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 조회 수 316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다음은 두고여도지죄(餘桃之罪)에 관한 고사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어떤 나라에 왕의 총애를 받는 볼이 발그레한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미자하가 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던 중 복숭아나무를 지나게 되었고 맛나보이는 복숭아를 미자하가 따 한 입 먹어보았습니다. 그 맛이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미자하는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바쳤습니다. 이에 왕이 기뻐하며 “네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 입에 들어갈 맛난 맛있는 복숭아까지 먹이고 싶어하니 그 마음이 참으로 어여쁘다. 라며 감동했습니다.
그 후로 세월은 흘렀고 그들의 관계도 타성에 젖어 서로가 멀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자하가 조그만 잘못을 저지르자 왕이 말했습니다.
“미자하는 내게 제가 먹던 복숭아를 먹인 적이 있는 불충한 놈이다.”
한비자(韓非子)에 수록된 이 이야기로 두고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졌습니다. 먹다 남은 복숭아(餘桃)를 왕에게 바친 죄, 서로를 좋아하던 마음이 식어 버리면 한때 좋았던 행동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의미인 거지요.
우리가 생애 맞을 수 있는 모든 변곡점에는 계기가 있고, 그 계기에는 몇가지 힘이 내재 되어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가 상생으로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관계의 힘,
두 번째, 하고 있던 일의 지속성,
세 번째, 육신의 건강함의 힘입니다.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전문가로서의 기량을 지녀 변곡점을 지녔다면 남은 두 가지를 열심히 살펴 그 변곡점이 잠깐이 아닌 일상이 되도록 자신안의 영토를 확장해야 생의 변곡점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먹던 복숭아를 주어도 그것을 받아 먹고 싶을만큼 미자하는 복숭아처럼 볼이 발그레했겠지요. 세월이 지나 늙어더 이상 미소년이 아니기에 왕과의 관계가 나빠졌다고 볼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자하가 정말로 관계를 이해해 예를 다하며 하고있는 일의 전문성을 키웠다면 두고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고사는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자하의 볼이 발그레 했던 건 왕에 대한 첫 마음의 수줍음, 관계를 잘 가꾸어보고자 하는 첫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육신이 늙어도 얼마든지 가꾸어 갈 수 있는 발그레한 볼, 서로간에 관심과 예의를 가꾸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변곡점을 지켜주는 관계의 그대 또한 누구와 함께 하던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도, 모쪼록 첫 마음. 볼이 발그레해지던 그 마음을 기억하기를, 그리하여 변곡점의 영토가 그대안에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어느덧 시월 초하루 라고 쓰게 되었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변함없이 그대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눈 맑은 연어가 산란을 위해 한목숨 걸고 뛰어 올랐던 구월이 가고, 이제 더 그윽해진 계절의 향을 폐속까지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곧 다시 추운 겨울이 올테니 말입니다.
정예서의 치유와 코칭 백일 쓰기 18기 지원
http://cafe.naver.com/east47/26289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36 | 가시 | 김미영 | 2013.08.29 | 2767 |
335 | 범해 1. 아버지의 여행가방 [6] | 범해 좌경숙 | 2013.09.01 | 2921 |
334 | 토크 No.19 - 임원의 자격 | 재키제동 | 2013.09.02 | 8198 |
333 | 버드나무가지 말고는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던 그때 [1] | 효우 | 2013.09.04 | 2870 |
332 | 비교를 한다는 건, 건강하다는 증거다 | 김미영 | 2013.09.05 | 5534 |
331 | 범해 2. 한 줄도 너무 길다 [4] | 범해 좌경숙 | 2013.09.08 | 3688 |
330 | 토크 No.20 - 경력계발의 정석 [2] | 재키제동 | 2013.09.09 | 3064 |
329 | 마지막 편지 [2] | 효우 | 2013.09.11 | 2733 |
328 | 몰입과 쾌락의 상관관계 | 김미영 | 2013.09.12 | 2947 |
327 | 범해 3 . 나는 지금 웰다잉 중이다 [4] | 범해 좌경숙 | 2013.09.15 | 5365 |
326 | 토크 No.21 - 쥐꼬리 월급으로 풍요롭게 사는 법 | 재키제동 | 2013.09.16 | 3364 |
325 | 예서/ 망운지정 『望雲之情』 | 효우 | 2013.09.18 | 3511 |
324 | 범해 4. 당신의 마지막 소원은 무엇입니까? [2] | 범해 좌경숙 | 2013.09.22 | 3106 |
323 | 토크 No.22 - '나'라는 퍼즐이 풀리는 순간 | 재키제동 | 2013.09.23 | 3331 |
322 | 예서/ 타자의 다름 | 효우 | 2013.09.25 | 2930 |
321 | 투명인간 | 김미영 | 2013.09.26 | 2849 |
320 | 범해 5. 책과 밤을 함께주신 신의 아이러니 [2] | 범해 좌경숙 | 2013.09.29 | 3275 |
319 | 예서/ 깊이에의 강요 [1] | 효우 | 2013.10.02 | 3203 |
318 | 가을 [4] | 김미영 | 2013.10.03 | 2741 |
317 | 범해 6. 제주 올레 14-1 코스 [4] | 범해 좌경숙 | 2013.10.06 | 2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