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251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정현종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는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
시인 블레이크가 ‘영원이란, 시간의 산물에 대한 애정 속에 존재한다’ 했고 신의 가면을 통해서 영원을 경험한다는 그 ‘영원’이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버스를 타지 않게 되면서 ‘영원의 시 한편’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영원이라는 것을 매일 쓰며 가슴에 두고 알아보자는 심산이었다.
어제 스승님의 시를 좇아 책장을 넘기다 조금 알게 되었다. 영원이란 깨달은 순간의 세상이 곧 영원이며 시간과 상관 없이 세속적인 생각을 끊는 바로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더 없이 행복한 순간. 그러니 쉽게 생각하면 내가 시를 읽는 순간, 시에 빠져 현실에서 발을 살짝 떼게 되는 그 순간이 영원이며 행복감에 시간이 없어지는 그 순간도 영원인 것이다.
새삼 행복하게도 스승님 옆에서 시집을 펼쳐 행복의 시 함께 읽던 그 순간도 영원의 순간이었다. 스승님 이것 가르쳐 주려고 함께 하셨나? 내 삶이 영원의 순간으로 가득 차 천국조차도 간구하지 않게 되기를!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09 | 노력하는 자체가 성공이다 | 빈잔 | 2024.11.14 | 623 |
4108 | 인생을 조각하다. | 빈잔 | 2024.10.26 | 643 |
4107 | 얻는것과 잃어가는 것. | 빈잔 | 2024.11.09 | 658 |
4106 | 눈을 감으면 편하다. [1] | 빈잔 | 2024.10.21 | 685 |
4105 |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병가지고 오래 사는것. 외롭게 오래 사는 것. | 빈잔 | 2024.10.22 | 717 |
4104 | 늙음은 처음 경험하는거다. | 빈잔 | 2024.11.18 | 727 |
4103 | 상선벌악(賞善罰惡) | 빈잔 | 2024.10.21 | 734 |
4102 | 길어진 우리의 삶. | 빈잔 | 2024.08.13 | 738 |
4101 | 문화생활의 기본. [1] | 빈잔 | 2024.06.14 | 933 |
4100 | 선배 노인. (선배 시민) | 빈잔 | 2024.07.17 | 934 |
4099 | 꿈을 향해 간다. [2] | 빈잔 | 2024.06.25 | 1072 |
4098 | 신(新) 노년과 구(舊) 노년의 다름. | 빈잔 | 2023.03.30 | 1511 |
4097 | 가장 자유로운 시간. | 빈잔 | 2023.03.30 | 1512 |
4096 | 나이는 잘못이 없다. | 빈잔 | 2023.01.08 | 1543 |
4095 | 편안함의 유혹은 게으름. | 빈잔 | 2023.04.28 | 1543 |
4094 | 원하는 것(Wants) 과 필요한 것(Needs) | 빈잔 | 2023.04.19 | 1590 |
4093 | 내 삶을 지키기 위한 배움. | 빈잔 | 2022.12.27 | 1645 |
4092 | 변화는 불편하다. | 빈잔 | 2022.10.30 | 1667 |
4091 | 1 % [2] | 백산 | 2007.08.01 | 1701 |
4090 | 정서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 | 빈잔 | 2023.03.08 | 1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