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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5일 07시 10분 등록

그려볼까! 18 - 짧은 글 긴 여운

 

일상을 드로잉하는 모임에서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떠오르는 것을 그려봤습니다. 

짧은 글이 있는 그림으로 하기 좋은 소재를 소개받을 때, '오래동안 가지고 있던 감정'이란 말에 이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림으로 그린 이 순간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무척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무리 짧게 쓴다해도 긴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 끄집어 내어 그려보는 것을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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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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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서는 작년 봄에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제자들은 금요일 밤마다 모여서 추모행사를 가졌습니다. 선생님과 깊은 첫만남, 선생님과의 여행, 선생님이 쓰신 책을 낭독하는 시간, 선생님과 함께 하고픈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그리고 마지막 추모제는 '떠들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라'라는 것으로 노래하며 춤을 추며 추억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순간들은 무지 행복했습니다. 선생님 옆에서는 제가 좋은 사람이 된 듯했고, 옆에 있는 동료들이 멋져 보이고, 그리고 같이 먹는 음식들은 엉첨나게 맛있었습니다. 그 음식들이야 가게에서 사온 것들이고 ,우리가 만든 것들인 다른 음식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었지만 선생님과 같이하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기에 먹는 음식들이 무척이나 맛있었습니다. 

 

그런 행복의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웃으시며 가끔 묻고는 하셨죠.

'좋냐?'

우리는 '네~'라는 말 말고는 달리 할게 없었어요. 웃는 것 말고는요.

아, 그리운 사부님. 

 

스승님이 돌아가셨는데도 웃고,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것은 같이한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의 '좋냐?' /'네~' 라는 짧은 말 속에는 스승님과 함께한 8년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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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5 07:14:52 *.131.89.46

요즘 짧은 글과 하나의 그림이 서로 도와서 짧은 칼럼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제게 맞아서 오래할 수 있으면서도 글을 보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시도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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