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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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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4일 10시 39분 등록

카를 융은 죽기 2년 전 BBC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그때 기자가 융에게 신을 믿느냐고 물었다. 

수백만의 시청자들은 융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긴장하며 기다렸다. 

융이 천천히 대답했다. 

“나는 신을 압니다.”



5차 오프_역사적 인물의 가상 인터뷰

2014. 10. 14

장소: 강남구 신사동 국민연금관리공단 외 몇 곳

일정: 2014. 10. 11 10:00~19:00(공식)

목적: 데카상스 오프모임 제5차.

주제: 역사적 인물의 가상 인터뷰


근래 얼마간 읽고, 쓰고, 생각하기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못하고 있어 조급증이 난다. 영양가 없는 일들이 두서없이 끼어들어 시간이 쪼개진다고 생각하니 짜증스럽다. 이런 일들은 돈 안되고 신경 쓸 일은 많고 몸은 고달프다. 이럴수록 연구원 안했으면 어쩔뻔 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뜻 만큼 생각만큼 깊숙이 젖어 들지 못하니 불안했다가 초조했다가를 반복한다. 이윽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심장 뛰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까지 오프 과제가 모두 만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과제 만큼 곤란한 적은 없었다. 생경하고 무겁고 넓다. 역사적 인물 가운데 네 분을 모시고 이분들에게 질문하고 답하라는 것이 과제인데 결국 내가 그분들의 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패널들을 모셨다. ‘대극’의 관점...그러니까 양과 음, 머리와 가슴, 물과 불, 잡을 수 있는 것과 잡을 수 없는 것, 이것과 저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해서 생각했다. 이것들은 완전히 서로 다른 것 처럼 보이지만 어느 한 쪽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다르지만 다른 것이 아니요. 둘이지만 둘이 아닌 것이다. 맹자와 괴테는 현실을 살았고 장자와 융은 저 너머에 머물렀거나 그 경계에 살았다. 이분들의 입을 통하여 듣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펜이 흐르는 데로 늘어놓고 보니 잡히는 것이 없다. 추려서 정리하니 여덟 개의 키워드가 만들어 졌다. 여행, 삶과 죽음, 존재, 의미와 가치, 앎, 관계, 신 등이 그것이다.


그간 읽었던 이분들의 책을 뒤지고 리뷰들을 꼼꼼히 살펴 키워드에 어울리는 답을 찾아 옮겼다. 가능한 내 목소리는 빼려 했으나 공명이 일어나는 지점에서 이런 의도는 무의미해지고 만다. 내 안에 있던 말이 그분들의 입을 통해서 나오게 되는 것이니 이런 시도는 가치도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 곳에 베껴 놓고 보니 몽롱한 말들만 가득하다. 머리는 “이게 뭐야? 그래서 어쩌라고?”, 가슴은 “그래도 깊고 따뜻한거 같지 않아?”


구달은 너무 범위가 넓어 깊이를 가지기에 어려운 질문과 대답이라고 했고, 양파는 구본형 선생님의 바닷가 연설을 곁들이며 지금쯤은 투사하지 말고 자신을 목소리로 말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한 것 같다. 종종은 치기 어린 표현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희동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달자선배는 의미와 성찰에만 머물지 말고 이제 현실로 이런 고민들을 끌어와서 구체적인 실행 모델로 만들 때가 되었다고 했다. 모두 가슴으로 한 말이다. 


나는 지금 껏 소통장애를 겪어왔다. 진지한 문제였지만 그들은 공감하지 못했고,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했지만 그들에게 이해를 얻거나 동의를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나는 점점 더 송곳이 되어야 했다. 상황을 좀 더 분명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점점 더 어리둥절해 하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나는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서도 고립감을 느꼈다. 그들은 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이렇게 진지하고 재미있고 중요한데 그들은 왜 공감하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매번 똑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 똑 같은 반응에 실망해야 하는 것일까? 이럴 때마다 나는 심한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옳은지 그른지 알지 못한다. 대부분은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닌 것들이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그런 생각들이 언제나 내 안에 움트고 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생각들은 그 동안 겪었던 고립감 따위로 억누르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밖으로 쏟아질 것이었다. 융을 만나기 전에 나는 이런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스트렝스파인더 인덱스에 의한다면 이런 특질이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 나는 나와 그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성의 차원에서는 쓸데 없는 사변일 뿐이지만 감성의 차원에서는 보상과 치유가 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지 모르지만 공감하지 못했다. 내가 본 세상을 함께 보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대로 긍정하는 것이야말로 공감의 순수다. “나는 신을 알고 있다네.” 융의 한마디가 빛 처럼 반짝인다.


IP *.201.14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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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1:14:44 *.113.77.122

자신과 코드가 맞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굉장한 기쁨인것 같아요. 

카를 융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새롭게 피어날 피울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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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3:48:49 *.201.146.69

사실 융 만나는 것이 맘 편한 것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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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3:15:27 *.252.144.63

2011년 10월 오프수업에서 사부님이 해주신 말입니다.

피울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작가의 사회적 기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개인의 취향을 떠나서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고민이다. 우리가 비즈니스로 창작, 예술을 생각한다면 세상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맞다. 그것이 베스트셀러다. 예술의 비상업성을 생각하면 세상이 원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 반론을 제기하는 , 깨우는 목소리를 내는 이렇게 되면 투쟁적이고 가난하고 시장에서 외면 받을 있다. 작가는 이런 개의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세상이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독자와 나의 괴리를 줄여가는 방법이다.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 나의 가장 고민을 해결할 있어야 한다. 회사가 붙잡는 여성 1%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하라는 메시지를 하게 되면 너에게도 피곤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것이다. 외에 삶이 있느냐 하는 것을 물어야 하고, 때문에 포기한 많은 것들을 물어야 한다. 때도 되었다는 , 사다리 타기라는 개념이 아니라 휴식의 부재와 긴장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 하면 좋을 같다. 고민만 하지 말고 생활에 적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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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3:48:19 *.201.146.69

당연히 도움이 되지요.

훅 들어오는 코멘트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주옥같은 잠언들을 모아두고 그때 그때 뽑아쓰는 것이 무척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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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3:58:44 *.252.144.63

더 부럽도록 하나 더 풀어 볼까요?

2011년 6월 오프수업에서 하신 말씀

(이런 내용은 연구원 수업의 수업 일지 내용에 다 담겨 있습니다. 찬찬히 살펴 보시지요.)

 

책에 관한 이야기. 베스트셀러의 조건에서 운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은 이외에 중요한 것 세가지가 있다.

 

1. 책이 아닌 그 사람의 인생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세상이 듣고 싶어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비야, 즉 네임 밸류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삶 자체가 극적이어서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해야 한다.

 

2. 그 분야의 전문가여야 한다. 이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신뢰도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가 쓴 대중적 기록이나 이야기여야 한다. 전문성이라는 브랜드 파워에 의거하여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3. 조엔 롤링이 대표적인 사례다. 거절 당할 수 있지만 베스트 셀러. (해리포터) 로또와 같다. 기획력이 중요하다. 시대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내 놓는 것이다. 그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는지, 듣고 싶은 타이밍에 내 놓을 수 있는지. 이름이 없지만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하여 장악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읽어본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하여 입 소문이 생겨 퍼져 나간다. 무명성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재능이 있어야 하고 시대가 원하는 것을 들려주어야 한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은 잘 모르지만 나는 잘 감지하여 그것을 써야 한다. 이것이 여러분이 감지해야 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바로 이 세 번째에 주목을 해야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시간을 두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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