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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6일 10시 06분 등록


소울푸드, 차별받은 식탁


 


  1. 저자 만나기

     


저자 우에하라 요시히로는 전근대 일본의 최하층 신분이 살던 곳, ‘부락’을 여행하고 쓴 책 《일본 뒷골목으로 떠나다》로 2010년 오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다. 이 밖에도 뉴욕 할렘, 이라크 전쟁 등 차별받고 궁핍한 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가장 낮은 곳의 구석구석을 살핀 그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 후 일본에서 3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자신이 오사카의 부락 출신이기도 한 저자는 천민의 후예들의 삶과 문화를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아직도 남아 있는 이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쓴 책으로는 《코리안 부락》, 《이형(異形)의 일본인》등이 있으며, 일본 주요 잡지사들이 선정하는 2012년 잡지 저널리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 마음에 들어온 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이들의 식탁에는 피와 땀과 억울한 눈물이 배어 있다. 그런 음식의 맛은 단순하게 맛있다라는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들의 땅을 여행하고 이들의 식탁에 앉는 일은 미각을 초월한 영혼을 느끼는 작업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나에게 이 여향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p10)


 


소울푸드란 흑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가리킨다. 이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60년대 공민권 운동 전성기 무렵부터다. 이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흑인 차별 철폐 운동이다. 공민권 운동이 왕성하게 펼쳐지면서 블랙 이즈 뷰티풀!’이란 말이 미국에서 유행할 무렵 미국 흑인들은 자신들의 독자성을 부각시키는 의미에서 자신들의 요리를 소울 푸드라고 부르게 되었다. 비슷한 의미에서 이들의 음악을 소울뮤직이라고 불렀고, 이윽고 소울이란 표현은 미국 흑인의 문화적 상징으로서 하나의 장르를 이루게 되었다.(p16)


 


허벅지나 가슴살은 백인농장주가 즐겨 먹었으니 흑인 노예들은 손에 넣을 수가 없었다. 그 대신 백인들이 입에 대지 않던 날개, , 목 등 뼈가 많은 부위는 자연스레 노예들 차지가 되었고 그것을 뼈째 씹어 먹을 수 있도록 바싹 튀겼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프라이드치킨의 유래였다. (p20)


 


한편 이 레스토랑 메뉴의 반을 차지하고 있던 포보이는 남부풍 샌드위치로, 바게트 사이에 생선이나 메기 튀김, 굴튀김 같은 걸 끼어 넣은 것이다. 맛이 과감하고 푸짐해 미국다운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포보이는 푸어 보이(poor boy)’ , 가난한 사람이 어원이라고 한다. 저렴한 샌드위치라는 의미이며 순수한 소울푸드는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포보이의 재료로 쓰는 메기튀김이 소울푸드에 속하기 때문에 포보이도 예전에는 흑인노예의 음식이었을지도 모른다. (p32-33)


 


소울푸드는 그야말로 일반적인 미각으로는 알 수 없는 어머니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어머니의 맛은 궁극의 미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논리나 미각을 초월해 오직 만이 맛을 아는 요리이니 말이다.(p45)


 


고기를 진공팩에 넣는 작업을 다시 시작하면 이윽고 몸이 후끈후끈해지고 곧바로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좀 전까지 돌부처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던 몸의 관절 마디가 부드러워지고 다시 몸을 바지런히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이때 사회 밑바닥에 있는 육체 노동자들 중에 왜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지 알 수가 있었다. (p166)


 


  1. 저자의 입장에서


 

목차


Prologue 그들의 식탁에 앉다

chapter 1
미국-흑인의 소울푸드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음식
프라이드치킨의 비밀
소울푸드에서 패스트푸드로
멤피스 ‘브라더’들의 맛
서던 호스피탤리티와 가짜 요리
그리고 진짜들
남부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
흑인 시장과 KKK창설자의 동상
가장 맛있는 소울푸드

chapter 2
브라질-도망자들의 가난한 낙원
이 땅에도 차별이 있을까?
국민 요리가 된 '못 먹을 것들', 페이조아다
흑인 노예들의 요리
검은 땅으로 가다
300
년 된 아프리카

chapter 3
불가리아·이라크-유랑자의 만찬
고슴도치를 먹는 사람들
집시의 아침식사
곰 곡예사들의 마을에 가다
체라코보의 거짓말쟁이들
고슴도치 요리법
이라크, 벼랑 끝의 유랑자
6
개의 텐트 50명의 사람
스물여덟 살의 노인
“후세인의 시대에는 벤츠를 몰았다오”
남겨진 문화

chapter 4
네팔-금단의 소고기 요리
손이 닿아서는 안 될 사람들
고빈다를 만나다
금단의 소고기 요리
그리고 2년 후
불가촉민, 국회의원이 되다
소고기는 맛있다

chapter 5
일본-부락의 풍경
도축장집 아들
내장의 맛
소주 한 병과 오뎅 국수
못 먹을 것이 없다
혀의 기억, 아부라카스

Epilogue
식사를 마치며


아마도 그 자신이 부락민으로 천대받은 경험이 있어서일까. 시종일관 낮은 곳에 임한 식탁에 과도하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더 가거나, 덜 가야 했을 것 같다. 분명히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생존의 음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외된 계층의 역사와 개인의 경험을 맛깔나게 버무린 멋진 책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그냥 르포를 하는 느낌, 그것이 기자의 한계이려나? 조금만 더 공부하고 그 유래를 깊이 있게 건드려주었으면 더 멋진 책이 되었을 것 같아서 아쉽다. 독특한 소재와 감성을 확 끌어낼 수 있는 주제의식이 있는데 왜 이렇게 밋밋할까. 내용은 알고 있으면 좋을만한 것들이 종종 있는데, 베끼고 싶을 만큼 맘에 드는 문장이 너무 적었다.  


구성에 있어서, 아마도 다들 그렇겠지만 자신이 소울푸드에 천착하게 된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로 시작해, 아픈 추억일 수도, 모든 이야기의 원천일 수도 있는 경험으로 돌아가 책을 끝맺는 구성은 이해가 간다. 나라도 그리 썼을 것이다. 그걸 빼곤 아쉽다. 이렇게 발품을 많이 판 글인데, 왜 이것밖에 전하지 못한 걸까. 하지만 또 부럽다. 나도 이렇게 나를 움직이는 뭔가를 쫓아 어디든 돌아다니는 여행을 할 수 있다면 


, 어떤 책이든 지은이의 지식과 감성과 취향이 몽땅 전달될 수 밖에 없으므로,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알몸으로 광장에 내던지는 행위인 것이다. 함부로 할 짓이 아니고, 적어도 본인에게는 정직한 이야기를 써야만 나를 내보일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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