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86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부지깽이
- 서툰 것이 아름답다
이재무
일곱 살 때였던가
뒤꼍 울 안 가마솥 옆
부지깽이 하나로
엄닌 내게 쓰기를 가르치셨다
다리엔 몇 번이고 쥐가 올랐다
뒷산 밟아온 어둠이
갈참나무 밑동을 돌며
망설이다 지쳐
모자母子의 앉은키
훌쩍, 뛰어넘을 때까지
그친 적 없었다 우리들의 즐거운 놀이
몇 해를 두고
화단 채송화꽃 피었다 지고….
내 문득 그날의 서툰 글씨 그리워
그곳으로 내달려가면
내 앉은키와 나란했던
그 시절의 나무들
팔 벌려야 안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자리
반듯하게 그을수록 더욱 삐뚤어지던
그날의 글자들이
얼굴 환한 꽃으로 피어
웃고 있었다
--------
내 어린 시절 풍경과 너무나 닮아 반가운 시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부뚜막의 고운 그을음에 부지깽이로 낙서를 했었다. 주로 쓴 글씨는 내 이름이다. 한글로 썼다가 한자로도 쓰고 초가지붕 집도 자주 그렸다. 골세양바드레의 우리집은 내려앉아 풀이 무성한지 오래고 터만 남았다. 거기가 우리 집이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건 우리아버지 키만했던 은행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자라 있기 때문이다. 갈 때마다 반가운 은행나무다.
이제는 부지깽이 하면 우리 스승님부터 생각나니 그래서 또 반가운 시다. 새벽에 부지깽이 스승님이 수업하는 꿈을 꾸었다. 스승님은 옆 모습으로 사뭇 진지하게 내가 아는 그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좋은 사람보았으니 오늘은 명당복권집에나 들어가 볼까?
진짜로 그렇게 스승님과 수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나 스승님의 부재는 서럽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78 | 12월 시간분석 [3] | 박노진 | 2006.01.02 | 1534 |
3877 | 환경 [3] | 숲기원 | 2006.01.03 | 1534 |
3876 | 생각이라는 씨앗 | 오성민 | 2006.03.07 | 1534 |
3875 | 교육(2) - 새로운 관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 이종승 | 2006.03.15 | 1534 |
3874 | 뚜벅이로 돌아오다?? [1] | 원아이드잭 | 2006.04.11 | 1534 |
3873 | 허락구하기 [2] | 귀한자식 | 2006.08.08 | 1534 |
3872 | -->[re]울트라 마라톤 [1] | 자로 | 2006.08.30 | 1534 |
3871 | 글을 쓰는 두 가지 자세 [6] | 한명석 | 2006.09.02 | 1534 |
3870 | [4] 크리스마스 날에 [2] | 써니 | 2006.12.26 | 1534 |
3869 | 마지막 5분 [4] | 香山 신종윤 | 2007.04.03 | 1534 |
3868 | 인재를 만드는 하루 2시간-10월 시간분석 [3] | 박노진 | 2005.11.02 | 1535 |
3867 | -->[re]가정이라는 예술 [2] | 팬 | 2006.03.11 | 1535 |
3866 | 주역과 NLP [3] | 꿈꾸는간디 | 2006.07.04 | 1535 |
3865 | 키작은 고백 [3] | 이선이 | 2006.07.07 | 1535 |
3864 | 560회 한글날을 맞이하여 [1] | 도명수 | 2006.10.09 | 1535 |
3863 | 내가 잘 못한 일 | 김나경 | 2007.01.07 | 1535 |
3862 | 39TH SOUNDDAY [1] | 김유석 | 2007.06.17 | 1535 |
3861 | 주간갈럼11-작지만 강한 기업 : 15년의 기다림 그리고 도약 [2] | 박노진 | 2005.06.04 | 1536 |
3860 | 가정이라는 예술 [2] | 구본형 | 2006.03.06 | 1536 |
3859 | 그룻 | 오성민 | 2006.03.29 | 15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