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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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앞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라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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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내가 나에게 물었다
왜 시를 읽냐고, 시가 뭐냐고.
돌부처를 만나고 계곡을 올라 능선을 홀로 걸으며 황금들판을 내려다 볼 때 알았다. 정신적인 즐거움을 향유하고자 함이라는 것을. 스승님 함께 하던 때는 시가 필요치 않았다. 그 분과 함께 있음이 시였으니까. 이제는 시라도 읽어야 살 수 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내 영혼에 밥을 주는 일. 그러니까 나에게 시는 신의 음료 넥타르.
또 다른 내가 나에게 물었다.
지평선에 뜬 저녁 별을 왜 가슴에 품게 되었느냐고.
낭떠러지 바위에 곱게 앉은 신선이 미동도 없이 응시하는 먼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서야 알았다. 그리움을 그리워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마음이 전달 되기도 전에 알아채 버리고 그리움으로 무르익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스마트함이 앗아간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워하다 돌이 될지라도. 저녁 별! 아무 때나 보여주지 않는,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그렇지만 가질 수 없는, 그래서 늘 그리울 수 밖에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이 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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