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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7일 21시 16분 등록

Pride and Prejudice

- 제인 오스틴



 

일주일간 '오만과 편견'에 빠져 살았다. 
소설은 상상하며 마음 졸이며, 19세기 문화를 접하며 읽는 맛이,
원작에 충실한 BBC 제작 Dvd는 엘리자베스의 우아한 미소를 7시간이나 보면서 멋진 의상과 집을 보는 재미,
조 라이트 감독이 만든 최근 영화는 베넷가족의 유쾌함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국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영화의 촬영지를 모두 가보고 싶다.

  

소설은 200년전의 여성의 삶을 다루었지만, 그것을 보는 이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동서고금을 말론하고 사랑과 결혼은 삶에서 무척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독자가 특히나 여성이라면, 읽은 동안 많은 생각거리를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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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가지 버전의 오만과 편견

1-1. 소설 : '시공사' 세계 문학의 숲 시리즈 16번째, 고정아 번역 본

1-2. BBC 1995년 제작 영국 텔리비전 시리즈 드라마

1-3. 조 라이트 감독의 2005년 영화


내가 접한 순서는 소설, BBC 드라마,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키라 나이틀리 주연) 순이었다. 가장 최근 것을 먼저 볼까 했는데, 원작을 먼저 읽는 것이 상상하는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 졸이며 읽었다. 짧막한 주석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19세기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BBC 드라마는 생각보다 길었다. 오전 부터 시작해서 점심을 먹고 다 보고 났을 때는 오후 5시가 다 되었고, 메이킹 필름과 영화와 관련된 집, 의상들 까지 다 둘어보고 나니 한밤중이 되었다. DVD 상영시간만 6~7시간은 족히 되는 듯하다. 드라마 시리즈를 편집해서 한편으로 담아서 그런가 보다. DVD에는 장 선택이 있는데 첫번째 DVD에 12장까지 실렸고, 두번째 장에 나머지 부분과 메이킹필름이 실렸다.

원작에 무척 충실한 것이었다. 피프윌리엄 다시 역을 맡은 배우(콜린스 퍼스)의 이미지가 다시역을 하기에는 얼굴이 좀 넓다는 생각을 했는데, 계속 보다보니 그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수가 별로 없는 다시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그의 머리카락 색이 검정색인 것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폭풍의 언덕 남자주인공처럼, 다이시의 머리카락은 검정색이다. 어딘가 묘하게 거슬리면서도 끌리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제작자와 감독은 엘리자베스의 사랑스런 모습을 다시의 눈으로 보는 듯하게 영상을 만들었고, 극의 후반부에 갈때까지 다시가 엘리자베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암시를 음악과 카메라시선(다시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 드라마에서 제인은 엘리자베스나 베넷가족이, 롱번 사람들이 '제인이 이 지역에서 제일 아름답다'라는 것과는 조금 안 어울리는 듯 하다. 그건 엘리자베스가 제인보다 훨씬 더 우아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3번째로 본 영화는 그보다는 좀 짧았다.

BBC 드라마가 원작에 충실했다면, 영화는 일부를 건너뛰거나 사건을 1,2가지를 합치거나 하여 전개를 조금 더 빠르게 했다.

감독 코멘터리가 약 1시간 정도 실려있는데, 감독은 거기에서 '창문'이나 '문'을 여러차례 활용해서 찍었다고 했다. 그건 엘리자베스가(우리들이)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듯이 '편견'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엘리자베스가 다시의 편지를 받고는 자신을 바로 보게 되었고 그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 순간에 다시를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는 장면을 감독은 어두운 방안으로 표현하고 있다. 엘리자베스가 더비셔를 여행하고 돌아온 후, 그녀가 보게된 집, 가족들은 이제 이전에 자신이 보던 집과는 달랐다. 사랑의 소용돌이를 격고 온 리자는 이제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감독의 코멘터리가 소설 원작을 이해하는 데 무척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물론 BBC 드라마 메이킹 필름도 그렇다. 왜 이 소설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인지 감독, 배우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3번째 영화에서는 베넷 가족을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설을 읽을 때는 베넷 부인이 너무 딸들의 결혼에 신경을 쓰고 수다스럽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당시의 상황을 알고 보니 그것은 다섯의 딸을 두었고, 몰락해가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한 사랑의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세기의 상황은 여성은 결혼을 해야 안정적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신데렐라가 리메이크 횟수로는 단연 1위라고 하는 데, 이 이야기도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로 본다면 신데렐라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넷 가족의 행복이 넘치는 삶이 없었다면 연애소설에 한정되었을 것이다. 결혼과 가족,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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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격이 다르고 처지가 다른 여러 여인들이 등장한다. 

그 여인들과 현재의 자신과 우리의 삶 속의 여인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수다스런 최고의 중매쟁이 베넷부인,

아름답고 조용한 성격의 제인,

자존심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얘기하는 지적인 여인 엘리자베스,

좀 고지식하고 별로 예쁘지 않은 셋째 메리,

웃고 떠들고 뭔가에 들떠있는 넷째 키티,

남자와 리본에만 관심있고, 키티와 어울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누리고 사는 무지하고 게으른 막내 리디아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친구이며,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했던 남자를 신랑으로 점찍고 결혼한 현실감각이 있는 샬롯,

또한 조금은 영악하고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빙리의 누이,

자신을 특권층이라고 여기고 여기저기 지시하고 주도하고 허세를 부리는 캐더린 귀족부인,

순진하고 어린 다시의 동생 조지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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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BC 드라마 시리즈의 사건 구분에 따른 장 구분

 

Pride and Prejudice

 

Chapter 1 New arrivals

Chapter 2 The Awembly Room ball

Chapter 3 Elizabeth is slighted

Chapter 4 Party an Lucas Lodge

Chapter 5 Elizabeth visits Jane

Chapter 6 Jane and Elizabeth go home

Chapter 7 An unexpected visitor

Chapter 8 A country walk

Chapter 9 Mr. Wickham is introduced

Chapter 10 The Ball at Netherfield

Chapter 11 Mrs. Benet holds forth

Chapter 12 A marriage proposal

Chapter 13 The Bingleys quit Netherfield

Chapter 14 At home with the Phillips'

Chapter 15 Jane in London

Chapter 16 Elizabeth visit Charlotte

Chapter 17 Mr. Darcy visits his aunt

Chapter 18 Elizabeth receives a proposal

Chapter 19 Darcy writes to Elizabeth

Chapter 20 Elizabeth reads the letter

Chapter 21 Elizabeth confides in Jane

Chapter 22 Lydia sets out for Brighton

Chapter 23 Elizabeth visits Derbyshire

Chapter 24 Elizabeth and Darcy meet

Chapter 25 Elizabeth is introduced to Georgiana

Chapter 26 Elizabeth receives some bad news

Chapter 27 Elizabeth returns home

Chapter 28 Mr. Collins offers condolences

Chapter 29 The search continues

Chapter 30 A letter form Mr. Gardiner

Chapter 31 Lydia gets married 

Chapter 32 The newly-wed visit Longbourn

Chapter 33 Unexpected visitors

Chapter 34 A proposal

Chapter 35 Lay Catherine pays a call

Chapter 36 A double wedding

 

The Making of Pride and Prejudice

Chapter 1 Opening Titles

Chapter 2 The Design

Chapter 3 The Casting

Chapter 4 The Choreographer

Chapter 5 The Ed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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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책의 몇 구절

소설 안에는 제인 오스틴의 인간 관찰로 얻은 통찰이 담긴 구절들이 많다. 그 문장들은 매우 간결하다.

읽는 동안 밑줄을 긋지 않아서 상기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제인이 엘리자베스와 나눈 말들, 샬롯이 결혼에 대해 엘리자베스에게 한 말, 그리고 다시가 엘리자베스에게 한 말들에 밑줄을 긋고 음미하고 싶어진다.


1권 


1장

'부유한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9쪽)

이 소설의 사건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부유한 독신 남성이 마을에 이사를 오면서 생기는 사건.

하지만 부유한 독신 남성에게만 아내가 필요할까? 이 소설 속의 하층계급의 콜린스나 위컴, 중간계급인 피츠윌리엄(다시의 사촌으로 재산 상속이 적은 귀족의 차남)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 남성들의 아내보다도, 당시의 여성들에게는 생활의 안정을 위해서 견실한 남편이 무척이나 필요하다. 그래서 이 문장은 이 소설의 사건 전체를 포함하지만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를 생각한다면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듯 하다.


"봐줄 만은 하지만 나를 사로잡을 만한 매력은 없군. 그리고 나는 다른 남자들에게 무시당하는 여자를 우쭐하게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자네는 얼른 파트너에게 돌아가서 그 미소를 만끽하게나, 괜히 나하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20쪽)


"아, 언니는 사람을 너무 쉽게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결점을 잘 못 봐. 언니 눈에는 온 세상이 다 착하고 상냥해. 나는 지금 까지 언니가 누구 흉을 보는 걸 들은 적이 없어."

"섣불리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긴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24쪽)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 눈을 속이는 게 편할지도 몰라." 샬럿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를 방어하는 게 불히랄 때도 있어. 여자가 자신의 애정을 상대방에게까지 감쪽같이 숨기면, 그 사람을 잡을 기회를 놓칠지도 몰라. 그렇게 되고 나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자기 마음을 모른다는 건 별로 위안이 되지 않지. 애정 관계는 대부분 감사하는 마음이나 허영심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두는 건 별로 효과적이지 않아. 시작은 가볍게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약간은 호감은 자연스러워. 하지만 상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도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드물어. 대개의 경우 여자쪽은 실제를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호감을 표현하는 게 좋아. 빙리가 제인을 좋아하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하지만 제인이 빙리 씨에게 힘을 실어주고 확신을 주지 않으면 그저 좋아하는 데서 그칠 수도 있다는 거지."(32쪽)

"언니는 이미 힘을 실어주고 있어, 자기 성격이 허락하는 한에서 말이야. 나도 언니의 호감을 알아차렸는데, 그 사람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어?"

"하지만 일라이지, 그 사람은 너만큼 제인의 성격을 잘 아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32쪽)

* 샬롯의 이 통찰은 정말 놀랍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그것에 따른 판단으로 주도적으로 행동했더라면 이 소설은 제인과 빙리의 관계가 꼬이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샬롯은 자신의 결혼을 성공시킨다.


"마차를 타고 가도 될가요?" 제인이 물었다.

"그건 안 돼. 말을 타고 가는 게 나을 거다. 비가 올 것 같은데, 그러면 거기서 밤을 보내야 할 테니까."

"그거 좋은 계획이네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 사람들이 언니는 집으로 보내지 않을 게 확실하다면요."(44쪽)

* 베넷 부인 정말 대단하시다.


다이시 씨는 한참 동안 걷느라 발그레해진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아름답다는 생각과, 이것이 과연 혼자서 그렇게 먼 길을 걸어올 만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47쪽)

* 삶의 방식이 다르면, 해석하기 어려운 것도 생기는 것 같다. 


* 49쪽 주석의 내용 

18세기 관습에 따르면 당시에는 오전에 일어나 부지런히 일한 뒤 오전 10시경 조찬을 하고, 오후 4~5시경에 정찬을 했다. 정찬은 매우 격식을 갖춘 식사이기 때문에 정장을 갖추어 입어야 했고, 그래서 정찬 전에 올을 갈아입는 것이 관례였다. 조찬과 정찬 사이에 시간상으로 간격이 벌어지면서 '경식'(luncheon, 가볍게 먹는 차가운 뷔페식)이 생겼고, 정찬 이후에는 카드놀이, 음악 연주, 대화, 그리고 석식이 이어졌다. 빙리 가는 런던 사교계의 유행을 따라 6시 30분에 정찬을 한다. 당시로서는 늦은 편이었다.

* 시대와 지역에 따라 식사시간이 다르다. 시골의 어른들이 아침밥을 먹기전에 밭에 나가서 밭일을 하고 오시는 것을 여러차례 보았다. 그거에 맞춘다면 전기가 보급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도 조찬은 10시경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해지기 전에 얼른 밥을 해먹고 해지면 잔다라고 하는 것에 따른다면 저녁을 해가 질 무렵에 얼른 해먹는 것도 맞을 듯 싶다. 

해외에 여행을 갔다와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에 저녁식사 초대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보통 6시~7시경에 저녁식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일찍 나섰는데, 유럽의 일부 나라는 그 시각에는 저녁장사를 준비하는 중이고 식당 문을 열지도 않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곳의 저녁식사는 9시가 보통이라는 말을 들었다. 7시나 8시까지도 밖이 환해서 저녁 식사를 늦게한다고 말이다. 

우리나라 현재의 생활습관 만으로는 이 책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주석을 달아줘서 고맙다.

 

"그건 그냥 그런 거예요. 속을 알기 힘든 복잡한 성격가 빙리 씨 같은 성격 중, 반드시 어느 한쪽이 더 좋은 거라고 규정할 수는 없어요."(59쪽)

 

"은근한 자기 자랑쪽이라고 생각하네. 자네는 실제로 그런 결함을 자랑스러워하니까. 생각이 빠르고 행동이 자유로운 결과 표현은 그리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말이야. 그런 태도는 아주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어쨌건 흥미롭기는 하다는 게 자네 견해지. 무엇이든 빨리 해치우는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높이 평가해서, 그 결과가 얼마나 어설프고 불완전한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오늘 아침 자네가 베넷 부인에게, 네더필드를 떠나라겨 마음 먹으면 5분도 안 걸릴 것이라고 말할 때의 자네 태도는 약간 자화자찬 같았어. 하지만 성급히 서두르다 보면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고, 자네한테나 누구한테나 아무 이득이 없을 텐데 그게 그렇게 칭찬할 일인가?"(67쪽)

* 글을 쓸 때 잘 다듬지 않고 오타가 많은 것에 대해서 반성하게 한다. 생각을 놓칠새라 성급히 서두르다가 문맥이나 철자가 안 맞는 경우가 허다하고, 마무리가 잘 되지 않지. 실제로 나는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다는 쪽의 학습을 받아온 터라 그게 나도 모르는 새에 자꾸 작동하도 있는 걸지도.

 

"하지만 나는 자네가 그렇게 빨리 떠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자네 행동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연에 크게 좌우되게 마련이지. 만약 자네가 말에 올라타려는데 누군가 '빙리, 다음 주까지 있어주게'라고 말하면, 자네는 아미 그 말에 따라 일주일은 남겠지. 그리고 한 번 더 부탁받으면 한달 뒤로 늦출수도 있을거야."(68쪽-69쪽)

* 빙리가 무슨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연에 크게 좌우되게' 마련이라고 했다. 이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빙리는 진짜로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엄마도 이와 비슷한 특징이 있다. 엄마에게 이런 특징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은 내 막내동생이다. 동생은 압박과 우연을 가장하여 엄마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곤 했다. 다아시 또한 빙리의 이런 특징을 알고는 제인과 헤어지도록 하는 데 성공시키지 않았던가.

 

"지금 다아시 씨가 하신 말씀은 결국 빙리 씨가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모르신다는 거네요. 다아시 씨가 빙리 씨보다 오히려 친구분의 장점을 더 돋보이게 하셨어요."(70쪽)

* 단짝 친구들에게 이런 일들이 허다한 것 같다. 둘이 별로 닮아보이지 않은데 오랫동안 잘 어울리고, 그러면서 둘의 특징이 극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내 입사동기 중에는 둘이 계속 붙어다녀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한쪽이 따라다니며 여행하는 듯이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다. 주로 키가 작은 쪽에서 일을 만드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몇 해가 지나고 보니, 그 관계가 달리 보였다. 여기서 처럼 빙리가 사교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사람을을 사귀기 때문에 주도하는 것처럼 그 친구들도 그래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키 큰쪽이 말수가 적었지만 결국은 묵묵히 따라다니면서 그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였다. 회사의 동료들이 나중엔 모두 그렇게 평가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따라다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반대로 묵묵한 쪽이 그 사람을 시종처럼 앞세우고 자신을 돋보이는 듯 하다고 말이다. 

 

이 소설의 앞부분은 빙리와 제인의 연애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빙리와 제인의 연애도 중요하지만 '오만과 편견'으로 상징되는 인물은 '다이시와 엘리자베스'이다.

내 입사동기들의 행동과 결부시켜서... 빙리를 약간 속되게 표현하자면 춘향전의 '방자' 역할이라 할까. 이도령이 춘향 만나기 전에 '방자'부터 앞세우니까.

 

빙리 양은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를 싫어하게 만들기 위해서 두 사람이 결국 결혼을 할 것 같다는 둥, 행복한 결혼 생활에는 이런저런 일들이 필요하다는 따위의 마롤 다아시를 자주 괴롭혔다.(71쪽)

다음 날 다아시 씨와 덤불숲을 산책하며 빙리 양이 말했다.

"그런 바람직한 일이  일어나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다아시 씨는 장모님께 침묵의 가치를 알려드리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런 뒤에는 어린 처제들이 장교들 꽁무니를 쫒아다니는 버릇도 고쳐야겠죠. 그리고 예민한 부분이라서 말씀드리기 조슴스럽지만, 안주인 성격 가운데 그 살짝 오만하고 건방져 보이는 태도도 제지해주셔야 할 테고요."

"제 결혼 생활의 행복을 위해서 더 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72쪽)

* 빙리 양의 이런 질투가 결과적으로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씨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실제로 빙리 양이 지적한 것들은 나중에 다아시 씨가 엘리자베스에게 고백하기 전에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했고, 훗날에 고백할 때도 이런 이유 때문에 전에 고백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그리고 미리 상상으로 그걸 겪어봐서 나중에 잘 견디어내지 않았을까. 이건 내 억측인가. 


"사람은 누구나 최고의 교육을 받아도 해결할 수 없는 특별한 문제, 타고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아시 씨의 결함은 모든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베넷 양의 결함은 사람들을 마음대로 오해하는 것이죠." 그가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했다.(79쪽)

* 미워하지 않는데 미워한다고 오해를 받다니 오 불쌍한 다아시.


부인은 누그러진 말투로 기분이 상한 건 아니라고 했지만, 그는 15분 동안이나 계속해서 사과했다.(88쪽)

* 윌리엄 콜린스의 성격을 알게하는 대목인 듯 하다.


15장.

콜리스 씨는 그리 분별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교육이나 사교활동을 통해 그런 타고난 결함을 교정하지도 못했다. 그는 일생 대부분을 무지하고 인색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대학에 가기는 했지만 유용한 인맥을 쌓지 못하고 겨우 졸업 요건만을 채웠다. 아버지가 명령하면 무조건 복종하며 산 그의 인생은 애초에는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세상과 떨어져 살아온 아둔한 자의 우쭐함과 젊은 나이에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둔 자의 자만심이 채우게 되었다. 헌스퍼드 교구 목사직이 공석이 되었을 때, 그는 캐서린 드 버그 숙부인에게 추천되는 행운을 얻었다. 숙부인의 지위에 대한 존경과 후원자에 대한 숭앙이 스스로에 대한 높은 평가와 성직자라는 권위, 목사의 권한과 합해져, 그는 전체적으로 오만하면서도 비굴하고, 거들먹거리면서도 굽신거리는 사람이 되었다.

(92쪽-93쪽)

* 콜린스의 이 이야기는 좀 길다. 엘리자베스에 의해 요약된 것을 감안하여 약간의 편견이 들어 있을 것을 짐작한다. 콜린스의 인생은 어쩌면 축복을 받았다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능력에 못지않게 안정된 삶을 얻었으니까. 우리 삶이 능력에만 비례하여 행복한 인생을 사느니못사느니 한다면 좀 밋밋할 것 같다.

* BBC 드라마에서는 콜리스 씨를 약간 모자라고 아부 잘하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멍청해 보이기까지 했다. 영화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그래도 항의하지 못하는 면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에서는 지위가 낮지만 조금은 카탈스러운 사람으로 나온다. 감독 코멘터리에서 배역 오디션 중에 그 역을 맡은 사람이 약간은 불편하게 만드는 면이 있는 불편한 성격으로 연기했고 그래서 그를 뽑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오만하면서도 비굴하고, 거들먹거리면서도 굽신거리는 사람'이란 면을 살렸다.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 속에서는 콜린스 씨를 엘리자베스의 시선으로 본다면 웃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엘리자베스의 얼굴을 중간중간 클로즈업해서 비웃는 듯한 표정을 보여주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콜리스 씨는 자신이 아는대로, 자신의 가치관대로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면이 우스꽝스러워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는 언제나 진지했다.

 

감독은 그를 진지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그가 진지하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편견을 가졌으니까 그를 웃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정말 진지했다. 참 아이러니다. 콜린스는 나름대로 성실하고 괜찮은데 그게 자신의 가치관이나 자신이 숭상하는 미덕과 같지 않아서 그를 웃었던 것이다. 

 

18장.

"이런 질문들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다이시 씨 성격을 파악해보려는 것뿐이에요." 그녀가 심각한 태도를 떨치려고 하면서 말했다. "이해랴 보려구고요."

"그래서 성과가 있었습니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당신에 대해 너무 상반되는 이야기를 들어서 혼란스러워요."(121쪽)

 

"제발 믿어주세요, 콜린스 씨. 저는 존경할 만한 남자 분을 괴롭히는 그런 우아한 관례는 취하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진정한 찬사는 저를 진실된 사람으로 보아주는 것이에요. 청혼해주신 것은 거듭 감사드리지만, 그걸 수락할 수는 없습니다. 제 감정이 한사코 거부합니다. 이보다 더 명료하게 말할 수도 있을까요? 그러니까 이제 저를 남자를 애태우는 우아한 여자로 생각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겨주시기 바랍니다."(139쪽)

 

"그러면 네 앞에는 힘든 선택이 놓여 있구나, 엘리자베스. 오늘부터 너는 부모 중 한 사람과 남이 되어야겠다. 네가 콜린스 씨하고 결혼을 안 하면 네 어머니가 너를 안 볼 테고, 결혼을 하면 내가 너를 안 볼 테니 말이다."(142쪽)

 

 

"왜 그렇게 놀라니, 일라이자? 콜린스 씨가 너하고 결과가 안 좋았다고 어떤 여자의 호감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157쪽)

 

(2권)

"리지야, 자꾸 그런 감정에 휘둘리지 마, 너만 괴로워져. 그러면 행복해질 수 없어. 너는 사람마다 상황과 기질이 다르다는 걸 무시하고 있어. 콜린스 씨의 지위를 생각하고, 샬럿의 신중하고 차분한 성격을 생각해봐. 샬럿은 대가족의 일원이고, 재산을 생각하면 그건 어주 어울리는 혼사야. 그리고 샬럿이 우리 사촌에게 어떤 호감이나 존경을 느꼈을 거라고 믿어보자. 그게 모두에게 더 좋은 일이야."(170쪽)

 

"리지, 너는 분별있는 아이니까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을 거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거란다. 나는 네가 정말로 조심했으면 좋겠다. 재산이 없는 남자와 애정으로 얽히거나 상대를 얽는 경솔함은 피하는 게 좋아아. 그 사람이 나쁘다는 건 아냐. 눈길이 가는 젊은이지. 그 사람이 예정된 재산을 받았다면 그보다 좋은 상대는 없을 거야.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러니, 너무 감정에 사로 잡히면 곤란해. 우리는 네가 분별이 있다는 걸 아니까 그걸 발휘하기를 바란다. 아버지도 너만은 결단력 있고 올바른 행동을 하리라 믿으실 텐데, 실망시켜 드리면 안 되잖니."

"어머나, 외숙모, 아주 심각하시네요."

"그래, 너도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구나."

"그런 거라면 너무 걱정하실 것 없어요. 저 자신에 대해서도 위컴 씨에 대해서도 조심할께요. 제가 막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저를 사랑하지 않게 할게요."

"엘리자베스, 너 진지하지 않구나."(179쪽)

* 엘리자베스가 분별력이 있기 때문에 주위에 이런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있구나. 리자의 동생 리디아는 이런 기회를 얻지 못했지.


"젊은 사람치고는 자기 의견이 똑 부러지는군. 그래, 베넷 양은 나이가 몇이지?"

"성숙한 여동생이 셋이나 있으니, 제가 나이를 밝히지 않는 것을 이해해주리시라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캐서린 숙부인은 질문에 즉각 답이 오지 않은 것에 놀란 기색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이 귀부인의 무례를 이렇게 맏아넘긴 사람은 자신이 처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205쪽)

* 엘리자베스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캐서린 숙부인과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아서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건지도 모르겠다. 캐서린 숙부인과 다른 다람들의 관계가 지주와 그곳 주민의 관계란 점을 생각해본다. 

 

다이시 씨는 의자를 그녀 쪽으로 살짝 당기고 말했다. "당신은 자기 고향에 그렇게 강한 애착을 가지시면 안 되니다. 언제까지나 롱번에 사실수는 없을 테니까요."

엘리자베스는 깜짝 놀랐다.(219쪽) 

 

"리디아는 많은 사람 앞에 나서야 마음이 편할 거다. 게다가 이번 경우처럼 비용도 들지도 않고 또 가족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 그곳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하지만 리디아가 사람들 앞에서 부주의하고 경솔한 행동을 벌이면 어떻게 해요? 그것 때문에 우리 모두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지 생각하신다면, 아니 피해는 벌써 입었어요. 그걸 아신다면 이 일을 달리 판단하실 거예요."(277-278쪽)

 

"그건 아버지 오해예요. 저는 그런 피해를 본 적 없어요. 저는 어디까지나 특정한 사례가 아니라 전반적인 해악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경박하고 뻔뻔스럽고 무절제하고 싫은 소리라면 무조건 듣지 않으려 하는 리디아 때문에, 우리 집안의 지위와 평판이 깍이고 있어요. 죄송해요.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해서요. 아버지가 단단히 혼을 내셔서 리디아의 끓어 넘치는 기운을 자체시켜야 해요. 지금 열중하는 일들이 인생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가르쳐주시지 않으면, 그 아이는 곧 우리가 손쓸 수없는 상태가 될 거예요. 성격이 이대로 굳어지고, 열여섯 살만 되면 남자들과 방종한 행위를 일삼아서 그애 자신과 우리 가족 모두에게 오명을 씌울 거라고요. 방종 가운데서도 최악의 방종으로요. 어리다는 것, 외모가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는 것밖에는 아무런 매력도 없고, 무지하게 머리가 비었으니 그렇게 남자들 눈길을 끌려고 열 올리다가는 모든 사람에게 경멸받은 일을 피할 길이 없어요. 키티도 다르지 ㅇ낳아요. 그애는 리디아가 끌고 가는 대로 따라가 ㄹ거예요. 허영심 강하고 무지하고 게으르고 제멋대로라고요! 아, 제발 아버지, 그 아이들은 가는 곳마다 비난받고 무시당할 거고, 그렇게 되면 어니들도 불명예스러울 거예요."

베멧 씨는 엘리자베스가 진심을 다해 말하는 것을 보고 따듯하게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불안해할 것 없다, 얘야. 너와 제인은 어디에서나 존경과 칭찬을 받을 테니까. 너희는 멍청한 동새잉 한두 명, 아니 세 명 있다고 해서 가치가 깎일 아이들이 아니야. 리디아가 브라이턴에 가지 못하면 우리 집은 바람 잘 날이 없을 것다. 그러니 보내자꾸나. 포스터 대령은 분별 있는 사람이고, 그 아이가 심각한 문제에는 빠지지 않게 해줄 거야. 다행인 건 그 아이는 심각한 문제에는 빠지지는 않게 해줄 거야. 다행인 건 그 아이는 누군가의 먹잇감이 되기에는 너무 가낞다는 거지. 브라이턴에 가면 리디아는 여기서처럼 가벼운 연애 상대 취급도 못 받을 거다. 장교들에게는 훨씬 괜찮은 여자들이 나타나겠지. 그러니까 그 아이가 거기 가서 자기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직접 깨닫게 하자꾸니, 어쨌거나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우리는 그 애를 평생토록 가둬둘 권리가 생길 테니까."

엘리자베스는 이 대답에 만족해야 했지만 그녀의 견해는 달라지지 ㅇ낳앗고, 결국 실망과 안타까움을 안고서 아버지 곁을 떠났다.(278-279쪽)

 

"네, 아주 달랐어요. 하지만 다아시 씨도 자주 만나보니 전보다 나아지더군요."

"그랬나요!" 그때 위컴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엘리자베스는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 묻고 싶네요." 그는 얼굴 표정을 다스리고 밝은 어조로 덧붙였다. "나아진다는 게 태도를 말하는 겁니까? 평소보다 약간 더 예의를 갖추게 되었습니까?"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무겁게 말했다. "저라면 감히 그의 본성이 나아졌다는 희망을 품지 않겠습니다."

"맞아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본성은 전과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말할 때 위컴은 그 말을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말뜻을 의심해야 할지 헷갈리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안색에는 왠지 그를 두렵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그녀가 덧붙였다.

"자주 만나니 나아졌다는 건 그 사람이 생각이니 태도가 개선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더 잘 알고 보니까 그런 모습이나 성격을 좀 더 이해할 수 잇게 되었다는 뜻이었어요."

위컴의 충격은 이제 얼굴색의 변화와 흥분된 표정으로 드러났다. (281쪽-282쪽)

 

남자들이 아내에게 일반적으로 바라는 행복은 아니었지만, 진정한 철학자라면 다른 즐거움이 없는 곳에서도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는 법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남편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아버지의 능력을 존경하고 그가 자신에게 주는 애정에 감사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아버지가 자녀 앞에서 빈번하게 아내를 비웃음거리로 삼아 결혼의 의무와 예절을 위반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은 결혼에 따르는 문제를 지금처럼 강하게 느낀 적도 없고, 재능을 엉뚱하게 사용할 때 따르는 해악을 지금처럼 똑똑히 인식한 적도 없었다. 베넷 씨가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사용했다면, 아내의 정신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 해도 적어도 딸들의 품행은 올바로 가르쳤을 것이다. (284쪽)

 

(제3권)

펨벌리 저택은 위풍당당한 석조건물로 높고 울창한 숲 언덕을 등지고 오르막 대지에 튼튼하게 서 있었다. 저택 정면에는 본래도 규모가 있는 하천의 물길을 더욱 넓혀 놓았는데, 인공적인 느낌은 없었다. 강둑은 형식적이지도 않았고 부자연스럽게 장식되어 있지도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기뻣다. 자연의 손질이 이보다 더 돋보이는 곳, 이간의 어색한 취향으로 자연 고유의 아름다움을 훼손한 흔적잉 이토록 드문 곳은 본 적이 없었다. 엘리자베스 일행은 모두 깊이 감탄하며 찬사를 바쳤다. (293쪽)

* 영화 감독은 다이시의 저택 장면을 찍을 때, 너무 튀지도 않고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룬 이 집의 모습으로 다이시의 성격이나 품격을 드러냈다고 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빛의 천사처럼 여기던 위컴에게, 이제 메리턴 전체가 악명을 씌우려고 전념한 것 같았다. 살마들은 그가 지역의 모든 상점에 빚을 졌고, 모든 상인의 가정에서 유혹이라는 이름을 단 술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모두가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모두가 자신만은 그의 선량한 외모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말을 절반도 믿지 않았지만,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동생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엘리자베스보다도 소문을 믿지 않는 제인조차 거의 희망을 잃었다.(351쪽)

 

베넷 씨는 자신이 그토록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이런 결과를 얻은 것에 또한 놀랍고 반가운 일이었다. 지금 그의 가장 큰 소망은 이 일에서 번거로움을 최대한 덜어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몰아치는 분노 속에 딸을 찾아 나섰지만, 그 일이 끝나자 그는 자연스럽게 예전의 나태안 모습으로 되돌아같다.(368쪽)

* 우리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이런 모습을 하는 게 아닐까 한다. 또한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이 지나가길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고. 하여간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을 처리하고 감당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테니까.

 

딸의 결혼에 걸맞는 것을 찾아 열심히 동네를 쑤시고 다녔고, 새 부부의 벌이가 얼마나 도리지 알지도 못하고 고려하지도 않은 채, 많은 것들을 너무 작고 너무 수준이 낮다며 퇴짜를 놓았다.

"굴딩 가가 떠나준다면 헤이 파크도 괜찮을 거야." 베넷 부인이 말했다. "아니면 스코크의 저택도 좋지만 응접실이 너무 작아. 그리고 애시워스는 너무 멀어! 나는 그애랑 10마일 이상 멀어지면 살 수가 없어. 그리고 퍼비스 로지는 다락방이 형편 없고"

베넷 씨는 옆에 하인들이 있으면 아니개 이런 이야기를 끝없이 하건 말건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하인들이 물러가면 부인에게 말했다."여보, 리디아 부부에게 지금 말한 그 집들을 골라주기 전에 먼저 생각해봅시다. 이 동네에서는 어느 집도 두 사람을 받아주지 않을 거요. 그리고 나도, 둘을 롱번에 받아들여서 두 사람의 무례를 부추기는 일은 없을 거요." (369쪽)

* 이 구절이 이제는 달리 보인다. 읽을 때는 베벳 부인이 속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서 오늘 이 구절을 옮겨적다보니 368쪽의 베넷씨나 이 페이지의 베넷 부이이나 모두 일괄되게 자신의 성격대로 행동하고 있으며 그것은 한쪽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보이고, 한쪽은 상식없어 보인다는 것뿐이지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그들에게 닥친 문제를 이전에 예비하지 않은 것, 현재의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같은 것 같다. 

 

더비셔에는 분명히 그가 자신의 호감을 회복할 거라 기대했겠지만, 그 희망이 이런 일의 충격도 견디고 살아남으리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부끄럽고 슬펐으며, 정체 모를 회한을 느꼈다. 이제 더 이상 다아시 씨의 흠모를 기대할 수 없게 되지 그것을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그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가장 희박해진 이 시점에, 그것이 궁금했다. 그와 함께라면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해 보였다.(371쪽)

* 그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가 그가 가장 멀리 있다니 삶은 모순이다.

 

정찬실로 가보니 리디아가 어머니의 오른쪽으로 으스대며 걸어가서 제인에게 말하고 있었다. "제인! 이제 내가 언니 자리를 차지하고 언니는 아래로 내려가야 돼. 나는 결혼한 여자니까."

리디가아 애초에 배우지 못한 조신함을 시간이 가르쳐 줄거라는 기대는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더 태평하고 들떠 있었다.(376-377쪽)

* 애초에 배우지 못한 것을 .... 시간이 가르쳐 줄수는 없다?

가족이 있어 따뜻하고 삶은 풍요롭지만, 가족이 있어서 삶은 때때로 모순된다고 했던 '비밀의 문' 10회의 세자의 대사가 생각난다.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들이 많다. 

 

결코 보답을 받지 않을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는 사실은 몹시 고통스러웠다. 리디아를 되찾고, 동생의 평판을 지킨 그 모든 일을 그에게 신세진 것이다. 아! 그녀는 그동안 멋대로 키웠던 그에 대한 반감과 그를 겨냥했던 건방지고 뻔뻔한 말들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그렇게 자신을 생각하면 한없이 낮아졌지만, 그를 생각하면 그가 연민과 명예를 위해 자존심이라는 약점을 극복해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389쪽)

 

그들은 이제 거의 현관 앞까지 왔다. 엘리자베스가 그와 빨리 헤어지려고 서둘러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디아를 위해서 그를 자극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이렇게만 말했다.

"들어가요, 위컴 씨. 이제 우리 가족이잖아요. 지나간 일들로 다투지 말아요. 앞으로는 우리 생각이 늘 맞기를 빌어요."

엘리자베스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지 위컴은 다정하고 정중하게 그 위에 입을 맞추었지만, 얼굴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392쪽)

* 하하하. 사위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도 딸이 같이살 것을 생각해서 별말 안하는 장인이 된 듯 하군.

 

엘리자베스는 빙리도 잠깐 훔쳐보았는데, 그 짧은 순간 그의 표정은 기쁘면서도 난처해 보였다. 베넷 부인은 빙리를 깍듯한 예의로 맞았는데, 그것은 두 딸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특히 그의 친구에 대한 차갑고 형식적인 인사말과 너무나 대비되어서 더욱 그랬다.

엘리자베스는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딸을 돌이킬 수 업는 수치에서 구해준 은인이 다아시라는 걸 알았기에, 그토록 천박한 차별대우에 말할 수 없이 깊이 상처를 받았다.(399-400쪽)

 

"딸을 좋은 혼처에 시집 보내는 건 기쁜 일이죠." ......"그 사람(위컴)이 00연대를 떠나서 정규균에 들어갔다는 말은 들었죠? 정말 잘됐지 뭐예요! 우리 사위한테는 정말 훌륭한 친구들이 도움을 주고 있답니다. 받아야 할 도움을 다 받지는 못하지만 말예요."

그것이 다아시 씨를 가리켜 하는 말이라는 걸 아는 엘리자베스는 불타오르는 수치심에 자리에 앉아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401쪽)

* 이런 연애는 안해봤지만, ......

 

"리지, 설마 지금 내가 위험한 상태라고 여길 만큼 나를 약하게 보는 건 아니겠지?"

"언니는 지금 아주 위험해. 그 사람을 어느 때 못지않게 사람에 빠뜨릴 위험이 충분하니까."(404쪽)

 

다이시는 응접실의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눈으로 그를 좇았고, 그와 대화하는 모든 사람을 질투했으며, 초조함에 커피도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는 이토록 어리석은 자신에게 화가 났다!

'한 번 거절했던 남자야! 이렇게 바보같이 그런 사람의 사랑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할 수 있는 거지? 한 여자한테 두 번 청혼하는 미욱함을 용납할 남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자기 감정을 그렇게 심하게 모역하는 경우는 없어!'

하지만 그가 직접 커피잔을 들고 다가오자 기분이 약간 나아진 엘리자베스는 그 시회를 놓치지 않고 말을 건넸다.(407쪽)

*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구나. 질투때문에 화도 나고 자신에게도 화나고.

 

"끼어들지 마. 입 다물고 내 말 들어. 내 딸과 조카는 천생연분이야. 두 사람 다 똑같이 고귀한 모계 혈통을 타고났어. 부계는 작위는 없지만 더없이 존경받고 명예롭고 유서 깊은 집안이지. 양쪽 다 막대한 재산이 있어. 양쪽 집안의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의 결합을 바라고 있어. 그런데 지금 둘을 갈라놓으려고 하는 게 뭐야? 집안도, 지위도 보잘것없고 재산도 없는 여자? 이게 참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럴 수 없고 그러지도 않을 거네. 자네에게는 분별이라는 게 있다면 자라온 환경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게 좋아."

"자아시 시와 결혼한다고 제가 제 환경을 벗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신사이고, 저도 신사의 딸입니다. 그 점에서 우리는 동등합니다."

"그 말은 맞아. 자네는 신사의 딸이지. 하지만 어머니는 어떤가? 친천들은 또 어떻고! 내가 자네의 배경을 모를 거라고 넘겨짚지 말게."

"제 연줄이 어떻든 다아시 씨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숙부인께서는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424-425쪽)

 

"다아시 씨,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에요.제 감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당신의 감정이 얼마나 상할지 벼롤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요. 저는 당신이 제 동생에게 베푼 유례없는 친덜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저는 그 일에 제가 얼마나 감사하는지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이 일을 알았더라면 이렇게 감사할 사람은 저뿐이 아닐 겁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이시시가 놀라고 감동받은 목소리로 말했다.(435쪽)

 

두 사람은 방향도 모른 채 계속 걸었다. 생각하고 느끼고 말할 것이 너무 많아서, 다른 것에 관심으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 그녀는 곧 그들이 현재 상황을 이렇게 잘 이해하게 된것은 그의 이모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437쪽)

 

"그 편지를  쓸 때 저는, 제가 더없이 침착하고 냉정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아시가 대답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지독한 악감정 속에 썼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439쪽)

"악감정으로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끝은 그렇지 않았어요. 마지막 작별 인사는 온정 자체였죠. 하지만 편지 이야기는 그만해요. 그걸 쓴 사람과 받은 사람의 감정이 그때하고크게 달라졌으니, 그것과 관련된 불쾌한 상황은 모두 잊어야 해요. 제 인생철학 하나를 배우세요. 기분 좋은 과거만 기억하는 거요."(440쪽)

 

"리지. 그 친구에게 이미 결혼을 허락했다. 그런 사람이 친히 물어본 말에 내가 감히 반대했겠니. 이제 네가 꼭 그 사람하고 결혼할 생각이라면 너에게도 허락하마.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기 바란다. 난 네 성격을 알아, 리지. 남편을 정말로 존경하지 않으면, 남편을 너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우러르지 않으면 너는 행복할 수도 없고 잘 지낼 수도 없는 사람이야. 너처럼 생기발랄한 여자가 걸맞지 않은 결혼을 하면 아주 큰 어려움을 겪을 거고, 불신과 고통을 벗어나기 어려울 거야. 얘야, 네가 배우자를 존경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다면 난 너무 괴로울 것 같구나. 너는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450쪽)

 

****

#5. 매력적인 인물 묘사 : '오만과 편견' 속 인물 속성에 대하여 
소설은 다이제스트본으로는 읽어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이전에 다이제스트본으로 읽었을 때는 인물들이 이렇게 각각이 특성이 있고 역동적이었는지 몰랐다.  말투나 행동을 보면서 인물에 반한다. 그리고 그 인물을 생생하게 만든 작가에게도 반한다. 

 

작가 제인 오스틴이 인물들을 다양하게 입체적으로 만들었다며 번역자가 짧게 언급한 것을 여기에 옮긴다. 간단한 묘사로 멋지다.

'미모는 있지만 현명하지 않은 베넷 부인과 리디아, 
미모는 없지만 현명한 샬럿, 
어리석지 않지만 예리하지도 않은 제인, 
현명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베넷 씨 등 그 조합은 끝이 없다.' 

'엘리자베스와 메리는 모두 독서를 좋아하지만 엘리자베스가 독서를 통해 지혜와 즐거움을 구하는 데 반해, 메리는 허영심을 채우고자 할 뿐이다.' 


#6. 구별짓기

소설을 읽게된 동기는 좀 불손하다. <구별짓기-문화와 취향의 사회학>이라는 책을 보다가 차별, 취향에 대해서 이 소설이  그런 내용을 조금은 다루고 있을 것 같아서 보게 되었다. <구별짓기>라는 책을 보다가 충격적으로 본 키워드는 '상속자'라는 것이었고, 그것은 드라마 '상속자'를 단번에 떠올리게 했다. 계급간의 구분을 짓고자 하는 노력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 현빈의 대사를 떠오르게 했다. '오만과 편견'이란 제목에서 계급간에 서로를 구분하는 행동이나, 상위 계급으로 상승하고자 하는 욕구를 연상시키는 것은 잘못된 연결이었으나,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가문이나 재력을 내세울 수 없는 집안의 여자의 만남이란 것이 '오만과 편견'을 가질 요소가 많은 것 같긴 했었다. 

소설을 읽다가는 인물들의 매력에 빠져서 '문화와 취향'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지만, 소설 속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이 '구별짓기'에서 언급한 것들을 많이 일러주고 있다. 초반부의 빙리씨에 대한 롱번 사람들의 흥분과는 대조되는,  다아시 씨의 태도, 캐서린 숙부인, 빙리의 누이의 태도가 계급 구분, 차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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