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 조회 수 2027
- 댓글 수 1
- 추천 수 0
친구들의 모습은 여전했다. 사실 그 중에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친구도,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세월이 지나다보니, 그런 호불호의 정도는 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나는 단순히 시집을 잘가는 것이 중요치 않은 이 친구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서로의 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10년 이상의 인연을 유지하다 보니 우리는 서로를 더욱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절로 친구들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비록 각자 걸어가고 있는 길은 다르지만, 우리는 늘 성장하고 싶어한다는 점이 닮아 있었다. 각자의 길의 다른 점들을 나누며 인생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기도 했다.
또한 우리는 서로 많이 자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조금은 겸손해지고 이해심이 넓어진 것처럼 보였다. 철 없던 시절의 서로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나는 왠지 웃음을 감출 수도 없없다. '아니 저 친구가 저렇게 변하다니'하며 일견 놀라워 하기도 했다. 사람은 정말 변한다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람을 더더욱 쉽게 판단을 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구본형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 처럼 말이다.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는 이제 사업이 조금은 안정 궤도에 올라 신이 난다고 하였고, 주변의 사업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월급에 목메기만 하던, 혹은 장하준 교수의 말에 의하면 다른 이의 기업가 정신을 열심히 실천하기만 하던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기하기도, 또 부럽기도 했다.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또 비슷한 고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회사에 대한 그리움과 또 돌아갈 것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사무쳤다. 결국은 고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 증거가 아니겠냐고, 결국은 그저 지금 최선을 다해 행복하기로 마음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서로 위로를 했다. 결국 명확하고 또 아름다운 답은 없기에 서로 넋두리를 늘어놓아봤자 우리는 결국 긍정의 힘으로 마무리를 한다. 일견 그저 의미 없는 수다를 떤 것 같아서 허무하기도 하다. 그러나 단지 모두가 함께 하는 고민이라는 것을 느끼고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들 중 유일한 학생인 나는 학교 생활이 생각 만큼 행복하지만은 않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주요 이야기는 또 다른 이들과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으로 흘렀다. 왠지 나는 친구들과 비교했을 시 상대적으로 아둥바둥 혼자 힘으로 노력해야만 무언가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가 더욱 친해지기 위해 학벌 및 집안 상황, 현재의 위치 등을 공유하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끝까지 나에 대해 알려지기를 거부했던 나에 대해서도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게 되었다. 특히나 능력이 가장 중요시 여겨지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 온 나는, 이렇게 어디 출신인 것이 중요해지는 그런 상황이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 반복되면서 또 다시 열폭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마음 가짐을 달리하는 것과 병행하여 대학원에 와 나를 더욱 단련시키고 내 스스로 보기에 만족한 모습으로 바꾼다면 나의 열등감은 조금 더 줄어들고 자존감은 높아질까 했었다. 그러나 상황을 바꾸어 보아도, 뿌리 깊은 아픔은 여기서도 계속 되었던 것이다. 아마 다른 친구들은 그저 나와 친해지고 싶어, 공통점을 찾고자 이것저것 물어봤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결국은 내가 어떤 이들을 볼 때 '해외파' 혹은 '서울대 출신' '누구누구의 아들'과 같은 형식으로 그 사람을 떠올릴 때가 있듯이, 나는 그들에게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남겠지 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이미 조금은 초탈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나만의 길에 집중하지 못하고 또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스스로를 핍박하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말하다보니 여실히 드러나면서 어찌나 부끄럽기 짝이 없었는지 모른다. 결국 내 마음이 문제였다.
나의 말을 듣던 친구들은 내 편을 든답시고 곧 우리 사회의 줄세우기 문화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비단 한국에서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조차 없는, 그저 대다수를 구분할 수 있는 일부의 기준만을 가지고, 서로를 줄 세우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우리는 왜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이 가진 사회적 지위나 겉 껍데기만 가지고 판단하는데에 익숙한가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결국 우리는 대충 더욱더 본연의 사람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자고 결론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타이틀이 없어도 자존감이 높고 자신을 표현할 거리들이 많은 사람이 되자고도 이야기했다. 실천은 어렵지만 말이다.
친구들과 헤어져 가는 길, 나는 이 과제를 절박한 심정으로 풀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 자신이 현재에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란 아이에게도 장점이란 것은 있고 내가 담당하는 소명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믿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현재의 내모습에 대해서 열폭하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는 나를 돌아보는 요즘이다. 아마 내가 가진 것들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가진 것들은 특별해 보이지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과거의 모습은 사실결국 내가 만들어 온 길이기에 그것이 바로 나라며 인정하면 되지만, 나는 아직도 그것이 잘 안 된다. '나는 괜찮다' '나는 다 치유되었다'며 억지로 억눌러온 마음이 계속 분출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이렇게 자유로운 삶을 원한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또 갇혀 허우적 되고 있다. 열폭을 극복할 만한 새로운 타이틀을 얻기 위해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성취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알았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나는 왜 자꾸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통렬한 반성이 가슴을 치며, 마음 속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램프의 요정 지니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72 | 11월 오프수업 후기_포근한 항구도시 포항에서 [2] | 앨리스 | 2014.11.11 | 3106 |
4371 | 11월 오프수업 후기 [3] | 녕이~ | 2014.11.11 | 1970 |
4370 | 11월 오프수업 과제 | 녕이~ | 2014.11.11 | 1894 |
4369 | 11월 오프 수업 과제 - 희동이 | 희동이 | 2014.11.11 | 1963 |
4368 | 11월 오프 수업 후기 - 잔칫상 [4] | 희동이 | 2014.11.11 | 1884 |
4367 | 11월 과제_어니언 | 어니언 | 2014.11.11 | 1952 |
4366 | 11월 오프 과제_후기 어니언 [3] | 어니언 | 2014.11.11 | 1953 |
4365 | 11월 오프수업 과제_찰나 | 찰나 | 2014.11.10 | 2054 |
4364 | 11월 오프수업 후기_나의 미래직업_찰나 칼럼#29 [2] | 찰나 | 2014.11.10 | 2079 |
4363 | 11월포항수업후기_구달칼럼#30 [2] | 구름에달가듯이 | 2014.11.10 | 2196 |
4362 | 11월수업_구달의필살기_구달칼럼#29 | 구름에달가듯이 | 2014.11.10 | 1984 |
4361 | 11월 오프수업 과제 | 왕참치 | 2014.11.10 | 1899 |
4360 | 11월 오프수업 후기-형님과 함께한 포항 나들이 [2] | 왕참치 | 2014.11.10 | 2101 |
» | 열폭의 이유 [1] | 녕이~ | 2014.11.03 | 2027 |
4358 | 유전자에 새겨진 입맛 [2] | 종종 | 2014.11.03 | 2296 |
4357 | 이런 웰빙! [3] | 에움길~ | 2014.11.03 | 2081 |
4356 | 음식은 추억이다 [4] | 왕참치 | 2014.11.03 | 2368 |
4355 | 강점 테마와 마음_찰나칼럼#28 [7] | 찰나 | 2014.11.03 | 2173 |
4354 | 좋은 기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 [7] | 어니언 | 2014.11.03 | 2127 |
4353 | #28 通信敎 (통신교) [3] | 희동이 | 2014.11.03 | 19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