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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6일 09시 03분 등록

워킹맘의 중간지대에서 (2차 수정본)

 

2014.10.05

10기 찰나 연구원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곧장 진행되는 것을 변화라고 한다면,

전환은 중간지대라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윌리엄 브리지스, 갈림길에서 길을 묻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날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선택을 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력개발을 위해서는 일을 쉬는 것 보다 계속하는 것이 낫다고 대부분 이야기 하고, 어떤 이는 이제 아이들도 다 컸는데 무슨 휴직이냐고 하기도 했다.

   휴직을 고민하던 작년 12.

김병완 작가의 강연에 참석했었다. 그는 3년 동안 도서관에서 파묻혀 책만 보다가 다시 세상에 나와서 강연과 책 쓰기를 시작했다. 책을 읽는 기쁨과 세상을 향한 외침이 나에게도 들려왔다.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 생각을 하고 그의 강연을 듣고 휴직하는 마음을 굳혔다. 또한, 워킹맘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인생에서 크게 후회할 것 같았고, 삶에 대한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했다. 딸이었으면 덜 그랬을 텐데, 아들 둘만 연년생으로 있다 보니 한해가 다르게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중에는 엄마와는 너무나 먼 거리에 있을 것 같았다.

미래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사표를 낼 수도 없기에 선택한 것은 육아휴직이다.

   윌리엄 브리지스가 말했듯이, 이전의 생활을 놓아버리고 다시 삶을 바라보는 전환이 필요했다. ‘내가 무엇을 놓아버릴 때 인가?’ 그동안의 회사 생활, 엄마나 아내 등 관계에서 오는 역할,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다 놓아두고 그저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요청된 일들만 처리하다 그러한 것이 다 사라지고,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를 찾는다는 것을 어디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너무나 망막했지만, 책을 읽던 책을 쓰던 책을 통하면 그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워킹맘 관련 책을 조금씩 써나가고, 변경연 연구원 과정을 통해서 신화 속에서 역사 속에서, 철학 속에서, 문학 속에서 나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다가 신화 속에서 영웅의 여정을 보았고,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재조명할 수 있었고, 시키는 일만 하다가 철학적 고민을 하게 되었고, 문학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삶을 보면서 나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나갈 수 있었다. 그동안은 고전을 통해서 현재의 나를 봤다면, 이제는 요즘 나오는 책으로 현재와 미래, 나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육아 휴직이 옳은 인생을 살기 위한 옳은 선택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육아휴직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복직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뭐라고 평가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필요한 선택이고 잘 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는 발생하지 않은 미래 일을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직선으로서의 삶만 열심히 살아왔고 거기서 벗어나면 세상의 낙오자가 되는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낙오자가 되면 어떠한가? 앞서기도 했다가 뒤서기도 하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세상에는 직선 말고도 구불구불한 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다 앞서 갈수만 없고, 누구나 다 뒤쳐져 갈수도 없다. 고속도로로 달려도 길에 휴게소가 있고, 국도로 달려도 길에 휴게소가 있다. 중요한 것은 휴게소에 들러서 자신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바라봐야 한다. 길을 잘못 들었으면 다음번 톨게이트에서 다시 돌아 가야하는 것이고, 여유가 있을 때나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면 국도를 가면서 주변경관을 보며 가도 좋다. 국도를 가다가 속도를 낼 수 있으면 다시 고속도로로 달릴 수도 있고 국도로 달릴 수도 있다국도를 선택하든, 고속도로를 선택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국도나 고속도로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필요하면 KTX를 타거나 비행기, 배를 타도되기에 방편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무엇을 지향해서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순간 가다보면 목적지에는 도달하게 된다. 천천히 갈지 아니면 빠르게 갈지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다시 내게 묻는다. ‘내가 무엇을 놓아버릴 때 인가?’

그동안 소중하고 유의미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정리가 필요하다. 그것이 정말 나에게 유의미한 것인지 무의미한 것인지. 이삿짐을 싸다보면 이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든다. 예전에는 소중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잘 보관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할 때는 나한테 의미 있는 것이 별로 없고 대부분 버려도 되는 것들이다. 물건을 떠나보내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그렇게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던 것들이다. 순간의 욕심이나 순간의 지름신으로 구입한 것들이 많아서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쓰임을 다해서 더 이상 쓰고 싶은 것이 없기에 한동안 쌓아놓았다가 버린다.

   이제 무작정 사지도 말고, 무작정 하지도 말고 잠시 멈춰 서서 다시 한 번 돌아보자. 과연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잠시 멈춰서보자. 달릴 때는 잘 보이지 않다가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지금 있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도 우리 옆에 있었던 것들인데 다만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워킹맘이 있다면 그냥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앞뒤로 계산해봤자 어차피 수지타산 맞지 않는 얘기다. 주판알을 돌리면 아이를 낳는 것보다 안 낳는 것이 좋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에 아이를 낳고 회사를 다녔듯이, 육아휴직이 아이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육아(育我) 휴직도 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몸과 마음을 추슬러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서 한걸음씩 가보자.


 

IP *.113.7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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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5:06:57 *.255.24.171

육아휴직의 충만함이 느껴지네요.

남은 기간 같이 잘~~~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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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20:11:36 *.113.77.122

이제 목요회동도 열심히 나가서 잘 놀아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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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5:57:42 *.196.54.42

책쓰시는군요, 찰나님!

책쓰기가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이라고 하니, 

그 길로 들어선 찰라님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셨네요^^


워킹맘과 육아, 휴직... 삶에서 나온 이야기가 진짜지요, 잘 어울려요 찰라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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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20:12:12 *.113.77.122

감사합니다. 구달님


아직 초고라 많이 미흡하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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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00:27:22 *.124.78.132

찰나 언니를 보면 너무너무 부럽기만 해요. 휴직기간을 이렇게 제대로 보내고 계신 분은 아마 어디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 ^^*

남은 시간 더욱더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시고, 책도 꼭 보고싶네요. 이번 칼럼을 통해서 워킹맘 책의 단면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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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08:51:58 *.113.77.122

영이도 조만간 워킹맘의 대열에 합류 ^^

그전에 즐길 수 있는 것 맘껏 즐기고, 아이 낳고서는 아이와 함께 즐기면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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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22:38:58 *.222.10.47

찰나 누님 육아 휴직 기간이 찰나같이 후딱 지나가 버리네요.

벌써 시월 낙엽이 물들고 높은 곳에는 서리가 내립니다.

올해가 다 가기전에 멋지게 한해 마무리하면 좋겠어요.

좀더 활기차게 좀더 멋들어지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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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8 22:14:02 *.113.77.122

그러게요. 그래서 요즘은 하루 하루가 넘 아쉬워요 ^^

마지막까지 열심히 놀다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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