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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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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9일 10시 20분 등록

굉장히 젊어 보이시는데 나이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물론 초면이었고,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대단히 실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의문이 풀리지 않고서는 더 이상 이야기를 풀어갈 재주가 나에게 없음을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아줌마의 뻔뻔함으로 무작정 들이밀었고, 만화책에서 금방 나온 것 같은 그와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그의 나이는 서른이고 합정동에서 꽤 넓은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9월의 연구원 오프수업 장소를 물색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장소이다. 내가 이 카페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문학 카페라는 점과 이 곳을 예약하기 위해 전화와 문자를 주고 받았을 때의 느낌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장사를 통해 이익을 남겨야 하는 사람이고, 나는 공금을 지출해야 하므로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좋은 장소를 섭외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작은 계약이라도 기싸움이 팽팽할 수 밖에 없다. 보통 몇 차례 협상을 시도하다가 한쪽으로 끌려가기 마련이며, 사정이 급한 사람이 상대의 조건에 응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는 편안했으며 심지어 나의 사정과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고 이해해주었다. 친절하고 배려 깊은 그의 행동에 용기를 얻은 나는 여기서도 아줌마의 똥배짱을 들이밀었다. ‘한 번 질러보고 안되면 물러나기전략을 펼쳤다. 처음 제시한 금액에서 25%이상을 깎아 제안했다. 나의 특기 공손하게 할말은 다하기의 전술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얼굴도 본적 없는 그는 너무도 쉽게 흔쾌히, 그것도 내가 원하는 조건으로 승낙을 해주었다. 나의 요구조건은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도 함께 수락이 되었다. 나의 협상능력이 좋은 것인지, 주인을 잘 만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째든 기분 좋은 통화임에는 확실했다.

그래서 오프 수업 날 이 카페의 주인장을 만나 짧은 인사와 더불어 이야기를 꼭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당일 날 가서 물어보니 그 날은 카페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 순간 그는 한번은 꼭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사람의 리스트에 등재되었다. 나의 장점 중에 하나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는 것이며,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카페의 사장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을 오래 눌러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며칠 후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보느라 대단히 피곤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걸었다. 카페 근처에 있는데 한 번 들러도 되겠냐고 물었고, 긴 시간은 안되지만 지금은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는 이동을 했다. 그는 현관 문 앞에 마중을 나와 있었고, 카페이름 허그인답게 우리 허그할까요?” 라는 나의 제안으로 첫만남은 훈훈하게 시작이 되었다.

그 날은 수업 날과는 다르게 빈 자리가 없는 관계로 2층의 발코니에서 대화를 시작하였고, 첫 번째로 어이없고 주책 맞게 나간 질문이 몇 살이냐?’는 것이었다. 이때 웃으면서 응수하는 젊은 사장을 보며 협상은 내가 잘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잘 만난 결과임을 알 수 있었다.

명함을 받고 보니 ‘MIRACLE STORY’의 대표였다. 이 회사는 이름 그대로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고, 그 시발점으로 허그인이라느 카페가 존재하게 된 것이었다. 그가 추구하는 ‘MIRACLE STORY’나눔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였고, 그는 자신과 동료들을 나눔에 미친 젊은이들이라는 말로 표현을 했다. 내가 예상했던 인문학까페는 아니었지만 그 뒷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을 더 자극했다.

나눔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곳이 지향하는 것은 소소한 작은 나눔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허그인은 이미 작은 나눔들을 실행하고 있었고, 대여료를 25%이상 할인해준 것도 그곳이 해줄 수 있는 나눔 중의 하나인 셈이었다. 그 이외에도 저렴한 비용으로 웨딩장소를 빌려주기도 하고, 소모임을 지향하며 이미 15개 정도의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나눔을 통해 창출된 수익은 물론 선행을 위해 쓰이고 있었다.

젊은 사장의 ‘MIRACLE STORY’의 창립배경은 한 편의 영화에서 시작되었다니 그 또한 엉뚱하다. 영화를 통해 놀랍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허그인을 구상했다고 한다. 나이만큼 자본금도 없을 수 밖에 없는 그로서는 자신의 뜻을 담은 기획안을 만들어 1,000명을 미팅하고 그분들에게 지원을 받아 허그인을 탄생시켰으니 그 자체만으로 이미 ‘MIRACLE STORY’이다. 하지만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11월에 시작될 예정인 대국민 나눔 프로젝트라고 했다. 그것의 취지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작은 공헌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게 하는 나눔에 대한 열풍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예상보다 긴 시간 인터뷰를 마치고 나왔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의 기획안이 실천이라는 이름과 함께 커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같으면 생각조차도 힘들었을 텐데, 그것을 기획하고 나눔이라는 이름으로 꿈을 이루고 있는 그의 모습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에 가까웠다.

칼 융은 자신의 열정이 지옥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젊은 사장은 이미 지옥을 통과한 사람이었다. 자본금 없이 시작한 카페가 어찌 문제와 고난이 없었을까? 하지만 그의 열정과 의지에 감탄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주거나, 지원을 해주거나, 용기나 오기를 북돋워주는 방법으로 그를 일으켜 세우고 허그인의 존재를 있게 했다.

사람의 힘이 무한하며, 열정이 그리고 실천하는 의지가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또한 인생은 무엇보다도 실천하는 자의 것이라는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매일매일 눈을 뜨는 것이 가슴 설레는 행복감을 준다고 말한다. 그의 반짝이는 눈빛과 쉴 새 없이 나오는 꿈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흥분시키기도 하고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그를 만난지 며칠이 지났건만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바다에서 방금 건져 올린 생선처럼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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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9 11:04:35 *.92.211.151

멋진 사람을 만났군여! 에너지 돋는 만남이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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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30 17:02:47 *.255.24.171

아주아주!!!

올해들어 제일 신선하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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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9 19:26:30 *.104.9.216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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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30 17:04:28 *.255.24.171

정말 와~~~ 소리 나오죠.

우리가 세상의 잣대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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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30 06:54:12 *.223.15.13
오~ 우리가 총무 하나는 잘 두었네.배짱도 대단하고, 협상력도 결국 배짱^^이런 미라클스토리는 나누고 전파해야지, 이야기도 신선하고 참치가 녹아있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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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30 17:03:32 *.255.24.171

알고보니 우리가 그렇게 멋진 장소에서 수업을 했더라구요. ㅋㅋㅋ

자주 애용하면서 에너지 받아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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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1 00:04:48 *.222.10.47

친구 부럽네. 좋은 분은 만나셨네. 어찌 열정만으로 단순히 실천만으로 그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결국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은 지치지 않는 것 같네. 자신을 위해 살다보면 미쳐버릴 것 같던 것도 남을 위해 살면 만사 못할 것이 없는 것처럼 말이야. 이런 분은 적극 후원해줘야 하는데. 언제 허그인 다시 가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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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1 08:29:01 *.255.24.171

좋지....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 할 때는 눈이 반짝거리더라구!

자주 가보려구. 거기가면 나눔도 자연스럽게 될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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