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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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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0일 06시 30분 등록

 

몇 일 쉬고 있는 일요일 아침 좀 늦게 일어나 아이 아침을 준비하여 같이 먹는다. 오늘은 아내가 통영으로 갔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가면 동해로 갈 것인데 이번 통영행은 아내에게도 남다른 일정이다. 올해 시작한 철인 삼종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통영으로 간 것이다. 아직 달리기와 싸이클은 경기 수준에 오르지 못해 3명이서 나누어 레이스를 한다고 한다. 아내는 1.5Km 바다 수영을 한다. 150m 수영하는 데도 벅찬 나에게 1.5Km는 상상이 되지 않는 거리이다.

 

아내는 5년 전부터 운동에 열심이다. 한참 회사일로 바쁘던 당시 나는 욕심도 많고 일도 많았다. 아이는 5살로 늘 엄마를 찾는 나이였다. 회사를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던 나는 당시 아내로 인해 불필요한 괴로움을 겪게 되었다. 아내가 새벽 6시 수영을 다니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그 전부터 오전 수영을 하였지만 아침 먹고 수영을 하러 가면 오전 시간이 모두 날라가서 다른 일을 못 본다는 것이 그 발단이다. 그 사정이야 어떻든 난 그 뒤로 출근 시간을 7 10분 이후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출근 시간을 미루며 양보를 하게 된 것은 그 동안 아이 키우느라 몸도 힘들고 아이 보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아내에게 여유를 주면서 건강을 찾으라는 차원에서였다. 나 또한, 출근 시간 보다는 아내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 가족을 위해 좋을 것이라 판단해서 동의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나는 매우 힘들어 했다. 아침에 일찍 아이가 깨는 날에는 엄마를 찾아서 울기 때문에 여간 애를 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이도 컸으니 적응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9살이 된 아이는 아침에 엄마가 수영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 당시 나로서는 우는 아이에게 적응할 거란 말만 하고 수영을 다니는 아내를 참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수영을 1년 정도 할 즈음 아내는 스쿠버 다이빙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물론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동의를 구했다. 이 때 동의하지 않을 방법이 있었을까? 나는 사실 아내가 스쿠버 다이빙을 다니면 몇 일씩 집을 비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도 그렇도 나의 일정도 이와 동시에 집에 묶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내가 항상 집에 있으라는 법은 없지만 레저 생황을 위해 몇 일씩 집을 비우는 것은 아직 주위에서 본일이 없던 일이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지만 그녀는 간절했다. 그 간절함은 어쩌면 자신의 남은 인생의 길을 찾아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사람같았다.

 

그렇게 다이빙을 2년여를 더하여 스쿠버 다이빙 강사 자격을 따고 강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제 프로가 된 것이다. , 직업적으로 전문가 대우를 해주어야 했다. 강사가 되다 보니 교육이 있으면 서울도 가고, 동해도 가고, 남해도 가고, 제주도에도 갔다. 물론 해외도 다녀온다. 아내는 30대 후반 전직에 성공하였다. 물론 스쿠버 다이빙 강사로 생활비를 벌 정도로 한다면 같이 살 수 없을 것이지만 간간이 프리렌서로 활동하는 것은 이제 나도 큰 문제가 없이 받아준다.

 

2014년은 아내에게 새로운 도전의 한 해가 되고 있다. 다름 아닌 철인 삼종 경기를 시작한 것이다. 주말마다 달리기를 하고 싸이클을 탄다. 경기용 로드 싸이클을 사겠다고 몇 달을 기다렸다. 좋은 중고 제품을 구해서 주말마다 동호회에서 훈련을 하였다. 같이 산을 올라도 늘 가슴에 숨이 차서 힘들어하던 아내가 10Km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40Km 싸이클을 한다니 놀랄 일이지만 올해 초 시작한 이 운동도 가을이 되니 동호회에서 자리 잡고 운동을 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지난 일요일에 아내는 통영 바다에 있었다. 1.5Km 바다 수영을 무사히 잘 마쳤다. 메달도 따고 말이다. 기록도 단축된 것 같다. 물론 동호회 사람들과 토요일 출발하여 일요일 돌아왔다. 12일 경기 참여이다. 늦은 밤 도착한 아내에게 딸아이가 수영 다녀와서 고생했고 메달 보여달라고 자기 스케치북에 적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적어 보여줬다. 추성훈이 경기를 마치고 집에 갔을 때 아내인 시호와 딸 사랑이가 해준 퍼포먼스를 보고 같이 했던 것이다.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내는 몸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아이를 낳고 5년이 지난 시간 주부로 머무를 수도 있었던 시간에 아내는 그 자리를 넘어 자신의 인생을 찾아 길을 나섰던 것이다. 다들 재취업이다 뭐다 하며 돈을 더 벌어볼까 생각할 때 아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떠났던 것이다. 지금도 아내는 그 길에 있는 것 같다. 무거운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짊어지고 집을 나서고 늦은 밤 돌아와 골아 떨어지고, 욕조에 널려있는 장비며 옷들을 보고 있으면 분명 그녀는 즐기고 있다.

 

나는 그 동안 그녀의 이 여정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때로는 불평도 하고 때로는 묵인도 하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못했다. 그것은 나로서도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40대 남자들은 흔들린다. 직업적으로도 인생으로 보더라도 말이다. 자기 중심잡기도 힘든 시기에 나로서도 감당하기에 벅찰 때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은 지났다. 그리고 아내는 즐길 수 있는 생활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인정받는 부분도 갖게 되었다. 이제 그런 아내를 나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때론 자랑스러워 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러한 말을 제대로 아내에게 해준 적이 없다는 것을 오늘 느꼈다. 그저 무사히 잘 다니기를 바랐지만 이제 나도 그녀가 건강하게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고맙다. 아내의 1.5Km 완주를 같이 축하해주고 멋진 일을 하는 아내를 자랑하고 싶어졌다.

 

40을 넘어가는 길은 중년으로 가는 길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우리는 각자 변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내가 변하는데 아내가 변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같이 변한다. 하지만 불안해서 상대방은 변하지 않고 나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40을 넘어가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힘든 숙제를 남긴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가 즐기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무거운 질문을 피해갈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의 시간을 돌이켜 보니 난 아내와 색다른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도 나도 엄청난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서로에게 낯선 모습을 보여주었고 때로는 발을 밟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가다가 손을 놓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 춤판 위에 아내와 있다. 우린 서서히 스텝을 맞추고 있고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더 가까이 춤을 추게 될 것이다. 20년 전에 췄던 부르스를 다시 출 수 있기를 바래본다. 변화된 모습으로 더 멋진 사람으로 말이다.

IP *.222.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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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12:03:37 *.255.24.171

꼭 표현해줘. 당신이 자랑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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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1 09:05:59 *.85.20.115

선화씨 멋있당~!

아직도 잘 모르지만 조금씩 선화씨를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이랑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데....웨버의 시선이 바뀌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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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1 09:50:46 *.223.14.85
대단하시네요. 평범한 남편은 아니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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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1 11:14:24 *.124.78.132

우와! 스케치북을 들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하고 또 왠지 더더욱 감동으로 다가오는데요~

이렇게 부인을 온몸으로 이해해주시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웨버님 ^^*

나중에 저도 철인3종 꼭 하고 싶은데~ 언니님께 많이 배워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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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1 15:56:39 *.196.54.42

우와~ 오늘 칼럼 완전 명문장이요^^

아내가 선화씨인가요? 내가 그동안 많이 오해한 것 같네요, 죄송!

 

이런 멋진 아내는 숨겨두면 안되지, 자랑하여 데카상스들 도전받게 해야지요.

희동이의 시야가 바뀌니 아내의 본 모습이 나오는군요 ㅎㅎ

 

부부의 멋진 부루스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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