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77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날아라 병아리
신해철
육교 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 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 두 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지
어느 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 하더니
새벽 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 노래가사
-----
그대 만약
나의 죽음 앞에 오거든
그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사랑스런 손길로
나의 귓볼을 만져주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주길.
그대 그 손길이면 충분해.
그대 그리워하던 시간 안고
떠날 수 있으리.
그리고 나의 묘지 앞에 시 한편
놓아준다면
나 영원히 행복하리.
나의 가슴에 시를 알알이 박아준 그대―
허망하게 요절한 가수 신해철의 죽음을 애도하며 나의 비망록을 쓰다.
애도의 물결 그칠 줄 모르고 하늘도 슬퍼하니 짧은 생이지만 그는 깊은 인생을 살았구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8 | [영원의 시 한편] 어느 향기 | 정야 | 2014.10.10 | 2094 |
217 | [영원의 시 한편] 즐거운 편지 | 정야 | 2014.10.11 | 1764 |
216 | [영원의 시 한편] 뜨거운 국밥 | 정야 | 2014.10.13 | 2033 |
215 | [영원의 시 한편] 꽃 시간 1 | 정야 | 2014.10.14 | 2831 |
214 | [영원의 시 한편] 방문객 | 정야 | 2014.10.15 | 1974 |
213 | [영원의 시 한편] 뮤즈와 팜므파탈 | 정야 | 2014.10.16 | 2605 |
212 | [영원의 시 한편]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야 | 2014.10.17 | 1969 |
211 | [영원의 시 한편] 여행자를 위한 서시 | 정야 | 2014.10.18 | 2076 |
210 | [영원의 시 한편]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정야 | 2014.10.22 | 1984 |
209 | [영원의 시 한편] 가을 | 정야 | 2014.10.23 | 2055 |
208 | [영원의 시 한편] 어느 대나무의 고백 | 정야 | 2014.10.24 | 2767 |
207 | [영원의 시 한편] 가을에게 | 정야 | 2014.10.25 | 1707 |
206 | [영원의 시 한편] 새를 살려야 해 | 정야 | 2014.10.27 | 1817 |
205 | [영원의 시 한편] 행복 | 정야 | 2014.10.28 | 2146 |
204 | [영원의 시 한편] 추일서정 秋日抒情 | 정야 | 2014.10.30 | 1984 |
» | [영원의 시 한편] 날아라 병아리 | 정야 | 2014.10.31 | 1779 |
202 | [영원의 시 한편] 한 여자 한 남자 | 정야 | 2014.11.01 | 1977 |
201 | [영원의 시 한편] 충만한 힘 | 정야 | 2014.11.02 | 1743 |
200 | [영원의 시 한편]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정야 | 2014.11.03 | 2573 |
199 | [영원의 시 한편] 추모집에 제題 함 | 정야 | 2014.11.04 | 18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