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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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는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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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블레이크가 ‘영원이란, 시간의 산물에 대한 애정 속에 존재한다’ 했고 신의 가면을 통해서 영원을 경험한다는 그 ‘영원’이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버스를 타지 않게 되면서 ‘영원의 시 한편’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영원이라는 것을 매일 쓰며 가슴에 두고 알아보자는 심산이었다.
어제 스승님의 시를 좇아 책장을 넘기다 조금 알게 되었다. 영원이란 깨달은 순간의 세상이 곧 영원이며 시간과 상관 없이 세속적인 생각을 끊는 바로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더 없이 행복한 순간. 그러니 쉽게 생각하면 내가 시를 읽는 순간, 시에 빠져 현실에서 발을 살짝 떼게 되는 그 순간이 영원이며 행복감에 시간이 없어지는 그 순간도 영원인 것이다.
새삼 행복하게도 스승님 옆에서 시집을 펼쳐 행복의 시 함께 읽던 그 순간도 영원의 순간이었다. 스승님 이것 가르쳐 주려고 함께 하셨나? 내 삶이 영원의 순간으로 가득 차 천국조차도 간구하지 않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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