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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7일 16시 54분 등록

그러니까 그렇게 시작되었다. – From. 우울 to 건강.

By 신치

나는 부모님을 실망시키거나 놀라게 할 만한 특별한 사고 없이 무난하게 커온 3남매의 첫째 딸이다. 12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첫 직장 생활 5년을 마칠 때가지는 말 그대로 ‘무난’했다. 이 ‘무난’이란 단어의 의미는 ‘남들과 같이 혹은 비슷하게’다. 하지만 정해진 월급이 아니라 ‘계약을 체결한 만큼’ 벌 수 있는 급여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보험영업’을 선택했을 때, 내 인생에서 ‘무난’의 시대가 끝날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매 달 같은 월급을 받고, 적당한 문화생활을 즐기며 일을 할 수 있는 일반 직장 생활을 5년동안 했다면, 매달 10만원씩 저축을 했더라도 1년에 120만원, 5년에 600만원 정도는 모아놨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번 달 내 통장에 찍히는 돈이 얼마가 될 지 종잡을 수 없었고, 영업을 위해 각종 커뮤니티 활동과 고객 등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쓰는 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신 술값과 택시비 등으로 매달 카드 결재금액은 늘어 결국 월급이 카드 값을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달이 많아졌다. 가입해 두었던 보험에서 대출까지 다 끌어 쓰고, 카드 돌려 막기에 이어 연이율 40%대에 육박하는 대출까지 손을 댔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카드사들의 독촉과 함께 우울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계속 무난하게 살 줄로 믿었던 큰 딸에 대한 엄마의 신뢰가 깨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 2011년 12월부터였다.


때 맞춰 5년간 헌신한 회사에서 ‘영업실적 저조함’을 이유로 해고당했고, 내일 모레 서른을 앞두고 있던 망망대해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표류하는 한 조각 배처럼 인생에서 방황의 시기를 맞이했다. 타고난 인맥 덕분에 전혀 다른 분야이긴 했으나, 일자리는 계속 이어졌지만, 1년간 회사를 다섯 군데 정도 옮겨 다녔다. 마지막에는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갔다.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는 딸이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을 지도 모른다. 사실 혼자 자격지심에 ‘엄마가 그렇게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혀 왔음을 꽤 긴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았다.

표류하고 있던 2년의 시간동안 계속 술을 마셨고, 담배를 폈고, 우울했다. 우울함을 잊기 위해, 또 술을 마셨고, 삭히지도 끄집어 내지도 못한 채 내 안에서 계속 곪아가고 있던 분노는 담배 연기에 실려 사라진다고 믿었다. 밤마다 술 마시고, 담배피고,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는 걸까? 도대체 아무 쓸모도 없는 나란 인간은 이 세상에 왜 태어나 이런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괴롭고, 힘들어서 차라리 죽는 게 사는 것보다 편하겠다’는 생각을 매일 했지만, 차마 죽을 용기조차 없어 뜨거운 눈물로 죽지도 못하는 내 신세를 한탄했다.


이런 상태를 때때로 아니 사실은 자주 SNS에 올렸다. 맥주 마신 사진을 비롯해 우울함을 한껏 녹여낸 문장들을 통해 내가 불안한 상태임을 감지한 친한 언니가 어느 날 나를 불러냈다. 언니의 도움으로 나는 ‘내가 행복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던 순간이 평생에 단 한 번도 없음을 깨달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행복한 척’하며 살아왔음을 2012년 6월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우울증과 이별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사람의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인 심리상담으로 우울의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최소 몇 개월부터 몇 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은 물질의 발전뿐만 아니라 심리 상담으로 대표되는 심리치료 기법도 다양하게 만들어 냈다. 이런 기법들을 접한 사샤언니와 Simple & Clear 에너지 코치인 현정언니의 도움으로 꽤 빠른 시간-한 달 반 정도-동안 30년 가까이 살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 속에 쌓인 내가 가진 건강한 혹은 건강하지 못한 신념들을 알게 되었고, 기억과 몸의 구석구석에 축적되어 있던 다양한 감정들을 토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담배를 핀 지 11년만인 2013년 5월에 ‘분노의 감정’을 담배연기로 풀어내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되었다. 하루에 담배 피는 양이 2-3개피로 많이 줄었으나, 담배를 완전히 끊지는 못하고 습관적으로 계속 피고 있었다. 이제는 뭐랄까, 담배의 노예가 아닌 담배의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담배와 좋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던 2013년 겨울. 일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던 스트레스를 피해 제주도로 도망쳤다. 2013년 12월 24일 한라산 등반을 마지막으로 다시 서울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카페에서 운영과 프로그램 기획 두 가지 일을 하는 일상으로의 복귀는 나를 매우 산란한 상태로 만들었다. 손님은 많지 않지만,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작업을 하면서 계속 손님이 오거나 있던 손님이 나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입구 쪽을 확인했다. 제주에서 돌아와 2014년 3월부터 덕천을 따라 국제정맥선원의 법회와 명상 시간에 참석하게 되었다.


50분. 바닥에 앉아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50분의 시간동안 나는 지금껏 알지 못한 ‘고요함’을 맛보았다. 명상 시간은 마치 짠 바다가 전부인 데서 여러 달을 헤매다 만난 맑은 물 한 모금 같았다. 이 때부터 매주 화요일 법회 후에 있는 30분의 명상시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2014년 5월부터는 정맥선원에서 운영하는 한국명상요가센터의 명상요가를 시작했다. 두 번의 명상요가 수업과 한 번의 명상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늘 어제보다 건강해진 느낌을 받았다.


이런 건강함을 느낀 지 두 달이 지난 7월이 되자, 술과 담배가 맛이 없어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숨막히는 폐를 느끼며 ‘오늘은 한 대도 피지 말아야지’하고 결심하지만, 어느 새 내 손에 들려있던 담배 한 개비. 그랬던 담배를 저절로 끊게 되었다. 정말 ‘맛이 없어’ 필 수가 없었다. 아니 피기 싫어졌다. 거의 매일 맥주를 마시고, 친구들과 마음 잡고 마시면, 하루 밤에 맥주 500cc 10잔도 거뜬히 마시던 내가 500 두 잔에, ‘아, 그만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 평소 나와 술을 즐겨 마시던 친구 강위는 이 얘기를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니까, 우울증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죽을 용기가 없기에 매일 나를 갉아먹고 있던 우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간절함이 나를 도와줄 많은 인연들로 이어진 덕분에 드디어 우울과 안녕할 수 있었고, 어린 시절 아주 잠깐 내게 머물러 주었던 건강과 다시 만났다.

IP *.11.24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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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23:24:31 *.222.10.47

축하해요. 담배 끊은 것을요.

축하해요. 술을 줄일 수 있는 것을요.

축하해요. 어릴쩍 건강을 다시 찾은 것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축하해요. 저같은 후배가 있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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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8 13:07:56 *.11.240.230

으흐흐흐 감사합니다~!!!! 모든 축하~~ 기분이 좋네요! 

특히 마지막 축하의 내용은 매우 좋습니다.ㅋㅋㅋ. 잘 지내시죠?? 수업할 때 한 번 가봐야하는뎅, 토욜마다 일정이 있어서. ㅠㅠ.


곧, 뵐 일이 있겠쭁!?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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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3 10:59:01 *.124.78.132

우와. 명상을 배워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 앞으로도 되찾은 건강과 함께 즐거운 하루하루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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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2:45:20 *.11.240.230

우왕~ ㅎㅎㅎ. 좋으네욤~ 좋은것은 여러 사람과 나누고싶은 것이 제 마음 인데, 그 마음이 잘 전달됐나봐요~ ㅋ 감사합니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더욱 즐겁네용! 히히~ 녕이~님도 즐건 매일 즐거운 하루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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