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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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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9일 09시 45분 등록

 

 

종종 학부모들을 만나 강연을 합니다. 주제는 대략 이렇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자녀교육법 : 30년 뒤 그 아이가 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게 할.’ 나는 먼저 묻습니다. “아이들을 왜 학교에 보냅니까?”

……정적이 흐릅니다. 강연장 구석구석 참가자들의 시선을 살펴보며 대답을 기다립니다.

……여전히 정적이 흐릅니다. 가만두면 이 정적은 언제 깨질지 모를 것만 같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을 위한 연수 강연 때도 종종 이렇게 물어봅니다. “교육이 무엇입니까?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왜 가르치십니까?” “……대부분 학부모 교육 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됩니다.

 

삶에서 자신이 마주하는 국면과 상황, 사태에 대해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궁극적인 것을 묻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 궁극에 대해 묻고 궁극의 해답을 찾으며 사는 삶이 철학하며 사는 삶일 것입니다. 느리더라도 조금씩 자기 질문과 자기 해답의 리스트를 더해갈 때 그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갑니다. 그 질문과 해답들이 더 정교해지고 풍성해질 때 내 삶도 거뜬해지고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돈이 뭐지?’ ‘공부가 뭘까? 사랑은 무얼까? 부모는, 혹은 가족이란 내게 무엇인가? 내게 이 회사는 무엇인가? 혹은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이 일은 무엇인가? 정치는 무엇이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란 무엇인가? ……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기 정의를 가져야 합니다. 그들은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의 정의를 해체하거나 폐기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자기 정의의 목록이 많아지고, 그 정의가 타당함과 매력을 가질 때, 그래서 자연스레 밖의 세계로부터 받는 지지가 넓어져 갈 때, 자기 하늘이 열려갑니다. 자기 세계가 만들어져 갑니다.

내가 왜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를 묻고 그 해답을 간직한 부모는 그렇지 않은 부모와 자녀교육을 달리 합니다. 교육은 무엇이고, 나는 이 아이들을 왜 가르치는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품은 선생님은 다릅니다.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에 문자로 박혀 있었던 그 해답과 정의가 아닌 자기 질문의 과정을 거쳐 확보한 살아있는 자기 정의를 품은 선생님은 남다른 스승의 길을 가게 됩니다.

 

스스로 일으킨 질문과 그에 대한 자기 정의를 갖는다는 것은 깊게 생각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혹은 나란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마주하는 사태나 국면, 상황과 한 덩어리가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꽃밭이건 진흙탕이건, 그것이 기쁨이건 아픔이건, 그것이 즐거움이건 슬픔이건……. 한 덩어리로 뒤엉키는 이 경험을 외면하거나 건너뛰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자기 정의의 목록이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레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시간이 많게 되겠지요.

그대에게는 어떤 자기 정의의 목록이 있습니까? 요즘은 어떤 상황과 뒤엉켜 살아가고 계신지요? 혹시 버겁더라도 그 사태와 한 덩어리가 되어 그 안에서 궁극의 질문과 해답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자기 정의의 목록이 풍성해지는 삶,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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