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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일 08시 08분 등록

<영혼의 자서전>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옮김, 열린책들

 

1.   저자에 대하여

 

니코스 카잔차키스(Nicos Kazantxakis) : 작가

 

출생, 가족, 유년기

1883년 그리스 크레타 이라클리온에서 태어났다. 당시 크레타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다. 아버지미할리스는 곡물과 포도주 중개상이었다. 6살 때 크레타에서 터키 지배에 대항하는 반란이 일어나 실패하고 카잔차키스 일가는 그리스 본토로 6개월간 피신했다. 14살 때 크레타에서 두 번째 반란이 일어나고 이번에는 자치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가족은 안전을 위해 낙소스섬으로 갔다. 프랑스 수도사들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녔다. 터키의 지배하에서 기독교인 박해 사건과 독립전쟁을 겪으면서 보낸 어린 시절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에게 동서양 사이에 위치한 그리스의 역사적 사상적 특이성을 체감하고 이를 자유를 찾으려는 투쟁으로 연결시킨다.

 

20

1902 19세 때 아테네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한다. 1906년 졸업 전 해에 에세이 <병든시대> 소설<뱀과 백합> 희곡 <동이 트면>을 썼다. 졸업 후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면 여행을 보내주겠다는 아버지의 말 대로 1907년에 1년간 여행한다. 이때 쓴 글을 신문과 잡지에 연재하다가 나중에 여행기로 출간했다. 1908년 파리로 건너가 소르본에서 공부한다. 베르그송과 니체를 접한다. 1909년에 크레타로 돌아갔다. 1911 26살 때 칼라테아 알렉시우와 결혼했다. 1914 31세때 시인 앙겔로스 시켈리아노스와 함께 아토스 산의 수도원을 돌며 40일간 여행했다. 이듬해 시켈리아노스와 함께 그리스를 다시 여행했다. 생계를 위해 아내와 함께 어린이 책을 썼다.

 

30

1917 34세 전쟁으로 석탄이 부족하자 삼촌이 법률사무소를 열기를 기대하며 준 돈을 투자해 기오르고스 조르바라는 일꾼을 고용해서 펠로폰네소스에서 갈탄 채굴사업을 했다. 뒷날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로 창작되었다. 191835, 스위스에서 니체의 발자취를 순례했다. 그리스 지식인 여성 엘리 람브리디를 사랑했다. 191936, 베니젤로스 총리를 도와 공공복지부 장관으로 일했고 1920년 사임했다. 파리로 다시 떠났다. 1921 38세에는 독일을 여행했다. 1922년 베를린에서 조국 그리스가 터키와의 전쟁에 참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민족주의를 버리고 공산주의적인 행동주의와 불교적인 체념을 조화시키려 시도한다. 1923년에 <붓다>와 대서서시 <오디세이아> 집필로 구체화된다. 빈과 베를린에서 보내면서 아테네에 남아 있던 아내 갈라테이아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많은 자료를 남겼다.

 

40

192441세 이탈리아에서 3개월을 보내면서 아시시에 도착 성자 프란체스코에 대한 평생의 흠앙을 시작했다. 엘레니 사이우를 만났다. 1925년 엘레니 사이우와의 관계가 깊어졌고 특파원 자격으로 소련으로 떠났다. 43세 때 첫번째 아내 갈라테아와 이혼했다. 1927년 특파원 자격으로 이집트와 시나이를 방문했다. 1928년 그리스계 루마니아 작가인 파나이트 이스트라티를 만나 군중 앞에서 소련을 찬양하는 연설을 했다. 러시아로 가서 홀로 여행을 했고 <러시아여행기>를 썼다. 1931 47세 때 그리스로 돌아왔다. 독일이 그리스를 점령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작품을 썼다.

 

50대 이후

많은 작품을 썼다. 1945 62세때 엘레니 사우어와 결혼했다. 정무장관으로 입각했다. 앙티브에 정착했다가 중국 정부 초청으로 중국에 다녀온 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1957, 74) 두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었다. 

 

사랑과 결혼

1911 26살 때 갈라테아 알렉시우와 결혼했다. 35세 때인 1918년 스위스에서 니체의 발자취를 순례하면서 그리스 지식인 여성 엘리 람브리디를 사랑하였다. 192441세 때 20년 어린 엘레니 사이우와 만나 42세 때 관계가 깊어졌다. 1925 43세 때 첫번째 아내 갈라테아와 이혼했다. 엘레니와는 20년 이상 동거하다가 194562세에 결혼했다. 엘레니와의 사이에 친 자녀는 없고, 파트로클로스 스타브루를 아들로 입양했다.

 

 

작품 연보

23세 에세이 <병든 시대> 소설 <뱀과 백합> 희곡 <동이 트면>

25세 소설 <부서진 영혼>

26세 니체에 대한 학위 논문, 희곡 <도편수>, <희극:단막 비극> 에세이 <과학은 파산하였는가>

27세 에세이 <우리 젊음을 위하여>

32 <오디세우스><그리스도><니키포로스 포카스>의 초고를 씀

40 <붓다> 집필 시작

41<붓다> 완성

42 <오디세이아> 1~6편 씀

44 <여행기>

46세 프랑스어 소설 <모스크바는 외쳤다><엘리아스 대장>

47 <러시아 문학사><신을 구하는 자>

48 <오디세이아> 3

49 <신곡>전편 번역

50 <스페인인상기><오디세이아> 4

52 <오디세이아> 5

54 <오디세이아> 6, <모레아기행>

55 <오디세이아> 7, 최종고

56세 비극 <배교자 율리아누스>

57 <영국 기행> 전기 <알렉산드로스 대왕><크노소스 궁전>

58 <붓다> 초고 완성, <조르바의 성스러운 생활> 시작

59 <일리아스> 번역 <최후의 유혹>의 전신인 <그리스도의 회상> 초고

60 <그리스인 조르바> ,<붓다> 두번째 원고 완성, <일리아스> 번역 완료

61세 희곡 <카포디스트리아스><코느탄티누스 팔라이올로구스>

62세 소설 <오름길>

65 <수난> 초고 완성

68세 그리스 내전 소재 소설 <전쟁과 신부> 착수, 희곡 <쿠로스><크리스토퍼 콜럼버스>

67 <미할리스 대장> <최후의 유혹> 집필

68 <최후의 유혹> 초고 완성

70 <일리아스> 공역 완료, 소설 <성자 프란체스코> 완성, <미할리스 대장> 출간

72 <영혼의 자서전> 쓰기 시작.

 

 

2.   내가 저자라면

 

1)   뼈대 및 목차

 

외적 사건이 아니라 내적 사건을 중심으로 72세의 노인이 회고를 했다. 연도와 외적인 것은 모두 생략되었다.

 

2)   장점 및 보완점 평설

 

시와 소설, 희곡, 에세이를 썼던 노장의 자서전은 함축적 표현, 묘사, 대화체 모두에서 뛰어나다. 만져질 듯 읽힌다. 내적 지도를 따르는 여행이 펄펄 뛰고 격렬하다.

 

아쉽다기 보담 궁금한 건 글을 쓰게 된 계기로서 에이레아가씨에 대한 것만 부각되고 나머지 사랑에 대해서는 간과된 거다. 그가 만약 육체를 가진 현생을 십자가의 길, 영적 수련의 길로 받아들였다면 글쓰기, 순례, 조르바와의 탄광사업, 복지부장관으로 일한 경험과 함께 결혼이나 사랑도 그리 다루지 않았을까?  

 

3)   감동적인 장절

 

카잔차키스의 키워드를 자유(여행), 오름, 여인들, 크레타라고 생각했다. 감동적인 장절을 뽑다보니 그것이 더 두드러진다. 내가 특히 감명을 받은 건 오름이다. 그는 일평생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크레타 또는 그리스가 동양과 서양의 다리 지점, 또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중간에 있어서 카잔차키스는 이 두 가지 거대한 힘을 내부에 지니고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그건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드러나기도 했다. 네모칸에 든 것은 여인들과 아버지의 사례들이다. 앞 부분에는 자유, 뒷 부분에는 종교적인 열망에 대한 인용문을 주로 타이핑했다. 카잔차키스는 글만 쓴 게 아니라 직접 활동에도 뛰어들었다. 조르바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여러가지 계기로 그에게 이생의 가치를 알아보게 한 만남이 많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프랑스학교 시절의 교감부터 수도원에서 만나 그를 두고 고해성사를 한 이까지. 그에게는 이 모든 경험이 오름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세 가지의 영혼, 세 가지의 기도

첫째, 나는 당신이 손에 쥔 활이올시다. 주님이여, 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둘째 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 마소서. 주님이여. 나는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셋째, 나를 힘껏 당겨주소서, 주님이여. 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겠나이까?

 

30 어머니의 그리스인 피와 아버지의 아랍인 피가 내 혈관 속에서 나란히 두 줄로 흐른다는 착각의 영향은 긍정적인 보람을 주어서 나에게 힘과 기쁨과 풍요함을 베풀었다.

 

37 내가 살아 있는 한 내 몸 속에서 외할아버지가 살아갈 터이기에 나는 기쁘다. 우리들은 함께 죽으리라. 내 속의 죽은 자가 죽지 않도록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죽지 않기를 바라게 한 사람은 이 외할아버지였다. 그 후로 떠나가 버린 수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덤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묻혔으니,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들도 계속해서 살아가리라는 사실을 나도 안다.

 

324 나는 성서와 호메로스 밖에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겸손함의 말을 읽었고 또 때로는 그리스인들의 조상이 쓴 불멸의 시구를 읽었다. <너는 선하고 평화롭고 참아야 하며,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을 내주어야 하면, 현세의 삶은 가치가 없으며, 참된 삶은 천국에서 찾아야 한다.> 고 성서가 가르쳤다. ‘너는 강해야 하면 포도주와 여자와 전쟁을 사랑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해 죽이고 죽어야 하며, 이 땅의 삶을 사랑하고 하데스의 왕이 되느니 살아서 노예가 되라고 그리스의 할아버지인 호메로스가 말한다.

서양의 두 흐름이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라면 카잔차키스는 두 문명의 다리인 그리스 사람이므로 두 가지 모두와 격렬한 전투를 벌일 수 밖에 없었겠구나. 그래서 양쪽 모두를 더 명징히 알수 있었을거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런 싸움의 결과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는 건데, 그것조차 신의 얼굴이나  표현이라고 하는 듯?  

 

222 영적인 그리고 또한 지리적인 그리스의 위치는 신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지닌다.

 

89 나에게 최초의 큰 욕망이 자유였다.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아 나를 괴롭히는 두번째 욕망은 성직에 대해서였다.

 

아버지에 대한 사례들에 나는 자주 밑줄을 그었다. 그의 소설 <미할리스 대장>은 아버지에 대한소설을 쓴 아들이 마침내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걸 보여줄까? 박완서 <엄마의 말뚝>은 엄마에 대한 소설을 써서 자유로와지는 딸의 이야기가 아닌가?    

 

108 나는 흠뻑 젖었다. 기쁨을 감추려고 애를 쓰면서 아버지가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보려고 집으로 달려나갔다. 건조장을 지나다 보니 우리 포도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버지내가 소리쳤다. “포도가 다 없어졌어요.”

시끄럽다!” 아버지가 대답했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

나는 그 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나는 그 순간이 내가 인간으로서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위대한 교훈 노릇을 했다고 믿는다. 나는 욕이나 애원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으면서 문간에 꼼짝않고 침착하고 서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항상 기억했다. 꼼짝 않고 서서 재난을 지켜보며, 모든 사람들 가운데 아버지 혼자만이 인간의 위엄을 그대로 지켰다.

자발적 희생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순간에 깨어 있는 걸 포함한다.

 

114 물이 새빨갛게 변했다.

무서우냐?”

걱정 마라, 익숙해질 테니까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과, 문간과 아직도 피가 묻은 부서진 문들을 지났다.

..”봐라손으로 가리키며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눈을 들어 대추야자나무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나란힌 목이 매달린 사람들이 흔들렸다….나는 얼굴을 돌리고 아버지 무릎에 매달렸다.

똑바로 봐아버지는 다시 명령했다.

목이 매달린 남자들이 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목이 매달린 이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네 머릿속에서 절대로 사라지면 안된다. 알았지

누가 그들을 죽였나요?”

자유가 죽였어.”

너 저 사람들을 만져보겠니?”

아뇨겁에 질려서 내가 대답했다.

만져봐! 어서

우리들이 가까이 갔고, 아버지는 재빨리 성호를 여러 번 그었다. 

발을 만져봐아버지가 명령했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손가락 끝에서 싸늘하고 꺼끌꺼끌한 발의 감촉을 느꼈다.

입을 맞춰! 경배를 해야지!” 아버지가 명령했다. 내가 몸을 빼려고 하자 아버지는 내 겨드랑이를 잡아 치켜들고 머리를 밑으로 숙여 내 입을 강제로 뻣뻣한 발에 갖다 댔다.

..”네가 익숙해지라고 이런단다.” 아버지가 말했다……”예배를 드리러 갔었어.” 아버지가 나를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아버지가 아들이 남자답게 강해지길 바라면서 학살의 현장으로 데려간다. 아들은 투사가 되라고 하는 목적과 다르게 삶의 고통을 보아 버린다.

 

121 저녁을 먹고 나서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과수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달이 떴고 온 세상이 향기롭고 고요했다.

크레타인의 혁명은 오랫동안 계속될 거야. 내가 과수원에서 산책을 하는 동안 동료 기독교인들이 죽어가도록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니까 난 그곳으로 가겠어. 난 밤마다 할아버지를 꿈에서 보는데 줄곧 나한테 꾸중을 하시지. 하지만 그동안 넌 조금도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돼. 난 네가 참된 남자가 되기를 바란다. 남자란 그건 조국을 위해 쓸만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야. 불행히도 네가 천성이 무기 대신 공부를 좋아하니까 어쩔 도리는 없겠지. 그것이 네가 가야할 길이라면 따라야 하니까. 알겠느냐? 크레타가 자유를 얻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교육을 받아라. 그걸 네 목표로 삼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교육은 때려치워. 난 네가 선생이나 성직자나 현명한 솔로몬이 되기를 바라지 않아. 그걸 명심하라고! 난 결심을 했으니까 너도 결심을 해라. 무기나 학문으로 크레타를 돕지 못한다면 차라리 자빠져서 죽어버려야 해.”

전 카톨릭 신부님들이 무서워요.”

나도 그래. 참된 인간은 두려워하지만, 그러면서도 두려움을 정복하지. 난 너를 믿는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이 한 말을 수정했다.

아니 난 너를 믿는 것이 아니라, 네 핏줄 속에서 흐르는 크레타의 피를 믿겠어. 그러니 각오를 하고, 성호를 긋고,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느님을 듯에 따라 월요일에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너를 입학시켜야겠어.”

125 나는 학급에서 일등을 할 의무를 의식했다. 내가 믿기에는 개인적인 자부심이 아니라 민족적 의무감에서 연유한 이 신념은 내 능력을 증가시켰고, 나는 아니 내가 아니라 크레타는 당장 다른 학생들보다 우수해졌다.   

 

133 하지만 바로 이때 운명이 갑자기 머리를 들고는 손을 내밀어 내 길을 가로막았다. 누가 아버지에게 카톨릭교도들이 당신 아들을 빼앗으려고 해요라고 귀뜸을 했기 때문이었다. 밤이었다. 분노한 크레타인은 침대에서 뛰쳐나와 친한 뱃사람과 어부 몇 사람을 깨웠다. 횟불을 밝히고 휘발유 한 통에 곡괭이와 쇠지레를들고 그들은 성채로 올라가는 길로 나섰다. 그들은 학교의 문을 두드리며 불을 지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수사들은 겁에 질렸다. 침실용 모자를 쓴 페르 로렝은 창문에서 머리를 내밀고 프랑스어와 그리스어를 섞어가며 소리를 지르면서 애원했다.

내 아들을 내놔라!” 횃불을 흔들며 아버지가 소리쳤다. “이 카톨릭 개자식들아, 아들을 내놓지 않으면 불과 곡괭이 맛을 보여주겠다.” …아버지는 목덜미를 잡아 나를 세 번 땅에다 내동댕이쳤다.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았다. “ 유다아버지는 이를 악물고 식식거리더니 공중에다 침을 세 번 뱉었다.

 

206 만일 내가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를 딴다면 가고 싶은 곳으로 어디든 1년 동안 여행을 보내 주마고 아버지가 약속했다. 대가가 엄청났기 때문에 나는 공부에 온 정성을 다 쏟았다.

현명한 아버지. 이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미할리스 대장>을 읽어보고 싶네

 

 

 

120 집에서 기르는 소처럼 1년을 살기보다는 하루 동안이나마 들소가 되리라.

 

144 나의 사춘기의 첫 가면은 우정이었는데바라지도 않고 의식하지도 못했지만 그 초라하고 조잡한 친구는 오랫동안 나에게서 여자들을 감추기 위한 가면 노릇을 했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에게 똑 같은 가면 노릇을 해서 그가 여자의 무서운 함정에 빠질 필연적인 숙명의 순간을 약간 지연시켰을 따름이었다.

첫 상대로 동성을 사랑했던 이유

 

174 젊음은 눈멀고 사리를 분별치 못하는 야수이다. 젊음은 먹이를 탐하지만 먹지 않고 머뭇거리기만 하며, 발길에 채이는 행복을 마음만 먹고 주우면 되는데도 줍지 않고 샘터로 가서 시간이라는 물을 쓸데없이 흘러 말라 버리게 그냥 내버려 둔다. 스스로 야수인 줄을 모르는 야수 그것이 젊음이다.

 

180 내 가슴은 어린 송아지처럼 두근거리지 않는다. 이것은 평생동안 나에게 뚜렷한 증거 노릇을 했다. 해돋이나 그림이나 여인이나 어떤 사상 때문에 어린 송아지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면 나는 그것이 행복임을 알았다.

 

182 우리들은 젊었기 때문에 이유도 없이 웃었고, 또한 이유도 없이 슬퍼했다. 우리들은 힘이 너무 많이 남아돌아서 질식을 당하기 때문에 한숨을 지었으며 젊고 지치지 않는 어린 들소들 같았다.  

 

글쓰기에 대한 부분에 자주 밑줄을 그었다.

 

191 나흘때 되던 날 나는 아침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 뚜렷한 목적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면서 펜을 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 생애에서 결정적인 순간이 되었다. 그날 아침 아마도 이렇게 함으로써 내 마음 속의 고뇌가 문을 열고 빠져나갔는지도 모른다. 만일 고뇌가 윤곽을 갖추고 만일 어휘가 고뇌에 구체적인 양상을 부여한다면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나는 중대한 죄를 범했다. 하지만 저지른 죄를 고해한다면 나는 안도감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나는 어휘들을 동원하고 읽었던 시와 성자들의 전기와 소설들을 되내뿜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서 훔쳐가며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256 나는 내면의 함성을 쏟아 내어 자신이 터져 나가지 않도록 하려고 글을 썼다.

 

 

두 나이든 여자의 이야기는 모든 여자가 스물다섯 살의 정신으로 살아간다는 말을 확인시킨다.

 

245 노부인은 몸을 일으켜 옆에 설치된 선반에서 국그릇을 두 개 꺼내 놓았다. 그녀는 그릇을 채웠고 온 세상이 콩의 향기로 넘쳤다. 그녀는 등잔에 불을 켜서 기다란 탁자에 놓았다. 그러더니 나무 숟가락 두 개와 검은 빵 한 덩어리를 놓았다. 우리들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는 성호를 긋더니 재빨리 나를 흘낏 쳐다보았다. 나는 눈치를 챘다. 나도 성호를 긋고는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 둘다 배가 고팠으므로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보려고 나는 말을 꺼내지 않기로 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녀는 탁자 오른쪽의 긴 의자에 내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자리에 누웠고 그녀도 다른 쪽 긴의자에 누웠다. 밖에서는 비가 마구 퍼부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나는 지붕에서 후드득거리는 빗소리와 노부인의 차분하고 조용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잠들었다. 빗소리와 노부인의 고른 숨결에 나도 차츰차츰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문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빛을 보았다.

노부인은 벌써 일어나 아침 우유를 준비하려고 냄비를 불에 얹고 있었다. 나는 희미한 빛 속에서 그녀를 보았다. 쪼그라들고 허리가 굽은 그녀는 한 줌 밖에 안될 듯 싶었다. 두 다리가 어찌나 부었던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그러나 커다랗고 새까만 눈은 젊었고 늙지 않는 광채가 반짝였다. 젊었을 때 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가? 또다시 서로 마주보며 앉은 우리들은 우유를 마셨다. 그런 다음에 나는 몸을 일으키고 여행 가방을 어깨에 매었다. 내가 지갑을 꺼냈더니 노부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뇨, 아니에요손을 저으면서 그녀가 중얼거렸다.

내가 놀라서 쳐다보는 동안 그녀의 주름진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잘 가세요. 신의 은총을 받길 바래요. 나한테 해 준 좋은 일에 주님이 답을 해주길 바래요. 남편이 죽은 이후로 난 그렇게 잠을 잘 잔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247 나는 그녀에게 얘기를 걸고, 아직 그녀가 스물여섯 살인 듯 쳐다보면서 비록 너무 늦기는 했더라도 그녀에게 기쁨을 주라는 충고를 들었다.

 

247 그리스 전체가 불쑥 내 집으로 들어왔군요.

 

250 그녀는 가끔 에르멜린다를 시켜  오늘 오후에 백작부인이 당신을 찾아와도 되겠어요?” 라고 물었다. 나는 당장 밖으로 나가 단것과 꽃을 사가지고 와서 그녀를 기다렸ㄷ. 약속된 시간에 그녀가 머뭇거리며 수줍게 내 방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달려가 문을 열어주면 그녀는 열 다섯 살 소녀이며 처음으로 총각과 외출이라도 하는 듯 부끄러워 얼굴을 잔뜩 붉히며 들어왔다….나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다. 지극히 늙은 나이에 절망적인 찬란함을 보여주며, 수줍음과 처녀성이 어떻게 다시 진실한 여인에게서 죽지 않고 되살아났던가. 떠나는 날 백작부인은 두 팔로 내 목을 껴안고는 그녀를 만나러 다시 아시시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나에게서 받아냈다나는 약속을 지켰다. 여러 해가 지난 뒤 나는 그녀의 고해신부로부터 전보를 받았다. ‘백작부인이 떠나려 하니 서둘러 오시기 바랍니다스페인에 머물고 있던 나는 전보를 치고 당장 출발했다. 하얀 장미를 한 아름 안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저택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백작부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빗고, 주름살을 숨기기 위해 목에는 분홍빛 리본을 맸다. 창백한 뺨에 루주를 조금 바르고 그녀가 손톱에 윤을 낸 것을 나는 그때 처음 보았다. 백작 부인이 두 팔을 벌리고, 나는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런 다음 나는 침대가에 앉아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여든이라는 나이에 그녀는 그토록 아름다웠고, 눈은 애정과 고뇌로 가득했다….밤이 되었다. 에르멜린다가 등잔에 불을 켜기 위해서 들어오려고 했지만 백작부인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8 내 생애에 항상 나를 괴롭히고 채찍질을 한 단어는 언제나 오름하나뿐이었다. 여기에서 진실과 환상을 섞어가며 나는 산을 오르느라고 남긴 붉은 발자국과 함께 이 오름을 기록하고 싶다.

 

7 십자가의 처형이 두려워 그들은 마음이 약해지고 부활에로의 길이 십자가뿐임을 모른다. 다른 길은 없다.

 

7 내가 오르는 길의 결정적인 단계는 넷이었고, 그 단계는 저마다 성스러운 이름을 지닌 인물들의 영향을 받는 시기였다.

 

174 크레타에서 나는 운명에 항거하는 도전을 벌였다. 나는 한때 술에 빠졌고, 에이레 아가씨에게 손길이 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따를 길이 아니었다. 나는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부끄럽고 회개하는 마음에서 나는 고독과 책으로 돌아갔다.

젊은 시절부터 늙은 다음까지 나로 하여금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모든 말과 행동을 나는 죄로 여겼다. 운명이란 무엇이었고 그것은 나를 어디로 인도했던가? 지성이 아직도 신비를 풀어내지 못했던 때라 나는 마음이 결정하도록 했다.

 

255 만일 삶에 목적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어찌 나는 행동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나는 불가능하고 헛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객관적인 삶의 목적을 찾아내는 데는 관심이 없었고, 내가 내 자유의지에 따라 정신적이고 지적인 필요성에 입각해서 삶에 어떤 목적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졌다. 목적이 참되냐 아니냐는 그때 나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일은 내 자아와 부합하는 목적을 발견하고(어떻게 해서든지 만들어내고) 그 목적을 따름으로써 내 특유의 욕망과 능력을 최대한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이런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품고 살아가는 것이 병이라면 그 시절의 나는 중태였다.

 

292 문지기는 케팔로니아 사람이었다. 심술궂고 늙은 사람으로 농담도 잘 했다. 시간을 보내려고그는 칼을 들고 문 뒤에 앉아서 나무로 작은 그리스도와 성자와 악마 따위를 조각했다. 그는 우리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런 멍청이들 여기는 뭣하러 왔소?”

경배를 드리려고요. 할아버지.”

무엇에다가 경배를 드려요? 제 정신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거요?”

수도원에요

무슨 수도원? 수도원은 없어요. 다 옛날 얘기지. 세상이 수도원이요. 내 충고를 듣고 세상으로 돌아가요. “

 

297 우린 부활한 그리스도를 보겠지만 그건 우리가 죽은 다음의 일이에요. 지금 그리고 죽는 날까지 우리들이 세상에서 걸어가는 길이 십자가예요.

 

315 앞으로 달려 나가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았어요. 나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보지 못하도록 등불을 껐어요. 빛은 사라졌고 어둠은 악마가 사는 곳이죠. 아직도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나는 그녀를 침대로 밀어던졌어요. 나는 송아지처럼 울부짖었고 그녀는 조용했어요. 나는 그녀의 조끼를 잡아 끌어당기고는 저고리의 단추를 단숨에 모두 풀었어요. 그러고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지났나요? 30, 40? 아뇨 그렇지 않아요. 시간은 꼼짝않고 정지했죠. 그런 시간을 난 봤어요. 나는 30년 동안 그녀의 저고리 단추를 풀었고 거기에는 끝이 없어서 늘 단추가 하나 더 남았죠. …무서운 부분이 무엇이냐 하면 정말 처음으로 나는 신이 나에게 가까이, 두 팔을 벌리고 가까이 다가옴을 느꼈어요. 어찌나 감사하게 생각했던지 나는 그날 밤 동이 틀 때까지 밤새도록 기도를 드렸으며 내 마음은 활짝 열려 신을 받아들였어요…30년인가 40년 전의 그날 반 이후로 나는 항상 죄도 신을 섬기는 데 필요한 방법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회개만 한다면 괜찮다고 하겠죠. 하지만 나는 속죄하지 않아요. 나는 떳떳하게 말하겠는데 하느님의 번갯불이 떨어져 내가 잿가루가 되는 한이 있어도 나는 뉘우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회개는 하지 않겠어요.

 

317 나는 아직 젊습니다. 나는 많은 죄를 짓거나, 많은 고통을 받을 만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 질문에 대답할 자격이 없어요. 난 내 이성을 믿지 못하니까 심판할 생각도 없구요. 나는 마음도 믿지 않아요.

 

318 얘기를 하는 동안 나는 속으로 새로운 십계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십계명이 죄악과 미덕을 어떻게 분류할 지 나는 알아낼 수 없었다.

 

320 우리들은 거룩한 산을 40일 동안 여행했다. 마침내 우리들이 순례를 끝내고 떠나려고 성탄절 전야에 다프니로 돌아갔을 때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결정적인 기적이 우리를 기다렸다. 한겨울이었는데 초라하고 작은 어느 과수원에 아몬드나무에 꽃이 피었던 것이다.

 

321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는 형이상학적 두 고뇌가 거룩한 산에서 다시금 터졌다. 그리스도가 한 가지 해답을 주었다. 그는 많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방향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방향이 내 상처를 아물게 했던가? 그리스도의 투쟁을 직접 경험하며 나는 나의 투쟁이 용기와 부드러움과 희망을 얻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매혹은 곧 사라졌고, 내 영혼은 다시금 버림 받았다.

 

 

3.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7 <영혼의 자서전>은 자서전이 아니다. 나 한 개인의 삶은 오직 나에게만 지극히 상대적인 약간의 가치를 지닌다. 그 삶에서 내가 인정하는 가치라고는 그것이 지닌 힘과 끈질긴 인내심에 의존하여 내 나름대로 크레타의 경지라고 이름지은 가장 높은 정상에 다다르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7 십자가의 처형이 두려워 그들은 마음이 약해지고 부활에로의 길이 십자가뿐임을 모른다. 다른 길은 없다.

 

7 내가 오르는 길의 결정적인 단계는 넷이었고, 그 단계는 저마다 성스러운 이름을 지닌 인물들의 영향을 받는 시기였다.

 

8 내 생애에 항상 나를 괴롭히고 채찍질을 한 단어는 언제나 오름하나뿐이었다. 여기에서 진실과 환상을 섞어가며 나는 산을 오르느라고 남긴 붉은 발자국과 함께 이 오름을 기록하고 싶다.

 

20 나는 짐을 벗기 위해 당신에게 내 투쟁의 이야기를 하겠노라. 나는 짐을 벗기 위해 미덕과 수치와 진실을 던져 버리겠다.

 

20 실패한 곳으로 돌아가고 성공한 곳은 떠나라 크레타 격언

 

21 아버지 쪽의 내 조상들은 바다에서는 피에 굶주린 해적들이었고, 땅에서는 투사들이어서 신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간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어머니 쪽은 하루 종일 흙 위에 몸을 굽혀 씨 뿌리고, 태양과 비를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추수를 하고, 저녁이면 집 앞 돌로 만든 긴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신께 희망을 걸었던 초라하고 선량한 농민들이었다. 불과 흙, 이 두 가지 투쟁적인 조상을 내가 몸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가?

 

27 아버지 쪽 조상들은 아랍인의 기질을 지녔다. 자부심이 강하고 고집스럽고 모질고 검약하고 비사교적이다. 분노와 사랑을 가슴 속에 몇 년 동안이나 간직하면서 전혀 한 마디 말도 없다가 갑자기 악마에게 씌우면 발작적인 감정을 터뜨린다. 그들에게 가장 숭고한 혜택은 삶이 아니라 정열이다.

 

29 내 조상에 대한 흔적. 소금이 땅에 떨어졌다고 해서 이렇게 분하게 여기고 한 알 한 알 줍는가? 물이나 불이나 소금이 낭비되면 마음이 편치 않았고 대추야자나무를 보기만 하면 환희를 느꼈으며, 사막에 들어서면 떠나고 싶지가 않았다.

 

30 어머니의 그리스인 피와 아버지의 아랍인 피가 내 혈관 속에서 나란히 두 줄로 흐른다는 착각의 영향은 긍정적인 보람을 주어서 나에게 힘과 기쁨과 풍요함을 베풀었다.

 

32 시험을 잘 본 상으로 커다란 금박이 입힌 책을 많이 받았다. 그 책을 나 혼자서는 모두 들 수 없었으므로 아버지가 반을 들어주셨다. 집으로 오는 동안 줄곧 아버지는 침묵을 지켰는데 아들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을 감추려고 애를 쓰는 눈치였다. 집에 들어선 다음에야 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너는 크레타에 수치를 가져오지는 않았어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지 않으면서 다정함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며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의 표현이 자신을 배반하는 셈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버지는 당장 화를 냈다. 아버지는 저녁 내내 뚱한 표정으로 내 눈길을 피했다.

 

34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나요?

아버지하고 똑같았어

직업이 무엇이었어요?

전쟁

 

35 나이를 더 먹은 후에 나는 어머니에게 할아버지가 여인을 사랑했던 적이 있었는지를 묻고 싶었다. 그러나 겸연쩍은 생각이 들어 끝까지 물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죽음을 당해 식구들이 그의 귀중품 상자를 열었을 때 검거나 갈색인 머리 다발을 채워 넣은 방석 하나가 발견되었던 사실로 미루어 보아 틀림없이 할아버지는 많은 여인을 사랑했던 모양이다. 

 

37 내가 살아 있는 한 내 몸 속에서 외할아버지가 살아갈 터이기에 나는 기쁘다. 우리들은 함께 죽으리라. 내 속의 죽은 자가 죽지 않도록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죽지 않기를 바라게 한 사람은 이 외할아버지였다. 그 후로 떠나가 버린 수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덤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묻혔으니,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들도 계속해서 살아가리라는 사실을 나도 안다.

 

38 훌륭한 아내가 옆에 있다면 가난과 헐벗음은 아무 것도 아니야.

 

39 아내는 문간에 서서 밭에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려 주었지. 아내가 쪼르르 달려와서 내 어깨에 멘 연장을 받아주고 나면, 우린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어. 한데 어느 날 저녁에 아내가 깜빡 잊었어. 아내가 달려오지 않아서 나는 상심했지.

 

40 뺨이 발그레한 이 늙은 농부를 회상할 때마다 흙과 흙에서 하는 인간의 노동에 대한 나의 믿음은 더욱 깊어진다. 외할아버지는 세상이 떨어지지 않도록 어깨에 올려놓고 버티는 기둥들 가운데 하나였다.

 

41 내가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은 신비로 가득했다. 어머니는 창가 의자에, 나는 동글 의자에 마주 보고 앉았고, 마치 우리들 사이를 가득 채운 젖을 내가 빨기라도 하는 듯, 나는 조용한 만족감으로 마음이 넘치는 기분을 느꼈다.

 

45 더 이상 동글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지, 악사가 벌떡 일어섰다. 활줄은 고분고분히 말을 듣지 못하겠다는 듯, 제멋대로 수르멜리나의 발을 따라 인간처럼 고함을 치고 한숨을 지었다.

 

50 개념이 나에게 이르려면 따듯한 육체가 되어야 한다. 냄새 맡고, 보고 만질 때 그때가 되어야 나는 이해한다.

 

50 내가 네 살 때 였다. 신년이 되자 아버지는 이른바 크레타에서 마수걸이라고 불리는 새해 선물로 카나리아와 회전하는 지구본을 나에게 주었다. 방문과 창문을 닫고 나는 자주 새장을 열어 카나리아를 풀어 주었다. 새는 지구본의 꼭대기에 안장 내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는 동안 몇 시간씩 노래를 부르는 버릇이 들었다. 이 지극히 단순한 사건이 나중에 내가 읽은 모든 책들과 모든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영향을 끼쳤다. 

 

52 내가 좋아하는 어느 비잔티움 신비주의자가 말했다. 현실은 바꿀 수가 없을 터이니 현실을 보는 눈을 바꾸자.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삶에서 가장 창조적인 순간들에는 마찬가지로 그렇게 한다.

 

53 어렸을 때 나는 하늘, 벌레, 바다, 바람 내가 만지거나 보는 모든 대상과 하나가 되었다. 그때 바람은 젖가슴이 달렸고 손이 있어 나를 쓰다듬었다. 때때로 바람은 화가 나서 나를 못마땅히 여겨 걷지 못하게 했다. 때때로 바람이 나를 때려 쓰러뜨렸던 일이 생각난다. 바람은 포도 넝쿨에서 잎사귀를 뜯어버리고, 어머니가 정성껏 빗겨 준 내 머리카락을 헝클고 이웃에 사는 디미트로스 아저씨의 머릿수건을 벗기고, 그의 아내 페넬로페의 치마를 펄럭이게 한다.

바람이 살아있다는 물활적 사고

 

54 나는 두세살 때 모든 사람은 뚜렷한 냄새를 지니고 살았다. 눈을 들어 보기 전에 그가 발산하는 냄새로 누군지 알았다.

 

 58 한 사람은 격렬하고 뻣뻣하고 침울하며 다른 한사람은 부드럽고 친절하고 성녀 같은 부모두 사람 다 내 피 속에서 흐른다. 나는 항상 그들을 지니고 다녔으며, 두 사람 다 죽지 않았다.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들 또한 내 속에서 살아가며 내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려고 그들 나름대로 다른 방법으로 투쟁한다. 한 사람에게서는 힘을 얻고 다른 사람에게서는 부드러움을 받으려고 나는 그들을 융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내 속에서 발생하는 그들 사이의 분열을 아들의 마음 속에서 조화로 이끌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

 

59 오른손은 무척 튼튼하고 민감성이 전혀 없으며, 완전히 남성적이다. 왼쪽은 지나칠 만큼 병적으로 민감하다. 아버지는 오른 쪽 어머니는 왼쪽 이렇게 부모가 서로 상대방을 버리고 따로 차지한 것은 내 손, 오직 손뿐이었다.

 

62 아버지는 내 손을 잡았고, 어머니는 냄새를 맡아 용기를 얻으라며 박하나무 잔가지를 주고 내 목에다 황금 세례 십자가를 걸었다.  

하느님의 축복도 받고 내 축복도 받아라.” 자랑스럽게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겁이 나서 머뭇거렸으며, 내 손은 아버지의 큼직하고 따뜻한 손에 잡힌 채 떨리기 시작했다. 허리를 굽혀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가 나를 쓰다듬어 주기는 이때가 처음이었으므로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두려워서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아버지는 내가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손을 치웠다. “너는 남자가 되기 위해 여기서 글쓰기와 읽기를 배우게 된단다.”

 

63 이 애의 뼈는 내 것이지만 살은 선생님의 것입니다.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매질을 해서 남자로 만들어 주십시오.

 

65 외삼촌은 자기보다 잘난 여자와 결혼했는데 빙퉁그러지고 독살스러운 아내는 남편에게 경멸밖에는 아무것도 느끼는 것이 없었다.

 

67 말하는 뱀과 홍수와 무지개와 도둑질과 살인에 대한 이상하고 복잡하고 음산한 동화였다. 형이 아우를 죽이고,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의 목숨을 끊으려 하고 사람들은 발을 적시지 않고도 바다를 건넜다.

 

67 우린 이해를 못해야 마땅하지. 이해를 한다면 죄악이니까

 

67 처음 들었을 때 나에게 공포감을 준 것은 아브라함이었다. 두 개의 ㅏ 소리는 머리 속에 진동했고 무슨 깊은 잠이나 컴컴하고 위험한 우물처럼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 싶었다. 언젠가 그가 아들을 죽이기 위해 데리고 났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 나는 겁에 질렸다. 신의 계명을 따르는 자라면 누구나 다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리라는 얘기를 선생님이 한 다음부터 나는 그 품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계명을 어기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69 니콜리오스는 조용히 하세요. 선생님. 조용히 하셔야 새소리를 듣죠참지 못하고 말했다.

 

72 “유다는 누구와 같았는고 하니

검지를 앞으로 뻗어 내밀고는 어느 학생이 유다와 같은 지 찾아내려고 이 사람 저 사람 짚어나갔다니콜리오스였다. 가엾은 니콜리오스가 울음을 터뜨렸다. 위험에서 벗어난 우리들은 증오에 찬 무서운 눈길로 니콜리오스에게 보냈고 공부가 끝나기만 하면 그리스도를 배반한 그를 흠씬 두들겨 패자는 말이 몰래 이 책상에서 저 책상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거리에 다다르자 니콜리오스를 둘러싸고는 침을 뱉고 때리기 시작했다니콜리오스는 교실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학교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3o년 후 구두를 배달하러 온 사람이었다.  

너 니콜리오스구나

유다였지

선생이 개만도 못하다.

 

76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모두 판에 박은 듯 똑같지가 않았다. 저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세계를 가지고 살아갔다.

 

78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둘러싸여 마당 한 가운데 누워 있는 외할아버지를 보자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토록 먼 거리를 와서 받게 된 축복이 무슨 기적의 선물이나 값비싼 장난감처럼 생각되었다. 아들들이 첫 줄에 손자들이 그 뒤에, 다음에는 딸들과 며느리들이 줄지어 섰다.

여기도 손자가 딸보다 앞서네.

 

81 나는 첫째 줄로 비집고 나갔다. 이미 얘기했듯이 죽음이란 항상 나를 유혹하는 이상한 신비였다. 나는 외할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81 카스트로의 손자에게 축복을 내리노라. 언젠가는 남자가 되기를 바란다.

 

88 살아가는 동안 여러 번 때로는 일부러, 때로는 나도 모르게 나는 이와 같이 공포와 사랑과 미덕과 질병에 편리한 모습을 부여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삶을 참아내는 능력을 얻었다.

터키와 크레타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

 

89 나에게 최초의 큰 욕망이 자유였다.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아 나를 괴롭히는 두번째 욕망은 성직에 대해서였다.

 

93 아토스 산에 가서 성인이 되겠어.

 

93 아저씨들한테 들켜 집으로 끌려 가지 않으려고 가장 인적이 드문 뒷길을 골라 줄곧 달음박질 쳐서 항구에 다다른 나는 닻을 제일 먼저 내리는 범선으로 다가갔다.

 

93 언젠가 이 아이는 주교가 될 테니 잊지 말아요. (산파)

세월이 흘러 산파의 예언을 알게 된 나는, 내가 지닌 가장 큰 비밀의 열망과 너무나도 잘 맞아 들어간 그 예언을 믿었다. 그러자 나는 굉장한 책임감을 느꼈고, 주교가 하지 않을 일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훨씬 뒤에 주교들이 실제로 하는 일들을 보자 나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토록 갈구하던 성자의 자격을 갖추기 이해 나는 그때부터 주교들이 하는 일이라면 모두 피하려고 했다.

 

95 그 시절에는 세월이 느릿느릿 무료하게 흘러갔다. 사람들은 신문을 읽지 않았고, 라디오와 전화와 영화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으며, 삶은 말없이 진지하게 띄엄띄엄 이어져 나갔다.

 

97 오늘날 까지도 어쩌다 그런 기적이 일어났는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말했다. ‘극장에 가서 도대체 무슨 수작들을 떠는 지 좀 보고 오자

희곡 작가의 첫 극장 구경이 과묵하고 씩씩한 미할리스 대장에 의해.

 

98 장미가 한창일 때 성 디미트리오스는 담쟁이와 시든 포도 잎사귀의 관을 쓴 가을을 이끌고는 구렁말을 타고 왔다. 겨울이 엄습했다. 집에서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나는 화롯불에 둘러앉아 밤이나 병아리콩을 깜부기불에 구워 먹었다. 우리들은 그리스도가 태어난 날이 되면 레몬 잎사귀에 싼 구운 새끼 돼지를 들고 뺨이 불그레한 외할아버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우리들은 겨울이 검은 장화를 신고, 검은 콧수염에 손에는 구운 새끼 돼지를 든 외할아버지라고 생각했다.

 

99 내 몸에는 크레타의 피가 끓어올랐다. 크레타의 피를 확실히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나는 참된 인간이란 아무리 곤경에 처했어도 신의 앞에서까지도 저항하고 투쟁하고,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정을 내렸다. 나는 이 새로운 설렘을 말로 표현할 줄 몰랐지만 삶의 그 단계에서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이성이나 어휘의 도움이 없이도 오류를 범하지 않고 이해했다.

 

100 어머니는 중요한 축제일마다 단 것을 만들었는데

 

100 심부름값으로 사탕이나 판박이를 사라고 은화를 주었다. 그러나 나는 이튿날 루카스 아저씨의 작은 책방으로 달려가 머나먼 땅과 위대한 탐험가들에 대한 책을 샀다. 로빈슨 크루소의 씨앗이 확실하게 내 마음 속에 뿌리를 내렸다. 이제 그것은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100 내 두뇌는 열리기 시작했고, 중세의 탑과, 낯선 고장과, 정향이나 계피의 향기가 풍기는 신비한 섬들로 채워졌다.

 

101 영원히 똑 같은 단 하나의 본체밖에 없다. 지금까지 인간은, 비록 그 목적이 터무니없을 망정, 개인을 초월하는 목적을 위해 한 개인을 순종시키고 물질을 배척하는 길 이외에는,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마음을 믿고 사랑한다면 헛될 일이 없으니, 오직 용기와 믿음과 보람 있는 행동만이 존재했다.

 

105 8월은 어릴 때 내가 가장 좋아했고,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8월은 포도와 무화과, 참외와 수박을 가져다준다.

 

105 모든 소원을 나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청하고, 그는 신에게 청하고 신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리라. 언젠가 나는 수채화로 그의 모습을 그렸다. 그려놓고 보니 그는 농부인 우리 외할아버지와 무척 비슷해서

 

106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둔탁한 납빛 구름은 자꾸만 모습을 바꾸었다. 때로는 가득 채운 염소 가죽 물주머니 비슷했고, 때로는 깃털이 검은 독수리가, 또 때로는 내가 그림에서 본 코끼리가 되었는데, 몸통을 오락가락하며 밑에 깔린 땅을 찾아내어 만지려고 했다. 따스한 산들바람이 불었고, 올리브나무의  잎사귀들이 흔들였다.

 

107 나는 황홀감과 비슷한 이상한 기쁨에 휩쓸려 오두막에서 빠져 나가 폭우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벅찬 재앙이 닥치자마자 형언하기 힘든 비인간적인 기쁨에 사로잡힌다는 사실을 나는 이 때 처음 깨달았다. 숙모 칼리오페의 집이 홀랑 타버렸을 때 처음으로 불을 구경한 나는 누가 목덜미를 잡아 집어던질 때까지 불길 앞에서 깡충깡충 뛰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우리 선생이던 크라사키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웃지 않기 위해 애를 먹었다.

 

108 나는 흠뻑 젖었다. 기쁨을 감추려고 애를 쓰면서 아버지가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보려고 집으로 달려나갔다. 건조장을 지나다 보니 우리 포도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버지내가 소리쳤다. “포도가 다 없어졌어요.”

시끄럽다!” 아버지가 대답했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

나는 그 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나는 그 순간이 내가 인간으로서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위대한 교훈 노릇을 했다고 믿는다. 나는 욕이나 애원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으면서 문간에 꼼짝않고 침착하고 서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항상 기억했다. 꼼짝 않고 서서 재난을 지켜보며, 모든 사람들 가운데 아버지 혼자만이 인간의 위엄을 그대로 지켰다.

자발적 희생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순간에 깨어 있는 걸 포함한다.

 

111 “아무도 집 밖에 나가면 안돼

아버지는 찌푸린 얼굴을 내게 돌렸다. “너 무섭냐?”

아뇨내가 대답했다.

만일 터키인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어떡하겠니? 그들이 안으로 들어와 널 죽이면 어떡하지?”

..”그들이 죽인다 해도 나는 겁을 내지 않겠어요.” 내가 말했다. “좋아라고 말하더니 아버지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외삼촌이 말했다. “저 소리 처음 듣냐? 저건 수박이 커지는 소리야아버지의 눈이 나에게 고정된 그날은 내 마음이 커지느라 뿌지직 소리가 나는 듯 싶었다.

메갈로카스트로에는 성문이 네 개 였다. 터키인들은 날마다 해질녘에 성문을 닫았다가 해가 뜨면 다시 열었다. 밤새도록 아무도 들어오거나 나갈 수가 없었으므로 기독교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같은 신세였다.

 

112 글을 쓰는 사람은 억압되고 불행한 숙명을 산다. 그것은 그가 맡은 일의 본질이 어휘를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인데, 다시 말하면 내적인 격렬한 흐름을 전체시켜야 함을 뜻한다. 모든 어휘는 위대한 폭발적인 힘을 내포하는 견고한 껍질이다. 그 의미를 찾아내려면 인간은 내면에서 폭탄처럼 그것이 터지게 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안에 갇힌 영혼이 해방된다.

 

114 물이 새빨갛게 변했다.

무서우냐?”

걱정 마라, 익숙해질 테니까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과, 문간과 아직도 피가 묻은 부서진 문들을 지났다.

..”봐라손으로 가리키며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눈을 들어 대추야자나무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나란힌 목이 매달린 사람들이 흔들렸다….나는 얼굴을 돌리고 아버지 무릎에 매달렸다.

똑바로 봐아버지는 다시 명령했다.

목이 매달린 남자들이 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목이 매달린 이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네 머릿속에서 절대로 사라지면 안된다. 알았지

누가 그들을 죽였나요?”

자유가 죽였어.”

너 저 사람들을 만져보겠니?”

아뇨겁에 질려서 내가 대답했다.

만져봐! 어서

우리들이 가까이 갔고, 아버지는 재빨리 성호를 여러 번 그었다. 

발을 만져봐아버지가 명령했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손가락 끝에서 싸늘하고 꺼끌꺼끌한 발의 감촉을 느꼈다.

입을 맞춰! 경배를 해야지!” 아버지가 명령했다. 내가 몸을 빼려고 하자 아버지는 내 겨드랑이를 잡아 치켜들고 머리를 밑으로 숙여 내 입을 강제로 뻣뻣한 발에 갖다 댔다.

..”네가 익숙해지라고 이런단다.” 아버지가 말했다……”예배를 드리러 갔었어.” 아버지가 나를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아버지가 아들이 남자답게 강해지길 바라면서 학살의 현장으로 데려간다. 아들은 투사가 되라고 하는 목적과 다르게 삶의 고통을 보아 버린다.

 

116 사흘동안 닫혔던 성문들이 나흘 때 되는 날 열렸다. 그러나 터키인들은 길거리에서 어슬렁거리고, 카페마다 가득 차고, 모스크에 모였으며, 마음 속의 분노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는지 눈에는 살기가 넘쳤다. ..아이를 가진 기독교인들으 모두 배와 범선을 타고 자유의 그리스로 떠났다아버지가 앞장을 서고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그 뒤를 따랐으며, 나는 맨 뒤에 섰다. “우리 남자들이 여자들을 보호해야 해.” 아직 여덟 살도 안된 나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앞으로 갈 테니 넌 뒤를 맡아. 잘 살펴봐.”

 

117 나는 아버지가 왜 그렇게 냉혹했는지를 나중에 가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신교수법을 채택하지 않고 종족을 보존하는 유일한 길인 무자비한 옛 방법을 따랐다. 늑대가 처음 낳은 새끼를 가르치는 방법이 그러하니, 어미는 새끼에게 사냥하고 죽이는 방법과 꾀나 용기로 함정을 피하는 수단을 가르친다.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항상 나를 지켜 준 인내와 집념을 나는 아버지의 냉혹한 가르침에서 얻었다. 삶이 끝나 가는 지금 나를 다스리고, 신이나 악마에게서 위안을 받아들이는 몰락을 범하지 않도록 해주는 모든 불굴의 사상도 나는 아버지의 가르침에서 얻었다.

 

118 “그래 네 마음대로 아무 섬이나

낙소스요내가 말했다. 나는 그 모양과 이름이 좋았다. 이렇게 숙명적인 우연의 선택이 내 삶 전체에 어떤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지 그 순간에 내가 어떻게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120 집에서 기르는 소처럼 1년을 살기보다는 하루 동안이나마 들소가 되리라.

 

121 저녁을 먹고 나서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과수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달이 떴고 온 세상이 향기롭고 고요했다.

크레타인의 혁명은 오랫동안 계속될 거야. 내가 과수원에서 산책을 하는 동안 동료 기독교인들이 죽어가도록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니까 난 그곳으로 가겠어. 난 밤마다 할아버지를 꿈에서 보는데 줄곧 나한테 꾸중을 하시지. 하지만 그동안 넌 조금도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돼. 난 네가 참된 남자가 되기를 바란다. 남자란 그건 조국을 위해 쓸만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야. 불행히도 네가 천성이 무기 대신 공부를 좋아하니까 어쩔 도리는 없겠지. 그것이 네가 가야할 길이라면 따라야 하니까. 알겠느냐? 크레타가 자유를 얻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교육을 받아라. 그걸 네 목표로 삼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교육은 때려치워. 난 네가 선생이나 성직자나 현명한 솔로몬이 되기를 바라지 않아. 그걸 명심하라고! 난 결심을 했으니까 너도 결심을 해라. 무기나 학문으로 크레타를 돕지 못한다면 차라리 자빠져서 죽어버려야 해.”

전 카톨릭 신부님들이 무서워요.”

나도 그래. 참된 인간은 두려워하지만, 그러면서도 두려움을 정복하지. 난 너를 믿는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이 한 말을 수정했다.

아니 난 너를 믿는 것이 아니라, 네 핏줄 속에서 흐르는 크레타의 피를 믿겠어. 그러니 각오를 하고, 성호를 긋고,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느님을 듯에 따라 월요일에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너를 입학시켜야겠어.”

 

123 어릴 때부터 나는 마당에 누워 구름 구경하기를 좋아했다.

 

125 나는 학급에서 일등을 할 의무를 의식했다. 내가 믿기에는 개인적인 자부심이 아니라 민족적 의무감에서 연유한 이 신념은 내 능력을 증가시켰고, 나는 아니 내가 아니라 크레타는 당장 다른 학생들보다 우수해졌다.  

 

126 “망할 녀석!” 그가 고함을 질렀다. “넌 소년이냐, 아니면 늙은이냐? 왜 이런 노인의 일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지? 웃고 놀고 지나다니는 계집아아들을 창문으로 내다보는 대신, 망령 든 영감처럼 앉아서 사전을 번역하다니! 없어져 버려. 내 눈 앞에서 없어져. 이러다간 넌 절대로 영원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될거다. 넌 어깨가 축 늘어지고 안경을 쓴 초라한 선생이 되겠지. 네가 참된 크레타인이라면 거기 같은 사전을 태워버리고 그 재를 나한테 가져와. 그렇게 한다면 내가 축복을 해주겠어. 잘 생각해보고 행동해. 어서가.”

나는 완전히 얼떨떨해졌다. 누구의 말이 옳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두 길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가? 이 문제가 나를 여러해 동안 괴롭혔고 어느 길이 옳은 지 알게 되었을 때 내 머리는 백박이었다. 뷔리당의 당나귀처럼 내 영혼은 페르 로렝과 페르 를리에브르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망설였다.  

 

128 너는 크레타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 네 머리는 네가 아니라 크레타의 소유야. 언젠가는 크레타를 해방시키기 위해 써야 하니까 잘 가꾸도록 해라. 무기로 돕지는 못하더라도 넌 머리로 도울 능력은 갖추었겠지?

 

130 난 너에 대해 잘 알아. 넌 크레타인, 그러니까 들짐승이지.

 

133 하지만 바로 이때 운명이 갑자기 머리를 들고는 손을 내밀어 내 길을 가로막았다. 누가 아버지에게 카톨릭교도들이 당신 아들을 빼앗으려고 해요라고 귀뜸을 했기 때문이었다. 밤이었다. 분노한 크레타인은 침대에서 뛰쳐나와 친한 뱃사람과 어부 몇 사람을 깨웠다. 횟불을 밝히고 휘발유 한 통에 곡괭이와 쇠지레를들고 그들은 성채로 올라가는 길로 나섰다. 그들은 학교의 문을 두드리며 불을 지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수사들은 겁에 질렸다. 침실용 모자를 쓴 페르 로렝은 창문에서 머리를 내밀고 프랑스어와 그리스어를 섞어가며 소리를 지르면서 애원했다.

내 아들을 내놔라!” 횃불을 흔들며 아버지가 소리쳤다. “이 카톨릭 개자식들아, 아들을 내놓지 않으면 불과 곡괭이 맛을 보여주겠다.” …아버지는 목덜미를 잡아 나를 세 번 땅에다 내동댕이쳤다.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았다. “ 유다아버지는 이를 악물고 식식거리더니 공중에다 침을 세 번 뱉었다.

 

134 헬레네의 게오르기오스 왕자가 크레타를 다스리러 오는 중이라는 소식이 전했다. 아버지는 벌덕 일어나 땅바닥에 세 차례 엎드렸다가 성호를 긋고는 곧장 이발관으로 갔다. 아버지는 뺨에 면도칼을 댄적이 없었고 노예가 된 크레타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에서 가슴까지 치렁치렁하게 수염을 길렀다. 같은 이유에서 아버지는 절대로 웃지 않았다. 아버지는 웃음이 비애국적인 행동이라고 업신여겼다. 그러나 이제 신의 보살핌으로 크레타는 자유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곧장 이발관으로 향했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젊어지고 면도를 한 얼굴은 광채가 났으며, 집 안에는 이발사가 머리에 부어준 라벤더 향내가 났다.

크레타는 자유가 되었고 과거는 잊혀졌어. 유다도 용서를 합시다

 

141 떠나간 조상들이 죽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이면 벌떡 일어나 우리들의 눈과 손과 마음을 차지해 버린다는 사실을 나는 그토록 절실히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그 무렵에는 터키인들에게 살해를 당한 모든 할아버지들과 가슴을 찢어가며 터키인들에게 고문을 가한 모든 할아버지들이 길거리가 한적하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마다 고함을 질렀다. 월계수와 조상들의 뼈로 장식된 문을 통해서 나는 사춘기로 들어섰다.

자유를 찾았을 때

 

142 나는 젊은 시절의 흔한 어려움들에 시달리며 사춘기를 보냈다. 커다란 두 마리의 야수가 내 몸 속에서 머리를 들었으니 하나는 육체라는 표범이요, 또 하나는 인간의 내장을 파먹으며 먹으면 먹을수록 배고파 하는 이성이라는 독수리였다.

 

143 우리들은 날마다 뜨거운 편지를 주고받았다. 어쩌다가 그에게서 편지를 받지 못하는 날이 하루라도 닥치면 나는 꾸중이라도 들은 듯 울었다내 육체는 눈을 떴지만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을 아직 제대로 분간하지 못해서 욕망의 양상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여자보다 남자와 사귀는 쪽이 덜 위험하고 훨씬 편리하게 여겨졌다….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으면서 우리들끼리만 항상 함께 다녔다.

 

149 정말 끔찍한 첫번째 비밀은 우리들이 믿던 바와는 정반대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지구는 우주 공간에 아무렇게나 던져 버린 작고 하찮은 별에 지나지 않아서 노예처럼 태양의 주위를 돌았으니 우리들의 어머니인 지구의 머리에서 왕관이 굴러 떨어졌다. 나는 분노와 고통에 얽매였다.

 

두번째 상처는 인간은 신이 아끼는 고귀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하느님은 인간의 콧구멍에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지도 않았고, 불멸의 영혼을 주지도 않았다. 다른 모든 피조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동물의 무한한 쇠사슬에 연결된 유인원의 자손이었다. 살갗을 조금 긁어내고, 영혼을 조금 벗겨낸다면 그 밑에는 우리들의 할머니인 원숭이가 나타난다.

 

144 나의 사춘기의 첫 가면은 우정이었는데바라지도 않고 의식하지도 못했지만 그 초라하고 조잡한 친구는 오랫동안 나에게서 여자들을 감추기 위한 가면 노릇을 했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에게 똑 같은 가면 노릇을 해서 그가 여자의 무서운 함정에 빠질 필연적인 숙명의 순간을 약간 지연시켰을 따름이었다.

첫 상대로 동성을 사랑했던 이유

 

153 그는 나를 나흘 동안 정학시켰고(프랑스학교 수도원장에게 찾아가 진실을 말해달라고 해서,신이 흙덩이에게 진짜로 숨결을 불어넣었냐, 만년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신이 제거할 수 있냐고 물음) 그날 저녁 아버지를 찾아왔다. “당신 아들은 버릇도 없고 건방집니다. 이 아이는 나중에 좋지 못한 사람이 될 지도 모릅니다. 고삐를 좀 죄어야 하겠습니다.”

무슨 짓을 했는데요?”

난 저 애가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얻어맞을 때에만 걱정을 합니다. 나머지 다른 일이라면 이제 다 컸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어야죠.”

아버지 멋짐. 오직 오계를 범했을 때만 뭐라 하고 자식을 자유롭게 키우라는 말과 통함.

 

155 이것이 내 할머니일까? 그것은 인간의 수치였다. 창피하고 화가 나서 나는 내 마음 속의 왕국이 무너져 폐허가 되는 기분이었다. 신이 나를 낳고 직접 나를 빚어내어 입김을 내 콧구멍에 불어넣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암컷 원숭이에게 정충을 흘려 넣은 수컷 원숭이로 인해 잉태되었을까? 간단히 얘기하면 나는 신이 아니라 원숭이의 아들인가? 심연의 한쪽에는 유인원이 다른 쪽에는 수도원장이 있었다.

 

157 어부들이 자주 드나드는술집에 들러 나는 포도주와 튀긴 빙어를 안주로 주문했다.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슬픈지 기쁜지 화가 났는 지 내 기분을 알기가 어려웠다.

 

159 조카의 수치스러운 타락에 굴욕을 느낀 숙부 한 사람이 아버지에게로 달려와서 얘기를 전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코웃음만 쳤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른이 되었다고, 어른 노릇을 하려는가 보네.”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 애한테는 가수에게 새 실내화 한 켤레 사주는 일만 남았군그런가 하면 나는 수도원장들과 온갖 허깨비인 십계명으로부터 해방이 되었고, 규율을 어겼으며 털투성이 선조들의 꿋꿋하고 자신있는 발자취를 따르게 되었음을 마음 속으로 기뻐했다. 나는 몰락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즐거웠다.

 

163 “신들도 죽는구나

신들은 죽지만 신성은 불변하지내가 대답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린 이해를 못하겠어.”

나도 사실은 잘 몰라.”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비록 내가 옳다고 생각했어도 나는 생각하는 바를 분명하게 밝힐 능력이 없었다. 위기를 맞으면 항상 도피하는 문 노릇을 해온 웃음에 나는 또 다시 의존했다.

 

167 나는 그녀의 겨드랑이에서 나는 후끈하고 시큼한 체취에 마음이 혼탁해졌으며, 키츠와 바이런은 사라지고 한 사람은 바지를 입고 한 사람은 치마를 걸친 초조한 두 동물만 자그마한 방에 남았다.

 

168 하늘에 뜬 달에서는 정말로 꿀이 흘렀고 나는 그런 달을 평생 보지 못했다항상 구슬프게만보이던 달이 이제는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굽어보면서 우리들과 함께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아갔고, 풀어헤친 블라우스의 목덜미를 비추고 가슴과 배로 흘러내려갔다.

 

169 약속한 바가 없어도 우리들이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가는 지 두 사람 다 잘 알았다.

 

172 수많은 젖통이 달린 바다의 괴물 크레타는 파도 위에 반듯하게 누워 햇볕을 쬐었다. 아침 햇살에 나는 그녀의 손과, 발과, 꼬리와, 발기한 젖가슴을 선명하게 보았다.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무척 많은 즐거움을 느꼈던 나는 불평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파도 위에 뜬 크레타 섬 전체의 풍경이 가장 큰 기쁨 가운데 하나였다.

 

173 견디기 힘든 연정과 기쁘거나 슬픈 수많은 말이 가슴에서 솟아 목구멍까지 올라와다. 하지만 나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우리들은 헤어졌다. 이튿날 나는 아테네로 떠났다. 

 

174 젊음은 눈멀고 사리를 분별치 못하는 야수이다. 젊음은 먹이를 탐하지만 먹지 않고 머뭇거리기만 하며, 발길에 채이는 행복을 마음만 먹고 주우면 되는데도 줍지 않고 샘터로 가서 시간이라는 물을 쓸데없이 흘러 말라 버리게 그냥 내버려 둔다. 스스로 야수인 줄을 모르는 야수 그것이 젊음이다.

 

174 크레타에서 나는 운명에 항거하는 도전을 벌였다. 나는 한때 술에 빠졌고, 에이레 아가씨에게 손길이 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따를 길이 아니었다. 나는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부끄럽고 회개하는 마음에서 나는 고독과 책으로 돌아갔다.

젊은 시절부터 늙은 다음까지 나로 하여금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모든 말과 행동을 나는 죄로 여겼다. 운명이란 무엇이었고 그것은 나를 어디로 인도했던가? 지성이 아직도 신비를 풀어내지 못했던 때라 나는 마음이 결정하도록 했다.

 

 175 나는 계속해서 외국어를 배웠다. 내 이성이 넓어진다는 의식은 굉장히 기뻤지만 항상 이상하고 미적지근한 젊음의 바람이 곧 불어오고 모든 기쁨은 시들어 버렸다. 나는 여자와 배움 이상의 무엇을, 아름다움 이상의 어떤 선을 열망했지만 그것이 무엇이었던가?

 

176 일요일이면 나는 홀로 즐겨 길을 나섰다. 나는 친구들의 동행이나, 그들의 대화와 농담과 웃음이 성스러운 침묵을 더럽힌다고 느꼈다.

 

177 나는 새벽에 일어나는 버릇이 있었다. 샛별은 땅으로 기울고 가벼운 안개가 아미토스 위에 걸렸다. ..내 마음은 행복감으로 가득했다. 바로 그 순간 해가 떠올랐고, 신이 손으로 빚어낸 첫날처럼 반짝였다. ..한쪽에는 호메로스의 말처럼 갈기가 하얀 파도들이 호메로스의 신선한 시처럼 시원하게 물결쳤고, 다른 쪽에서는 기름과 빛이 가득한 아테나의 올리브나무와, 아폴론의 월계수와 모든 술과 노래의 기적을 일으키는 디오니소스의 포도가 펼쳐졌다.

 

178 나는 아티카 지역을 익히려고 돌아다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내 영혼에 익숙해지려고 나는 방황했다.

 

178 나는 젊은 여인의 얼굴 뒤에서 미래의 쪼글쪼글한 노파를 미리 찾아보려는 시도가 잘못이며, 오히려 노파의 얼굴에서 이제는 사라져 버린 소녀의 신선함과 젊음을 재창조하고 다시 이룩해야 한다고 믿었다.

 

179 아티카의 풍경은 이상적인 인간의 특성을 규정지어서, 건강하고도 보기좋은 몸매에 과묵하고 피상적인 부유함으로부터 해방되었으며, 힘을 지녔지만 그 힘을 억누를 능력도 갖추고, 상상력을 제한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때때로 아티카의 풍경은 소박함의 언저리에 다다른다. 하지만 경계선을 넘지는 않으며 유쾌하고 친근한 진지함에서 멈춘다. 우아함은 낭만으로, 그리고 마찬가지로 힘은 가혹함으로 타락하지 않는다. 모두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며 규칙적이다. 심지어는 미덕까지도 넘치지 않고 인간적인 면모를 어기지 않으며, 더 나아가면 잔인하게 비인간적이거나 신성해질 단계에 이르기 전에 멈춘다. 아티카의 풍경은 뽐내지 않고 차분하고 힘찬 설득력을 지니며, 해야할 이야기만 한다.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그것은 본질을 형성한다. 아티카를 돌아다니며 겸손함과 고상함과 힘의 가장 훌륭한 교훈을 대지로부터 얻게 되리라는 예감을 느끼는 순간들을 맞는다. 

풍경을 이렇게 추상적으로 말하다니

 

180 내 가슴은 어린 송아지처럼 두근거리지 않는다. 이것은 평생동안 나에게 뚜렷한 증거 노릇을 했다. 해돋이나 그림이나 여인이나 어떤 사상 때문에 어린 송아지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면 나는 그것이 행복임을 알았다.

 

180 나는 파르테논이 2 4처럼 짝수라고 생각했다. 나는 짝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숫자들의 삶은 너무 편안하게 마련되어서, 위치가 너무 견고하고, 위치를 바꾸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만족하고 보수적이고, 걱정이 없으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욕망을 실현하며 차분해졌다. 내 마음의 맥동에 맞는 것은 홀수였다. 홀수의 삶은 전혀 편안하지 않다. 홀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것을 바꿔보고 보태고 더 밀어보려고 한다. 그것은 한 쪽 발로 땅을 딛고 다른 발은 떼어 떠나려고 한다. 어디로 갈까? 잠깐 멈춰 숨을 돌리고 새로운 추진력을 얻기 위해 다음 짝수로 간다.

홀수와 짝수에 대한 흥미로운 탐색

 

182 아테네에서 학생으로 지냈던 4년 동안의 경험에서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호흡한 공기는 단 한 번도 여자의 숨결로 흐려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무척 좋아했던 친구가 몇 사람 있었다. 나는 그들과 등산을 했고, 여름에는 바다에서 같이 수영을 즐겼다. 우리들은 덧없는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잡담을 했고, 가끔 파티를 열면 어떤 친구들은 사귀는 여자를 데리고 왔다. 우리들은 젊었기 때문에 이유도 없이 웃었고, 또한 이유도 없이 슬퍼했다. 우리들은 힘이 너무 많이 남아돌아서 질식을 당하기 때문에 한숨을 지었으며 젊고 지치지 않는 어린 들소들 같았다.  

 

 

184 아테네를 떠날 때 평생 받아본 것이라도는 두 개 뿐인 월계관을 이미 탄 후였다. 하나는 검술로 받았다. ..나는 월계관을 버리지 않고 벽에 걸어 두었다. 세월이 흘렀다. 마침내 꿈이 실현되어 친구와 독일로 떠나게 되었을 때 나는 월계관을 가지고 갔다. 2년 동안 우리들은 국을 끓이느라 월계수 잎사귀를 모두 뜯어 섰다.

ㅋ ㅋ 고기 삶았나보네. 자신의 처녀작 희곡, 소설에 대한 희화화.

 

187 그들은 비누 공장에 취직해서 돈을 벌고 삶을 즐기며 혼처를 물색했다. 그들을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목이 메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불꽃은 그토록 빨리 타버려 잿더미만 남는가?

 

188 어느 날 에이레 아가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떠나버렸다. 나는 내가 한 행동과 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이상하게 씁쓸한 회한을 느끼며 두번째로 그 앞을 지나갔다. 마치 나는 범죄를 저질렀고, 희생자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듯 싶었다.

 

190 그날 반 나는 에이레 아가씨의 집 앞을 지나갔다. 나는 몇 시간째 걸었는데 그럴 생각도 없었고 의식도 못했지만 점점 작아지는 나선을 그리며 돌아서 자꾸만 중앙에 위치한 그녀의 집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190 이슬람교도의 격언. ‘만일 여자가 같이 자자고 부르는데 가지 않으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신은 이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너는 지옥의 빝바닥에 유다와 자리를 같이 하리라.’ 나는 이 말에 겁이 났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나는 다친 짐승처럼 비틀거리며 집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190 고뇌는 사흘동안 계속되었다. 그것은 고뇌라기 보담 마음 한가운데 맺힌 응어리였고, 입맛은 독처럼 썼다.

 

191 나흘때 되던 날 나는 아침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 뚜렷한 목적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면서 펜을 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 생애에서 결정적인 순간이 되었다. 그날 아침 아마도 이렇게 함으로써 내 마음 속의 고뇌가 문을 열고 빠져나갔는지도 모른다. 만일 고뇌가 윤곽을 갖추고 만일 어휘가 고뇌에 구체적인 양상을 부여한다면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나는 중대한 죄를 범했다. 하지만 저지른 죄를 고해한다면 나는 안도감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나는 어휘들을 동원하고 읽었던 시와 성자들의 전기와 소설들을 되내뿜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서 훔쳐가며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2 나는 쾌감을 경험하는 동안 어째서 그걸 의식하지 못했을까? 이제 와서야 글로 써가면서 나는 왜 그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가?

 

등이 약간 굽었던 에이레 아가시는 내 작품 속에서 알아보지 못할 만큼 달라졌고, 털이 뽑힌 수탁 같던 나는 내 소유가 아닌 여러 빛깔의 커다란 깃털을 몸에 붙이게 되었다. 나는 며칠 사이에 원고를 끝냈다. <뱀과 백합>이라는 제목을 써넣었고에이레 아가씨는 이제 나를 괴롭히지 않았고, 종이 위에 누운 그녀는 절대로 다시는 종이에서 떨어져 나오지 못하리라. 나는 구원되었다.

보도연맹에 대한 소설이나 동화도 이런 일을 해줄까? 내 첫 책이 또한 이런 역할을 해 줄까?

 

193 나는 그후 다시는 에이레 아가씨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종이 위에 누워 있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내 가슴 속에 축적되었던 고뇌는 진실이 아니었고, 상상력에 의해 새로 태어난 존재가 진실이었다. 상상의 힘으로 나는 현실을 지워 버리고 안도감을 느꼈다.

 

194 이토록 악마적인 나의 교만함을 돌이켜보면 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때 나는 젊어쏘, 젊다 함은 세상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다 훨씬 훌륭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는 뻔뻔스러움을 소유했다는 뜻이다.

 

195 팔에 낀 바구니를 덮은 잎사귀 두 세개를 들추더니 노부인은 무화과 두 개를 꺼내 나에게 주었다. “저를 아세요. 할머니?”

노부인은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단다. 얘야. 모르는 사람한테 뭘 주면 안된단 말이냐? 너는 인간이지? 나도 그래.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아?”

 

197 지성은 쓸모가 많았지만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었다. 주인은 다른 것, 다른 사람이었다. 그것을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198 여기서 투우가 벌어졌어요. 하지만 크레타의 투우는 스페인의 투우처럼 야만적이지 않았어요. 그곳에서는 소를 죽이고 말의 배가 터진다는 애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투우란 피를 흘리지 않는 경기였어요. 인간과 소가 같이 놀았죠. 투우사가 소의 뿔을 잡으면 소는 화가 나서 머리로 치받고 그러면 투우사는 추진력을 얻어 유연하게 재주를 넘어서 소의 잔등에 떨어져요. 그런 다음에 그는 두 번째로 재주를 넘어 소의 꼬리 쪽으로 떨어지고, 그러면 기다리던 젊은 아가씨가 그를 안아줍니다.

크레타의 투우, 미노타우로스, 스페인의 소.

 

 199 우리들에게는 십자가가 신성함의 상징이고, 아주 오랜 옛날 당신들의 선조들은 양쪽에 날이 선 도끼를 섬겼어요. 하지만 나는 피상적인 상징들은 제쳐 놓고 십자가와 양날 도끼 뒤에 존재하는 똑 같은 신을 찾아내어 경배합니다.

 

201 크레타가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첫 교량 역할을 했던 당시에는 완전히 암흑이던 유럽을 깨우친 첫 장소가 크레타였다. 그리고 신을 인간의 수준으로 끌어내린 숙명적인 사명을 성취한 것도 역시 이곳 크레타였다. 여기 크레타를 거치면서 이집트와 아시리아의 괴이하고 꿈적도 않던 조각들은 작아지고 우아해졌으면 몸이 움직이고 미소를 지었으며, 신의 용모와 체격은 인간의 용모와 체격을 갖추었다. 민첩함과 우아함과, 동양적인 사치로 가득 찬 새롭고 독창적인 인간이, 그리스의 후손이라는 다른 인간이 크레타 땅에서 살았고 즐겼다.

 

202 춤을 추지 못하는 인간은 기도를 하지 못해요. 천사들은 입이 있어도 얘기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들은 춤으로 신에게 얘기하니까요.

 

203 ‘!’ 나는 신을 그렇게 불러요. 알라가 아니라 !’ 에요.

 

204 탁발승의 계율은 가난이에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아무런 짐도 지지 않으며, 꽃이 만발한 길을 따라 신에게로 가는 거예요. 웃음과 춤과 기쁨이 우리들의 손을 잡고 이끄는 대천사랍니다. 우린 먹고 마시며 인간에게 먹고 마실 것을 베풀어 주는 신을 찬양합니다. 춤으로요. 춤은 자아를 제거하고 일단 자아가 제거되면 신을 만나지 못하게 막는 모든 장애물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206 만일 내가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를 딴다면 가고 싶은 곳으로 어디든 1년 동안 여행을 보내 주마고 아버지가 약속했다. 대가가 엄청났기 때문에 나는 공부에 온 정성을 다 쏟았다.

현명한 아버지. 이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미할리스 대장>을 읽어보고 싶네

 

 208 나이를 더 먹어 크레타를 떠나 세계를 방랑하게 되었을 때 나는 항상 카나리아가 내 머리에 앉아서 똑 같은 후렴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일어나서 떠나요. 여기 앉아 뭘 해요? 우린 진주조개가 아니라 새에요. 어서 일어나 떠나요.’ 내 머리는 지구가 되었고 지구의 극에 앉은 카나리아는 따스한 목을 하늘로 들고 노래했다.

 

208 나는 옛날에 하렘의 궁녀들이 저녁마다 새로 목욕을 하고 향수를 뿌리고는 정원에 줄을 지어 서서 젖가슴을 내놓고 군주가 선택하기를 기다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손수건을 궁녀들의 겨드랑이에 밀어넣었다가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는 그날 저녁에 체취가 가장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골랐다. 내 앞에 줄지어 늘어선 여러 나라들은 군주의 궁녀들 같았다. ..그리스부터 시작함이 어떠한가? 나의 그리스 순례는 석 달 동안 계속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산과 섬과 마을과 수도원과, 해안선들을 회고해 보면 내 가슴은 흥분과 행복감으로 울렁거린다. 그리스를 여행함은 크나큰 기쁨이요 고뇌이다.

나는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추상적인 사고를 통해서 보거나 만지기 어려운 힘과 우아함의 결합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터득하기 시작했다. 나는 완전성의 두 요소인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세계의 어느 다른 곳에서도 항상 미소 짓고, 소박한 그리스의 땅에서처럼 그토록 유기적으로 결합된 적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10 신화는 긍정적인 현실의 단순하고 종합적인 표현임을 인간은 안다. 그리스의 여러 지역은 두 가지 본질을 지녔고, 거기에서 파생하는 감정도 두 가지 본질을 나타낸다. 가혹함과 부드러움은 나란히 서서 성교를 하는 남자와 여자처럼 서로 돕는다. 그런 부드러움과 가혹함의 원천으로는 스파르타가 있다. 그리스의 사나이 산인 타이게토스에서는 민족의 무자비한 신이 지극히 준엄한 게명을 내린다. 그런가 하면 타이게토스의 발치에는 헬레네가 있다. 네가 야만스러워져서 대지의 부드러움을 꾸짓으려 하면 갑자기 꽃이 만발한 레몬나무처럼 헬레네의 숨결에 네 마음이 비틀거린다.

 

218 그리스의 땅을 밟으면서 나는 날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이 공중에 뜬 초현실적인 꽃이 아니라 땅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흙을 먹어서 꽃을 변형시키는 나무임을 점점 더 분명히 의식하게 되었다.  

 

221 동양의 불안정하고 혼란한 함성은 그리스의 빛을 거치는 동안 점점 투명해지면 인간화하면서 로고스로 이성으로 변형된다. 그리스는 위대한 투쟁을 거쳐 야수를 인간으로, 동양의 노예근성을 자유로, 야만적 도취를 명석한 합리성으로 바뀌놓는 여과기다.

지나친 서양우월. 여과기, 다리의 통찰 훌륭

 

222 영적인 그리고 또한 지리적인 그리스의 위치는 신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지닌다.

 

224 운동이 시작되는 순간에 문명도 싹이 튼다. 적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며 지상에 존속하기 위한 생존의 투쟁이 계속되는 한 문명은 태어나지 못한다. 삶의 기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약간의 여유를 누리기 시작하는 순간에 문명은 태어난다.

 

226 고전 시대의 조각품을 보면 묘사된 남자가 자유인인지노예인지가 한 눈에 알게 된다. 그의 몸이 그것을 나타낸다. 평온한 몸가짐, 철저히 훈련된 감정, 아름다운 체격, 이것들이 자유인의 특징이다. 노예는 항상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몸은 뚱뚱하거나 병든 사람으로 나타낸다.

 

231 페르시아인들과 전쟁을 벌이는 당시의 그리스인을 재현하는 대신 그들은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를 내세웠다. 그들의 뒤에서 우리는 거대하고 영원한 적인 이성과 야수, 문명과 야만성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어느 특정한 시간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은 시간을 벗어나 전체 종족과 그 종족의 옛적 환상들과 결부되었다. 상징적인 상승을 통해 그리스의 승리는 이렇듯 모든 인류의 승리로 격이 높아졌다. 이런 원칙은 제우스의 신전을 장식한 열두 개의 메토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것은 헤라클레스의 열 두 가지 모험을 나타낸다.

개인의 경험을 신화로 연결하는 것의 의미

 

233 그리스인에게는 그리스 여행이 놀랍고도 피곤한 고문이 된다. 그리스의 땅 어느 곳에 서면 고뇌가 엄습한다. 그곳은 온갖 목소리를 내며 부르는 시체들이 층층이 쌓인 깊은 무덤이고, 목소리는 시체의 불멸한 한 부분이다. 수많은 목소리들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목소리는 저마다 영혼이고, 영혼은 저마다 육체를 갈망하며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마음은 무척 심한 괴로움을 느낀다.

 

234 만일 열매를 맺는 삶을 원한다면 우리들은 우리가 사는 시대의 무시무시한 숨결과 조화를 이루는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그리스를 돌아다니는 그리스인의 여행은 이런 숙명적인 과정을 통해 그의 의무를 찾으려는 힘겨운 추구로 변한다. 어찌해야 조상들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236 나는 그리스의 순례가 끝나자마자 성숙의 시기를 맞을 만큼 무르익었다. 나를 이끌어 성인의 세계로 안내한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책임감이었다.

 

237 땅이 입을 열고 죽은 자가 소생하여 옛날부터 나름대로 자유를 위해 투쟁한 그리스가 거대한 크레타임을 밝혀 주었다. 하지만 무엇으로부터, 누구로부터 나는 자유를 찾아야 하는가? 이런 어려운 질문들에 나는 답하지 못하였다. 한 가지 내가 느낀 바는 총을 들고 산으로 가서 터키인들과 싸우는 일이 내 역할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 무기는 달랐다. 더구나 나는 적이 누구인지를 판단하지 못했다. 한 가지 내가 분명히 느낀 것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간에 나는 최대한 명예롭게 내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238 아들을 키우면서 아버지는 갓 태어난 새끼를 키우는 늑대의 어둡고 빈틈없는 본능에 따른 듯 싶다. 그리스 순례 이후로 나를 괴롭히던 새로운 근심거리들을 제쳐두고 나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와 그것이 잉태한 위대한 영혼을 공부함으로써 새롭게 관심을 돌렸다. 나는 1년 동안 여행하라고 준 아버지의 선물을 마저 쓰기 위해서 이탈리아를 여행하려고 결심한 터였다.

 

242 그것들은 기억으로부터 내 핏줄로 흘러들어가서 자연스러운 본능처럼 살고 활동한다. 무엇을 결정하면 나는 자주 나중에, 판단을 내린 것은 내가 아니라 이러저러한 그림이나, 이러저러한 르네상스의 힘찬 탑이나 피렌체의 옛 구역 좁은 길거리에서 단테가 새긴 구정이 나에게 끼친 영향력에 의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기억 속에 붙박혀 엄청난 부드러움과 슬픔을 보이며 나를 응시하는 것은 지적인 기쁨이 아니라 인간의 따스함에 훨씬 가까운 구체적인 다른 어떤 것이었다.

 

245 노부인은 몸을 일으켜 옆에 설치된 선반에서 국그릇을 두 개 꺼내 놓았다. 그녀는 그릇을 채웠고 온 세상이 콩의 향기로 넘쳤다. 그녀는 등잔에 불을 켜서 기다란 탁자에 놓았다. 그러더니 나무 숟가락 두 개와 검은 빵 한 덩어리를 놓았다. 우리들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는 성호를 긋더니 재빨리 나를 흘낏 쳐다보았다. 나는 눈치를 챘다. 나도 성호를 긋고는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 둘다 배가 고팠으므로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보려고 나는 말을 꺼내지 않기로 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녀는 탁자 오른쪽의 긴 의자에 내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자리에 누웠고 그녀도 다른 쪽 긴의자에 누웠다. 밖에서는 비가 마구 퍼부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나는 지붕에서 후드득거리는 빗소리와 노부인의 차분하고 조용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잠들었다. 빗소리와 노부인의 고른 숨결에 나도 차츰차츰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문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빛을 보았다.

노부인은 벌써 일어나 아침 우유를 준비하려고 냄비를 불에 얹고 있었다. 나는 희미한 빛 속에서 그녀를 보았다. 쪼그라들고 허리가 굽은 그녀는 한 줌 밖에 안될 듯 싶었다. 두 다리가 어찌나 부었던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그러나 커다랗고 새까만 눈은 젊었고 늙지 않는 광채가 반짝였다. 젊었을 때 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가? 또다시 서로 마주보며 앉은 우리들은 우유를 마셨다. 그런 다음에 나는 몸을 일으키고 여행 가방을 어깨에 매었다. 내가 지갑을 꺼냈더니 노부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뇨, 아니에요손을 저으면서 그녀가 중얼거렸다.

내가 놀라서 쳐다보는 동안 그녀의 주름진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잘 가세요. 신의 은총을 받길 바래요. 나한테 해 준 좋은 일에 주님이 답을 해주길 바래요. 남편이 죽은 이후로 난 그렇게 잠을 잘 잔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247 나는 그녀에게 얘기를 걸고, 아직 그녀가 스물여섯 살인 듯 쳐다보면서 비록 너무 늦기는 했더라도 그녀에게 기쁨을 주라는 충고를 들었다.

 

247 그리스 전체가 불쑥 내 집으로 들어왔군요.

 

250 그녀는 가끔 에르멜린다를 시켜  오늘 오후에 백작부인이 당신을 찾아와도 되겠어요?” 라고 물었다. 나는 당장 밖으로 나가 단것과 꽃을 사가지고 와서 그녀를 기다렸ㄷ. 약속된 시간에 그녀가 머뭇거리며 수줍게 내 방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달려가 문을 열어주면 그녀는 열 다섯 살 소녀이며 처음으로 총각과 외출이라도 하는 듯 부끄러워 얼굴을 잔뜩 붉히며 들어왔다….나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다. 지극히 늙은 나이에 절망적인 찬란함을 보여주며, 수줍음과 처녀성이 어떻게 다시 진실한 여인에게서 죽지 않고 되살아났던가. 떠나는 날 백작부인은 두 팔로 내 목을 껴안고는 그녀를 만나러 다시 아시시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나에게서 받아냈다나는 약속을 지켰다. 여러 해가 지난 뒤 나는 그녀의 고해신부로부터 전보를 받았다. ‘백작부인이 떠나려 하니 서둘러 오시기 바랍니다스페인에 머물고 있던 나는 전보를 치고 당장 출발했다. 하얀 장미를 한 아름 안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저택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백작부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빗고, 주름살을 숨기기 위해 목에는 분홍빛 리본을 맸다. 창백한 뺨에 루주를 조금 바르고 그녀가 손톱에 윤을 낸 것을 나는 그때 처음 보았다. 백작 부인이 두 팔을 벌리고, 나는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런 다음 나는 침대가에 앉아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여든이라는 나이에 그녀는 그토록 아름다웠고, 눈은 애정과 고뇌로 가득했다….밤이 되었다. 에르멜린다가 등잔에 불을 켜기 위해서 들어오려고 했지만 백작부인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253 서부 유럽으로의 내 처녀 여행은 그러했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지역적 경계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세상이 그리스보다 훨씬 풍요롭고 넓으며, 아름다움과 고통과 힘은 크레타와 그리스가 부여한 이상의 얼굴을 갖추기도 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았다.

 

255 만일 삶에 목적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어찌 나는 행동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나는 불가능하고 헛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객관적인 삶의 목적을 찾아내는 데는 관심이 없었고, 내가 내 자유의지에 따라 정신적이고 지적인 필요성에 입각해서 삶에 어떤 목적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졌다. 목적이 참되냐 아니냐는 그때 나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일은 내 자아와 부합하는 목적을 발견하고(어떻게 해서든지 만들어내고) 그 목적을 따름으로써 내 특유의 욕망과 능력을 최대한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이런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품고 살아가는 것이 병이라면 그 시절의 나는 중태였다.

 

256 나는 내면의 함성을 쏟아 내어 자신이 터져 나가지 않도록 하려고 글을 썼다.

 

258 의문과 형이상학적 투쟁으로 가득 찬 나은 아름다운 얼굴 뒤에 숨은 해골을 투시했으므로 외적인 매력에는 속지 않았다.

 

259 그는 사랑과 흠모를 받아야 할 철저한 필요성을 느꼈다. 그의 의기양양한 얼굴과 호언장담하는 자존심을 투시해보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당황한 귀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왕처럼 굴지만 사실은 왕비에 지나지 않아.

2번 유형에 대한 통찰

 

265 눈을 감고 손으로 더듬어서 나는 책을 하나 잡았다 친구가 그것을 내 손에서 낚아채더니 펴보았다. 그것은 수도원과 수도사들과 종루들과 삼나무와 밑에서는 바다가 사납게 몰아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지은 골방들의 사진을 실은 커다란 사진첩이었다. “아토스산이다내가 외쳤다.

 

266 비에 흠뻑 젖은 수사 대여섯 명이 삼나무들처럼 선창가에 섰다.

 

271 나는 저녁마다 그날의 수확을 일기에 기록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그것은 세월이 흘러 누렇게 변색되었지만, 일기장을 한 장씩 넘기려니까 성스럽고 믿어지지 않는 나날이 머리속에서 되살아난다.

 

284 친구와 나는 입이 벌어지도록 감탄했지만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더욱 깊이, 훨씬 더 큰 고마움을 느낀 것은 도서관 입구의 꽃이 만발한 모과나무의 향기였다.

비단에 장미와 백합으로 수놓은 성인의 옷, 빨간 보석이 달린 금관, 낡아서 벌레 먹은 복음서가 아니라.

 

288 수사가 한숨을 지었다

나요 난 그런 덕망을 전혀 쌓지 못했어요. 우리 몸의 눈만으로는 부족한가봐요. 영혼의 눈도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내 영혼은 근시랍니다.”

 

292 문지기는 케팔로니아 사람이었다. 심술궂고 늙은 사람으로 농담도 잘 했다. 시간을 보내려고그는 칼을 들고 문 뒤에 앉아서 나무로 작은 그리스도와 성자와 악마 따위를 조각했다. 그는 우리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런 멍청이들 여기는 뭣하러 왔소?”

경배를 드리려고요. 할아버지.”

무엇에다가 경배를 드려요? 제 정신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거요?”

수도원에요

무슨 수도원? 수도원은 없어요. 다 옛날 얘기지. 세상이 수도원이요. 내 충고를 듣고 세상으로 돌아가요. “

 

297 우린 부활한 그리스도를 보겠지만 그건 우리가 죽은 다음의 일이에요. 지금 그리고 죽는 날까지 우리들이 세상에서 걸어가는 길이 십자가예요.

 

298 벽들은 구석구석 악마와 지옥 불과 젖가슴에서 두 줄로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창녀들과 뿔이 달린 무시무시한 용 따위의 하나같이 인간을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의 힘을 빌어서 천국으로 데려가려고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는 성당의 가혹한 갈망을 나타내는 묵시록적이고 소름 끼치는 그림들로 가득했다.

 

302 내가 저지른 죄들이 아니라 일곱 성사와 십계명에 대해서 건방진 소리를 하고, 내 나름대로의 계명을 수립하라고 자꾸만 나를 자극하던 악마적인 교만함을 고해할 작정이었다.

 

303 “아직도 악마와 싸우고 계신가요? 수도자님?”

이제는 그렇지 않아. 지금은 늙었고, 악마도 나와 함께 늙었어. 악마에게는 힘이 없지. 나는 신과 싸우는 중이야.”

당신은 이기리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지고 싶어. 나에게는 아직 벼가 남아있는데 뼈가 저항을 계속하지.”

 

307 나는 삶을 거부하는 격렬한 사람에게 고해할 뜻으로 바위를 기어올랐지만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마음 속에서는 아직도 삶이 증발하지 못했다. 나는 눈에 보이는 세상을 무척 사랑했다. 

 

313 “얘기를 계속 하세요. 어서요나는 잔인하게 말했다. 애기를 들으려는 욕망이 친절함을 짓눌렀다. 그것은 호기심이 아니라 그토록 얘기하고 싶으면서도 마음대로 못하는 불우한 사람에 대한 깊은 연민이었다….

 

314 그녀는 마룻바닥에 월계수 잎사귀를 뿌리고 은매화로 장식한 부활절의 성당을 연상시켰어요. 사방에 월계수와 부활의 냄새가 났어요.

 

315 앞으로 달려 나가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았어요. 나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보지 못하도록 등불을 껐어요. 빛은 사라졌고 어둠은 악마가 사는 곳이죠. 아직도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나는 그녀를 침대로 밀어던졌어요. 나는 송아지처럼 울부짖었고 그녀는 조용했어요. 나는 그녀의 조끼를 잡아 끌어당기고는 저고리의 단추를 단숨에 모두 풀었어요. 그러고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지났나요? 30, 40? 아뇨 그렇지 않아요. 시간은 꼼짝않고 정지했죠. 그런 시간을 난 봤어요. 나는 30년 동안 그녀의 저고리 단추를 풀었고 거기에는 끝이 없어서 늘 단추가 하나 더 남았죠. …무서운 부분이 무엇이냐 하면 정말 처음으로 나는 신이 나에게 가까이, 두 팔을 벌리고 가까이 다가옴을 느꼈어요. 어찌나 감사하게 생각했던지 나는 그날 밤 동이 틀 때까지 밤새도록 기도를 드렸으며 내 마음은 활짝 열려 신을 받아들였어요…30년인가 40년 전의 그날 반 이후로 나는 항상 죄도 신을 섬기는 데 필요한 방법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회개만 한다면 괜찮다고 하겠죠. 하지만 나는 속죄하지 않아요. 나는 떳떳하게 말하겠는데 하느님의 번갯불이 떨어져 내가 잿가루가 되는 한이 있어도 나는 뉘우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회개는 하지 않겠어요.

 

317 나는 아직 젊습니다. 나는 많은 죄를 짓거나, 많은 고통을 받을 만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 질문에 대답할 자격이 없어요. 난 내 이성을 믿지 못하니까 심판할 생각도 없구요. 나는 마음도 믿지 않아요.

 

318 얘기를 하는 동안 나는 속으로 새로운 십계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십계명이 죄악과 미덕을 어떻게 분류할 지 나는 알아낼 수 없었다.

 

320 우리들은 거룩한 산을 40일 동안 여행했다. 마침내 우리들이 순례를 끝내고 떠나려고 성탄절 전야에 다프니로 돌아갔을 때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결정적인 기적이 우리를 기다렸다. 한겨울이었는데 초라하고 작은 어느 과수원에 아몬드나무에 꽃이 피었던 것이다.

 

321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는 형이상학적 두 고뇌가 거룩한 산에서 다시금 터졌다. 그리스도가 한 가지 해답을 주었다. 그는 많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방향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방향이 내 상처를 아물게 했던가? 그리스도의 투쟁을 직접 경험하며 나는 나의 투쟁이 용기와 부드러움과 희망을 얻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매혹은 곧 사라졌고, 내 영혼은 다시금 버림 받았다.

 

324 나는 성서와 호메로스 밖에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겸손함의 말을 읽었고 또 때로는 그리스인들의 조상이 쓴 불멸의 시구를 읽었다. <너는 선하고 평화롭고 참아야 하며,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을 내주어야 하면, 현세의 삶은 가치가 없으며, 참된 삶은 천국에서 찾아야 한다.> 고 성서가 가르쳤다. ‘너는 강해야 하면 포도주와 여자와 전쟁을 사랑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해 죽이고 죽어야 하며, 이 땅의 삶을 사랑하고 하데스의 왕이 되느니 살아서 노예가 되라고 그리스의 할아버지인 호메로스가 말한다.

서양의 두 흐름이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라면 카잔차키스는 두 문명의 다리인 그리스 사람이므로 두 가지 모두와 격렬한 전투를 벌일 수 밖에 없었겠구나. 그래서 양쪽 모두를 더 명징히 알수 있었을거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런 싸움의 결과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는 건데, 그것조차 신의 얼굴이나  표현이라고 하는 듯?  

 

 332 또 다시 내마음에 출항의 바람이 불어왔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죽는 그날까지 신이여, 나에게 바람을 베풀어 주소서. 마른 땅을 벗어나 떠나는 벅찬 기쁨. 정착의 줄을 끊어버리고 싸둑 잘라 버리고 떠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신들이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뒤돌아보고.

 

338 신과 사랑을 나누는 영혼의 불멸한 언어를 속으로 노래하면 나는 사해로 가는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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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 장하준의경제학강의_구달리뷰#28 구름에달가듯이 2014.11.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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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어니언 2014.11.03 2256
673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종종 2014.11.03 2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