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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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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7일 11시 45분 등록

이번 주 책을 읽으며 취미와 특기를 쓰시오.’ 앞에서 늘 막막해 했던 기억이 났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 좋아하는 나였기에 취미 란에 쓸 거리는 무궁무진 했지만, 특기란 앞에서는 늘 멈칫 거려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특기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 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대충 그 때 그 때의 필요에 따라 가장 적합할 것 같은 나의 특성을 갖다 붙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인가 늘 자기 소개 시에는 취미와 특기를 발표해야 했던 것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것이 마치 그 사람의 특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의 이름은, 취미와 특기는, 장래 희망은, 등등으로 나를 규정 지었던 것이 아련히 생각난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나는 6년 내내 독서를 좋아하고 피아노 치기를 잘 하는 소녀라고 썼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평범하고 뻔한 취미와 특기다. 아마 나와 취미와 특기가 동일한 사람은 전교에 100명은 넘었을 것만 같다.


긴긴 학창 시절을 지나, 직업을 구할 때도 취미와 특기를 써야 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독특하고도 설득력있는 자소서(자기소개서)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취미와 특기 또한 나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면서도 내가 당신에게 필요한 인재요. 라고 설득하는 스토리 텔링에 맞추어 써야만 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었던 나는 나는 결국 출제자의 의도에 맞춰 취미와 특기를 재구성 했던 것 같다. 체력이 좋은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그 당시만 해도 강철 체력이었음을 밝힌다.) 여러 가지 취미 중에서도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고 기재 하였으며,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여럿 써 넣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특기는 딱히 쓸 것이 없었지만 나라는 인간이 무엇이라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기에 궁색하게도 긍정적인 사고하기. 경청하기. 이런 말들을 적어 넣었던 듯 하다.


그 후 회사에 다니면서는 취미와 특기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아니 전혀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비지니스 외적인 사람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취미와 특기에 대해 소개를 해 볼 시간은 없었다. 아! 그렇다. 물론 수많은 소개팅 자리에 가서는 그와 내가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늘 이 것 좋아하세요? 저는 이걸 좋아하는데요. 라고 이야기해야 했지만 거의 소소한 취향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직장인으로 생활하면서의 나는 그냥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웠고 때때로 재미를 느꼈다. 나 이것도 배워봤어! 라고 자랑하고 싶은 사람처럼 나는 하나를 배운 후 이내 다른 곳으로 또 눈길을 돌려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배우고 싶은 것들을 나열하고 배운 후에 목록에서 지우기 바빴던 것이다. 그리고는 뭐 하나 깊이 판 것이 없다며 후회하기만 했다.


회사 일에서라도 재미나고 잘하는 일을 발굴해야 했지만, 떨어지는 많은 양의 일을 급하게 쳐내기에 바빴던 것 같다. 빨리 빨리 수행하고 또 다른 일을 받아서 하느라 나는 내가 정말 무슨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지 인지하지 못한 채 시간들을 보냈다. 가끔은 내가 이것만은 잘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고, 이 것은 네가 참 잘하는 것 같다는 칭찬을 들은 일도 있지만, 그것들 또한 돌이켜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 였던 것 같다. 가끔 재미가 정말 없고 하기 어려운 일들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어쨋든 해내야 했기에 안 되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진행하다보니 나는 정말로 싫은 일을 찾는 부분도 어려웠던 듯 하다. 딱히 너무 싫을 것도, 딱히 너무 좋을 것도 없는 성격이었기에 나는 좋고 싫음이 뚜렷한 오타쿠 같은 사람들을 때로는 부러워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Me story를 쓰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취미와 특기를 아직도 제대로 모름에, 그래서 자신있게 기재할 것이 없음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나는 특기, 즉 공헌할 거리를 적을 때 매우 망설였다. 내가 빼어나게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으로 공헌이 되겠나 싶은 것들을 궁색하게 몇 가지 적어 넣으면서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스스로 잘 한다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에 실망감과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 후 나름대로는 연구원 생활을 하며 나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고, 나의 강점을 바탕으로 남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특기를 잘 개발해보리라 하고 다짐했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비단 지금 내가 무엇을 공헌하고 있는가.’를 떠올려 보았을 때에도 나는 그닥 잘 하고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또한 주어진 역할이나 책임들은 어떻게든 해내왔지만, 자발적으로 내가 이런 걸 잘 하니 도움이 되어야지..라는 부분은 실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몰라 두리번 거리는 나를 보고 당황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취미와 특기는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고민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너무 깊은 고민 없이 그저 대외용으로 가볍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정도로 머물렀기에 지금까지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잘하는 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나는 내가 그러한 강점 교육을 해볼 수 있는 사람이기를 한 편으로 꿈꿔보기도 했다. 내가 잘하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음 깊숙히 왠지 막연하게 나는 그러한 교육 현장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꿈꿔 볼 지라도, 그 것이 잘 하는일이라고는 꼭 볼 수 없기에 나는 현재도 많은 고민을 하는 지도 모른다. 원하는 대로 교육 분야로 옮기어 일해보고 싶은 마음과, 지금 커리어를 더욱 깊게 연마하여 마케팅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 혹은 영업 분야로 옮기어 현장에서 열심히 구르고 뛰어보고 싶은 마음 속에서 나는 갈등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아마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모르기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도 같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나의 취미와 특기를 제대로 찾는 순간 결론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현재 다니는 MBA는 많은 이들이 커리어 전환을 위해 오는 곳이다. 물론 가족 사업을 물려받기 위한 친구들도 많지만 대다수는 향후 본인이 원하는 분야로의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일부 친구들은 여전히 어떤 분야로 가야할 지 몰라 고민이 큰 상황이다. 나는 생각 보다 많은 친구들이, 오랜 사회 경험에도, 취미와 특기를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고 결국 우리는 함께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그동안 어설프게 파악하여 군데 군데 조각 나 있는 나의 강점들을 찾아 연결하고, 또 왠지 끌리는 분야들을 좁혀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실천 만이 남았다.  





IP *.124.78.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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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15:27:38 *.196.54.42

취미와 특기, 이 거 앞에서 나도 꽉 막혀 오프수업 과제 진도가 안 나가요 ㅜㅜ

뭐, 이 건 누구나 매 한가지 현상 아니겠어요?


" 내가 그러한 강점 교육을 해볼 수 있는 사람이기를"... 

그렇다면 해 보는 거죠. 안 해보고 자기의 강점을 알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봐요.

청춘이 좋은 건 이런 시행착오를 기꺼이 감당할 젊음이 있다는 것 아닐까요? 레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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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23:49:04 *.124.78.132
오프수업 준비도 미리미리! 구달님은 역시 대단하셔요 ^^*

해보고 후회하기~! 제가 연구원 수업을 하면서 얻은 러닝인데도 여전히 계속 생각이 많고 주저주저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네요 ^^* 그래도 도전해 봐야죠~ 주특기인 무대뽀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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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11:40:07 *.255.24.171

항상 자신을 탐색하기 전에 답을 써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다 보니

나이 먹어 이리저리 기웃거리게 된다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것 또한 나이 먹는 기쁨이 아닐까?

자신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 거 말이야.  이런 생각으로 위안을 하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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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12:50:07 *.94.41.89

"원하는 대로 교육 분야로 옮기어 일해보고 싶은 마음과, 지금 커리어를 더욱 깊게 연마하여 마케팅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 혹은 영업 분야로 옮기어 현장에서 열심히 구르고 뛰어보고 싶은 마음 속에서 나는 갈등 중이다"

 

모두 같은 일로 보이네요. 교육을 통해 마케팅하고 영업으로 이어지면 되는 것이지 뭐 다 잘하면 안되나?

다 잘하는 녕이를 위해 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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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15:01:19 *.65.152.130

다재다능한 녕이가 부러워~~~

취미가 무엇인지 특기가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하기 싫은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건 잘 하는 게 많아서이지 않을까?

난 못하는 게 워낙 많다보니 할 수 있는 것을 취미라 하고, 취미 중에서 타인에게 도움을 줄 정도의 수준이 되면 특기라 이름붙이는 내 나름의 정의가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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