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에움길~
  • 조회 수 2122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14년 9월 23일 11시 06분 등록

■오프후기5■

문제는 손가락이야




중년의 부인이 자신의 몸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온 몸을 눌러보아도 심각하게 아픈 것이었다.

 부인은 병원으로 달려가 진찰을 받았다.

 “선생님, 제가 심각한 병에 걸렸나요?”

 의사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손가락이 부러졌군요”


*


모든 것은 손가락 탓이다.


*


 공주가 찔린 곳은 서둘러 내민 손가락. 그로부터 공주는 100년 동안 내처 잠만 잔다. 왕자의 키스를 받기 전까지(음, 왕자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이 아주 맘에 들지 않지만, 질끈 감고 참는다).


*


 그레고리 잠자는 잠을 잔다. 눈을 뜨자 무수한 다리를 가진 벌레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살아 가던 잠자는 그저 영원히 잠을 자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잠자, 잠자다.

 잠자에게는 손가락이 없었다.


***


 면역력이 떨어진 탓인지 수면이 길어지는 날의 연속이다. 나는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른 채 몇 날을 침대에서 뒹굴었다. 그러고는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찜찜한 마음을 안고서 이렇게 변명한다.

 “나 아프다고?!”

 그래, 아프니까 내내 잠만 처자고 있는 꼴을 눈감아 주겠다. 그러겠다. 그러니 영원히 처자빠져 자라.

 사람의 반발심리란 꼭 그렇게 생겨먹어 티를 내야 하는 것인지 잠이 뚝 달아난다. 닮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잠만 자며 긴 세월을 보내는 것이 닮았다. 머릿속만 온전히 사람 형상을 하고서 사고하고 있는 그레고리 잠자와 다를 리 없는 삶이다. 이렇게 자다가 눈을 떴을 때 한 마리 벌레로 변하여 있다 한들 벌레로 변한 나를 두려워하는 가족들만 없다면 문제될 것이 없는 삶이다. 어차피 움직임도 없는 몸뚱아리가 무수한 다리만을 지닌 벌레로 변하였다고 한들 내 머리만 온전히 굴러가고 있으면 상관없잖은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데. 비유라는 것을 누가 만들어놨는지 이런 비유에 내 몸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으악, 다리만 가진 벌레라니. 사자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아, 본질은 이게 아니구나. 움찔하다. 어쨌든 한 방 먹었다.


***


 여기가 병원인가. 증상을 얘기하자마자 단박에 진단이 내려진다.

 “넌 손가락이 아픈 거야”

 헉! 난 아직 꿈 속인 건가. 여전히 잠자고 있는 상태인 건가. 선생님들도 피곤할 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거다. 너무 순서가 빨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다. 당연 빠른 마침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코멘트가 길어지니 적잖이 당황스럽다. 고만 넘어가도 되는데 온 몸이 아프다고 해서인지 너무 세밀한 진찰이 이루어진 건가. 그러니까 난, 손가락만 치료하면 되는 거란 말이지. 부러진 손가락으로 온 몸을 쑤시고 돌아다닌 꼴이다. 오프 수업에서 사람 수만큼 연속으로 먹었다.


***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멀쩡하다. 손가락을 다시 본다. 쭉 뻗은 예쁜 손가락이 아닌 투덜투덜한 손가락만 보일 뿐이지만 이 손가락이 타이핑을 쳐주지 않으면 내 머릿속 글들이 나올 리가 있나. 손가락이 사라지지 않도록 다리로 변하지 않도록 다독이고 써먹어야 할 것이다.



IP *.85.20.115

프로필 이미지
2014.09.23 11:13:09 *.92.211.151

그래, 문제는 손가락! 나도...

프로필 이미지
2014.09.23 11:17:24 *.70.58.64
나는 손가락 뿐 아니라 맘도 이상! 갱년기? 현연 먹을수 있으면 프로폴리스 좀 주께 면역력 강화에 좋아
프로필 이미지
2014.09.23 13:49:53 *.50.21.20

난 병원가서 링겔 맞았더니 나았음! 

프로필 이미지
2014.09.23 22:42:59 *.124.78.132

나도 손가락이 문제일까? ㅋㅋ 만성피로를 이제는 툭툭 털고 일어나야겠어요 ^^*

프로필 이미지
2014.09.24 09:41:00 *.65.152.212

에움~~

진짜 손가락이 아픈 건 아니겠지?

그 손가락은... 자연스럽다 말할 수 있는 멀쩡한 것들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스스로 병들어 있는 존재를 말하는 거?

에움스타일의 은유.... 신선하고 재밌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12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secret [2] 2009.01.12 205
5211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secret [6] 지희 2009.01.20 209
5210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secret 지희 2009.02.10 258
5209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secret [2] 2008.12.29 283
5208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secret [3] 2009.01.27 283
5207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secret [8] 지희 2008.11.17 330
5206 칼럼 #18 스프레이 락카 사건 (정승훈) [4] 정승훈 2017.09.09 1740
5205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모닝 2017.04.16 1750
5204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오늘 후회없이 2017.04.29 1793
5203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뚱냥이 2017.09.24 1835
5202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file 송의섭 2017.12.25 1857
5201 2.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아난다 2018.03.05 1860
5200 11월 오프수업 후기: 돌아온 뚱냥 외 [1] 보따리아 2017.11.19 1877
5199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file [8] 해피맘CEO 2018.04.23 1878
5198 칼럼 #27)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윤정욱) [1] 윤정욱 2017.12.04 1887
5197 #16. 김기덕과 그림자 [4] 땟쑤나무 2013.09.02 1893
5196 #14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정학) [2] 모닝 2017.08.07 1893
5195 걷기와 맑은 날씨 [2] 희동이 2020.07.05 1893
5194 1주1글챌린지_'아이와 함께 하는 삶'_01 [9] 굿민 2020.05.24 1894
5193 나의 신화_찰나#5-1 찰나 2014.05.11 1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