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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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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6일 10시 59분 등록

목요스케치

한 때 나는 금요일과 토요일을 가장 좋아했다. 금요일 오전부터 나의 마음은 가벼운 흥분과 떨림이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이 심정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연구원이 되면서 좋아하는 다른 요일이 생겼다. 바로 목요일이다. 이 날은 아침부터 마음이 들뜨고 자유롭다. 전철역까지 가는 발걸음은 빠르고 기운차다. 한 손에 들은 빵봉다리도 덩달아 즐겁다. 누군가 나의 뒷모습에서 저 아줌마 바람났네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적도 있다. 맞는 말이다. 목요김밥회동과 사랑중이다. 올해 4월부터 시작된 이 회동은 스페인하계연수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대부분 옥상에서 열리지만, 우천시와 추울 때 갈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놓았으니 걱정이 없다.

이번 주는 대구에서 특별 손님이 온다고 하여 수요일로 옮겼다. 피울님이 드디어 왕림하셨고, 이제 걸음걸이가 자유로워진 찰나언니도 동참을 했다. 우리의 회동이 훨씬 풍요로워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처럼 반가운 이들이 오늘처럼 풍성하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날 일 때문에 술을 마시고 해장도 하지 못한 피울님은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예전에 보이지 않던 00만두가 눈에 들어왔다. 갈비만두와 개성만두로 일단 입막음을 했다. 만두해장이라아마 피울님도 처음일 것이다.

11 45. 검은색의 김밥 봉다리는 여전히 구달님의 손에 달려 온다. 매주 주문하는 김밥집 아줌마도 우리의 목요회동을 아신단다. 아마 이번주도 왜 수요일에 해요?’라며 한 마디를 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사람이 많은 관계로 구달님의 손이 더 묵직하다. 봉지를 여는 순간 이름표가 붙여진 김밥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함께하는 손님들에겐 미안하지만 이 모임에 김밥 이상으로 잘 어울리는 매뉴는 없다. 1주일에 꼭 한 번은 먹게 되는 김밥이 여전히 꿀맛이다. 후식으로 피울은 배가 터져 죽어도 좋으니 얼굴 찐빵은 꼭 먹고 가야겠다고 했다. 예전에 찍어 올린 사진이 군침을 돌게 한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은 찐빵집과 시간이 맞질 않아 먹지 못하게 되었다. 다음에 다시 참여하라는 신의 계시가 아니겠는가?  

몇 주 전부터 구달님의 김밥회동 마무리 시간은 2시에서 1시로 변경되었다. 호랑이 사장 때문에 올해는 그리 하기로 하셨다. 오늘같이 반가운 벗들이 멀리서 온 날은 일찍 떠나기가 더 힘드셨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당장 눈 앞에 호랑이와 공존하려면 그의 비위를 맞출 수 밖에. 창선배님은 이 모임에 책임감을 느끼고 계신듯하다. 사실은 알게 모르게 구달님과 내가 얹어준 것이기도 하다. 책임감은 감사하지만, 무겁지 않고 즐거우셨으면 좋겠다. 우리만 즐기면 너무 죄송한 일이니까. 오늘도 창선배님은 몇 마디의 코멘트를 남기시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지셨다. 그의 코멘트는 항상 감사하다.

피울님, 찰나언니, 나는 자리를 덕수궁으로 옮겼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해가 질 때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하계연수에 같이 가지 못했던 찰나언니를 위해 스페인에 잠깐 들렀다가 그녀가 쓰고 있는 책 이야기로 갔다가, 대구의 막창이야기로 갔다가……이리저리 종횡무진 같이 쏘다녔다. 피울님 말대로 김밥 두줄 먹여 놓고 하루 종일을 붙잡고 있으니 뻔뻔함의 극치이다. 보내고 나니 아쉬움과 함께 근처의 맛집들이 떠오른다. 필히 기회를 다시 만들어야겠다.

우리는 올해 3월의 면접여행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중간지대를 건너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이곳에 온 이들이다. 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또 다른 중간지대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인디언 속담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사우(師友)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짧은 연구원 생활이 이들과 더불어 있기에 좋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나의 가슴 한 켠에 방을 만들고 똬리를 틀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와주면 더 좋겠어.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그리고 널 만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가 되면,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게 될 거야.” -어린 왕자 중에서-

매주 열리는 목요김밥회동과 한 달에 한 번 있는 오프수업이 벌써부터 그리워 지는 것은 추색이 짙어지기 때문일까? 무거워지는 감나무의 가지처럼, 목요회동에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나눔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Welcome to our 목요회동!”

 

IP *.255.2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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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5:46:32 *.196.54.42

오~ 목요회동! 이 이야기가 왜 안나오나 했지.

사람을 좋아하고 오지랖 넓은 참치다운 글이야...^^

전샘 지난주 목요회동 없다고 했더니 많이 서운한 모양, 그게 자기에겐 소풍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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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16:20:58 *.255.24.171

우리 모두에게 소풍이죠! ㅋㅋㅋ

다 구달님 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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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6 20:28:37 *.113.77.122

이제 다리도 나았으니 남은 기간 열심히 참여해볼께~~ 김밥도 맛있지만 함께하는 분들이 더 맛이 좋더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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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11:09:06 *.7.48.97
ㅋㅋ 진미를 맛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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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09:03:51 *.50.21.20

즐거운 목요회동 :) 

전해 듣기만 해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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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11:09:50 *.7.48.97
자기가 오는 날에는 가을에도 봄꽃이 필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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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22:57:23 *.222.10.47

회동과 희동은 점 하나 차이인데 왜 이리 먼가요?

김밥은 뭐고 찐빵은 뭔가요? 하물며 만두라니.

전 알아요 하얀 음료수도 들이킨 다는 것을요.

때론 노란 음료수도 즐기신 다는 것을요.

까만 마음이 하얗게 되고 노란 가을 잎을 맞이합니다.

이 시간이 다 끝나기 전에 저도 그 자리에 한 번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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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23:01:40 *.255.24.171

발설하지 않은 기밀까지 어떻게 알았지?

희동이 온다면 꼭 목욜이 아니고 다른 요일이라도 환영이지.

나도 그럴 날을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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