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215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날아라 병아리
신해철
육교 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 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 두 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지
어느 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 하더니
새벽 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 노래가사
-----
그대 만약
나의 죽음 앞에 오거든
그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사랑스런 손길로
나의 귓볼을 만져주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주길.
그대 그 손길이면 충분해.
그대 그리워하던 시간 안고
떠날 수 있으리.
그리고 나의 묘지 앞에 시 한편
놓아준다면
나 영원히 행복하리.
나의 가슴에 시를 알알이 박아준 그대―
허망하게 요절한 가수 신해철의 죽음을 애도하며 나의 비망록을 쓰다.
애도의 물결 그칠 줄 모르고 하늘도 슬퍼하니 짧은 생이지만 그는 깊은 인생을 살았구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29 | [영원의 시 한편] 두 번은 없다 | 정야 | 2014.12.09 | 9001 |
3928 | [영원의 시 한편] 사는 이유 | 정야 | 2014.12.08 | 2485 |
3927 | [영원의 시 한편]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야 | 2014.12.06 | 2603 |
3926 | [영원의 시 한편]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 정야 | 2014.12.05 | 2617 |
3925 | [영원의 시 한편] 일찌기 나는 | 정야 | 2014.12.04 | 2886 |
3924 | [영원의 시 한편] 사랑하는 손 [1] | 정야 | 2014.12.03 | 2642 |
3923 | [영원의 시 한편] 내력 | 정야 | 2014.12.02 | 2727 |
3922 | [영원의 시 한편] 첫사랑 | 정야 | 2014.12.01 | 2682 |
3921 | [영원의 시 한편] 푸른 밤 | 정야 | 2014.11.29 | 2712 |
3920 | [영원의 시 한편] 11월의 나무 | 정야 | 2014.11.28 | 2781 |
3919 | [영원의 시 한편] 인연서설 | 정야 | 2014.11.27 | 2843 |
3918 | [영원의 시 한편] 도망가는 연인 | 정야 | 2014.11.26 | 2745 |
3917 | [영원의 시 한편] 후회하는 나 | 정야 | 2014.11.25 | 3766 |
3916 | [영원의 시 한편] 목마와 숙녀 [2] | 정야 | 2014.11.22 | 2793 |
3915 | [영원의 시 한편] 호수 1 | 정야 | 2014.11.21 | 2687 |
3914 | [영원의 시 한편] 따뜻한 슬픔 [2] | 정야 | 2014.11.20 | 2740 |
3913 | [영원의 시 한편] 낙화유수落花流水 | 정야 | 2014.11.19 | 3525 |
3912 | [영원의 시 한편] 세 송이의 꽃 | 정야 | 2014.11.18 | 2535 |
3911 | [영원의 시 한편] 와유臥遊 | 정야 | 2014.11.17 | 2872 |
3910 | [영원의 시 한편] 산길에서 만난 여우 [2] | 정야 | 2014.11.15 | 24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