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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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저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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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했다.
“두 달에서 삼일이 빠지는 날, 난 저 카페에서 널 기다릴 거야. 내가 먼저 와서 카페 이층에 앉아 네가 오는 걸 지켜볼 거야.”
그 후 그녀의 머리에는 항상 그 사람이 풍경인 사진 한 장이 따라 다녔다.
‘불 켜진 환한 2층짜리 카페. 1층엔 약간의 사람들이 있고 상대적으로 한적한 2층.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 불빛이 은은하다. 통창으로 시원스럽게 2층 내부가 보이고 창가 테이블에 그가 앉아 있다. 커피는 아직 시키지 않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그녀가 걸어올 플라타너스 가로수 사이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녀는 그가 풍경인 사진을 달고 처음 아흐레는 온통 그에게 사로잡혀 지냈으며 그 후 며칠간은 야속해했고 또 한참 동안은 그리워했다. 마지막에는 애써 담담한 척 했으며 바로 전날은 긴장했다. 두 달에서 삼일이 빠지던 날,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그 카페를 찾아갔다. 그러나 문은 닫혀있었고 그도 없었다. 그녀는 돌아서며 이제 머리에 달고 다니던 사진을 버리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미 너무나 많이 보고 싶어했고 그리워했고 그가 머리에서 가슴 속으로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이 풍경인 사진 한 장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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