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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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1845년 봄, 28세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도끼 하나를 들고 월든 호숫가의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3개월 동안 소박한 통나무집 한 채를 지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4일, 그 집에서 첫 날 밤을 보냈다. 이날은 미국의 독립 기념일이었다. 독립 기념일에 이사한 것은 우연이었지만 월든 호숫가로의 이주는 의도된 것이었다. 소로우는 <월든>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소로우의 통나무집 주변은 숲이 무성했고 호수와 가까웠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사방 1.5km 내에 아무도 살지 않았다. 이곳에서 소로우는 혼자 힘으로 먹고 살며 2년 2개월 2일을 보냈다. 이 기간 동안 밭을 일구고 자연을 관찰하고, 명상하고 사색했다. 그리고 글을 썼다. 한 번은 미국의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저항하기 위해 세금 납부를 거부하여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월든에서의 생활은 그의 삶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이 기간 동안의 체험과 이때 쓴 일기를 통해 19세기에 출간된 가장 훌륭한 책 가운데 하나인 <월든>이 탄생했다. 그의 첫 책이자 22세 때의 여행 경험을 담은 <콩코드강과 메리맥 강에서의 일주일>을 집필한 것도 이때다. 또한 몇 년 후 소로우는 인두세 납부 거부로 감옥에 수감된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을 했는데 이 강연은 훗날 <시민 불복종>의 출간으로 이어졌다.
월든에서 보낸 시간 동안 소로우는 내적 도약을 이뤄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생활 방식으로 실험하고 검증했으며,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아 강점으로 계발했다. 그는 삶의 실험가이자 자연의 학생으로 월든에 갔지만 돌아올 때는 삶의 스승이자 자연주의 사상가가 되어 있었다.
소로우는 월든 숲에서의 거주 기간을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실험’이자 ‘삶의 파종기’로 규정했다. 소로우 전문가 헨리 솔트 역시 “이때의 경험이 그의 나머지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삶의 도약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소로우가 월든에서 보낸 시간과 같은 ‘실험기’가 필요하다. 삶의 도약은 존재의 도약을 통해 가능하고, 존재의 도약을 가능케 하는 방법은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홍승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kmc1976@naver.com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10월 28일자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