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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0일 10시 08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나방이 불을 보고 달려들어 유리창에 부딪히기를 거듭하다가 아침에 친구들에게 돌아가 말한다. “어젯밤 정말 굉장한 것을 보았다네.” 그러자 친구들이 말한다. “그런 건 안보는 게 좋아.” 하지만 나방은 이미 그 불꽃에 사로잡혔다. 나방은 다음날 다시 그 곳에 가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발견하고 마침내 자신이 사랑하는 것과 하나가 된다. 그는 세상을 밝히는 불꽃이 된다.*

 

여기에 그런 불나방 같은 사내가 있다. 사내는 어렸을 적 아메리카 인디언의 신화를 접하고 매혹적인 ‘불꽃’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우연히 이 신화들이, 인디언과 문화적인 접촉이 전혀 없었던 잉글랜드의 아더왕 전설과 놀라우리만큼 유사한 것을 깨닫고 무척 흥분했다. 그는 곧 세계 여러 문화의 신화와 의식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고, 각 문화권의 신화와 의식을 관찰하며 그것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원리를 발견했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의 이야기다.

 

그 결과로 그는 신화학과 비교종교학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정신적 제국을 만들었다. 그의 해석과 통찰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많은 추종자들이 생겼다.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블리스(bliss)를 따라’ 신화를 연구하다가 자신의 신화를 창조한 현대의 영웅 중 한 명이 됐다.

 

캠벨이 말하는 ‘블리스’란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느낌,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희열’을 말한다. 만일 이 희열을 따라간다면 필연적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 것이다. 인생은 미로를 헤매며 숱한 도전과 시련을 헤쳐 나가야 하는 ‘신화적 모험’으로 바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벨은 전 세계 신화들이 우리에게 블리스를 따라 모험을 떠날 것을 종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적인 모험이든, 내면적인 모험이든 어둠이 짙게 깔린 숲으로 홀로 들어가는 모험을 통해 삶은 더욱 깊어지고 ‘충만한 존재감’을 느끼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대는 길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숲 속으로 들어간다. 그것도 가장 어두운 곳을 골라서. 그 곳에 만약 길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다른 누군가의 길이다. 그대는 아직 자신의 길을 찾지 못했다. 만약 다른 누군가의 길을 따라간다면 그대의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지 못하리라.

 

지금까지 여러 권 캠벨의 저서가 국내에 번역됐지만, 내용의 방대함과 난해함 때문에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지난 7월 출간된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는 캠벨의 강연과 인터뷰 중 주로 개인의 정신적 발전을 추구하는 도구로서의 신화에 대한 내용을 엮은 것이라 이해하기 쉽다. 번역 또한 쉽고 간결해 캠벨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개론서로 읽을 만하다.

 

내면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 우리는 자신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는 곳, 거기에 우리의 보물이 묻혀 있다. 주말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단풍을 찾아 숲으로 떠나는 요즘, 캠벨의 책과 함께 ‘내면의 어두운 숲 속’으로 모험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신비주의자 알 할라즈(Al-Hallaj)의 비유임.

 

박승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directan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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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10월 16일자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599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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