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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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후기5■
문제는 손가락이야
중년의 부인이 자신의 몸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온 몸을 눌러보아도 심각하게 아픈 것이었다.
부인은 병원으로 달려가 진찰을 받았다.
“선생님, 제가 심각한 병에 걸렸나요?”
의사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손가락이 부러졌군요”
*
모든 것은 손가락 탓이다.
*
공주가 찔린 곳은 서둘러 내민 손가락. 그로부터 공주는 100년 동안 내처 잠만 잔다. 왕자의 키스를 받기 전까지(음, 왕자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이 아주 맘에 들지 않지만, 질끈 감고 참는다).
*
그레고리 잠자는 잠을 잔다. 눈을 뜨자 무수한 다리를 가진 벌레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살아 가던 잠자는 그저 영원히 잠을 자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잠자, 잠자다.
잠자에게는 손가락이 없었다.
***
면역력이 떨어진 탓인지 수면이 길어지는 날의 연속이다. 나는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른 채 몇 날을 침대에서 뒹굴었다. 그러고는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찜찜한 마음을 안고서 이렇게 변명한다.
“나 아프다고?!”
그래, 아프니까 내내 잠만 처자고 있는 꼴을 눈감아 주겠다. 그러겠다. 그러니 영원히 처자빠져 자라.
사람의 반발심리란 꼭 그렇게 생겨먹어 티를 내야 하는 것인지 잠이 뚝 달아난다. 닮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잠만 자며 긴 세월을 보내는 것이 닮았다. 머릿속만 온전히 사람 형상을 하고서 사고하고 있는 그레고리 잠자와 다를 리 없는 삶이다. 이렇게 자다가 눈을 떴을 때 한 마리 벌레로 변하여 있다 한들 벌레로 변한 나를 두려워하는 가족들만 없다면 문제될 것이 없는 삶이다. 어차피 움직임도 없는 몸뚱아리가 무수한 다리만을 지닌 벌레로 변하였다고 한들 내 머리만 온전히 굴러가고 있으면 상관없잖은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데. 비유라는 것을 누가 만들어놨는지 이런 비유에 내 몸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으악, 다리만 가진 벌레라니. 사자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아, 본질은 이게 아니구나. 움찔하다. 어쨌든 한 방 먹었다.
***
여기가 병원인가. 증상을 얘기하자마자 단박에 진단이 내려진다.
“넌 손가락이 아픈 거야”
헉! 난 아직 꿈 속인 건가. 여전히 잠자고 있는 상태인 건가. 선생님들도 피곤할 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거다. 너무 순서가 빨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다. 당연 빠른 마침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코멘트가 길어지니 적잖이 당황스럽다. 고만 넘어가도 되는데 온 몸이 아프다고 해서인지 너무 세밀한 진찰이 이루어진 건가. 그러니까 난, 손가락만 치료하면 되는 거란 말이지. 부러진 손가락으로 온 몸을 쑤시고 돌아다닌 꼴이다. 오프 수업에서 사람 수만큼 연속으로 먹었다.
***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멀쩡하다. 손가락을 다시 본다. 쭉 뻗은 예쁜 손가락이 아닌 투덜투덜한 손가락만 보일 뿐이지만 이 손가락이 타이핑을 쳐주지 않으면 내 머릿속 글들이 나올 리가 있나. 손가락이 사라지지 않도록 다리로 변하지 않도록 다독이고 써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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