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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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오프 수업 후기
10기 김정은
아침부터 짜증이 났다. 온 집안에 돼지고기 누린내가 진동을 한다. 분명 남편은 아침부터 수육을 먹고 가라고 할 것이다. 아직 오프 과제를 끝내지 못했다. <최상주의자> 테마는 나를 들들 볶아댄다. 집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과제를 마무리하느라 과제도 엉망이고, 수육은 먹지 못했다. 남편은 보리차를 담은 물병을 건넨다. 짜증을 확 냈다.
지난 이 주간 엄청 바빴다. 파주는 책 축제로, 율곡 문화제로 연중 가장 핫한 시기이다. 게다가 시아버지 생신에 엄마 생신도 있었다. 이런 시기 나의 <책임> 테마는 빛을 발한다. 한 차례의 몸살에 이르게 될 것 같다. 그 전에 연구원 오프 과제와 오프 수업이 남아 있다. 오늘만 넘기고 몸살 나자 주문을 걸어 본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고마워요” 하며 보리차 물병을 받아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수육 한 점 먹지 않고 나온 것이 미안했다.
오프 수업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졸린다. 살짝 졸기도 하고 살짝 꿈꾸기도 한다. 꿈에서 재경 선배가 나타났다. 그윽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더니 엄마처럼 날 안아준다. 꿈 속이지만 느닷없는 재경 선배의 포옹에 놀란다. 늘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코멘트를 주시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포옹은 무언가 사무적인 악수 같은 느낌이 아닐까 상상했었다. 하지만 내 꿈 속에 나타난 그녀의 포옹은 엄마의 품처럼 따뜻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좋다. <미래지향>테마 때문인지 자꾸 그들의 미래를 미리 상상하게 된다. 직장을 나와 자연으로 무작정 장기 여행을 떠난 구달님은 가족들과 조르바처럼 춤추고 있다. 사모님과 딸, 아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이곳으로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요.” 어니언은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낮엔 커리어우먼, 밤엔 만화가. 어니언이 그린 만화 주인공들도 생기발랄 그 자체로 보는 이들에게 활기를 준다. 어니언의 어머니는 어니언이 그린 만화를 보며 배꼽을 잡고 박장대소하신다. 찰나님은 찰나보살이 되어, ‘찰나보살의 희망편지’는 많은 이들의 희망이 된다. 종종님은 국수를 좋아하시는 어머니와 그녀의 책을 들고 누들로드 여행을 떠난다. 녕이는 S모 기업의 중역이 되어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피울님은 국내최초 융 전문가가 되고, 에움의 책은 ‘전태일 평전’처럼 감동을 준다.
우리의 웨버, 희동이님은 친환경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직접 농사 지은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그의 요리는 건강을 잃은 이들에게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 희동이님은 쉐프, 사모님은 사장이 되어 미어터지는 손님들을 치르느라 아웅다웅 다툴 시간이 없다. 우리의 총무, 왕참치님은 사람과 독서, 글쓰기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었기에 북까페를 오픈했다. 그 공간은 그녀가 사람을 만나며, 독서도 하고, 책도 쓰는 곳이다. 그녀의 <사교>, <개인화>, <의사소통> 테마가 시너지 효과를 내어 이 까페에 오는 이들은 자연스레 각자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낯선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매력> 테마를 가진 나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는 그들의 새로운 면을 포착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서북청년단 사건’에 신념을 불태우는 에움이 귀엽고, 남편을 위해 기꺼이 열 두 시 신데렐라가 된 참치언니가 아름답다. 워킹맘 책을 쓰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찰라 형님은 이제 청순한 소녀 같다. 어쩔 수 없이 또는 인식하지 못해서 오랜 세월 쓰고 살았던 무거운 페르소나를 벗은 그녀들이 보여주는 생얼은 귀엽고 청순하고 아름답다.
요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나는 웬일로 일찍 집으로 향한다. 일상과 이상의 조화, 현실과 미래의 조화, 몸과 마음의 조화 등을 생각하며 날밤을 새어 그들과 함께 하고픈 욕망을 조절한다. 집으로 돌아와 나의 <의사소통> 테마를 한껏 살려 오늘의 이야기를 남편과 나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육과 보리차를 먹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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