야 자서전임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무엇을 더하면 금방 알아챌 수 있을까?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이 책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생각과 실행하게 된 원천을 꼬집는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 10년마다 한 번씩 자서전을 내고 싶어 했는데, 40대의 한 권으로 그치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50, 60, 70, 80대의 발자취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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