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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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는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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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아마도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고 영혼의 충만함이 가득한 모양이다. 그 사람은 분명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우리 스승님을 보아서 아는데 아름다운 사람 옆에는 아름다운 사람들만 모여 든다.
어느 때는 나를 바라보고 그 말을 했다. 나는 철없게도 혼자 착각 잘 하는 여자. 그 사람은 무심코 말했겠지만 나를 바·라·보·고 말했으니 나는 바로 착각에 빠졌다. 나를 알게 되어서, 나랑 함께 앉아있게 되어서 일거라고. 나는 혼자 좋아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 복 많은 사람은 참 좋은 재주를 가졌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이면 누구나 귀한 존재로 여겨지게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더 복 많은 사람. 그렇게 복 많은 사람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낸다.
‘그러니 그대, 착각일지라도 그 말 자주 들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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