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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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스토리 - 최악의 점포는 현재를 보고, 최상의 점포는 과거를 보라
상담실을 찾는 직장인 예비창업자들과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세 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첫째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창업 계획은 직장생활 초기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창업은 학생 때부터 그리던 꿈이었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의 직장은 거쳐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퇴직 연령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자신도 언젠가는 직장에서 밀려나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장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될 텐데 차라리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하겠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평소 관심 있던 분야에서 괜찮은 창업 아이템까지 떠오른 지금이 자신에게는 창업의 적기라고 말한다.
둘째 직장이 떠나고 싶어진 것이다. 일은 많고 월급은 적고, 열심히 해도 조직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 때문에 떠나고 싶다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거래처와의 관계 등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직장이 떠나고 싶은 곳으로 바뀐 것이다.
셋째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평생직장의 붕괴로 기업이 직원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개인의 자구책이다. 직원들은 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기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 사생아가 된 것이다.
이 세 가지 이유에는 공통점이 있다. 예비창업자들 모두가 외부의 환경이나 조건들에 떠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상담실에서 만난 직장인 예비창업자들은 조직생활에서 겪는 세 가지, 즉 경쟁, 갈등, 불안으로 인해 창업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중략)
이쯤이면 나는 창업이 직장생활의 도피처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에서 예비창업자에게 다소 원론적인 질문을 한다.
“우리가 하는 일중에 경쟁, 갈등, 불안이 없는 일들이 있을까요?” 인생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정답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하는 나의 진심은 창업을 해답처럼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 ‘떠밀리지 마라’는 것과 떠밀리는 상황을 창업의 ‘적기’로 둔갑시키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과 지금이 창업을 해야 할 ‘적기’라는 말은 같은 말 같지만 다르다. 전자는 도피성에 가깝고 후자는 조루증에 가깝다. 그들이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합리화이다. 떠나고 싶은 마음을 때가 된 것으로 합리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창업시장에 ‘적기’는 없다. 왜냐하면 시장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 새로운 기술, 새로운 것들이 헌것들을 밀어내기 때문에 매년 매상황이 적기이다. 시장의 상황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PC방과 노래방 업종이 대표적이다. 여기는 자고 나면 좋은 시설에 좋은 장비를 갖춘 가게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돈 있고 기술 있고 아이템 있는 것이 여기서는 적기가 아니다. 이처럼 우리는 가끔 본질은 놔두고 엉뚱한 것으로 헛다리를 짚는 경우가 있다. 뿌리를 확인하지 못한 건물은 약한 바람에도 무너지기 십상이다.
진짜 내 마음은 무엇인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을 적기로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창업이 진짜 답인 것인지, 이런 원론적이고 뻔한 질문에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