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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2일 08시 46분 등록

시험관 3차에 품어온 두 배아들아, 안녕?

 

오늘은 채취 9일째, 3일 배양 이식 7일째 새벽이다. 새벽에 나는 시험관으로 이란성쌍둥이 딸들을 낳아 기르는 법당 친구를 우리집에 초대하는 꿈을 꾸었다. 우리는 내 고향 동네 어귀에서 만났다. 우리 둘 다 기차나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고 행선지와 탈 차가 다르다. 실제로는 친구인데 그녀는 꿈 속에서는 내 동서였다. 그리고 우리집은 고향동네가 아니라 기찻길과 버스길 사이에 있었다. 내가 쌍둥이들 잘 크냐고 안부를 물었고 그녀는 셋째를 가질 거라고 대답했다. 과배란을 하면서 현란해진 꿈은 이식 후에도 여전하다. 호르몬주사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꿈의 의미를 이번 시험관 성공, 실패 예지냐로 따지는 마음이 어지럽다.

 

지금까지 인공수정과 시험관 후 피검을 기다리는 기간에 대개는 7~8일째부터 임테기 유혹에 들썩였구나. 내 상식으로 수정된 지 7~8일이면 착상한다고 알고 있거든. 이전 차수 마다 나는 2개씩의 임테기를 사용했어. 첫 임테기는 이 즈음에, 두번째 것은 피검날이나 전날에 했지. 늘 한 줄을 보았어. 눈물 바람 장면 한 번 찍는다. 다음 장면은 임테기를 해서 실망감 커지고 피검까지 기다리기가 더 힘들어진 그녀의 탈선 현장이다. 사발커피에 참았던 라면을 끓여먹거나, 프로게스테론 주사 맞는 걸 생략하거나 하루 8시간 미드를 보지. 겪어보니 몸은 난자 채취할 때가 제일 아프고, 2위 과배란 주사 맞기, 3위 이식이다. 마음은 피검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견디기 힘들고 초조하다.  오늘은 특별히 내 마음을 다독일 필요가 있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오래 전에 태명을 개똥이와 산이로 지어두었지. 그 태명을 부를 태아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시험관 3차를 할 동안 1 3, 2 2, 3 2개의 수정란들을 만났구나. 바람에 날려온 홀씨들을 바라보듯 황홀했다. 우리는 매번 그 꽃송이들이 내 자궁에 뿌리 내려 어여쁜 집을 짓기를, 나를 생명의 도구로 써서 하늘이 꽃나무를 기르시실 고대했구나. 어서 태명을 쓰게 되길 숨죽여 기다렸다. 싹이 나지 않았을 땐 아쉬워 눈물 흘렸지. 이번에 또 반가운 손님을 맞이했다. 바로 너희 둘이다. 나는 이식날, 배아들에게 인디언식 이름을 지어주었지. 한 녀석은 새벽 종소리’, 한 녀석은 어질고 고요한이다. 두 꽃송이, ‘새벽종소리’, 그리고 어질고 고요한이 내 자식이 된다면 차례로 개똥이, 산이로 태명을 부르게 되겠지. 개똥이는 수월스님 삼거리 국밥집에서 일하는 개똥이엄마(이게 내 꿈이다! ^^;;;)의 아이니 새벽종소리를 알아들을 거고, 인자요산 지자요수,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그리고 깊은 산은 고요하다. ‘어질고 고요한은 바로 산의 특징이다. 오늘 새벽에는 너희 두 배아, ‘새벽종소리어질고 고요한에게 편지를 써.

 

일어나자 마자 유투브에서 착상키워드로 검색했어. 난임병원 홍보 사이트에서 수정란 이미지를 봤어. 수정란, 2개 분할, 4개 분할, 8개 분할, 16개 분할, 32개 분할하는 사진이야. 아름다워! 나는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운 채 원래의 난자 알껍질에서 나와서 부화하듯 자궁에 파고 드는 착상 과정을 보았어. 알은 해마나 물고기처럼 발달해갔지. 대단한 촬영기술이야. 지금 내 자궁에서는 저 일이 일어날까? 아니면 사막처럼 조용할까? 배를 열어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래 보고 싶구나.

 

새벽종소리, ‘어질고 고요한

 

나와 남편의 몸에서 채취한 난자와 정자들이 만나 수정분열된 너희 둘, 어여쁜 배아들을 생각한다. 너희는 내 알들이지. 그리고 나는 그 알을 품은 엄마다. 사실이지 않느냐? 수정란의 ()’은 알이란 한자다. 계란의 한자와 같다. 알 중에는 삐약거리는 새끼로 부화되는 게 있고 그러지 못하는 게 있다. 그러나 어미새는 한결같이 따스한 체온과 정성으로 알을 품는다. 자람을 조장한다며 어린 싹을 당긴다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 지켜보기 안타깝고 기다리기 힘들어서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를 거들어주면 나비는 날개가 덜 여물고, 갓 태어난 아기 아무르장지뱀은 기우뚱하다. 누구든 알을 스스로 까고 나와야 한다. 너희 역시 그러하다.

 

나는 이번에 부성애와 모성애가 있는 물고기와 곤충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물자라, 두꺼비는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 숫컷이 알을 등에 지고 다닌다. 큰가시고기와 문어는 알을 파묻어둔 곳을 떠나지 않고 포식자들로부터 지키느라 쫄쫄 굶는다. 개중에는 알이 부화하면 엄마는 아사하기도 한단다. 그 중 몇 개나 부화에 성공할까? 얼마나 성체가 될까? 자연은 엄청난 물량공세로 낭비하며 끊임없이 시도한다. 자연은 풍요롭다. 이건 나의 몸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난소만 해도 13살에 초경을 해서 단 한 번도 생리를 안 걸렀으니까 12*30=360개 난자를 배란했다. 여러 개의 예비난자를 길러 그 중 최상의 것 1개만을 선발하는 게 자연배란의 원리다. 예비군을 100개씩으로만 쳐도 36,000개가 아니냐? 그걸 다 폐기하면서 매달 노력하고 기다린다. 나보다 먼저 이 사실에 감동한 이가 있다. 그는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었나봐. 그림책으로 그렸어. 나는 그의 그림책을 주문했어. 정말로 엄마가 되어서 여러 가지 임신 징후와 산고를 내 온 몸으로 경험하며 생명의 신비를 공부하게 될 때, 남편은 그 책을 태아들에게 읽어주게 될 거야. 이 다음에 유아나 어린이가 된 아이에게도 읽어 줄거야. “엄마가 조바심 날 때 읽었어. 너희가 우리에게 올 때까지 도와준 이들이 많아. 물자라, 문어도 엄마를 도와주었어.” 라고 말해줄 참이야.

 

아가들아. ‘새벽종소리’, ‘어질고 고요한

 

우리의 인연이 단 열흘이더라도, 태아로, 아기로 만나든 못 만나든 이미 너희는 내 알들이다. 나는 너희의 엄마다. 나는 열흘일지라도 너희의 엄마로 이식 후 피검까지의 시간을 보내고 싶구나. 나는 엄마 마음을 품은 채, 아이들이 오면 내가 되고 싶었던 엄마의 일상을 예행연습하는 기회로 그 시간을 삼고 싶다. 내가 살고 싶었던 하루를 오늘 살고 싶다. 그래도 저 곤충들처럼 목숨까지 거는 건 아니다. 질병휴직 덕분에 나름 유한마담의 생활이다. 어제 점심때는 혼자 나가 점심피자를 사먹었고, 저녁에는 퇴근한 아빠와 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신혼 초에는 우리집에서 삼겹살 굽는 거 질색했다. 인제 1년반 되니까, 식당에서 150g 1인분 값 14000원으로 600g 한 근 사고, 부부가 몸으로 때우면 현금이 굳는다는 생활인의 자세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밀가루, 고기 홀릭은 나의 유서깊은 생리전증후군 증상이다. 증상놀이에 별로 안 놀아난다는 건 개뿔, 방귀가 뿡뿡 나면, 울렁증에 현기증이 나면, 배가 콕콕 거리면 혹시를 남발하고 있다.

 

이번 차수는 좀 덜 괴롭게 피검까지의 시간을 기다려보고 싶다. 안달복달 억지로 견뎠는데 피검수치 0이면 너무 허무하거든. 한 차수에 정부지원금 180만원 포함해 400만원을 써. 돈은 어차피 각오한 거야. 과배란을 시작하면 병원에 자주 가야하고 주사맞을 게 맞아 나는 병원 일정에 묶인다. 이식을 하면 달리기, 목욕, 부부관계부터 금지되는 게 더 많다. 하지만 그 시간을 괴롭게까지 보내면 돈 쓰고 마음고생하고, 몸 상하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이왕이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남기고 싶었다. 어제까지는 잘 하고 있다. 침 튀는 나의 자랑질을 들어봐.

 

이식일 이후로 사부작사부작, 2014년 목표 중 한 개, 방 하나를 서재로 꾸미기를 했어. 5단 책장 2개를 주문했어. 두 겹 세 겹으로 눕혀 쟁여두었던 나와 그의 책을 세워서 전부 수납했어. 300권쯤 되나봐. 사놓고 안 읽은 책 많더라. 주워서 잘 쓰고 있는 3단 장식장을 앤틱화이트 페인트로 리폼했어. 방독면 수준의 아빠의 작업 마스크를 쓰고 젯소와 페인트를 롤러로 밀었지. 나는 늘 꿈꾸었어. 한 면이 책장으로 가득하고, 나무 무늬가 보이는 원목 책상, 존재의 테이블이 있는 북유럽식 서재(거실)을 말이다. 앉으면 식물이 가득한 (베란다)정원이 보이는 뷰다. 그 방에서 책 읽고 글 쓰고, 기도하면서 새벽푸른빛을, 저녁 노을을 맞이하고 싶다. 너희가 자라면 저녁을 먹고서 그 방에서 같이 일기 쓰고, 그림책, 만화책 보고 종알거리면서 즐겁게, 안온하게 보내고 싶구나.

 

아빠는 단주중이다. 이번 차수 중간점검일부터 단주를 했으니 한 보름 되었구나. 그는 지금 술이 문제냐고 한다. 아이들이 찾아올 때까지 계속 단주를 실행할 각오가 되어 있는 듯 하다. 그는 이번에도 미세수정에 수정률 50%에 충격받았다. 뭔가 달라졌다. 이 모든 건 너희가 내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엄마 마음, 아빠 마음을 조금씩 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가 조금씩 엄마 아빠로 성장하고 있는 거라고 믿어볼란다.

 

배아들의 엄마에서 태아들의 엄마로 진화하지 못해도 열흘엄마의 경험을 기쁘게 하고 싶구나. 나폴레옹이 3일 천하를 했지만 그의 역사는 찬란하지 않더냐. 하늘이 허락하신다면 배아의 엄마는

태아의 엄마로, 신생아의 엄마로 변화한다. 엄마라는 존재는 시시때때로 진화해야 한다. 법륜스님의 <엄마수업> 책에서는 엄마는 아이에게 신이고 우주라고 했다. 사랑의 방식은 아이의 나이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3세까지는 돌보는 사랑이 필요하다. 스님은 만 3세까지는 전적으로 엄마가 기르라고 한다. 초등학교까지는 따라 배우는 시기이므로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서 같이 청소하고 책 읽고 생활하는게 필요하다. 청소년기에는 스스로 실행해 시행착오를 하면서 자율성을 길러야 하므로 지켜보는 사랑이 필요하다. 오계를 어길 때가 아니면 서너 번 실수를 하더라도 지켜보라고 했어. 남을 죽이거나 폭력, 훔치기, 성폭력, 거짓말, 술에 취해 실수하는 것은 엄정히 금지해야 할 울타리다. 그건 남에게 피해를 주므로 나에게도 장차 손해가 생기는 사안이다. 20살이 되면 정을 냉정히 딱 잘라주는 사랑으로 진화해야 한다. 스님은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20살이 되면 독립시켜라, 학비도 빌려주든 학자금 대출을 내서 스스로 다니게 하라고 했어. 가장 중요한 부모노릇은 엄마가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가꾸는 정진을 하는 모습이고, 부부가 화목하게 지내는 거랬어. 살펴보면 엄마 노릇에는 지혜와 진화에 버금가는 결단과 힘이 필요하다.

 

내가 난임휴직을 결정하고 송별회식에서 아기를 갖기 위해 휴직한다고 소개되었을 때 동료 한분이 이렇게 말했다. 4년을 기다려 첫딸을, 다음 해에 연년생으로 둘째딸을 얻었고, 아이 육아에 적극 참여했던 아빠셔.  학교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존경하던 조선생님이야. “아내는 몸이 차서 꿀을 오래 먹었어요. 인스턴트 끊고 운동도 하구요. 이런저런 준비가 쌓여서 어떤 시점이 되면 오더라구요. 근데 생명은 결국 하늘의 선물이더라구요. 그 얘길 꼭 하고 싶었어요.” 라고 하셨어. 나는 결혼 직후부터 아이를 바래서 회식에서도 술을 안 받고 있었지. 그러나 1년이 지나는 동안 내 옆의 2명이 둘째아이를 가져 배가 불러올 동안 내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두 배아들 새벽종소리’, ‘어질고 고요한.

 

병원에서 너희를 이식받고서 나는 많이 기뻤다. 어려움 속에서도 잘 자라준 너희가 뭉클하게 고마웠구나. 어색하고 서툴지만 나는 되풀이해서 선언한다. 열흘엄마라도, 너희들의 엄마로서 지낼 것이다. 시험 쳐 놓고 떨어질까 붙을까 고심하는 수험생, 투자해놓고 오를까 떨어질까 불안한 겜블러 투자가로 보내지 않을 거다. 약속하마.  

 

피검까지는 4일 남았다. 결과는 하늘의 소관이다. 내 관심의 영역일 수는 있어도 영향력의 영역의일은 아니다. 내가 생명이 자랄만한 마음과 몸의 토질이 아니면 연구를 해서 퇴비를 넣고, 깊이 갈이를 하면서 지질을 돋울 수 밖에 없지 않겠니? 이 또한 간절함과 지혜를 켜들고 하나씩 길을 찾고 걸림돌을 제거하는 배움의 과정일거다. 많은 은인을 만나겠지. 그러나 미래의 일을 당겨 걱정하고 대비하는 것 역시 현재로부터 도망치는 방편일테지. 너희와 함께 하는 내 시간을 편안하고, 즐겁게 채우고 싶다. 삶은 결국 순간순간의 모음이다. 우리 모두 힘내자.   

 

2014. 9. 18. 목요일 새벽에 엄마가.

 

 

Ps1. 부처님관세음보살님 그리고 기도를 들으시는 모든 고운 님들께 기도드립니다. 오늘 새벽에는 바람이 좀 부는지 블라인드가 펄럭입니다. 저는 이런 선선한 날씨를 참 좋아합니다. 요즘 하늘이 근사합니다. 하늘을 보려고 창문을 닦고 싶어져요. 근데요 며칠 그 마음이 아침마다 들었는데 아직 한 번도 안 닦았어요. 밖에서는 어느새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인가의 아침이 시작됩니다. 날씨에 유혹당해 당일치기 일정으로 설악산을 다녀온 남편은 근육통으로 끙끙거리다가 새벽에야 깊은 잠이 들었어요. 하루 만에 서울서 오색, 대청봉 찍고 천불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그의 말에 의하면 연인이 가면 솔로로 돌아오게 되는 코스라는군요. 새벽에 일어나 산에 가는 그를 보면서 그는 진짜로 산을 좋아한다. 우리가 미래의 아이의 태명을 산이로 지은 것은 매우 합당하다는 게 저의 엉뚱 결론이었어요. 

 

오늘은 마음이 부대꼈어요. 그래서 배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통 썼어요. 미래의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마치 우표를 붙이고 소인을 찍듯 님들께 기도를 드리면 마음이 차분해지듯이 배아들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내가 배아들의 엄마라는 건 새로운 발견이었고요, 열흘엄마라도 엄마로 지내겠다는 결심은 저의 안에서 힘을 끌어냅니다.  

 

나라는 감옥에 갖히지 않기를 기도드립니다. 누구도 내 발에 쇠사슬을 묶어놓지 않았는데 스스로꼼짝을 못하곤 합니다. 지금 저에게는 시간이 있어요. 막상 아이들이 왔을 때는 실전이 시작되니까요, 지금을 준비기간으로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마치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학에서 사전교육을 받듯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알뜰히 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대학 때 공부를 안해서요, 현직에서 일하면서 고생스럽고 막막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죄 지을 때가 많았어요.  

 

오늘 내가 되고 싶었던 엄마를 살겠습니다. 내가 살고 싶었던 하루를 살겠습니다. 더 많이 웃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내 주변에 있는 작은 기쁨과 애기손톱만한 아름다움을 알밤을 줍는 다람쥐처럼, 조개껍데기를 줍는 소풍 아이처럼 발견하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 가족을 지키고 보호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품어온 꽃송이 새벽종소리’, ‘어질고 고요한과 함께 하여 주십시오. 우주에서 작은 발로 우리에게 오고 있을 아이들의 영혼과 몸을 보호하여 주십시오.

 

 

Ps2. 저 편지를 쓰고 피검까지 잘 보냈어요. 지금까지 중에서 최고로 편안하게 보냈어요. 어제 피검 실패전화를 받았네요. 정말로 열흘짜리 엄마로 막을 내렸어요. 시험관 삼 세판 KO패 당한 기분이예요. 새벽에 일어났는데 사지가 무기력합니다. 저는 이게 무언지 압니다. 상실감, 좌절감, 슬픔의 반응입니다. 그까이 꺼 뭘 그러냐 할 지 모릅니다. 내가 그렇다면 내겐 그런거죠. 겪지 않으려 외면한다면 오래 걸릴 겁니다. 제대로 슬퍼할 거에요. 그래야만 가볍게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그리스비극 트로이유민 부분을 읽든, 눈물 나는 가을 영화를 보든, 허난설헌의 시를 읽든 나에게 슬퍼할 시간과 공간을 줄 겁니다. 햇볕도 좀 쬐고요. 가을 하늘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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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3 13:27:10 *.113.77.122

아이가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생기는지,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어디서 들으니 아이의 유전자들은 부모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최적의 유전자 조합을 해서 나온다고 합니다. 

결국 아이의 선택이라는 거죠. 엄마의 마음이야 충분히 알고 있겠지만 아직  새벽종소리’, ‘어질고 고요한' 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것 같습니다.엄마, 아빠에게 더 건강한 모습으로  나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선배님도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나온 존귀한 존재임을 잊지 마시고, 몸 잘 추수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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