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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일 11시 39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하지만 높은 하늘과 고운 단풍이 손짓하니 어느 계절보다 책과 함께 하기 어렵다. 그런 계절임에도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소설이 있다. 스무 살에 발표한 첫 단편으로 ‘국제 젊은 작가상’을 거머쥐었다는 미남 작가 조엘 디케르가 쓴 <해리 퀘버트 사건의 진실>이다. 디케르는 스위스 제네바 태생으로 프랑스어로 작품 활동을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미국이다. 작가는 학창 시절의 여름을 미국 메인주에서 보내 눈 감고도 그곳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박진감이 넘치고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소설의 중심인물은 해리와 마커스다. 마커스는 젊은 나이에 데뷔작으로 이백만 부의 소설을 팔아 치운 천재 작가다. 문단의 신데렐라로 등장해 백만장자가 된 그는 유명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맺고 두 번째 소설을 시작하려 하지만 ‘작가들의 병’에 걸려 한 줄도 쓸 수 없다. 결국 대학 시절 은사이자 <악의 기원>이라는 불세출의 문학 작품으로 대가의 반열에 오른 해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해리의 집 앞마당에서 30년 전 실종된 열 다섯 살 소녀 놀라의 유해가 발견되고 그와 놀라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범인으로 지목된다. 마커스는 해리를 돕기 위해 주변인물들을 탐문하며 진실을 밝혀가고 그 과정을 소설로 쓴다. 반전에 반전에 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해리가 마커스에게 해주는 글쓰기와 인생, 사랑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을 듣고 있자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 온다. 가장 인상 깊은 구절 하나를 옮겨 본다.

 

“이기느냐 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네. 중요한 건, 첫 라운드의 공이 울릴 때부터 마지막 라운드의 공이 울릴 때까지 자네가 어떤 길을 달렸는가 하는 거지. 승부의 결과는 관중들을 위한 정보일 뿐이야. 자네가 스스로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누가 아니라고 말할 권리가 있겠나? 인생은 달리기 같은 거네, 마커스. 늘 자네보다 빨리 달리는 사람이 있고 늦게 달리는 사람도 있지. 최종적으로는, 얼마나 힘껏 그 길을 달렸느냐가 중요한 거라네.”  

 

해리는 마커스에게 삶을 의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바로 책과 사랑이다. 해리가 말하는 좋은 책은 ‘다 읽은 게 아쉬워지는 책’이다. 하지만 더 소중한 것은 사랑이다. 그는 사랑을 유일한 야망으로 여기라 조언한다. 책과 사람, 명예와 돈은 다시 찾아오지만 사랑은 한번 지나면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올 가을은 해리의 조언대로 책과 사랑으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9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은 최근 읽은 것 중 단연 최고다. 당신도 끝까지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해리와 마커스가 그리워질 것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소설을 영화로 읽는 즐거움까지 기대해본다.

 

유재경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jacki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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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10월 2일자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578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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