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 조회 수 1581
- 댓글 수 2
- 추천 수 0
단풍이 절정이라는 시월의 마지막 주말.
민호가 콧물 감기라 멀리 나가지는 않고 동네 도서관과 시장만 돌아다녔습니다.
"와, 정말 가을이구나. 단풍이 참 이쁘다. 언제 나뭇잎 색이 저렇게 이쁘게 변했는지 알아?"
"글쎄. 가을이니까 변했겠지."
이 녀석 삶에 대한 경이감을 많이 잃어버렸군요. 누가 우리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나요! (난가?) 라는 생각이...
"매일매일 자세히 보면 변하는 걸 알 수 있을거야."
나뭇잎이 노랗게 빨갛게 변한 것을 늦게 알아차린 놀라움과 안타까움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호가 대답합니다.
"아빠. 그런데 내가 난데... 그러니까 매일 내가 내 얼굴을 보는데 왜 내가 성장하는 걸 알 수 없는 거지?"
매일 매일 자세히 봐도 변하는 걸 잘 알기는 힘들다는 아이의 근거있는 주장이었습니다.
정말 그렇더군요. 내가 나이들어가는 것도 어느 순간 확 와닿는 것이지
매일 매일 체험하는 건 아니니까요.
어느 날 눈부신 햇살 속에 빨갛게 변해버린 담쟁이 덩쿨를 보는 순간 가을을 느끼고,
추워진 날씨에 꺼낸 바지가 아이 몸에 맞지 않을때 아이가 부쩍 큰 것을 알아차리고,
넓어진 이마와 깊어진 팔자 주름을 거울 속에서 만날 때 내가 나이들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이지요.
민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더군요.
"그러게. 조금씩 변하는 건 쉽게 알 수 없나보다."
쉽게 알 수 없어도 가을이 온 것도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무딘 사람은 되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