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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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두고여도지죄(餘桃之罪)에 관한 고사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어떤 나라에 왕의 총애를 받는 볼이 발그레한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미자하가 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던 중 복숭아나무를 지나게 되었고 맛나보이는 복숭아를 미자하가 따 한 입 먹어보았습니다. 그 맛이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미자하는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바쳤습니다. 이에 왕이 기뻐하며 “네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 입에 들어갈 맛난 맛있는 복숭아까지 먹이고 싶어하니 그 마음이 참으로 어여쁘다. 라며 감동했습니다.
그 후로 세월은 흘렀고 그들의 관계도 타성에 젖어 서로가 멀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자하가 조그만 잘못을 저지르자 왕이 말했습니다.
“미자하는 내게 제가 먹던 복숭아를 먹인 적이 있는 불충한 놈이다.”
한비자(韓非子)에 수록된 이 이야기로 두고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졌습니다. 먹다 남은 복숭아(餘桃)를 왕에게 바친 죄, 서로를 좋아하던 마음이 식어 버리면 한때 좋았던 행동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의미인 거지요.
우리가 생애 맞을 수 있는 모든 변곡점에는 계기가 있고, 그 계기에는 몇가지 힘이 내재 되어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가 상생으로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관계의 힘,
두 번째, 하고 있던 일의 지속성,
세 번째, 육신의 건강함의 힘입니다.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전문가로서의 기량을 지녀 변곡점을 지녔다면 남은 두 가지를 열심히 살펴 그 변곡점이 잠깐이 아닌 일상이 되도록 자신안의 영토를 확장해야 생의 변곡점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먹던 복숭아를 주어도 그것을 받아 먹고 싶을만큼 미자하는 복숭아처럼 볼이 발그레했겠지요. 세월이 지나 늙어더 이상 미소년이 아니기에 왕과의 관계가 나빠졌다고 볼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자하가 정말로 관계를 이해해 예를 다하며 하고있는 일의 전문성을 키웠다면 두고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고사는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자하의 볼이 발그레 했던 건 왕에 대한 첫 마음의 수줍음, 관계를 잘 가꾸어보고자 하는 첫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육신이 늙어도 얼마든지 가꾸어 갈 수 있는 발그레한 볼, 서로간에 관심과 예의를 가꾸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변곡점을 지켜주는 관계의 그대 또한 누구와 함께 하던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도, 모쪼록 첫 마음. 볼이 발그레해지던 그 마음을 기억하기를, 그리하여 변곡점의 영토가 그대안에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어느덧 시월 초하루 라고 쓰게 되었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변함없이 그대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눈 맑은 연어가 산란을 위해 한목숨 걸고 뛰어 올랐던 구월이 가고, 이제 더 그윽해진 계절의 향을 폐속까지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곧 다시 추운 겨울이 올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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